245화
“아! 저 이제 타락한 신도 아니에요. 세상 신실해졌답니다. 정말이에… 흐으, 아!”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보기 좋게 올라붙은 엉덩이 사이를 핏줄 선 성기가 거침없이 가르고 들어왔다. 신을 모시는 사제답게 타락한 신도를 벌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방금 전 사정액을 잔뜩 받았던 흥건한 내벽은 단단한 살덩이가 진입하자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찔거렸다.
노엘은 실비아의 몸 위를 감싸듯이 눕고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감탄했다.
“이것 봐. 안이, 엄청 젖었네요. 이렇게, 하…. 이렇게 쑤셔 넣을 때마다 붙잡고 안 놔주려는 걸 보니 단단히, 후우. 단단히 타락했나 봐요.”
“흐응, 노엘 님.”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 사제님이라고 부르세요.”
그놈의 역할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락한 신도를 벌주는 사제 역할에 단단히 심취한 노엘은 어느 때보다 흥분한 목소리였다. 그는 상체를 들더니 잘록한 허리에 쪽-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입맞춤을 몇 번 했다. 그러곤 등에 입술을 댄 채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가 말할 때마다 실비아의 허리가 간지러움에 조금씩 비틀렸다.
“대답하세요.”
“네, 말 잘 들을게요, 사제님. 아! 거긴 너무, 흐윽. 아직 끝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하으응.”
“말 잘 들으니까 좋네요. 자매님. 그래, 얌전히 엉덩이 내밀고, 하…. 좋아.”
양손을 침대에 지지한 노엘이 아래를 묵직하게 쳐올렸다. 귀두가 질구를 빠져나올 듯 뒤로 물러났다가 내벽 깊숙한 곳까지 쑤시고 들어오길 반복할 때마다 끈적한 체액이 허벅지로 흘러내렸다. 뭉툭한 귀두가 특히 더 느끼는 지점만 골라 찔러대자 실비아의 입에서 고인 침이 턱까지 흘러 침대보로 떨어졌다.
“으응, 아, 흐읏. 좋아, 거기…으응!”
“후우, 정화의식을 이렇게, 흣. 좋아하다니. 자매님은 금방…. 하, 신실해지시겠네요.”
“아, 좋아요. 더, 더…. 아응, 흐으읏. 사제님! 더 깨끗하게, 아아! 제 타락한 아래를 모조리 깨끗하게…. 하으, 아. 만들어 주세요!”
실비아는 넋이 나간 와중에도 역할극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신음했다. 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환상적인 섹스였다. 주름진 내벽을 발기한 성기가 가르고 들어올 때마다 온몸이 녹아들 듯 짜릿하고 눈앞에 알록달록한 폭죽이 터졌다.
점점 격해진 허리 짓에 노엘의 하반신과 실비아의 엉덩이가 맞붙을 때마다 퍽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흐, 아, 응. 거기, 으. 아…. 미쳤, 좋아. 읏.”
“아, 윽. 실비아 님, 하….”
달뜬 신음을 연발하던 실비아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꺾으며 절정을 맞았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쾌감이 잠식했다. 그녀가 절정을 맞은 것을 눈치챈 노엘도 곧 목을 울리며 나지막하게 탄성을 내뱉었다.
“아, 으응! 흐으응.”
“아, 후우.”
“아아…. 미쳤어….”
연속해서 두 번을 했더니 온몸의 힘이 쫙 빠졌다. 뽀얀 엉덩이 사이로 찔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성기가 빠져나가고, 허벅지 안쪽으로 애액과 한데 섞인 희멀건 액체가 울컥거리며 쏟아져나왔다. 받치고 있던 베개는 물론이고 침대보까지 온통 야릇한 냄새로 뒤범벅됐다.
“응, 여긴 어디지….”
아직 천국을 헤매고 있는 실비아가 의미 없는 소리를 계속 웅얼거리며 멍한 눈을 하자 노엘이 그녀를 걱정해왔다.
“실비아 님? 괜찮으십니까?”
“하아, 으응…. 기절할 거 같아요.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정화 다 됐으니까…. 항복, 그만…. 이제 그만….”
실비아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항복을 선언했다. 고강도의 운동을 한 것처럼 그녀의 몸이 미끌미끌한 땀으로 끈적했다. 노엘도 땀으로 흠뻑 젖은 건 마찬가지였다. 엉망이 된 그녀의 아래를 닦아준 노엘은 옆으로 누워 실비아가 진정할 때까지 등을 토닥였다.
먼 곳을 아스라이 바라보는 것 같던 희미한 초록색 눈동자가 점차 또렷해지자 노엘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실비아 님, 정신이 드세요?”
“으음….”
찬물을 가져온 노엘이 실비아의 목을 받치곤 컵을 입에 가져다 댔다. 실비아가 눈을 감은 채 도리질을 하자 노엘이 낮게 웃은 뒤 컵에 든 물을 머금었다. 그러곤 실비아의 입에 제 입술을 겹쳤다. 차가운 물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실비아가 무의식중에 꼴딱거리며 받아마셨다. 혀로 어르고 달래듯 부드럽게 실비아의 입안을 휘저은 노엘은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 같자 입을 뗐다.
마른 천으로 정성스럽게 입술을 닦아준 노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누가 보면 정말 죽다 겨우 살아난 줄 알 정도로 보살피는 모습이 딱 환자 병간호였다. 실비아가 정말 죽다 살아난 건 맞았지만 말이다.
그녀가 멍한 눈을 껌뻑이자 노엘이 재차 되물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음, 노엘 님…. 아까는 정말, 제가 악마였다면 진짜 구마 의식 당한 줄 알았을 정도로 눈앞에 별천지가 보였어요….”
정말 그랬다. 눈앞에 다른 세계가 잠시 펼쳐지고 자신은 붕붕 날아다녔던 거 같았다. 심지어 그쪽 세계 사람들이랑 통성명도 하고 짧은 만남이지만 쎄쎄쎄도 하고 왔다. 실비아가 진지한 낯으로 헛소리하자 노엘이 헛웃음을 치며 그녀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제 성수가 효과가 탁월했나 보군요.”
“아…. 이제, 이제 여기가 완전히 정화된 걸까요?”
실비아의 시선이 제 다리 사이로 향하자 노엘의 눈빛이 묘해졌다. 그는 뭔가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그녀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흐음, 하고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모르는 이가 보면 심각한 사안을 고민하는 거로 보일 정도였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아직 한참 남은 거 같은데, 몇 번은 더 성수를 부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우, 아니에요. 제가 실언을 했네요. 성수의 효과가 뛰어나서 이제 완전히 깨끗해진 거 같아요.”
“더 안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당장은.”
실비아가 고개를 격하게 젓자 노엘이 귀여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다행히 그는 당장은 더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실비아에게 가운을 입혀준 노엘은 저도 가운을 걸쳤다.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온 실비아는 침대 밑에 넝마가 되어 널브러져 있는 옷의 잔해를 보았다. 고개를 저은 그녀는 노엘이 에스코트하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어깨를 토닥인 후 다른 방으로 사라졌던 노엘은 잠시 뒤에 조그만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선물상자처럼 보이는 케이스에 실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번에 만능 레이저 반지도 받았는데 또 선물을?
“노엘 님, 그게 뭔가요?”
“우리가 한 달 만에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실비아 님을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맘에 드실진 모르겠지만요.”
실비아는 어쩔 줄을 모르며 노엘이 든 상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딸랑 맨몸뚱이 하나만 들고 왔지, 선물을 준비할 생각은 못 했는데. 노엘은 한 달 만에 저를 본다고 스위트룸이며 선물이며 바리바리 준비해왔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생각해주다니. 고마운 한편, 노엘이 없는 새에 여기저기 껄떡대고 돌아다녔던 자신을 떠올리자 죄책감이 가슴을 마구잡이로 난도질했다.
‘노엘은 한 달 동안 나만 생각했구나. 하, 정말 괴롭다. 이 게임은 왜 역하렘 게임이어서 날 이리 못된 여자로 만드는 거야.’
실비아의 기분이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남주들의 진심을 마주할 때마다 이곳이 게임 세계란 걸 알고 있는데도 죄책감이 들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섯 명을 다 공략해야만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 게임이라니.
모니터 앞에서 할 때야 마냥 즐겁고 좋았겠지만…. 아니, 사실 직접 상대하니까 더 짜릿하고 좋긴 했지만 그들의 진심을 마주할 때는 그녀도 인간인지라 괴로웠다.
‘휴우, 죄책감이 든다고 사실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게임이기만 했다면 아무렇게나 했을 텐데, 이건 남주를 모두 공략해야만 내가 천국에 갈 수 있으니 원.’
지옥에 떨어지냐 마냐가 달렸으니 죄책감만으로 일을 망쳐버릴 순 없었다. 그녀는 상자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지만 노엘은 별다른 건 묻지 않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미친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닌다는 걸 전혀 모르고 이런 선물을 준비한 것일 텐데. 이 선물을 받아도 될까. 차라리 노엘이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그녀도 뻔뻔하게 쿨한 관계를 유지할 터였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한데 뒤섞여 그녀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실비아는 할 말을 머릿속에서 고른 뒤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아,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저는 준비한 게 없어요. 너무 죄송해요. 어떡하죠.”
“괜찮아요.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거니까요. 실비아 님과 만난 게 저한텐 가장 큰 선물인걸요.”
어쩜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할까. 노엘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상자를 내밀었다.
실비아는 어쩔 수 없이 상자를 받아 들고는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는 반짝이는 금빛 열쇠가 하나 들어있었다.
“어…. 열쇠네요? 외제마는 림보로 충분한데요. 무슨 열쇠죠?”
“그 안에 있는 쪽지를 봐주세요.”
노엘의 말대로 상자 안에는 쪽지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펼쳐보자 다른 말 없이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건, 주소네요?”
“네. 수도에 안 쓰고 관리만 하는 저택이 하나 있는데….”
“네?! 저택요?”
노엘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실비아의 눈이 경악으로 커다래졌다. 저택이라니? 설마 저택 열쇠라는 건가 이게? 노엘은 온화한 미소를 유지하며 실비아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요. 지금 실비아 님에게 제일 필요한 게 뭘지 고민해봤더니 집이 아닌가 싶더군요. 사실, 실비아 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중간에 바닷가 마을에 잠시 들렀었습니다.”
“어머, 정말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노엘이 자신을 보고 싶어서 바닷가 마을에 왔었다니. 실비아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와중에 잠시 끊겼던 노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