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35화 (235/372)

235화

실비아는 껍질을 벗긴 사탕을 손에 든 채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문을 한번 가리켰다. 그러자 노엘이 눈을 더 크게 뜨더니 책에 시선을 내리고 있는 대부분의 신도들을 빠르게 훑어보곤 조그맣게 손으로 엑스 표시를 했다. 그러곤 입에 뭔가 넣는 시늉을 하더니 더 격하게 엑스 표시했다.

‘으응?’

그때 옆에 앉아있던 타코야키사제가 실비아에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사탕이 참 맛이 좋아요. 얼른 드세….헛!”

노엘과 타코야키 사제를 번갈아 보던 실비아는 사제가 말을 끝맺기 전에 그의 입에 사탕을 쏙 집어넣어 버렸다. 그는 깜짝 놀라서 캑캑대려다가 주변 사람들 눈치를 급히 보곤 엉거주춤하게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방해꾼 한 명을 손 안 대고 처리했네.’

노엘의 예배 순서가 끝나고 그는 단상을 내려가면서 실비아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쪽문으로 퇴장했다. 그 눈빛의 의미를 찰떡같이 알아챈 실비아는 예배당을 몰래 빠져나와 후문 쪽으로 돌아갔다. 건물을 한 바퀴 돌아간 실비아는 후문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멈칫했다. 전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어 어두컴컴한 뒤뜰에 노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새하얀 기둥에 기대어 선 채 실비아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노엘 님!”

“실비아 님. 오랜만입니다.”

실비아는 그의 너른 가슴팍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노엘이 즐겨 쓰는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 냄새와 예배당의 디퓨저 냄새가 섞여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킁카킁카 정신없이 체취를 맡으며 실비아가 단단한 몸의 이곳저곳을 더듬자, 노엘의 새하얗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실비아 님, 잠깐, 잠깐만요….”

“너무 향기로워요.”

노엘이 조그만 머리통을 잡고 진정시키려 했지만, 실비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 깊숙이 얼굴을 묻고 여기저기 킁킁거렸다. 그는 실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지면서 낮게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 역시…. 실비아 님은 정말 대단한 영웅이시군요.”

낮은 탄식과 함께 나온 영문 모를 말에 실비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시선을 들었다. 보름달 빛이 파르라니 노엘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췄다. 그는 성자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호흡은 곤란할 정도로 거칠었다.

실비아는 이유를 모르고 마주 보고 빙긋 웃다가 아래에 닿는 단단한 살덩이에 얼굴을 붉혔다. 사제복을 뚫어버릴 듯 강하게 발기한 그의 것이 실비아의 판판한 배를 간헐적으로 찔러온 탓이었다.

노엘은 실비아가 자신을 끌어안자마자 아래가 섰고 그녀가 자신을 ‘스스로 세우는 자‘ 즉, 신탁의 영웅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덧그리더니 조그만 턱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고개를 내려 촉-하고 살짝 물기 어린 입맞춤을 한 노엘은 실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입을 열었다.

“실비아 님, 눈 밑에 점은 왜 그리신 겁니까.”

“그건, 신문에 한번 나왔더니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요…. 근데 노엘 님은 절 어떻게 알아보신 거죠?”

“하, 실비아 님을 제가 어떻게 못 알아보겠어요.”

노엘은 목을 울리며 낮게 웃은 뒤 실비아의 허리를 감쌌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네…니요. 못 지냈어요. 노엘 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혼났답니다.”

실비아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몰라, 몰라! 하면서 단단한 어깨를 솜방망이질 했다. 낮게 웃은 노엘이 그런 그녀의 주먹을 잡아 다시 한번 버드키스를 날렸다. 그러곤 곤란한 듯 반듯한 눈썹을 내렸다.

“실비아 님, 근데 어떡하죠? 아직 일정이 안 끝났어요. 이 예배가 끝나면 바로 사제 회의에 참석해야 하거든요.”

“아, 그렇군요. 맞다. 노엘 님이 밤에 오라고 하셨었지…. 좀 더 있다가 올 걸 그랬나 봐요.”

실비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노엘을 올려다봤다. 그는 부드럽게 눈꼬리를 휘더니 잠시 생각을 하듯 입술을 짓씹었다. 그러곤 실비아의 손을 잡았다.

“제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바닷가 마을에서 인연이 있었던 자매님이라고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이 신전에 노엘 님 집무실이 있어요?”

“네. 절 따라오세요.”

노엘이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창 예배 중이라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그러다 복도 반대편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노엘이 슬그머니 그녀의 손을 놓았다. 아무래도 사제로서 여자의 손을 잡은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는 게 꺼려졌던 모양이었다. 이해는 가지만 실비아는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노엘의 신분을 다시금 떠올렸다.

‘맞아. 실컷 여기저기서 섹스하는 바람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노엘은 기본적으로 여자랑 접촉하면 안 되는 사제의 신분이지.’

바닷가 마을 신전에서 일할 때 얼핏 듣기론 몰래 연애하고 결혼하는 사제도 꽤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사제가 여자를 만나는 건 금기사항. 거기다가 노엘은 교황 후보자였으니 더욱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서 결혼하면 안 되는 몸이었다. 그러니 노엘과 실비아는 공식적으로는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는 관계. 신전의 법칙을 뜯어고치거나 노엘이 다른 꿈을 가지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럼, 노엘은 지금 어떤 생각으로 나를 만나는 걸까?’

실비아로서는 몰래 만나는 것도 짜릿하고 좋았지만, 노엘의 입장은 다를 터. 실비아는 그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저번에 비록 치석 제거를 하는 레이저 반지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프러포즈용 반지 같은 것도 준 걸 보면 자신과 육체적 관계만 맺고 싶은 마음은 아닌 거 같은데, 정확한 말을 하지 않으니 속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 섭섭하네. 루카는 앞서가긴 했지만 그래도 바로 프러포즈를 했는데 말이야.’

실비아의 눈이 앞서가는 노엘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고 있다가 스스로의 뻔뻔한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른 남자들과 실컷 뒹굴어놓고서 노엘이 분명한 고백을 안 해준다고 섭섭해하다니. 정신 나간 여자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철면피 같은 발상이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한담? 오히려 노엘이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거절할 필요도 없으니 좋은 거지. 나는 앞으로도 3명을 더 공략해야 하니까 말이야. 남주 중 한 명이 집착해오면 곤란하다고.’

그러나 생각과 달리 서운한 마음은 계속 이어졌다. 입 밖으로 안 내고 속으로 생각하는 건 자유니까. 실비아의 속마음을 모른 채 노엘은 코너를 돌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가 제가 배정받은 집무실입니다. 우선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실비아는 노엘이 문을 열어주자 집무실로 먼저 들어갔다. 바닷가 마을보다 훨씬 넓고 화려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노엘이 계속 지내던 곳은 아니라 그런지 그의 취향과는 사뭇 다르게 꾸며져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노엘은 그녀를 지나쳐 집무실 책상 옆 옷걸이로 향했다. 그는 머리에 쓰고 있던 베일과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실비아의 눈에 한결 가벼워진 노엘의 옷차림이 보였다. 사실 옷차림이든 벌거벗은 차림이든 별로 상관없었고, 사제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그의 단단한 팔뚝과 양감이 확실한 두툼한 가슴팍만 보일 뿐이었다. 실비아의 집요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노엘은 아까 손을 놓았던 게 신경 쓰였는지 한숨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후, 죄송해요. 실비아 님. 아무래도 여기는 수도 중앙 신전인지라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되네요. 저도 마음 같아선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실비아 님의 손을 잡고 싶지만, 아무래도….”

“괜찮아요.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제멋대로 찾아온 제 잘못인걸요.”

그의 말을 끊고 들어온 실비아가 노엘의 몸을 가볍게 밀어 집무실 의자에 앉게 했다. 그러곤 한쪽 무릎을 그의 다리 사이에 비집어 넣었다.

“실비아 님?”

“네?”

노엘이 곤란한 낯빛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실비아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무릎을 더 노골적으로 사제복에 파묻었다. 집무실로 따라올 때는 이런 음란한 생각 따위 하지 않았는데 노엘이 얇은 사제복만 걸친 채 몸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걸 보니 나쁜 충동이 고개를 들었다.

“하, 정말….”

노엘은 굳게 닫힌 문과 실비아를 번갈아 보다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그가 못 이긴 척 다리를 벌리자 실비아는 더 깊숙이 무릎을 집어넣었다. 곧 둥근 무릎 끝에 사제복 아래에 숨겨져 있던 단단하게 발기한 그의 것이 느껴졌다. 실비아는 노엘의 목에 길게 늘어진 신의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를 매만지며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노엘 님, 회의는 언제 시작해요?”

“아마, 1시간 뒤…. 으읏, 실비아 님.”

눈을 가늘게 뜨고 벽시계를 바라보던 노엘의 입에서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실비아가 너른 어깨를 부여잡은 채 그의 중심을 무릎으로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등받이에 몸이 막혀 어디 도망갈 곳도 없어진 노엘의 가슴팍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평온을 유지하던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실비아의 아랫배가 서서히 뜨거워졌다.

‘회의가 1시간 뒤라고 했었지?’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노닥거릴 때가 아니었다. 빨리 해치워야 회의 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까. 참고 나중에 한다는 선택지는 머릿속에 없었던 실비아는 무릎으로 천천히 자극하려던 걸 관두고 그의 사제복을 걷어 올리고 바지춤에 손을 댔다. 노엘의 성기는 허벅지 안쪽을 뚫고 나올 듯 적나라하게 발기한 상태였다. 실비아는 조그만 손으로 그의 것을 쓸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여기, 엄청 뜨거워요…. 오랜만에 봐도 사제님은 훌륭하신 거 같아요. 인품도, 이곳도…. 어느 곳 하나 모자람이 없네요.”

“실비아 님, 여기서 하면, 읏…. 안 될 텐데요. 한창 예배 중이고. 아직, 이 건물 안에 사제들이 많…흐윽.”

보드라운 손바닥이 바지 위로 불거져 나온 그의 것을 막무가내로 쓰다듬었다. 노엘은 헐떡거리면서 실비아의 행동을 말리려 했다. 그러나 말로만 꺼릴 뿐 강하게 말리지는 않았다. 그도 오랜만의 자극에 자제심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실비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바지춤을 풀어헤쳤다.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브리프를 끌어 내리자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가 해방감을 만끽하며 밖으로 튕겨 나왔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