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30화 (230/372)

2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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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엘 황태자를 어디로 먼저 데려갈까?

1. 아쿠아리움

2. 사파리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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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뭘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건가?’

잠시 망설이던 실비아는 우선 시스템을 몰래 켜 세이브를 해놓았다. 선택지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으니, 혹시나 데드엔딩이 오면 이 순간으로 돌아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비아가 잠시 멍하니 있자 순간 등 뒤에서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목이 썰릴까 싶어 겁이 난 그녀는 얼른 사파리월드를 선택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왼쪽 길로 저절로 움직였다. 잘 선택한 거여야 할 텐데.

사파리 월드 입구에 도착한 실비아는 황태자 일행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부터는 걸어서는 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말을 타고 들어가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에요. 사파리 월드 전용 마차로 들어가야 합니다.”

멀리 시선을 던져보니 황태자는 고민하는 얼굴로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때 사파리 월드 안쪽에서 기괴한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실비아에겐 익숙한 고대 생물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러나 포리쉐가 그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크게 날뛰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히이잉!”

“아이고!”

놀란 시종이 고삐를 놓치자 포리쉐는 사파리 안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멀어지는 포리쉐의 뒤꽁무니를 보며 실비아를 포함한 모두가 사색이 됐다. 사파리 안은 미친 동물들이 날뛰기로 유명한 곳. 포리쉐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말이 들어갔다가는 순식간에 한 입 거리가 될지도 몰랐다.

실비아는 다급한 목소리로 황태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멀리 있었기에 손나팔을 만들어 외쳤다.

“저하! 외제마 열쇠는 안 가지고 계십니까?!”

실비아의 외침에 황태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포리쉐는 애완용이라 그런 열쇠는 만들지 않았어.”

“포리쉐는 그런 열쇠 없다고 하신다!”

옆에 선 기사가 실비아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안 그래도 하얀 황태자의 얼굴이 더 창백해져서 마치 백지장처럼 변했다. 실비아는 눈을 가늘게 떠 멀리 있는 황태자의 표정을 살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푸른색 눈동자를 보니 황태자는 답지 않게 무척 놀란 모양이었다.

시종은 옆에서 벌벌 떨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포리쉐를 잡고 싶어도 황태자 외에는 아무도 말을 대동하지 않은 데다가, 포리쉐는 기본적으로 외제마였기에 보통 말로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기사 중 대장으로 보이는 한 명이 실비아에게 초조하게 물었다.

“외제마는? 이 놀이동산에 외제마는 없어? 아니면 빨리 가는 다른 방법은 없나?”

실비아는 입술을 깨물며 고심했다. 따가운 느낌에 시선을 던져보니 저 멀리서 우라엘이 절실한 눈빛으로 실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외제마는 간부들 중에 가지고 있는 분이 있겠지만 찾느라 시간이 제법 소모될 거예요. 그사이에 저하의 말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하아.”

“잘못되기 전에 찾아야 하니 우선 전용 마차를 타고 들어가야겠어요. 여러분 중에 안으로 같이 들어가 말을 찾아 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 목소리를 듣고 나오진 않을 테니까요.”

실비아가 입구에 서 있던 마차 앞에 올라타며 묻자 시종이 손을 들었다.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시종이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우라엘 황태자 근처에 있던 기사가 외쳤다.

“저하께서 함께 찾겠다고 하신다!”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았는데 황태자의 포리쉐 사랑이 생각보다 대단했던 모양이었다. 늘 뭘 하든 멀찍이 떨어져 있던 황태자가 따라나서겠다고 할 줄이야. 기사의 외침 후에 실비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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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싹둑> 데드엔딩 루트가 일시 해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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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데드엔딩 루트가 일시 해제된다고? <모가지가 싹둑>?’

깜짝 놀란 실비아는 기록창을 열어 <모가지가 싹둑>의 상세설명을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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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엔딩 : <모가지가 싹둑>

- 우라엘 황태자에게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한 실비아는 수호하는 흑기사들에 의해 모가지가 썰리고 말았다. 1초 만에 머리와 몸이 분리된 지라 고통은 없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일까.

데드엔딩 조건 : ??

*우라엘 황태자의 허용하에 일시 해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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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이 가려져 있네? 데드엔딩 메시지가 뜬 걸 보니 황태자가 공략 캐릭터일 확률이 아주 높겠어. 그건 그렇고 뭔 놈의 데드엔딩이 모가지를….’

멀리서 다가오는 황태자와 기사를 보며 실비아가 치를 떨었다. 데드엔딩이 일시 해제된 건 우라엘 황태자가 포리쉐를 찾기 위해 실비아와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황태자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이가 있으면 수호하던 기사들이 방어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대뜸 모가지를 싹둑이라니. 뭔 놈의 게임이 이렇게 살벌한가 싶었다.

‘개 같은 노점 게임, 뭔 놈의 게임이 갈수록 어렵냐고. 이래서야 유저들이 남아나겠어?’

이딴 식으로 난이도를 설정하면 엔딩 보기 전에 모두 게임을 접을 터였다. 물론 실비아는 빙의된 몸이기에 이곳을 못 떠난다…. 그녀는 울분을 삼키며 주먹을 꽉 쥐었다.

사파리 월드 전용 마차는 야생 본능이 살아있는 동물한테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말들은 전신을 꽁꽁 감싼 철갑옷을 걸친 채 철갑 지붕 아래 있었고, 마부석도 마찬가지로 철갑으로 둘러싸였다. 실비아는 <손은 눈보다 빠르다>스킬을 쓸 생각으로 마부석에 자리했다.

기다리고 있으려니 기사와 우라엘 황태자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마부석과 안을 연결하는 칸이 열리더니, 기사가 그 사이로 형형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당장 출발하라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기사의 명령과 함께 마부가 얼른 말을 출발시켰고 실비아는 스킬을 쓰기 전 <동정 레이더>를 켰다. 황태자가 비록 칸 너머지만 가까이 와있으니 그가 공략캐릭터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설마,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쟤는 좀 공략하기 까다롭단 말이야.’

데드엔딩까지 떴건만, 실비아는 제발 우라엘황태자가 공략캐릭터가 아니기만을 기도했다. 그러나 띠링,소리와 함께 떠오른 메시지에 실비아의 입에서 절망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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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태에선 공략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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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역시 공략 캐릭터가 맞구나. 대체 쟤를 어떻게 공략한담.’

실비아는 암담함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 비통한 표정을 본 마부가 잠시 이상한 이를 보듯이 힐끗댔다. 시선을 느낀 실비아는 아차 싶어서 마부의 운전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남이 운전하는 걸 왜 집중해서 보냐고? 직접 말을 몰기 위해서였다. ‘1분 속성 운전면허 따기’라고나 할까. 강사인 마부의 허락이 없는 일방적 운전면허 연수였다.

그동안 림보의 자율주행 덕에 승마를 직접 해본 적이 없던 실비아로선 눈대중으로라도 마부의 운전 솜씨를 익혀야 했다. 나중에 실비아가 스킬을 써서 직접 운전해야만 외제마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너 돌 때는 고삐를 저렇게, 잠시 설 때는 저렇게…. 재촉할 때는 저렇게. 됐어. 운전연수 끝.’

“저기, 이 말들은 외제마만큼 빠르게는 못 달리죠?”

“어휴, 외제마처럼은 못 달리죠. 그래도 외제마에 준하는 명마들이긴 해요. 외제마가 터보 주행을 하지 않는 한 얘네들도 미친 듯이 몰면 자율주행 속도는 따라잡을 수 있죠.”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칸막이를 살짝 열어 마차 안을 보니 황태자가 어두운 낯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이 정도 거리에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상판대기에서 장난 아니게 빛이 났다.

우수에 젖은 푸른 눈은 밝은 달이 뜬 깊은 호수 같았는데, 빨가벗고 뛰어들어 온종일 수영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뿐이랴. 높은 콧대는 미켈란젤로가 반평생을 공들여 깎은 것처럼 환상적인 라인을 자랑했다. 엘리셔스 제국 국보 1호라고 할만한데? 실비아는 저도 모르게 몽롱한 눈으로 황태자의 얼굴을 핥듯이 감상했다.

‘어머, 잡티 하나 없이 피부 뽀얀 거 봐. 신생아인 줄. 이목구비 주차는 뭐 저리 완벽해?’

순간 집요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황태자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는 얼빠답게 잠시 뇌를 거치지 않고 윙크를 날렸고, 황태자의 썩은 표정을 받았다.

민망해진 그녀는 ‘어우, 마그네슘이 부족한가. 눈꺼풀이 왜 이렇게 떨려.’라고 크게 중얼거리곤 칸막이를 얼른 닫았다. 얼굴 감상에 넋이 빠지는 바람에 신체가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개수작을 부린 것이다. 얼굴이 새빨개진 실비아는 미친 짓을 한 제 눈을 찰싹찰싹 때렸다.

‘쪽팔려. 마그네슘이라니. 무슨 말인지도 모를 텐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개소리를 해버렸네. 차라리 먼지가 들어갔다고 할걸. 망할 놈의 눈새끼야. 그 순간에 왜 윙크를 날리니. 휴.’

잘 생겨봤자 지금은 접근하는 순간 목이 썰릴 뿐이다. 다시 진정하고 뒤를 돈 실비아는 칸막이를 열고 황태자에게 말을 걸었다. 포리쉐를 찾을 단서를 얻기 위해서였다.

“저하, 포리쉐라는 말은 평소에 빨리 달리는 걸 즐기는 지요?”

“아니.”

너무 단답…. 질문의 의도를 읽고 더 길게 말해주면 어떨까 싶었으나 그런 요구를 했다간 칸막이 사이로 기사가 검을 들이밀지도 몰랐다. 실비아는 단서를 수집하기 위해 더 상세히 질문했다.

“그럼 지금 마차속도로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건가요? 포리쉐가 이렇게 놀란 적이 있습니까? 포리쉐가 갈만한 장소는 짐작이 안 되시나요? 자세히 알려주시면 포리쉐를 빨리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놀랐으니 더 빨리 달리고 있을 거야. 포리쉐는 물가를 좋아해.”

“저하의 말씀대로다. 포리쉐를 쫓으려면 지금 속도보다 훨씬 빨리 달려야 해. 그리고 포리쉐는 물가에 머무는 걸 좋아하니 사파리 월드에 호수나 강가가 있다면 그쪽으로 가 보는 게 좋겠군.”

“호수랑 강가요? 늪지대는 있습니다만….”

실비아의 말허리를 끊고 마부가 대답했다.

“아뇨. 강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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