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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27화 (227/372)

227화

『나 바빠. 오후에는 잠시 귀신의 집에서 알바하기로 했어.』

“괜한 걱정을 했구나…. 그런데 있잖아. 던전은 주말 이후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으응. 그때까지 놀이동산에서 일하고 있을게.』

블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블루의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준 실비아는 뿌듯한 얼굴을 하다가 아차 하며 입을 열었다.

“맞다. 어떻게 연락하지? 너 전서구는 없지? 전서구가 뭐냐면 편지를 주고받는 새거든? 그걸로 연락할 수 있어. 근데 넌 전서구가 없어 연락할 방법이 없잖아. 주말 지나고 여기 놀이공원으로 내가 찾아올까?”

『전서구? 아무 새나 다 되는 거야? 전서구를 할 만한 새가 없나….』

블루는 주변 나무들을 훑어보더니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무 위에 놀고 있는 파란색 새가 한 마리 보였다. 자세히 보니 날개만 파랗고 온몸이 알록달록했다. 뭐 저리 화려하게 생긴 새가 나무 위에서 놀고 있지? 거기다가 덩치도 좀 큰 거 같은데. 실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새를 관찰했다. 높이 있어서 그런지 무슨 종류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저 새로 정했어!』

블루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더니 새와 뭐라 뭐라 얘기를 나눴다. 새는 날개를 쫙 펴더니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가로 젓는 등 고심하는 기색이었다. 잠시 후 어깨 위에 새를 매단 블루가 아래로 내려왔다.

『전서구 구했어.』

“어? 이거 앵무새 같은데? 앵무새가 전서구가 되려나. 훈련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앵무새? 그냥 새면 다 되는 거 아냐?』

“이 새는 사람 말을 따라 하는 새야. 보통 새보다 더 똑똑해서 전서구 일을 더 잘할 것 같기도 하고? 어째서 앵무새가 주인도 없이 나무에 앉아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디 한번 볼까?』

블루가 앵무새한테 뭐라 뭐라 속삭였다. 그랬더니 앵무새가 저 멀리 건물 지붕 위로 날아갔다가 블루에게 다시 돌아왔다.

『저기 건물 위로 날아갔다 오라고 하니까 잘하는데? 이 정도면 훈련 안 해도 될 거 같지 않아?』

“앵무새라서 그런지 다른 새들보다 훈련이 쉽나 봐. 이런 새를 전서구로 써도 되는 건진 모르겠지만…. 앵무새가 전서구 하겠대?”

『할 거야? 전서구.』

“응!”

블루의 어깨 위에 앉은 앵무새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간의 언어로 대답했다. 눈빛이 똘똘한 거 보니 잘할 거 같았다.

“그래, 뭐. 보니까 일 잘할 거 같네.”

참둘기는 늑대 수인인 세비스가 야생에서 잡아 와서 길들였었다. 블루도 사람이 아니라 드래곤이라 그런지 야생 새랑 대충 대화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 뭐 앵무새든 뭐든 잡아서 전서구라고 이름 붙이면 그만이지. 실비아는 납득 한 뒤 참둘기 둥지 주소를 블루에게 건넸다.

“이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전서구가 내 편지를 받아 올 거야.”

블루가 주소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 연락망은 이제 해결됐고…. 앵무새와 눈을 마주치던 실비아는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다시 입을 열었다.

“심해도시는? 심해도시는 어떻게 갈 거야?”

『내가 어딘지 알고 있다고 말했었지? 드래곤이 돼서 입구까지 직접 날아갈 거야.』

“뭐? 드래곤이 돼서?!”

실비아의 머릿속에 성층권으로 날아가서 죽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화들짝 놀라는 실비아의 모습에 블루가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 드래곤이잖아. 실비아, 잊고 있었구나? 영광인 줄 알아. 너는 드래곤 등 위에 타는 몇 안 되는 인간이 되는 거야.』

“어어….”

실비아가 찝찝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블루는 눈치가 없어서 그녀의 표정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활짝 미소 짓더니 오늘치 분의 키스를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실비아는 대충 입술을 비볐다. 블루는 금방 떨어지는 실비아의 입술에 불만스럽게 볼을 부풀렸다.

『이게 뭐야?』

“뭐긴, 뽀뽀지.”

『이게 무슨, 너무 대충이야!』

“한 번쯤은 대충 할 수도 있잖아.”

심드렁하게 대꾸한 실비아는 그가 칭얼거리는 걸 내버려 두고 일어났다. 슬슬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황제와 황태자를 안내하는 중요한 업무가 있었다. 떠나려던 실비아의 손을 블루가 덥석 잡았다. 시선을 내려보니 블루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고 있었다.

『이게 뭐야. 우정이 식었어! 무성의하게 입술만 비비다니.』

“보는 눈이 많아서 그래. 사람 없을 때 진하게 해줄게! 나 가야 해.”

실비아가 몸을 돌리려하자 블루가 재차 잡았다. 그의 입술이 급하게 열렸다.

『어디 가는데?』

“옷 갈아입으러!”

블루의 손을 뿌리친 실비아가 다다다 뛰어갔다. 그녀의 등 뒤로 앵무새가 “잘 가!”라고 인사했다. 급히 구내식당으로 간 실비아는 점심을 먹은 뒤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차, 옷을 갈아입어야지.‘

그녀의 발길이 어두운 복도 끝에 있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시찰 안내를 위해 평소 입던 유니폼이 아닌, 집에서 가져온 예쁜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손잡이를 돌리고 들어가려던 실비아의 손등 위로 커다란 손이 겹쳤다.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블루였다. 아니, 얘가 여기에 왜? 아까 분명히 두고 왔는데? 실비아가 눈으로 묻자 블루가 이 끝이 보이도록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실비아, 아까 사람 없을 때 진하게 해준다고 했었잖아. 여기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응? 아! 뭐야. 그래서 지금 여기서 해달라고?”

눈꼬리를 부드럽게 휜 블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는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나 살피곤 블루를 안으로 데려왔다. 아직 점심시간이 남아있는 데다가 라커룸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들리는 사람이 잘 없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문을 잠근 실비아가 뒤돌려는 순간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은 블루가 고개를 숙였다.

“잠깐, 저기로 좀 가서….”

몸이 겹치자 그녀의 코끝으로 시원한 향기가 밀려들어 왔다. 향수도 안 뿌리는데 어떻게 이런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음, 실비아. 네 향 너무 좋아….』

실비아가 느끼기엔 블루의 몸이 더 향긋했고 제 몸에선 바디워시 냄새밖에 안 나는 거 같았는데, 블루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블루는 그녀의 뒷덜미에 깊게 코를 박았다. 따뜻한 숨결이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실비아의 체취를 맡듯 숨을 깊게 들이쉰 블루가 얇은 허리를 단단한 팔뚝으로 강하게 휘감았다. 그가 실비아를 으스러뜨릴 듯 강하게 껴안자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빈틈없이 맞붙었다. 거칠어진 블루의 숨소리에 어쩐지 분위기가 묘해졌다. 가만히 블루에게 안겨있던 실비아의 턱을 블루가 가볍게 쥐더니 제 쪽으로 돌려 입을 겹쳤다.

“음….”

입술을 여러 번 반복해서 빨던 블루가 고개를 기울이더니 실비아의 입술 사이로 혀를 미끄러트렸다. 입안으로 들어온 뜨거운 살덩이는 처음엔 조심스럽게 점막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두꺼운 혀는 배려를 집어치우고 점차 난폭하게 안을 헤집었다. 며칠 동안 실비아가 바깥에서 대충 입만 맞추고 도망쳤더니 욕구불만이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블루는 입맞춤을 하면서 실비아를 자연스럽게 소파로 이끄는 재주를 발휘했다.

어느새 소파 팔걸이에 기댄 자세가 된 실비아를 블루가 위에서 덮치듯이 끌어안았다.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가둔 채 입을 겹치니, 마치 덫에 걸린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실비아는 진정하란 의미로 블루의 등을 토닥이며 입맞춤을 끝내려고 입을 오므렸다. 그러나 양 뺨을 쥔 블루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어쩔 수 없이 입이 크게 벌어졌고, 접촉이 더 깊어졌다.

안을 침입한 혀는 입안의 여린 살을 빠짐없이 훑고 무언가를 갈급하듯 급하게 긁어댔다. 끈적하게 섞인 서로의 타액이 입가를 적시고 턱까지 흘러내렸다.

실비아는 헐떡거리며 블루의 가슴팍을 두드렸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저히 놔주질 않으니 뜨거운 숨결이 겹친 입술 사이를 오가기만 할 뿐, 빠져나가질 못했다.

“으읏….”

『하아.』

아예 작은 입을 삼켜버릴 듯, 블루는 조그만 입술을 쉼 없이 빨고 자근자근 깨물었다. 커다란 손이 뒤통수를 더 바짝 끌어당기자 혀가 금방이라도 목구멍을 찌를 듯 깊숙이 들어와 숨이 턱 막히도록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섹스처럼 삽입하는 입맞춤에 실비아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고 머리가 팽팽 돌았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단단한 가슴팍을 강하게 밀치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흐릿하게 눈을 뜬 실비아는 한참을 콜록거린 뒤 입가를 훔쳤다. 살짝 부어오른 입술이 서로의 타액으로 엉망이었다.

“허억, 헉. 아, 너무…!”

『다른 것도 하고 싶어…. 나중에 할 수 있다고 했었잖아. 언제 할 수 있는 거야?』

상체를 숙인 블루가 그녀의 쇄골을 혀로 살살 핥았다. 커다란 손이 아슬아슬하게 밑가슴을 스쳤다. 살짝 간지러운 느낌에 실비아가 움찔거리자 블루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쇄골에 촉-소리가 나도록 입 맞췄다.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블루가 조르듯 속삭였다.

『하아. 더 가르쳐 주기로 했잖아. 실비아. 응?』

“그게, 아직은….읏.”

『부드러워.』

밑가슴을 간지럽히던 블루의 손이 슬금슬금 위로 올라오더니 봉긋한 가슴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양 뺨을 발갛게 붉힌 실비아의 촘촘한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가슴을 감싸고도 남은 커다란 손이 옆구리를 부드럽게 간질였다.

블루는 더 뭔가를 하진 않고 허락을 구하듯 손을 얹고 가만히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눈에 또렷이 담긴 열기의 의미는 분명했다.

어쩐지 부끄러워진 실비아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남주들에게 미친 척 먼저 다가간 적은 많아도 반대의 상황에 처한 적은 거의 없는지라 너무 민망했다.

그녀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블루가 뜨거운 숨을 내쉬더니 가슴을 모으듯이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가슴을 한가득 담은 손이 오므려졌다 펴질 때마다 그의 붉은 입술에서 뜨거운 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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