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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23화 (223/372)

2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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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대보탕>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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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봐도 체력 아니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이템명이었다. 상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황급히 인벤토리를 열어 보니 아이템 칸에 <십전대보탕>이 있었다. 상세설명을 터치한 실비아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음용할 시 힘이 50 상승한다는 말과 함께 자그마치 레벨이 10이나 올라간다는 놀라운 설명이 있었다.

“와! 엄청난 아이템이네요. 힘도 주고 레벨 업도 시켜준다니. 근데 이게 얼굴 따라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죠?”

“그건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손안에 있던 빈 상자가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졌다. 실비아는 비어버린 손을 쥐었다 펴며 아쉬운 얼굴을 했다.

“다른 상자는 뭔가요? 너무 궁금해요.”

“선택하지 않은 건 볼 수 없지. 그럼….”

실비아의 눈길이 사라진 상자를 찾듯 움직였지만 남신은 단호했다. 그가 손뼉을 짝 치자 시야가 점차 흐려지며 그와의 거리가 벌어졌다. 성질도 급하셔라. 벌써 간다니. 실비아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멀어져가는 남신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래. 게임 재밌게, 아니 열심히 잘하길 바래. 아! 레벨 업으로 얻은 포인트는 신중하게 써!”

작별 인사를 하던 남신이 급하게 뒷말을 얹었다. 잠시 시야가 암전되고 곧 귓가에 행인들의 시끌벅적한 대화가 들려왔다. 눈을 뜨니 분수대 앞이었다. 실비아는 멍하니 분수대를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아! 루카 형에 대해서 물어볼걸.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대로 대화를 못 했어. 아쉽네.’

궁금한 게 많았는데 너무 짧은 만남이었다. 게임은 물어보지 말고 스스로 해라 이건가…. 실비아는 조금 전의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남신은 왜 게임이 재미없냐며 시무룩해졌던 걸까? 그리고 안 좋은 꿈을 꿨다니, 남신도 꿈을 꾸나? 그는 원래 신이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았던 걸까.

의문이 많았지만 지금 당장은 풀 길이 없었다. 남신에 관한 생각을 그만둔 실비아는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인벤토리에서 <십전대보탕>을 꺼냈다. 마치 사약 같은 검은 물이 담긴 사발 한 그릇이 나왔다.

‘찝찝하게 생겼네. 더럽게 맛없어 보여.’

오만상을 쓴 실비아는 코를 막고 사발 그릇에 든 것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러자 빵빠레 소리와 함께 레벨 10과 힘 50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실비아는 상태 창을 켜 현재 능력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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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레벨 57

망치 전사

가진 돈 : 7만G(림보 것 : 5만 골드)

체력 : 250 힘 : 250 지력 : 530 민첩 : 150

화술 : 310(+50)

업보 : 20

신앙심 : 5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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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도 : 60

세간의 평가 : <라이징 스타>

전투 스킬 : <뚝배기 깨기>, <1+1>, <정화의 망치>, <*손은 눈보다 빠르다>, <불망치>

생활 스킬 : <헛소리를 온 누리에 진지하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아이고 내 배꼽 아재 개그>

패시브 스킬 : <만독불침>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60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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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전대보탕>의 효과는 엄청났다. 실비아의 레벨은 한방에 57이 됐다. 힘은 250에, 지력은 오늘치 단어장을 섭취하고 인턴 일을 하면서 또 상승해서 530이었다. 소지금은 여전히 부동…. 왜냐, 인벤토리에 넣지 않고 몰래 쓰고 있으니까. 그리고 세간의 평가란은 새롭게 획득한 <라이징 스타>로 바뀌어있었다. 실비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상태 창을 껐다.

이제 <행운의 동전>은 썼고 다음 차례인 비밀상점으로 갈 차롄데….

“어머, 저 사람 혹시 그 불 훌라후프….”

“‘불라후프’ 말이야? 맞나 봐!”

실비아의 귓가에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거리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분수대 안에 들어가서 슈퍼맨 자세를 3초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망신당하는 게 익숙해진 실비아라도 일부러 작정하고 망신살을 뻗칠 용기는 없었다. 거기다가 백화점 앞이라 보안요원들도 근처에 여럿 있어서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아 잡혀갈 우려도 있었다.

‘지금은 가지 말자. 괜히 분수대 안에 들어갔다가 안 좋은 일로 신문에 실릴 순 없지.’

결정을 내린 실비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롤러 운동화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비밀상점은 던전 가기 전에 한적한 시간대에 다시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나 왔어.”

“오셨어요?”

문을 열자마자 앞치마를 한 세비스가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실비아는 샤워하며 퇴근 때 봤던 어이없는 광경을 떠올렸다. 블루의 신출귀몰은 끝없이 계속됐고, 결국 퇴근 시간에 엘리셔스 월드 출구를 나서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까지 했었다. 매표소 직원 옆에 서서 표를 받는 블루의 모습에 실비아가 입을 떡 벌렸었다. 블루를 생각하다가 결국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은 그녀는 코로 물이 들어와 잠시 고생했다.

‘생각보다 적응력이 엄청난 애였어. 그래도 살짝 걱정되기는 하네. 일이야 금방 적응했다 쳐도 놀이동산 안에서 어떻게 자려고 그러지? 역시 데려왔어야 했나.’

마법도 쓸 줄 알고 적응력도 빠른 애니 어떻게든 하겠지 싶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차라리 며칠간은 물개로 있으라고 할 걸 그랬나 보다. 괜히 밖으로 꺼내놓고 내버려 두고 오다니 맘이 무거웠다. 막상 블루는 자유를 찾아서 즐거운 모양이었지만 그것도 잠시지, 지금쯤이면 잠자리가 불편해서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복잡한 생각도 잠시, 샤워를 끝낸 실비아가 식탁에 앉자 세비스가 림보 얘길 꺼냈다.

“실비아 님. 황궁 직원들에게 감시소에 대해서 물어봤는데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거기가 아니라 바로 감옥에 가나 봐요. 그러니 어느 정도 면회자의 신분만 확실하면 면회가 가능하다네요.”

“정말? 감시소에 있는 게 감옥에 있는 거랑은 또 다른 거였구나.”

실비아가 안도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비스는 말을 이어갔다.

“네. 감옥이랑은 확실히 달라요. 거긴 말 그대로 감시만 하는 거지 처벌은 내리지 않는 다네요.”

“감시만 한다니. 그럼 림보가 심각한 짓은 안 했다는 거겠네!”

희망적인 말에 실비아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렇지. 림보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었다. 당근을 훔쳐먹은 걸까? 아니면 귀족의 옷이라도 물어뜯은 걸까. 면회를 가보면 확실히 알게 될 터였다.

세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요일로 면회 예약을 잡아놓겠다고 했다. 그날 실비아는 반차를 내서 황궁으로 가고, 세비스는 퇴근 후 바로 황궁 앞에서 기다리기로 정했다. 다시 식사를 시작하는데 세비스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근데 아무래도 림보는 황궁 사람 중 한 명을 따라갔던 건가 봐요.”

“그렇겠지? 황궁 감시소에 있었으니까.”

“누굴 따라갔던 걸까요? 어떤 죄를 지어서 감시소에 갇힌 건지 들으려면, 면회 때 림보가 입마개를 안 하고 있어야 할 텐데요.”

실비아는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시소에 림보를 가둔 사람이 있을 텐데. 심각한 죄가 아니라면 적당히 정상 참작해서 빼 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걱정이었다.

“그러게. 수요일에 가봐야 알 수 있겠어. …사식을 한번 넣어 볼까? 림보가 좋아하는 티라미수 케이크는 어디서 사면 좋으려나….”

림보 얘기를 하다 보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월요일 저녁은 깊어갔다.

* * *

“실비아 양. 내가 주기로 한 거 있지? 깜빡 잊고 있었지 뭐야. 받아.”

엘리셔스 월드에 출근한 실비아는 점심시간이 되어 서커스단장과 마주쳤다. 그는 마침 잘 만났다며 실비아에게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조심스레 열어 보니 돈이 들어있었다. 무심결에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려던 실비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행동을 멈췄다.

‘어우, 깜빡할 뻔! 인벤토리에 넣으면 안 돼! 뒷돈으로 챙겨놔야지.’

이제 뒷돈을 챙기는 것 정도는 양심에도 안 찔리게 된 실비아는 아무렇지 않게 미니 백에 돈을 집어넣었다. 얼마인지는 비밀이다. 계산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이상하게도 업보 시스템이 뒷돈을 챙길 때는 발동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단장은 인사하고 뒤돌아 가려는 실비아를 불러세웠다.

“잠깐, 실비아 양. 인턴은 그럼 이번 주까지 하는 거야? 황궁에서는 어떤 일을 할지 정했고?”

“글쎄요. 인턴은 우선 이번 주까지 하기로 사무실에 말씀드렸고…. 원래 인턴 끝나고 여행을 가기로 계획해놨거든요. 여행하는 동안 어떤 일을 할지 천천히 고민해보려고요.”

실비아의 눈동자가 잠시 생각하듯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블루와 같이 가는 심해도시 공략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 여행을 갔다 온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갔다 온 후에 무슨 일을 맡고 싶은지 황궁에 전하면 될 터였다. 아직 황궁에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실비아의 대답에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천천히 고민하도록 해.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고! 전서구 둥지 주소 알지?”

저번에도 저 말 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서커스단장은 실비아와 계속 인연은 맺고 싶은 모양이었다. 서커스단장과 가깝게 지내는 건 실비아도 바라던 바였다. 조만간 연락하겠다고 하자 서커스단장이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떠나갔다.

미니 백을 두드리며 돈이 제자리에 있나 확인한 실비아는 다시 아쿠아리움으로 가 청소를 시작했다. 옆에는 한창 훈련 중인 물개들과 조련사가 있었다. 슬쩍 보니 블루인 척 위장 취업한 파란 물개가 코에다 공을 굴리는 게 보였다. 하는 양을 보니 블루보다 훨씬 재주가 좋아 보였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고 조련사는 실비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파돌이가 갑자기 재주를 잘 부리네요. 거기다가 성질도 많이 온순해졌어요. 실비아 양이 없어도 정어리도 잘 받아먹고요.”

“정말요? 애가 철이 들었나 봐요. 파돌이 때문에 엘리셔스 월드를 떠나는 게 걱정됐었는데 다행이에요.”

실비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잘 됐다며 손뼉을 짝짝 쳤다. 다행히 조련사는 파돌이가 다른 물개로 바꿔치기 된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사실 좀 이상하다 느끼더라도 파란 물개가 흔한 게 아니니 기분 탓이라고 여기는 걸지도 몰랐다.

위장 취업시킨 물개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던 실비아는 블루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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