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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18화 (218/372)

218화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로써 게임 57일 차. 실비아는 또 학주 꿈을 꿨고 메시지 음을 알람처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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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속옷>의 효과로 실비아의 지력이 10 상승합니다. 지력이 총 500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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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신난다! 지력이 드디어 500이라니. …400일 때는 스킬 업 효과가 있더니, 이번엔 별다른 효과는 없나 보네.’

아쉬운 마음으로 거실로 나온 실비아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세비스가 아침부터 나갔다 온 건지 신문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실비아 님, 이 신문 보세요! 실비아 님이 했던 공연이 기사로 실렸어요! 실비아 님 얘기가 1면에 나와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어디, 어디.”

신문을 펼쳐 든 실비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세비스의 말대로 서커스 공연이 1면에 대서특필 돼 있었다. 혹시나 단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기사로 나왔을까 걱정했지만, 무슨 수를 쓴 건지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비밀에 부치기로 한 건가? 엘리셔스 월드 입장에선 이미지 실추가 되는 사건일 테니 뒷돈을 주고 숨겼을 수도 있겠네.’

실비아의 눈이 바쁘게 기사를 읽어 내렸다. ‘역대급 멋진 공연, 이 단원의 정체는?’이라는 커다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실비아의 엄청난 묘기에 대해 칭찬하며, 그녀가 황제 폐하의 명으로 황궁 소속이 된다고 덧붙였다. 단체 사진도 한쪽에 실려 있었는데 실비아의 얼굴에 동그라미가 쳐 있었다. 그 아래에 ‘멋진 공연을 보여 준 실비아 양. 놀랍게도 정식 서커스 단원이 아닌 그녀는 이번 하반기 엘리셔스 월드 인턴에 뽑힌 지 얼마 안 된 재원이었다!’라는 설명이 보였다.

옆에서 함께 기사를 읽던 세비스가 무척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실비아 님, 이제 수도에서 유명 인사가 되겠어요! 황궁 공연에 참여한다고 하실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유명 인사는 무슨. 그냥 신문에 얼굴 한 번 나온 거야.”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그녀의 입꼬리가 조금씩 씰룩거렸다. 사건 사고가 아닌 자랑스러운 일로 신문에 오르다니! 서커스단장이 큰물에서 노니 마니 할 때만 해도 좀 과장되게 얘기한다 싶었는데, 이게 정말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이대로 황궁에 가면 그녀가 목표로 하던 정계 진출이 꿈만은 아니었다. 현생에서 빈둥거리며 살던 자신이 게임 세계에서 이렇게 잘나가게 될 줄이야. 그녀의 가슴이 성공을 향한 기대로 콩콩거리며 뛰었다.

실비아의 양손을 감싸 쥐고 좋아하던 세비스는 너무 오랫동안 잡고 있었단 걸 알아채고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았다. 그리고 눈치를 살피다가 그녀가 전혀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금방 속상해졌다.

‘전혀, 요만큼도, 신경을 안 쓰시네. 내가 아예 남자로 안 보이시나….’

다른 생각 말고 실비아를 돕는 데만 집중하자고 결심한 게 며칠 전 일이었다. 하지만 사랑이란 게 본인이 그만두겠다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사라지던가. 세비스는 혼자 포기했다가 또 혼자 실망하고, 다시 혼자 기대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짝사랑남의 전형적인 수순을 밟고 있었다.

세비스의 머릿속이 복잡하든 말든 정계 진출의 단꿈을 꾸며 멍해져 있던 그녀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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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는 제국일보 1면에 대서특필됐다! 세간의 평가가 <안쓰러운 새댁>에서 <라이징 스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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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라이징 스타라니. 이름부터 멋진데?’

불명예스럽던 <안쓰러운 새댁>에서 <라이징 스타>로 세간의 평가가 바뀌었다. <안쓰러운 새댁>은 달고 다니다 루카에게 들킬까 겁났었는데 이번 세간의 평가는 퍽 맘에 들었다. 실비아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상세 설명을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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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

- <라이징 스타>의 보상으로 랜덤 상자를 받습니다.

- <라이징 스타>의 효과로 유명세를 치릅니다.

- <라이징 스타>의 효과로 가끔 실비아를 알아본 사람들이 공짜 물건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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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번엔 아이템도 주나 보네?’

이번 세간의 평가는 다른 평가들과 설명이 달랐다. 메시지를 끈 실비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못 보던 조그만 상자가 들어 있었다. 세비스가 아침을 차리는 새 잠시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푸른 상자를 꺼내 열었다. 딸칵 소리와 함께 알록달록한 빛이 그녀를 감싸면서 미러볼처럼 돌았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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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중에 선택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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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랜덤 상자라서 선택지가 떴구나.’

번호로 되어 있어서 힌트도 없었다.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귀띔이라도 해 주지 이게 뭔가. 실비아는 눈을 감고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2!”

실비아가 외치자마자 미러볼 돌 듯 돌던 빛이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번쩍거렸다. 상자를 다시 내려다보니 조그만 쪽지가 보였다. 쪽지를 펼치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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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비밀상점 위치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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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안 그래도 비밀상점을 가 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바닷가마을을 들려야 하나 했더니 이런 꿀템이!’

쪽지를 집어 들자마자 상자는 스르륵 사라졌다. 쪽지에 적힌 위치를 보던 실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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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백화점 분수대 가운데로 들어가서 슈퍼맨 자세로 3초간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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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지가지 한다. 그녀는 울분을 삼키며 일단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세간의 평가를 다시 켜 다음 설명을 봤다. ‘유명세를 치른다.’ 무척 넓은 범위의 말이었다. 좋은 뜻은 아니었기에 그녀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안 좋은 예감이 드는걸. 그래도 바로 밑에는 공짜 물건을 준다고 적혀 있으니까, 뭐. 그래, 스타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세비스의 외침에 시스템 창을 끄고 뒤돌았다.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실비아 님, 아침 드세요!”

“알았어!”

실비아는 오늘 퇴근 후 비밀상점에 들러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가는 거니 살 게 많지 않을까.

‘비밀상점에 가는 김에 분수대에서 행운의 동전도 사용해 봐야겠어.’

콧노래를 부르며 엘리셔스 월드로 향하는 길. 롤러 운동화를 타고 쌩쌩 지나가던 그녀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잠시 대기했다. 주위에 선 사람들이 그녀를 힐끗거렸다. 뭔가 했더니 제국일보에 실린 그녀를 알아본 거였다. 조그맣게 속닥거리는 소리가 사이사이 들려왔기에 실비아는 귀를 쫑긋 세웠다.

“저 사람이 혹시 그… 제국일보….”

“불 훌라후프…. 통돌이…. 긴가민가….”

과연 신문 1면에 실린 효과는 컸다. 이 넓은 수도에서 출근길에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다니. 실비아는 구부정하게 섰던 몸을 바로 하고 피곤에 절어 게슴츠레하게 떴던 눈을 건실한 청년이 가질만한 열정 넘치는 눈으로 바꿔치기했다. 그러곤 가방에 쑤셔 박아놨던 사원증을 꺼내 얼른 목에 걸었다. 그러자 ‘맞네. 맞아. 엘리셔스 월드 인턴!’하는 속삭임이 뒤에서 들려왔다.

‘휴, 이게 바로 스타의 삶이란 건가! 피곤하다, 피곤해! 후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던 즐거움도 잠시, 실비아는 점점 피곤해졌다. 오늘 신문이 나와서 그런지 몰라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신경 쓰다 보니 대충 신호등의 빨간불이 깜빡일 때 급하게 건너는 것도 못 하게 되고, 껌조차도 함부로 씹지 못했다. 자세도 계속 꼿꼿하게 유지해야 했고 눈도 계속 부리부리하게 떠야 했다. 스타라는 게 원래 이렇게 피곤한 건지 처음 알았다.

“우리의 스타, 실비아 양!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사무실 직원들의 환대에 방긋 웃으며 대답한 실비아는 라커룸에 들어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며 몸에 힘을 뺐다. 그녀는 숨을 푸욱 내쉬며 벤치에 주저앉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그렇고, 엘리셔스 월드에 들어와서도 너도나도 기사를 봤다며 한마디씩 건네는 바람에 지각할 뻔한 것이다.

‘이런 게 유명세인가? 피곤하네.’

실비아는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가방에 든 물건들을 꺼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큰 가방을 가져왔다. 왜냐면 드래곤을 가르치는 101가지 어쩌구와 등짝에 수식 해석이 적혀 있는 바바리코트를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등 쪽이 수식으로 엉망이 된지라, 바바리코트를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방에 챙겨 오기로 결정했다.

코트와 책을 손에 든 그녀가 라커룸에서 나왔다. 직원이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듯 축하 인사와 함께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다 들었어요. 곧 황궁으로 간다면서? 축하해요. 그럼 이번 주까지 보는 건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네,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이번 주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근무하겠습니다.”

그녀가 사무실을 나서려 하자 사무실 직원은 대충 쉬어도 된다며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파돌이를 돌보겠다고 말한 뒤 걸음을 옮겼다. 쉬라는 데도 일하겠다는 열정적인 실비아의 태도에 직원이 ‘크, 능력 있는데 성실하기까지! 이러니 일찍 성공하지!’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직 성공한 게 아니라며 실비아가 손사래를 쳤지만,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린 나이에 황궁에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면서 연신 그녀를 추어올렸다. 이미 출셋길이 정해진 인턴인 실비아를 사무실에 있는 다른 인턴들이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봤다.

실비아는 미소 지으며 사무실을 나와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그러나 곧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사라지고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떠올랐다. 수식 해석을 얻었을 당시에는 너무 기뻐서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는데, 블루를 아쿠아리움에서 탈출시킨 다음이 문제였다.

‘탈출시키는 것까진 좋은데 얘를 어디에다가 데려다 놓지? 저번에 들었을 때 인간세계에 처음 나왔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럼 머물 곳이 없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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