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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17화 (217/372)

217화

“싸게 싸게 해치우자고!”

“네?”

“빨리 해치우자!”

다급했던 실비아가 어디서 주워들은 불량배 대사를 내뱉자 세비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얼른 말을 정정하며 세비스를 재촉했다. 드래곤 마법진 수식 해석도 얻었겠다, 황궁에 스카우트도 당했겠다, 그녀는 얼른 모든 걸 해치우고 아쿠아리움으로 출근하고 싶었다. 블루 공략이 코앞이야!

<굴다리 던전>은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는 일반 던전이었다. 침을 찍찍 뱉는 버릇없는 대형 들쥐들이 있어 그냥 때려잡으면 될 듯했다.

“때려, 때려!”

불망치를 꺼낼 필요도 없이, 신나게 망치로 패자 들쥐들이 잠을 자는 척 죽었다. 열정이 넘치는 실비아는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일망타진! 레벨이 1 상승했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인 <구린내 나는 들쥐>는 좀 잡기 어려웠기에, 불망치로 때려잡았다. 띠링, 하고 보스 몬스터를 해치웠다는 메시지가 떴다.

실비아는 주위를 살피다가 보스 몬스터 사체 위에 수상한 포가 하나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포였다. 보통 보스 몬스터한테 얻은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바로 들어가는데, 이건 왜 몸 위에 떨어져 있지? 실비아는 손으로 포를 집어 들다가 깜짝 놀라 떨어트렸다. 무척 따끈따끈했다.

포를 다시 집어 든 실비아가 ‘앗뜨, 앗뜨!’ 하면서 얇은 포를 들고 오두방정을 떨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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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곡을 먹고 자란 맛 좋은 쥐포>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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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가 그 쥐포 맞겠지?’

쥐를 잡았는데 쥐포가 나오다니. 쥐치로 만든 정상적인 쥐포인가 의심이 갔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별의별 거 다 먹었으니 이런 쥐포 정도야. 그녀는 쥐포가 식기 전에 얼른 입에 넣어 열심히 씹어 삼켰다. 목으로 원재료를 알 수 없는 쥐포가 다 넘어가자, 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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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를 먹으니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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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야? 능력치는? …능력치가 없어서 땅에 떨어져 있었구나. 이 망할 놈의 시스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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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는 신이 많이 나는 기분을 느꼈다. 잠시 붕붕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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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난다…가 아니라. 진짜 너무하네. 이게 끝이라니.’

잠시 정체 모를 기분에 들떠 두 팔을 번쩍 들었던 실비아의 표정이 곧 썩어들어갔다. 한동안 너무 퍼 준다 싶더니, 고생해서 얻은 던전 아이템이 고작 이런 거라니. 밸런스 조정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걸 보니 역시 망겜은 망겜이었다. 실비아는 입맛을 다시며 입에 남은 쥐포의 잔해를 마저 삼켰다. 어쩐지 옆에서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세비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실비아 님? 왜 저 냄새 나는 들쥐를 뜯어서… 드시는….”

“어? 아….”

아차. 이번에는 아이템이 들쥐 몸 위에 떨어져 있길래 주워서 호호 불어 먹었더니, 세비스가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었다.

“신탁이야.”

잠시 당황했던 실비아는 바로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세비스는 또 한 번 측은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세비스가 무슨 시선으로 자신을 보든 말든, 이제 모든 걸 통달한 그녀는 상태 창을 오랜만에 확인하기로 했다. 잠시 숨을 돌리려 벤치에 앉은 실비아는 세비스의 눈치를 살피며 시스템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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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레벨 47

망치 전사

가진 돈 : 7만G(림보 것 : 5만 골드)

체력 : 250 힘 : 200 지력 : 490 민첩 : 150

화술 : 310(+50)

업보 : 20

신앙심 : 5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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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도 : 50

세간의 평가 : <안쓰러운 새댁>

전투 스킬 : <뚝배기 깨기>, <1+1>, <정화의망치>, <*손은 눈보다 빠르다>, <불망치>

생활 스킬 : <헛소리를 온누리에 진지하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아이고 내 배꼽 아재 개그>

패시브 스킬 : <만독불침>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10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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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좀 올라서 그런지 점점 레벨 업 속도가 느려졌다. 이렇게 후드려 팼는데 꼴랑 1이 오르다니.

‘레벨업이 너무 느려. 블루도 던전이 있겠지? 블루랑 던전 가면서 섹스 프렌드도 되고, 레벨 업도 하면 딱 좋을 거 같네.’

섬에서는 레벨이 빨리 올랐던 것 같으니, 하루빨리 블루랑 던전에 가고 싶었다. 블루의 던전은 어떤 곳일까? 던전 공략이 오래 걸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상태 창을 끈 실비아는 인벤토리를 열어 획득한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게임 초반에 세비스한테서 얻은 <오염된 늑대 왕국의 입장권>이 여전히 붉은색으로 반짝거렸다. 입장 조건이 자그마치 레벨 80…. 이 정도면 거의 끝판왕급이었다. 여기에 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은 듯했다.

인벤토리를 살피던 그녀의 눈이 한곳에서 멈췄다. 섬에서 레벨 업 보상으로 얻었던 <행운의 동전>! 그러고 보니 이 아이템을 쓴다는 게 한동안 인턴 생활하느라 바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바닷가마을에서 쓰는 거니까 던전 가기 전에 잠시 들릴까…. 어? 지금 보니 마을의 분수대에서 쓰면 된다고만 쓰여 있네? 그럼 수도의 분수대에서도 쓸 수 있는 거 아냐?’

이걸 왜 몰랐을까. 지금 보니 아이템 설명엔 바닷가마을에서만 쓰라는 말이 없었다. 되는지 안 되는지는 조만간 분수대에 던져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행운의 동전>을 기억해 두기로 한 실비아는 오랜만에 시스템을 뒤적이다가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첩을 펼친 그녀의 얼굴이 금세 새빨개졌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여러 민망한 순간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살색 향연의 주인공은 모두 자신. 이건 뭐, 어디 유출될까 봐 겁나는 사진들이었다. 경악하며 사진첩을 훑던 그녀는 곧 강렬했던 사진 속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이때 참 좋았지. 또 이 순간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다….’

낯 뜨거운 장면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 추억들이 있었다. 그녀가 춤을 추는 걸 보며 경악하는 일행들의 모습, 프리허그 이용권을 쓰기 위해서 머드판 위에서 미남들을 껴안는 모습. 사진을 살펴보던 그녀의 입가에 어느새 미소가 떠올랐다. 그다음엔 사자상에 붙어 뒤치기를 도와주던 추억과 넝쿨 괴물에게 결박플을 당하며 신음하는 모습이 있었다. 루카의 부하들이 그녀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모습은 조금 별로였다. 최근으로 갈수록 루카와 함께 한 므흣한 추억들이 많아졌다. 계속 바뀌는 배경에 실비아의 가슴이 뿌듯함으로 차올랐다.

‘참 다양한 장소에서 많이도 했구나.’

한창 시스템 창을 보느라 정신이 빠져 있는데, 그 사이 땅에 떨어진 구슬들을 다 수거한 세비스가 그녀를 불렀다.

“실비아 님, 이제 집에 갈까요? 오늘은 빨리 끝났네요.”

“그러게. 어제 너무 바빴으니 오늘은 푹 쉬어야겠어. 내일 또 출근이잖아.”

자리를 털고 일어난 실비아는 세비스와 함께 굴다리를 빠져나왔다. 세비스는 한껏 설레는 표정으로 실비아를 돌아보았다.

“엘리셔스 월드 출근은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황궁은 바로 오세요?”

“아무래도 인턴은 이번 주까지만 해야 할 것 같아. 근데 바로 황궁을 갈 순 없을 것 같고, 우선 던전 공략부터 하려고.”

“아, 던전 공략! 이번엔 어떤 곳이에요?”

세비스의 물음에 실비아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부득불 섬까지 따라오려고 했던 저번처럼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블루랑 섹스 프렌드가 되어야 하는데 골치 아픈 일이었다.

“아직은 몰라. 곧 가게 될 것 같아. 신탁! 신탁 알지? 신탁이 들렸어.”

“신탁이 또 내려왔군요.”

만능단어인 신탁을 말하자 세비스가 바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변명으로 써먹기 좋은 단어였다. 실비아는 볼을 긁적이며 세비스의 눈치를 봤다.

“그게, 아무래도 같이 가긴 힘들 것 같은데. 음…. 집 잘 보고 있을 수 있지?”

“아! …그럼요. 돌아오실 때까지 청소 잘해 놓을게요.”

따라오겠다고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차분한 대답이 돌아왔다. 얘가 웬일로? 예상과 다른 반응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비스를 바라봤다. 세비스는 시선을 땅에 두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번 던전 공략 때도 실비아 님은 혼자서도 잘하고 오셨잖아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지셨고요. 그러니 이번에도 잘 해내실 거라 믿어요. 말씀하신 대로 저는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혹시나!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만 하세요.”

“어, 그래. 고마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실비아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어색한 순간을 견뎠다. 얘가 몸이 자라면서 눈치도 자랐나? 그건 참 좋은 일이긴 한데, 어쩐지 씁쓸하기도 했다. 이게 어른이 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맘인가? 달라붙을 땐 귀찮았는데 어른이 되어 낯을 가리기 시작하니 괜히 쓸쓸해지는…. 비유가 조금 적절치 않았지만 그런 마음인 거 같았다. 괜히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진 실비아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며 화제를 돌렸다.

“던전 공략 갔다 오고 나서는 황궁에 함께 출근하게 되겠네. 그럼 출근부터 퇴근까지 항상 함께 있을 수 있겠어, 신난다!”

“맞아요. 그건 정말 기대돼요.”

실비아와 함께 출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세비스가 기뻐하는 것 같자 그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나저나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말한담? 황제는 원하는 자리는 무조건 말하기만 하면 꽂아 줄 것처럼 말했지만, 정말 아무 곳이나 갔다간 불쟁이 때처럼 고용인들에게 미움을 살지도 몰랐다. 지금 능력치에서 정계 진출로 가기 가장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 머리를 굴려 봤지만, 금방 적절한 자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할지 아직 못 정한 게 고민이네. 황제 폐하가 딱 짚어서 어디에 출근하라고 말해 줬으면 좋았으련만.”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념에 잠겼다. 세비스의 말대로 일단은 신중히 고민해 보고 결정할 일이었다.

‘우선 블루를 아쿠아리움에서 빼내고 던전을 가자는 소리를 듣는 게 먼저야. 황궁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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