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사과는 그만하세요. 이미 지나간 일인데요, 뭘. 어차피 내일 공연 전에 리허설이 한 번 더 있을 테니까 그것만 참여해 주면 됩니다.”
“아…. 죄송해요, 정말. 내일 리허설은 몇 시에 하나요?”
서커스단장은 실비아에게 리허설은 몇 시에 하며 어디서 집합할지를 알려 주었다. 수첩을 꺼내 열심히 받아 적은 실비아는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진짜 죄송해요.”
“아이고, 더 사과 안 해도 된다니까요! 면접 때 본 대로 실비아 양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으니까 걱정이 없습니다. 그날 하던 것처럼만 해주면 됩니다.”
서커스단장의 다독임에 실비아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러나 이런 둘의 대화를 고깝게 바라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불 쇼를 하는 단원 불쟁이였다. 불 쇼를 주로 하는 이 단원은 서커스단 내에서의 별명이 불쟁이로 본명은 몰라도 된다…. 그는 머리에 피도 안 말라 보이는 애송이를 추어올려 주는 서커스단장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못마땅한 얼굴로 팔짱을 낀 그는 무대 구석에서 둘의 대화를 바라보다가 곰 탈을 쓴 동료 단원에게 속닥거렸다.
“단장은 대체 저 애송이가 뭐라고 저렇게 감싸는 거지? 리허설도 안 온 자식인데 말이야, 건방지게! 어느 가문 자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핏덩이가 아무래도 우리 서커스단이 우습나 본데? 본때를 보여 줘야겠어.”
“어떻게 하려고?”
“가까이 와 봐….”
불쟁이가 곰 탈의 귀에 한참을 속닥댔다. 작당 모의의 구린내가 진하게 풍겼다. 단원들이 수상하게 속삭이는 걸 눈치채지 못한 실비아는 모두에게 우렁차게 인사를 한 뒤 문밖으로 나섰다.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닿는 걸 알지 못하고서.
“실비아! 할 일은 다 끝났어?”
“네. 이제 갈까요?”
밖을 나오니 이제 완전히 사위가 어두워졌다. 가면을 벗은 둘은 놀이동산 밖으로 나왔다. 루카를 알아본 발레파킹맨이 즉각 마차를 내왔다. 입구를 길게 차지하는 화려한 사두마차를 본 실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엘리셔스 월드를 출퇴근하며 화려한 마차를 많이 봤기에, 루카의 것도 의례 그런 거겠거니 생각했는데 차원이 달랐다. 현생의 리무진 같은 압도적인 크기에 주마장에 서 있는 마차들이 절로 움츠리는 환상이 보이는 듯했다.
초반에 림보를 보며 외제마 사두마차가 있다며 자랑하던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림보랑 비슷하게 생긴 때깔이 좌르르한 흑마 네 마리가 마차에 매여 있고 감색 고급망토를 걸친 마부가 말들에게 당근 조각을 건네고 있었다. 가문의 문양이 양각된 차분한 푸른색의 마차는 마부의 옷과 깔 맞춤 되어 있어 보는 이의 눈을 편안하게 했다.
루카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 오른 실비아는 넓은 내부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법 장치가 있는 건지 외부와 다른 상쾌한 공기가 감돌았고, 소파는 누워도 될 정도로 푹신하고 커다랬다. 탁자 위엔 얼음통에 담긴 와인과 손질된 과일과 치즈가 접시에 가지런히 세팅돼 있었다.
‘마차 안에 있으면 흔들리지 않나? 이렇게 음식을 놔둬도 돼?’
실비아의 의문은 얼마 못 가 풀렸다. 루카가 안으로 들어오자 마부가 안을 점검하고 문을 닫았다. 잠시 후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에 그녀가 눈을 댕그랗게 뜨자 루카가 키득거렸다.
“왜 그렇게 놀라?”
“출발한 것 같지가 않아서요. 이거 왜 이렇게 안정적이지?”
“그야, 흔들리지 않는 마법을 걸어 놨으니까. 돈 뒀다 어디다 써. 이런 데 써야지.”
루카의 돈 자랑이 또 시작됐다. 마법석은 비싸지만, 우리 집에는 마법석이 나오는 광산이 있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마법석이 썩어 나서 집에 돌처럼 굴러다녀서 가끔 오징어를 위에 올려놓고 구웠다가 마법석인 걸 알고 화들짝 놀란다. 정말 처치 곤란! 그래서 마차에도 몇 개 대충 달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또 너에게 돈맛을 보여 주게 됐다는 기나긴 자랑에 실비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와, 그래서 이런 마차가…. 진짜 엄청나네요.”
“엄청날 것까지야. 뭐, 황실에서도 이런 마차를 끌긴 하지. 원래는 황제 폐하와 같은 급의 마차를 끄는 건 불경죄에 해당하지만, 우리 가문은 유서 깊은 마법사 가문에 광산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폐하께서 우리 가문은! 상관없다고 하셨어.”
“그렇군요….”
소파에 앉은 실비아의 눈이 계속 여기저기 돌아갔다. 별천지를 구경하듯 입을 헤-벌리고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에 루카가 흐뭇하게 웃곤 그녀의 옆에 가까이 붙어 앉았다. 단단한 팔이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더니 곧 실비아의 입 앞에 포크로 찍은 과일이 배달됐다. 그녀는 다람쥐처럼 작은 입으로 열심히 오물거리며 먹었다.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루카는 티슈를 뽑아 입가를 훔쳐 주었다.
무심코 고개를 든 실비아는 정염으로 화르륵 타오르는 금빛 눈동자를 보고 흠칫했다. 섬에 갔다 온 뒤부터 루카는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되면 눈이 돌아 버렸다. 변태인 실비아의 입장에서도 가끔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고나 할까. 루카는 티슈를 휙 던져 버리고 양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 쥐었다. 실비아의 등 뒤로 막다른 벽이 닿았다.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루카가 가까이 다가오자 서로의 코끝이 부딪쳤다.
“어…. 여기서요?”
아까와 달리 마차 밖에는 마부가 있었기 때문에 실비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루카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너무 앞서가는 거 아냐? 무슨 상상한 거야. 입술만 좀 비비자고.”
“아아.”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단단한 등에 손을 올리자 입술이 겹쳐졌다. 그녀가 입술을 살짝 벌리자 따뜻한 숨결이 먼저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다음엔 기다렸다는 듯 두꺼운 혀가 입술 사이를 미끄러지듯 넘어왔다. 루카의 혀에선 달콤하고 쌉싸름한 와인 향이 감돌았다.
입안을 천천히 유영하던 그의 혀가 촉촉한 작은 혀를 휘감았다. 간지럽히듯 조그만 혀를 문지르던 두꺼운 혀는 처음의 느긋함과 달리 점차 격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안을 침범한 혀는 작은 혀를 잡아먹을 듯 난폭하게 옭아맸다. 그걸로도 부족한 듯 작은 혀를 놓아준 두꺼운 혀가 더 깊숙이 들어오려는 것처럼 안을 쑤셔 댔다.
단지 혀를 섞는 것뿐인데, 마치 서로의 아래가 접합된 것처럼 격한 입맞춤이었다. 잠시의 숨 쉴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꽉 맞물린 입술에 실비아의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 발그레한 뺨을 감싸던 커다란 손이 급하게 더듬어 내려오더니 가녀린 몸을 부스러트릴 듯 강하게 끌어안았다.
섹스 못지않은 야한 입맞춤을 한참 이어 나가던 루카는, 숨이 모자란 실비아가 어깨를 몇 번 밀고 나서야 겨우 떨어져 나갔다. 루카의 붉은 입술이 투명한 타액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실비아는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한참을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하아…. 후.”
“아, 숨 막혀 죽을 뻔 했…앗.”
루카의 손이 거침없이 원피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놀란 실비아가 다리를 오므렸으나 거친 손길이 그사이를 파고들려고 시도했다. 속옷 위를 더듬거리던 단단한 손바닥은 실비아가 다리를 벌리는 걸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는 급하게 속옷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앗, 잠깐.”
“그래, 잠깐. 조용히 해 봐.”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실비아에게 속삭인 루카가 속옷 안으로 들어간 손을 더 아래로 미끄러트렸다. 가지런하게 나 있던 음모를 헤집은 손이 살덩이를 벌리더니 음습한 속살에 닿았다. 실비아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쥔 루카가 그녀의 귓바퀴를 혀를 내어 핥으면서 동시에 아래에 닿은 손을 바쁘게 놀렸다. 볼록한 음핵을 둥글리는 손가락에 실비아의 허리가 움칠거렸다.
“하으. 응…. 아, 안 한다고, 흐읏!”
“쉿. 금방 끝낼게. 이러다 들켜.”
집요하게 아래를 자극하는 손길에 원피스 자락이 들썩거렸다. 실비아는 흐릿해진 눈을 들어 루카를 흘겨보았다. 그는 한껏 흥분한 듯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었다. 루카와 야외플을 여러 번 즐겼더니 안 좋은 버릇이 든 거 같았다. 뭐, 실비아도 밖에서 하는 게 나쁘진 않았다. 시스템도 보상을 더 주고 그녀도 색다른 장소에서 하면 짜릿하긴 했으니까. 그래도 마부가 벽 너머에 있는데 좀 그렇지 않을까? 혹시나 소리가 들릴까 봐 걱정됐다.
실비아의 흘겨보는 눈빛을 느낀 루카가 달래듯 속삭였다. 그의 손과 눈은 여전히 실비아의 아래에 집중된 상태였다. 제 손이 움직일 때마다 원피스가 들썩이는 모습이 자극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 큰 소리만 안 내면 아무 문제 없어. 기본적으로 방음 마법이 돼 있거든. 소리만 지르지 마.”
“흐응, 그래도, 아, 으응.”
혹시 이러려고 방음 마법을 걸어 둔 건가. 실비아는 은근 좋으면서도 민망했다. 이러다가 온 세상 야외플은 다 할 판이었다. 루카는 실비아의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젖은 밀지에 손가락을 더 깊숙이 파묻었다.
“괜찮아….”
“으응, 세상에…. 아.”
실비아의 허리에 루카의 단단한 복근이 닿아 왔다. 그녀가 달뜬 신음을 뱉을 때마다 천 사이 맞닿은 그의 몸도 크게 오르내렸다. 제 손길에 흥분하는 그녀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루카의 아래가 커다랗게 부풀었다.
마부에게 소리가 안 들린다는 말에 안심한 실비아는 다리를 살짝 더 벌렸다. 그러자 루카가 실비아의 몸을 완전히 돌려 제 가슴에 기대게 했다. 아래를 비비는 야릇한 자극에 어느새 손가락이 닿은 다리 사이가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어 들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위아래를 왕복할 때마다 찌걱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래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에 실비아의 호흡이 더 가빠졌다. 손가락이 더 깊숙한 곳을 건드렸으면 하는 마음에 허리가 계속 움칠거렸다.
실비아는 다음 단계로 가고 싶은 의향을 담뿍 담아 은근슬쩍 루카의 단단한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선을 그리듯이 근육 결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피아노 치듯이 자극하자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말랑한 귓가를 혀로 핥은 그는 조그만 속옷 안에 들어 있던 손가락을 더 아래로 미끄러트렸다. 끈적한 애액으로 젖어 있는 손가락이 부드럽게 풀려 있는 질구로 삽입됐다. 실비아의 안에 중지를 쑤셔 넣은 그는 주름진 내벽을 천천히 문지르며 실비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 줄까? 여긴 준비가 끝난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