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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96화 (196/372)

196화

뒤늦게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달은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숙인 블루를 걱정했다. 그녀는 ‘뽀뽀’라는 단어를 말하지 못하고 헛기침을 했다.

블루는 놀랐는지 멈춰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힘 조절을 못 하고 강스파이크를 날려 버려서 어쩌나 싶었으나 지금의 블루는 괴력이 넘치는 본체라서 그런지 멀쩡해 보였다. 실비아의 시선을 피한 그는 어깨를 감싸 쥔 채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날 때린 인간은 네가 처음이야….』

헛소릴 하는 거 보니 멀쩡한가 보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실비아는 제 입술을 급히 더듬었다. 다행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번뜩 시선을 올려보니, 블루가 서운한 듯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자길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실비아는 기가 막혀 뒤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체 왜 서운해하는 거야? 분명히 안 된다고 했는데!’

『실비아, 어깨 아파. 호 해줘. 벗을까?』

블루가 옷을 내리려는 걸 급히 막은 실비아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호는 무슨 호야? 너, 왜 멋대로 행동한 거야.”

『…그 인간 남자만큼 친한 사이가 되고 싶어서 그랬어.』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다니 기가 막혔다. 입맞춤을 친구끼리 하는 행동이라고 잘못 알려 준 탓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야 그래도 그렇지! 이건!”

『응?』

순진무구해 보이는 블루의 얼굴에 실비아는 입을 다시 다물었다. 루카와 입맞춤하는 걸 블루가 봐 버린지라 이제 와서 뽀뽀는 친구끼리 하는 게 아니라고 정정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뺨에 뽀뽀 당하고도 목숨이 날아가지 않았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지도 않았고. 어찌 보면 그토록 원하던 블루와의 진도를 나갔으니 기뻐해야 하는 게 마땅했다. 심지어 블루가 고맙게도 먼저 다가와 줬다!

‘흠, 얘가 너무 순진해서 남들이 하는 건 다 따라 하는구나.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이런 건 미리 말하고 하라고 가르치면 되려나…. 근데 모르고 한 거 맞나? 아무리 그래도 100년이나 살았는데. 인간을 모르는 건 맞지만 스킨십도 전혀 모른다고?’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블루를 관찰했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블루가 화사하게 눈웃음을 쳤다. 의심한 사람이 민망스러워지는 환한 미소였다.

‘설마 얘가 뭘 알고 행동한 걸까? 에이, 설마. 상태창에도 인간을 몰라서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잖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실비아는 말없이 흔들리는 눈으로 블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묘한 눈빛에 블루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실비아, 표정이 왜 그래…. 혹시 내가 잘못한 거야? 말을 해야 알지.』

“아, 아냐. 너 뭐 알고 한 건 아니지?”

혹시나 해서 묻자 블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아니다. 인간 기준에서 생각한 내가 문제인 것 같아.”

『실비아….』

실비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감색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갑자기 울려고 하는 블루를 보며 실비아는 당황했다. 그의 눈이 촉촉해지자 온 세상이 함께 통곡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처연하고 안타까움이 절로 묻어나오는 모습이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어찌 의심을 한단 말인가! 뭐가 됐든 쟤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한심한 제 탓이지. 저도 모르게 또 얼빠 기질이 발휘된 그녀는 방금 전까지 하던 생각을 까맣게 잊고 블루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블루야. 내가 잘못 생각한 거라니까. 왜 울려고 그래.”

『아냐. 내가 잘못한 거야. 지금 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안 그래. 잘못한 거 없어.”

실비아가 손사래를 치자 블루가 가만히 눈을 깜빡이더니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그래? 잘못한 거 아냐?』

“그럼. 잘못한 거 아니야.”

『정말이지? 그럼…. 방금 한 거 한 번 더 해봐도 돼?』

블루가 손을 얌전히 모은 채 기대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뽀뽀라. 그래, 까짓거. 해도 아무 일 없지 않았나. 그 정도 가벼운 접촉이야 상관없을 것 같았다. 실비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블루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곤 고개를 내렸다. 공포심인지, 설레는 기분인지 실비아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뭐가 됐든 심장이 두근거렸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실비아의 입술에 포근하고 말랑한 입술이 닿았다. 1초, 2초. 몸이 간지러운 느낌에 실비아가 눈을 질끈 감는데 맞닿은 입술이 살짝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대뜸 촉촉한 살덩이가 입술 사이로…. 이건 혀?!

“이 미친놈!”

짝! 방안에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겁한 실비아는 이번엔 어깨가 아닌 뺨을 제대로 갈겨 버렸다. 블루의 고개가 세차게 돌아갔다. 실비아는 경악한 채 제 입술을 더듬었다. 힘이 워낙 세니 입안이 갈려 나간 건 아닌가 확인해봐야 했다. 이는 제자리에 있나?

‘이 자식이, 허락한 것만 해야지. 뽀뽀하랬더니 혀를 집어넣어?’

실비아가 제 입속의 무사안전을 확인하는 사이 블루는 붉어진 뺨을 감싸 쥐고 훌쩍였다.

『잘못한 거 아니라며… 흑, 너무해. 이제 진짜 아파.』

“이, 입술을 부딪치라고 했지, 언제 혀, 혀를! 혀는 왜 써? 너 미쳤어?”

『미쳤냐니. 그냥… 네 입술이 달콤해 보여서 핥아보고 싶었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가 싶어서…. 그렇다고 이렇게 때리면 어떡해. 너무해…. 나 상처받았어.』

이거 진짜 미친놈인가? 실비아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기껏 뽀뽀를 허락했더니 혀를 집어넣다니. 아까 루카는 입맞춤만 했었으니, 이건 블루가 누굴 보고 따라 한 것도 아니었다. 이 무슨 동네 양아치 같은 행동이란 말인가. 뺨을 맞아도 할 말이 없건만 때린 자신이 너무하단다.

‘가만, 혀를 넣은 게 아니고 그냥 입술을 핥아보고 싶었다는 건가. 순수하게 달콤해 보여서? 그럼 딴 맘을 먹고 한 행동은 아니란 거네. 지레 놀라서 뺨을 때린 내가 나쁜…건가?’

블루의 순진무구한 반응에 실비아는 제 가치관이 잘못된 건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얘는 인간이 아니잖아. 살면서 인간을 모르는 남자를 대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사람 대 사람이면 보통의 상식이란 게 있는 법인데. 블루한텐 그런 게 없으니까. 이런 것도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했던 건가?

실비아는 얼이 빠져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침묵했다. 블루는 속눈썹을 가련하게 떨며 훌쩍이다가 그녀가 아무 반응이 없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실비아를 불렀다.

『실비아?』

“…….”

『실비아!』

재차 자신을 부르는 블루의 목소리에 실비아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말간 감색 눈에 얼빠진 제 모습이 비쳤다. 실비아는 복잡한 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의도는 알 필요 없고 공략 가능 조건을 채우기 전에는 여기서 더 진도를 나가지 말자. 데드 엔딩이든 배드 엔딩이든 아픈 건 질색이었으니까.

‘루카랑은 달리 블루는 어떤 상황에서 사고가 날지 알 수 없으니까 조심해야겠어.’

『실비아, 여전히 화난 거야?』

“화난 건 아니고 당황해서 그랬어. 혀는 좀 그러니까.”

『왜? 입술을 닿아도 되는데 혀는 왜 안 되는 거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혀는, 음….”

블루의 물음표살인마짓이 너무 심했다. 알에서 갓 깨어난 것처럼 묻고 또 묻는 모습이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그 모습에 실비아는 방금 전 뺨을 갈겼던 게 미안해졌다. 그녀가 손을 들어 블루의 뺨을 감싸 쥐자 그가 움찔거렸다.

“미안해. 뺨 좀 봐. 내가 힘이 보기보다 세서…. 아프지?”

『아냐. 난 드래곤이잖아. 뺨 맞은 거론 안 다쳐. 현신했을 땐 더 세! 그 모습이면 네가 한두대 쳐 봤자 간지럽기만 할걸?』

그가 해맑게 미소 짓자 실비아의 가슴이 죄책감으로 따끔거렸다. 뽀뽀 좀 했다고 이 잘생긴 얼굴 어디 때릴 데가 있다고 때려 버렸나, 엄지가 사라졌을 때도 손대지 않았던 뺨을! 자신이 너무 과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 봐봐.”

실비아는 블루의 손을 잡고 소파로 데려갔다. 그의 얼굴을 밝은 빛에 비춰 천천히 살피자 힘 조절 안 하고 갈겨 버린 탓에 살짝 붉어진 게 보였다. 마치 아기 뺨처럼 연약해 보이는데 맞아도 아무렇지 않단 게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블루의 뺨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자책했다.

“살짝 생채기가 난 거 같기도 하고…. 미안해. 아무리 그래도 얼굴에 손대면 안 되는 건데. 내가 잘못했어.”

『아냐. 정말 멀쩡해. 보기에만 이럴 뿐이야.』

“그래도….”

실비아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몬스터나 문신뚱땡이네 말고는 폭력행사를 한 적이 없건만, 블루랑 스킨십하다가 다칠까 봐 쫄았다고 해도 자신이 너무했다.

‘블루가 항상 웃어 주니까 너무 편해서 과하게 대한 것 같아.’

그녀가 계속 미안해하자 블루가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얼굴이 지나치게 가깝다고 생각하는 찰나, 블루가 목을 울리며 낮게 웃더니 끝이 올라간 입술이 살며시 벌어졌다.

『그렇게 미안하면.』

“응?”

『한 번 더 해 보면 안 될까?』

내가 방금 잘못 들었나? 실비아는 제 귀를 의심하며 눈을 깜빡였다. 블루는 전혀 음흉해 보이지 않는 순수 그 자체의 낯빛으로 실비아를 향해 희게 미소 지었다. 그냥…. 뭘 모르는 데 기분이 좋아서 계속하고 싶은 건가? 실비아의 동공이 마구 흔들리는 데 블루가 손을 슬그머니 내리더니 가느다란 허리를 깊숙이 끌어안았다. 커다란 손이 아무렇지 않게 허리를 감싸 쥐자 깜짝 놀란 그녀가 흠칫했다. 블루는 여전히 해맑아 보이기만 했다.

『응? 한 번 더 해 보고 싶어. 할 때마다 바로 뺨을 맞았더니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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