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진 그는, 손을 내밀어 얇은 허리를 그러쥐었다. 그러곤 실비아가 당황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제 것을 빠르게 박아 넣기 시작했다.
“아앗, 잠, 잠깐! 아, 흐으읏!”
“허억…. 아, 너무 좋아.”
실비아는 갑작스러운 루카의 행동에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허리가 꽉 잡혀 있었기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 대신 전세가 역전되어 뒤에서 강하게 끌어안긴 채 섹스를 했다.
루카는 안을 꿰뚫을 듯 거세게 제 것을 삽입했다. 한껏 발기한 성기가 구멍을 드나들 때마다 내벽을 가득 채운 애액이 바깥으로 빠져나와 두 남녀의 아래를 적셨다.
실비아는 잠시 정신을 놓고 흔들리다가 허리를 붙잡은 단단한 손등 위에 제 손을 얹었다. 그리고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흣, 으응, 아, 죽겠, 잠깐! 벽이라도 좀, 흐아. 짚고!”
“하아…. 이대로, 읏. 끝낼 거야. 잔뜩 싸 줄게.”
잠시 허리 짓이 느려진 루카가 웃음을 살짝 머금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빠르게 속삭였다. 그 뒤론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시야가 팽팽 돌았다. 지지할 곳도 없는데 허리만 잡힌 채 강하게 박히니 기분은 좋았지만, 진짜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루카가 허리를 거세게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이 부딪친 벽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정도면 아플 법도 한데 루카는 약이라도 한 것처럼 거침없이 움직였다. 아래가 아리도록 강하게 제 것을 쑤셔 넣던 그는, 곧 헉-하고 숨을 들이켜며 실비아의 허리를 부서질 듯 강하게 끌어안았다.
“흐윽.”
“아응, 아, 흐으읏!”
실비아도 그와 거의 동시에 자지러질 듯 신음하며 목을 뒤로 꺾었다. 두 남녀의 몸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실비아는 온몸을 떨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한껏 예민해진 내벽을 통해 루카의 것이 크게 꿈틀거리더니 사정액을 뱉어 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루카는 잘게 허리를 털어 대며 실비아를 놔주지 않았다. 그는 기진맥진한 실비아가 버거움에 몸을 떨자 아쉬운 듯 목덜미에 입맞춤을 날리곤 제 것을 빼냈다.
좁은 피팅 룸에 야릇하고 후덥지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루카가 그녀를 부축하고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실비아를 안은 채 그대로 샤워실로 향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실비아는 별안간 물소리가 들리자 정신을 차렸다.
“VIP룸에 샤워하는 곳도 있나요?”
“응.”
급히 루카의 품에서 벗어난 실비아는 부끄러워하며 그를 바깥으로 몰아냈다. 혼자서 씻고 싶었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향긋한 디퓨저 향이 감도는 샤워실을 둘러보았다.
‘옷 입기 전에 씻으라고 만들어 둔 건가.’
잠시 놀라워하던 실비아는 곧 이곳이 게임 세계임을 떠올리고 납득했다. 여기는 뽕빨 게임이니만큼, 유사시를 대비해 없는 욕실도 만들어 뒀을 것이다. 실비아가 간단히 샤워하고 밖으로 나오자, 루카도 다른 곳에 있는 샤워실에서 씻고 온 듯 같은 바디 워시 향기를 풍기며 걸어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에 두 번 할 걸 그랬어. 그치?”
“그러…게요.”
둘은 눈을 마주치며 겸연쩍게 웃었다. 괜히 머리를 쓸어 넘기며 민망해하던 루카는 언제 밀어 버린 건지 테이블 위에 있었던 다과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걸 보고 황급히 치웠다.
루카는 설렁줄을 당겨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아까 피팅 룸에서 입었던 옷을 계산하고 실비아의 속옷도 몇 벌 더 주문했다.
“여기 주문하신 물건입니다.”
직원이 테이블에 새로운 쇼핑백들을 올려 두었다. 테이블에 놓인 여러 개의 쇼핑백을 흐뭇하게 바라본 실비아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배가 부르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루카는 실비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실비아의 귓가에 입술을 댄 그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제 그만 일어날까?”
“그래요.”
실비아가 싱글벙글 웃으며 쇼핑백을 손목에 걸자 직원이 다가왔다.
“이건 실비아 님 집으로 바로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아! 고마워요.”
게임 세계에도 배송 서비스가 있다니. 쇼핑백을 잔뜩 들고 다니는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지만, 섬에서 노를 미친 듯이 돌린 후로 손목 터널 증후군이 아직 낫지 않았다. 손목 건강을 위해 자제하는 게 좋겠지.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주소를 물어본 뒤 쇼핑백 꾸러미를 들고 사라졌다.
실비아의 어깨를 감싸 쥔 루카는 그녀를 백화점 위의 호텔로 데려갔다. 호텔 지배인이 깍듯이 인사를 하며 둘을 스위트 룸으로 안내했다. 상황을 보니 루카가 예약해 둔 모양이었다. 아까 ‘예약할까?’라고 묻던 그를 떠올리며 실비아는 속으로 풋, 하고 웃었다. 예약해 놓고 아닌 척 의중을 묻는 게 앙큼하기 짝이 없었다.
스위트룸에 들어선 실비아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내부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까 봤던 금 사자 조각상 분수대가 이 백화점의 상징물인 듯, 스위트룸 거실 가운데에도 똑같은 모양의 미니 분수대가 있었다. 그리고 양옆으로 방이 있었는데, 실비아는 괜히 ‘욕실이 어딘가.’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방 하나가 거실 만한 크기였다. 거기다가 방마다 금으로 만든 조각상들과 함께 휘장으로 가려진, 고급스러워 보이는 침대가 있었다. 그 외에도 값이 꽤 나가 보이는 조그만 장식품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거실의 소파 테이블 위에 떡하니 고가의 수정구를 배치해 놨단 거였다.
실비아가 정신을 놓고 구경하는 사이에 루카가 가운으로 환복한 뒤 그녀를 불렀다.
“실비아, 같이 씻을까?”
“아뇨. 욕실도 두 개고…. 아까 씻지 않았어요?”
실비아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루카가 뺨을 살짝 붉힌 그녀를 뒤에서 껴안으며 더운 숨을 귓가에 불어 넣었다.
“한 번 더 씻으면 되지. 왜, 부끄러워?”
아무래도 루카가 같이 씻자는 이유엔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았다. 등 뒤에 닿은 단단한 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녀를 돌려세운 루카는 작은 손을 부드럽게 잡은 뒤 제 가운 안으로 이끌었다. 실비아의 손바닥에 근육이 빈틈없이 들어찬 탄탄한 가슴의 감촉이 적나라하게 닿았다. 그리고 가슴보다 훨씬 단단한 루카의 중심이 가운을 뚫고 나올 듯, 실비아의 말랑한 배를 찔러 댔다.
양 뺨이 발그레해진 실비아가 말없이 눈만 깜빡거렸다. 루카는 그녀의 손을 제 입에다 가져간 뒤 혀를 내어 핥았다. 그러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응?”
실비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그들은 욕실로 들어가 함께 씻었다. 욕실에서 분위기를 타서 한 번, 그 후에 밖에 나와서 와인이 있길래 와인을 마시다가 와인 잔이고 뭐고 다 집어 던지면서 한 번, 다시 씻다가 욕조 안에서 몸이 뜨거워지며 한 번 더. 총 세 번을 스위트룸에서 뒹굴었다.
루카가 먼저 나가고 욕실 안에서 거울을 보던 실비아는 가슴에 루카가 남겨 놓은 흔적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정신이 없었던지라 말리질 못했다. 그나마 보이는 곳엔 남겨 놓지 않아 다행이라고나 할까.
‘이거 더 했다간 큰일 나겠는데.’
눈만 마주쳐도 달려드는 루카 때문에 실비아는 만족하는 걸 넘어서, 이러다 또 상태 이상에 걸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지팡이를 짚게 되면 내일 던전 공략에 차질이 생길 터였다.
마저 씻고 나오니 깔끔하게 정장을 챙겨 입은 루카가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벌써 헤어질 시간인가? 난 여기서 하루 자고 갈 줄 알았는데….’
방금 전 상태 이상을 걱정하던 걸 바로 까먹고 실비아가 아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바닷가마을에서랑 달리 인턴을 하느라 바빴고, 루카도 수도로 자주 오는 게 아니니 일정이 되는 한 함께 있고 싶었다.
‘사업 때문에 바쁠 테니 응석 부리면 안 되겠지.’
실비아는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루카는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실비아의 머리에 얹혀 있던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려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옷 입고 나가자. 저녁에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
“아…. 보여 주고 싶은 거요? 알겠어요!”
루카랑 헤어지는 줄 알고 의기소침해 있던 실비아는 보여 줄 게 있다는 그의 말에 다시 낯빛이 밝아졌다. 그녀는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신이 나 루카가 머리를 말려 주는 내내 뒤를 돌아보며 좋아했다. 실비아의 외출준비가 끝나자 루카는 방문 앞에 메이크업 룸을 걸어 두고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갈까?”
“네!”
바깥으로 나오자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호텔 직원이 마차를 가져올까 물었지만, 루카가 고개를 저었다. 둘은 대로를 여유롭게 걸으며 서로의 근황을 얘기했다. 낮에는 눈만 마주치면 뒹굴기 바빴기에 하지 못했던 대화였다.
“실비아, 그 누런 말은 어디 갔어? 항상 데리고 다녔잖아. 반려동물 숍에 파마라도 하러 갔나?”
“아, 그게….”
루카의 말에 실비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침울해하자 당황하던 루카는 실비아에게 일어났던 그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얘기를 다 들은 루카가 턱을 쓸며 미안한 얼굴을 했다.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에요.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림보를 찾을지 막막하네요. 이미 잘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실비아가 힘없이 대답하자 루카가 묵묵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외제마 번호가 있지 않나? 림보? 걔는 그런 번호 없어?”
“아! 번호!”
실비아가 탄성을 질렀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신전에서 림보 번호를 주면서 전제국의 세마장과 주마장에 등록해 놓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랬던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떡 벌리고 있자 루카의 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