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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70화 (170/372)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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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의 효과 감소에 성공했다. 블루의 힘이 간헐적으로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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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을 더 망가트리면 고서를 해석할 필요도 없이 여기서 퀘스트가 끝나는 거 아닐까?’

그녀는 혹시나 하는 기대로 몇 번 더 망치를 날렸다. 그러나 유리가 깨지는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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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망치를 던져 봤자 소용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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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망치를 계속 던졌다. 그녀는 게임을 할 때 대화가 끝난 NPC도 여러 번 클릭해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더 이상 아무 변화도 없었고 그녀는 실망하며 망치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래. 이게 어디야. 힘이 간헐적으로 돌아온다고? 그럼 이제 물개 말고 사람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제발!’

그녀는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곤 바닥에 떨어진 돌 부스러기를 주웠다.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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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마법진의 잔해>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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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아이템?’

인벤토리를 클릭해 보니 블루에게 가져다주면 그가 고마워할 것이란 설명이 있었다. ‘오!’하고 잠시 탄성을 지른 실비아는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직원과 메리 할머니가 돌아오기 전까지 열심히 바닥의 부스러기를 없애야 했다. 다행히 그녀가 청소를 끝내자마자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렸다. 그녀는 손을 바삐 털곤 수정구를 바라보는 척했다.

“실비아 양. 별일 없었어요?”

“네!”

실비아가 명랑하게 대답하자 직원이 쓰읍,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요? 어디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려서 불안해서 빨리 돌아왔는데….”

실비아는 직원이 바닥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려는 걸 급하게 제지했다. 살살 친다고 쳤는데 소리가 울렸나 보다. 나중에 발견하면 몰라 지금 당장 발견하면 빼도 박도 못하게 실비아의 소행인 걸 들킬 테니 곤란했다.

“잘못 들으신 거 아닐까요?”

“아니에요. 분명히 쿵쿵대는 소릴 들었는데.”

‘어쩌지?’

직원은 실비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를 계속 힐끗댔다. 당장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직원의 주의를 돌릴지 막막했다. 그녀는 임기응변이 생각나지 않아 급한 대로 <아이고 내 배꼽 아재 개그>라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스킬을 클릭하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아재 개그 시동이 걸렸다.

“아! 무슨 소린지 알겠어요.”

“무슨 소린데요?”

실비아의 말에 직원이 궁금한 얼굴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음, 아마 그 소릴 들으신 거 아닐까요. 출근 1일 차라 설렌 나머지 제 심장이 쿵쿵! 대는 소리? 아이, 설레. 하하하. 내 심장 소리가 쿵쿵!”

세상에나. 폐급 농담이 튀어나왔다. 아재 개그도 뭣도 아닌 이상한 소리에 직원과 메리 할머니의 표정이 순간 썩어 들어갔다. 그와 함께 싸늘한 분위기는 덤. 실비아의 몹쓸 말 덕에 직원은 소리의 원인을 찾는 걸 그만두고 황급히 다른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아…. 메리 님. 8호실의 고릴라가 말이죠….”

“아, 그래요?”

확실히 스킬의 효과는 굉장했다.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 덕에 위기를 벗어나지 않았는가. 그러나 실비아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아재 개그 스킬을 스킬 창에서 영구 삭제하고 싶어졌다.

‘이딴 말을 내뱉게 만들다니. 수치스럽다 정말.’

어금니를 꽉 물게 만드는 수치스러운 시간이 지나가고 실비아는 메리 할머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가 띵-소릴 내며 도착하자 1층의 동물들이 소리를 질러 댔다. 그러자 메리 할머니가 복도에서 팔 근육을 자랑하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팔에 솟아난 힘줄이 어마무시했다. 그 모습에 언제 소리 질렀냐는 듯 모든 동물이 주둥이를 닫았다. 할머니는 실비아를 데리고 사자 우리로 들어갔다. 그녀는 사자의 갈기에 동백 오일을 바르며 실비아에게 부탁했다.

“실비아 양, 얘 손톱 좀 손질해 줄래.”

“네.”

사자가 메리 할머니를 보고 저절로 온순해진 덕에 실비아는 맘 편히 사자의 손톱을 손질할 수 있었다. 붓으로 꽃을 그린 뒤 파츠를 붙이고 마무리로 동물용 젤 램프에 사자 손을 집어넣어 네일을 굳혔다. 그 때, 열중하고 있는 실비아를 사자가 반가운 듯이 바라보더니 뭐라 뭐라 속삭였다.

“으르렁!”

“고객님 가만히 계셔야 해요.”

네일 아트가 망가질까 걱정된 실비아가 사자를 말렸으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으르렁!’은 계속됐다.

“오늘따라 쟤가 왜 저럴까. 얌전히 있어. 안 그러면 아트 모양 예쁘게 안 나와.”

“제가 낯설어서 그러나 봐요.”

사자는 답답한 듯 젤 램프에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가슴을 치며 계속 으르렁댔으나 실비아와 메리 할머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무난하게 사파리 견학을 마친 실비아는 사무실로 돌아와 메리 할머니의 칭찬을 받았다.

“내가 여러 놀이동산을 돌아다녀 봤지만, 실비아 양 같이 빨리 적응하는 인턴은 처음 보네.”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냐. 이대로만 하면 평가점수가 꽤 잘 나올 거 같아. 원하는 근무지 미리 생각해 둬.”

메리 할머니의 말에 실비아는 말없이 흐뭇한 미소만 지었다. 단지 블루를 자주 보기 위해 인턴을 하기로 맘먹었던 건데 칭찬을 듣다 보니 그녀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음, 엘리셔스 월드 인턴이 끝나도 게임을 계속해야 할 텐데 할 수 있다면 정직원도 좋은 선택이긴 하겠어.’

수도에서 계속 생활을 할 거라면 기왕지사 정직원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었다. 연봉도 높다고 하고 누구나 꿈꾸는 신의 직장이라니까 말이다.

‘근데 이쯤 되니까 말이지. 좀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걸.’

실비아는 처음에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엘리셔스 월드 인턴 출신들이 정재계로 많이 진출한다는 말. 물론 보통은 몇십 년의 경력을 쌓고 가는 거겠지만 실비아는 유일한 플레이어니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인턴 하고 정직원 조금 하고 바로 정재계로 진출하는 일이 생길지도.

‘에이. 내가 너무 욕심이 과했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그렇지. 그런 일이 생기겠어?’

실비아는 해도 해도 너무 간 거 같아 피식거리며 웃곤 퇴근 준비를 했다. 블루는 내일 보기로 하고 그녀는 얼른 집으로 향했다.

인턴 생활은 계속됐다. 사파리 월드와 아쿠아리움 양쪽을 번갈아 가며 업무를 익힌 실비아는 지력이 많이 올랐다. 첫날처럼 10씩 팍팍 오르진 않았지만, 점심시간에 직원들을 만나며 눈치껏 행동할 때도 가끔 지력 상승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기에 첫날 상승치를 포함 50의 지력이 올랐다.

‘어? 이대로면 한 달 안에 700 올릴 수 있겠는데?’

이 속도면 한 달 안에 블루를 공략할 수 있을 듯했지만 아쉽게도 목요일엔 블루를 만나지 못했다.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물개 우리 쪽을 가지 못하고 펭귄과 북극곰만 상대했기 때문이었다.

‘내일은 쉬는 날인데…. 오늘도 못 만나려나.’

터덜터덜 아쿠아리움으로 간 실비아는 조련사에게 반가운 말을 전해 들었다. 블루가 있는 대로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블루가 유일하게 반기던 인간은 실비아뿐이므로 그녀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실비아 양, 부장님한텐 내가 잘 말해놓을 테니 블루를 먼저 보살펴 주면 안 될까요?”

“네. 그렇게 할게요.”

실비아는 즐거운 마음으로 물개 우리를 향해 가다가 아쿠아리움 안까지 들리는 관람객들의 ‘꺄아아’하는 흥겨운 비명소리에 흠칫했다.

동물 부서 인턴을 하며 알게 된 건데, 엘리셔스 월드는 기본적으로 관람객보다 동물을 우선하는 내부 규정이 있었다. 이유를 들어 보니 원래가 동물원부터 시작된 탓도 있고, 동물들의 몸값이 놀이동산 입장료인 5만 골드와 비교도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거기다가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프리랜서 동물들이 탈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업계의 규칙 같은 거였다. 직원이 일러 준 대로 입장권의 뒷면을 돋보기도 아닌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명 포기각서’가 적혀 있었다. 목숨을 담보로 한 놀이동산 나들이라니! 그녀는 소름이 돋아 오는 팔을 문질렀다.

물론 웬만해선 입장객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진 않으나 혹시 몰라서 넣어 놓은 조항이라고 직원이 덧붙였다. 실비아가 떨떠름해 하자 직원은 인턴계약서에는 비밀유지 협약이 있으니 관람객보다 동물을 우선하는 이곳의 방침을 외부에 발설할 시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살다 살다 이런 놀이공원은 처음 보네.’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블루의 개인 우리 앞이었다. 조련사 말로는 블루가 너무 까탈스러운 바람에 다른 물개들과 같이 지내지 못하고 격리돼 있다고 했다.

‘드래곤이니까. 물개랑 같이 있기 싫을 만도 해.’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블루가 의기소침한 채 구석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실비아는 블루를 부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블루… 아야!”

『실비아!』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블루가 점프하며 날아와 실비아와 몸통 박치기를 했다. 그 나름대로 반가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온 행동이었겠지만 그 덕에 실비아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이고 내 허리! 블루야.”

『왜 이제야 왔어. 얼마나 기다렸는데!』

블루가 반가워하며 실비아의 얼굴을 핥았다. 물개는 바다의 개라고 하던가. 하는 짓이 딱 개랑 똑같았다. 블루의 어리광을 받아 주던 실비아는 감시실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꺼냈다.

“사파리에 가서 네 힘을 제어하는 원인을 찾아냈어. 드래곤의 힘을 통제하는 마법진이 있더라. 이건 그 조각이야.”

『어? 그동안 왜 안 보이나 했더니. 날 위해서 사파리에 갔다 온 거야? 고마워. 실비아.』

<드래곤 마법진의 잔해>를 지느러미 위에 얹자 블루가 기뻐하더니 곧 몸이 밝게 빛났다. 순간 눈앞이 번쩍하자 실비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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