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67화 (167/372)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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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놀이공원 곳곳을 익히자.

- 놀이동산 안을 속속들이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도와주자. 여러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성공 보상 : 능력치 상승, 업적 ‘사회생활만렙’ 획득

- 5번 이상 실패 시 : 업적 ‘내가 이 구역의 민폐왕’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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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왕이라니, 일도 못 하면서 돌아다니면 민폐만 끼치게 된다는 거네. 여러 능력치 중에 당연히 지력이 있겠지? 겸사겸사 다른 능력치도 올릴 수 있으면 좋고!’

엘리셔스 월드는 그녀가 현생에서 본 어느 놀이동산보다도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었기에 하루 만에 퀘스트를 완수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일단 주어지는 일을 열심히 하며 시간이 될 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실비아!』

그때 구석에 있던 조그만 문이 덜컹대더니 블루가 들어왔다. 그는 반가워 죽겠다는 듯 실비아의 다리 주위를 뱅뱅 돌았다.

“하하, 블루가 실비아 양을 엄청 좋아하네요. 그럼 블루랑 놀면서 우리 청소만 마무리해 줘요. 천천히 놀다가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으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조련사가 가고 나자 블루는 청소하는 실비아를 졸졸 따라다니며 행복해했다. 그녀는 하하, 하고 웃으며 같이 좋아하는 척했지만, 점점 무표정이 되었다. 이게 뭔가. 잘생긴 남주를 공략하고 싶은데 물개의 호감도를 쌓아야 한다니. 블루의 본체가 미남이란 걸 알고 있지만 이대로는 뭐 진도고 개뿔이고 나가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지금 상태에서 블루랑 진도를 나간다면 실비아 인생은 진정 나락으로 가는 거였다.

‘직진남, 대형견남 다 좋다 이거야. 근데 그게 문자 그대로 바다의 개일 줄은 몰랐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실비아는 블루를 내려다봤다. 그는 영문을 모르는 눈으로 마냥 해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얘가 뭔 죄야. 그냥 귀여운 물개지.’

한숨을 흘린 실비아는 잠시 쉴 생각으로 의자에 앉았다. 블루는 그 잠깐 사이에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굴리고 있었다. 착잡한 심경이 된 실비아는 당이 떨어지는 느낌에 아까 받은 초콜릿을 꺼내 은박을 뜯었다.

‘사각 초콜릿이라니. 현생의 편의점에서 보던 거랑 비슷한걸?’

한 조각씩 떼서 입에 넣으며 당을 보충하는데, 블루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부러운 눈으로 올려다봤다.

『실비아. 그거 뭐야? 달콤한 냄새가 나네. 나 요 며칠 물고기만 먹었더니 너무 괴로워. 나도 한 입만 주면 안 될까?』

불쌍한 블루! 물개로 지내는 바람에 생선만 주야장천 먹다니. 드래곤이면 이 게임 세계에서 최강자 중 하나일 터였다. 그런 그가 한 입만을 외치며 두 지느러미를 모으고 울먹이는 신세가 되다니 가엾기 짝이 없었다. 안쓰러워진 실비아는 기꺼이 초콜릿 한 조각을 떼서 건넸다.

블루는 실비아가 준 초콜릿을 조심스레 지느러미로 받더니 할짝대다가 입에 넣고 녹여 먹었다.

‘에구, 불쌍해라. 드래곤이 어쩌다가 저렇게…. 아니, 잠깐?!’

쯧쯧거리며 블루의 처량한 모습을 구경하던 실비아는 아까 센터직원이 했던 경고가 에코 사운드처럼 귀에 울리는 걸 느꼈다.

‘물개는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거 알죠? 큰일 나요. 실비아 양만, 양만, 양만….’

메아리처럼 머릿속을 여러 번 울리고 지나가는 경고에 실비아의 낯빛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블루를 살폈다.

“블루야!”

『우웅?』

그는 감격한 표정으로 입을 오물거렸다. 다행히 아직 삼키진 않은 것 같았다. 실비아는 가타부타 설명할 틈도 없이 무작정 블루의 입을 벌리고 초콜릿을 꺼내려 시도했다.

“뱉어! 뱉으란 말이야!”

『왜, 왜 그… 싫어!』

블루는 실비아의 마음도 모르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초콜릿을 뱉길 거부했다. 그녀는 급한 마음에 그의 주둥이를 때리고 목을 위로 올려치면서 초콜릿 뱉기를 유도했다.

“죽어! 뱉어!”

『으그그!』

입을 앙다물고 거부하는 블루를 보다 못한 실비아가 레슬링기술을 걸어 블루를 제압했다. 바닥에다 블루를 엎어치기 한 그녀는 앙다문 입을 벌려 목구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래도 블루가 반응이 없길래 목을 치며 초콜릿을 토하게 유도했다. 한참을 헤드록을 걸고 온갖 화려한 레슬링 기술을 구사하며 제압한 끝에 블루의 입에서 검은 물이 튀어나왔다.

『으, 켁켁!』

결국 블루는 먹은 초콜릿을 다 토하고 안전해졌다. 상처뿐인 안전이었지만 말이다. 실비아는 힘없이 늘어진 블루의 입을 천으로 정성스레 닦아 주고 난 뒤 요가 매트에 눕혔다. 목숨을 살린 게 분명한데 블루의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시퍼레져 있었다. 블루의 코에 손을 대 보고 살아 있음을 확인한 실비아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거울로 보니 그녀의 앞머리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남의 목숨을 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휴, 하고 한숨을 내쉰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블루를 찾았다. 요가 매트에 블루가 없었다. 어느 틈에 바닥에서 일어난 그는 망부석처럼 굳어 벽 구석에 붙어 있었다.

『실비아가 날 죽이려 했어….』

통통한 몸을 구부리고 조용하게 혼잣말하는 블루는 충격이 상당해 보였다. 실비아는 뒤늦게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속상해….』

‘아! 설명을 안 해서 단단히 오해했구나.’

미안해진 그녀는 블루를 안고 달래며 상황설명을 했다. 그러나 블루는 여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헤드록이 걸린 충격에 쉽게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힘 스탯을 써서 블루를 번쩍 들어올리고 아기처럼 둥가둥가를 시전했다. 무거운 블루를 들자 실비아의 허리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어우, 블루야. 미안해. 제대로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말이야.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의논해야 할 때인 거 같구나?”

『…응?』

블루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실비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블루의 몸뚱이를 흔들며 얼렀다. 그녀의 정성에 블루의 표정이 점점 부드럽게 풀어졌다. 반면 실비아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었다. 언제까지 물개인 남주랑 농담 따먹기나 할 순 없었다. 블루의 폴리모프가 안 풀리는 원인을 알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허리가 아팠던 실비아는 급히 말을 이어 갔다.

“아이고…. 갑자기 생각났는데, 너 처음 만난 날 나한테 원래 네 모습은 이게 아니니, 본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느니 했잖아. 그게 무슨 말이니?”

『내 말을 믿어 주는구나. 그게 무슨 말이냐면….』

다시 활짝 웃은 블루가 실비아에게 안긴 채 얘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사실 블루드래곤이며 원래는 인간세계엔 관심이 없었었다. 바닷속을 유영하던 그는 어느 날 설명할 수 없는 좋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느낌대로 가다 보니 물개무리를 만난 그는 급하게 물개로 폴리모프하였다.

그러다 물개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길거리 캐스팅…, 아니 바다 캐스팅을 하는 양복 신사를 만나 고액연봉과 함께 아쿠아리움 입사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곳에 얽매이기 싫었던 블루는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 여차저차 신사를 따라 아쿠아리움에 왔다는 게 그동안의 얘기였다.

『그렇게 이곳 관계자를 따라 아쿠아리움에 왔어. 근데 물개로 변신해 있으려니 금방 질려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했었지. 혼자 있을 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도 상관없으니까 말이야. 근데 이상하게 폴리모프가 안 풀리는 거야. 누군가 내 마나를 막아 놓은 것같이 말이야…. 이 놀이동산에 오고 나서 그래.』

“그래? 이상한 일이네.”

『응. 그러다가 너를 물개 쇼에서 만난 거야. 아무래도 널 만나려고 내가 이 아쿠아리움에 왔나 봐!』

실비아는 이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기에 소파에 블루를 내려놨다. 실컷 아쿠아리움에 온 사연을 들었지만, 딱히 별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지력이 700이 되면 폴리모프가 풀리는 건가? 그러면 호감도를 그때 가서야 올릴 수 있단 건데. 너무 오래 걸리겠는걸.’

거듭 말하지만 블루의 호감도야 그렇다 치고 실비아 자신의 호감도는 어쩐단 말인가. 물개 상태의 블루는 귀엽기만 하지 이성적 호감이 생기질 않았다. 실비아가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블루가 한마디 더 했다.

『나를 옭아매는 기운을 가만히 느껴 보니 사파리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아. 거기 가서 원인을 해결하고 싶지만, 물개인 상태론 사파리에 갈 수 없어. 혹시…. 실비아 네가 가 줄 수 있어?』

“사파리? 좋아. 난 다른 곳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 사파리에 가서 원인이 뭔지 꼭 알아낼게.”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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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사파리에 가서 블루의 힘을 제어하는 원인을 알아보자.

- 블루는 힘을 쓸 수 없어 상심한 상태. 이대론 공략을 할 수 없어! 그의 말대로 사파리에 가서 힘을 묶는 기운의 원인을 알아보자. 더불어 블루의 호감도 얻어 보자.

성공 보상 : 블루 호감도 10 상승

실패 시 : 블루 공략 루트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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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가 눈을 부릅떴다. 공략 루트 파괴라니. 아무래도 물개 상태의 남주랑 뭘 할 순 없으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게임 종료나 마찬가지라 어떻게든 이 퀘스트를 성공해야만 했다.

‘퀘스트가 두 개나 뜨다니. 할 게 너무 많네.’

실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블루는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고마워. 실비아. 그것만 해결하면 내 본래 모습을 너한테 보여 줄 수 있어!』

“응. 나만 믿고 있어.”

점심시간이 되어 블루와 헤어진 실비아는 구내식당에서 조련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아쿠아리움 식구들뿐만 아니라 사파리 식구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중에 메리 할머니를 발견한 실비아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모두와 밥을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놀이공원에 대한 여러 얘기가 나왔다. 이것저것 정보를 듣고 있는데, 메리 할머니 옆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사원증을 보니 부장이었다.

“이주 후에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저하가 놀이동산을 시찰하러 올 거예요. 두 분이 동물을 무척 좋아하시는 건 다들 알죠? 그러니 준비를 철저하게 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기존 직원들과 인턴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부장은 인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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