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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56화 (156/372)

156화

이젠 이게 허깨비가 아니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비아는 ‘나?’라고 입으로 말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물개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련사는 뒷정리를 하러 간 건지 보이지 않았고 파란 물개만 동료들을 따라가지 않고 무대 한가운데 가만히 서 있었다.

“실비아 님, 안 가세요?”

“아, 난 잠시 화장실 좀 갈게. 건물 입구에서 만나자.”

“알았어요. 먼저 가 있을게요.”

그녀는 반대편 입구에 있는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세비스를 먼저 보냈다. 그 후 조심스럽게 무대 가까이 내려가니 파란 물개가 웃는 상을 하며 그녀를 향해 짖었다. 그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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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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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건 드래곤남을 낚기 전에 나왔던 메시지랑 비슷한데, 혹시?’

바닷가도 아닌 수조에 낚시를 드리우란 말인가. 그 이전에 드래곤남이 맞다면 또 얘길 나누다가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걱정된 그녀는 얼른 시스템을 불러와 세이브를 했다. 루카 덕에 단련이 되어 이제 불길한 예감이 들면 세이브부터 하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녀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자 파란 물개도 가만히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근처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낚싯대를 불러 물에 던졌다. 그러자마자 물개가 기다렸다는 듯 냉큼 물에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그녀와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코앞까지 다가온 물개가 마치 애교를 떨 듯 미끼를 살짝 물곤 그녀에게 다가왔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낚시야.’

떨떠름하게 파란 물개한테서 미끼를 받아 들자 물개가 첨벙- 소리를 내며 점프를 하더니 어디서 들어 본 소리를 냈다.

“안녕[email protected]$#$^%!”

“어? 어어?”

알아들을 수 없는 감미로운 목소리. 드래곤남이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 드래곤남을 아쿠아리움에서 볼 줄이야. 가까이 다가온 물개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왼쪽 눈 밑에 점이 콕콕 찍혀 있는 게 드래곤남이 확실히 맞았다. 반가움에 말을 걸려던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데드엔딩을 맞았으니까 드래곤남은 아무 기억도 안 남아 있을 텐데, 어떻게 날 따라온 거지? 그리고 왜 하필 수도에, 그것도 아쿠아리움에 있는 거야?’

플레이어의 주 무대가 수도로 옮겨지니 공략 루트도 자연스럽게 바뀐 걸까. 그녀는 예전에 열심히 했던 몬스터 볼 게임을 떠올렸다.

‘그래, 잉어X은 온갖 곳에서 다 잡혔었지. 마을을 옮겨도 호수에 낚싯대만 내리면 건질 수 있었어.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소린 아니긴 하네.’

게임이니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법. 그것보다 얘는 왜 드래곤이 아니라 파란 물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파돌이는 또 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파란 물개가 계속 알아듣지 못할 소릴 해 대며 ‘엉엉!’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지력이 올라서 그런지 사이사이 한마디 정돈 알아들을 수 있었으나 의사소통은 무리였다.

‘지력을 올린 덕에 조금은 알아듣겠네. 그래도 대화를 하려면 지력을 좀 더 올려야겠어.’

손을 들어 잠시 ‘기다려.’라고 한 실비아는 상태 창을 급히 열어 분배 포인트를 지력에 투자했다. 몽땅 다 쓸까 하다가 우선 40포인트만 지력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력은 155가 됐다. 이 정도 수치면 돌머리는 벗어난 듯싶었다.

‘문제집을 하루빨리 다 읽어야겠어.’

그녀가 시스템 창을 끄고 앞을 다시 보자 물개가 활짝 웃으며 ‘엉엉!’거렸다.

“저기, 안녕?”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파란 물개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안녕. 반가워.』

오, 어느 정도 드래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그녀는 통성명을 시도했다.

“나는 실비아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니?”

『이름? #$%@@!』

“뭐?”

『이름! 알려 줘.』

이름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타 정통 판타지 소설에서 읽었던 것처럼 용언으로 된 이름인 걸까? 드래곤의 언어로 만든 이름이라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건지도 몰랐다.

‘알려 달라니,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지력이 낮아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건가.’

그때 그녀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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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름을 지어 주자.

- 넌 몸이 참 파랗고 예쁘니까 ‘스머X’라고 하자!

- ‘블루’ 어때? 네 이름이야.

- ‘용팔이’. 넌 앞으로 ‘용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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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름을 잘못 지어 줬다가 죽진 않겠지. 딱히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스머X’는 표절 시비에 휘말릴 거 같아서 싫었고 블루는 무난하니 괜찮았다. ‘용팔이’는 아마도 드래곤이니까 개발자가 넣어 놓은 것 같았는데, 무척 구린 데다 이 이름을 지어 준다면 드래곤남과 싸우게 될지도 몰랐다. 제일 무난한 2번을 고르자 저절로 그녀의 입이 열렸다.

“블루 어때? 네 이름이야.”

실비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란 물개가 배영을 하며 빠르게 한 바퀴 돌더니 수면을 치며 ‘엉!’ 하고 크게 짖었다. 그는 물 밖으로 몸을 반만 내놓은 채 빙글빙글 돌면서 좋아했다.

『좋아, 블루. 난 블루야.』

“블루, 그래. 하하.”

실비아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자 블루도 ‘엉엉!’ 하면서 배를 쥐고 웃었다.

『실비아, 좋아.』

“그래, 음….”

간단한 단어밖에 말하지 못하는 파란 물개랑 놀고 있으니 어디 모자란 애 데리고 노는 거 같아 실비아는 점점 기분이 찝찝해졌다.

‘미남도 아니고 말 조금 할 줄 아는 파란 물개랑 뭘 한다지?’

물론 간단한 대화만 알아들을 수 있는 상태니 저절로 블루의 말도 간단하게 들리는 것일 터. 그래도 당장 진도를 나가는 건 아니더라도 사람다운 대화를 해야 호감이 오르든가 말든가 할 게 아닌가. 블루의 호감도는 그렇다 치고 실비아 본인이 영 흥이 나질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포인트를 아껴 두고 싶었지만….’

그녀는 블루와 좀 더 고차원적인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잠시 고민해 봤지만 한동안 지력 말고 다른 능력을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남은 45포인트를 싹 다 지력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그녀의 지력은 200. 그 순간 <동정 레이더>가 반응하면서 블루의 공략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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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블루>

-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귀여운 파란 물개. 실비아가 ‘블루’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인간을 처음 봐서 모든 게 낯선 그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블루의 본체는 블루 드래곤이다. 반려를 찾아 인간 세계로 내려온 그는 물개로 폴리모프를 한 상태. 주로 아쿠아리움에서 만날 수 있다.

*폴리모프 : 형태를 변화시키는 마법

공략 포인트 : 지력 700 이상

호감도 : 50

공략 보상 : 레벨 업 / 물 속성 스킬 트리 개방(!)

<블루 드래곤의 씨앗 조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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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제 공략 창을 볼 수 있구나. 근데 잠깐, 공략 조건이 미쳤네.’

블루의 공략 창을 보니 공략 조건이 자그마치 지력 700이었다. 너무 높은 수치였는데 이건 도저히 레벨 업이나 단순 던전 공략만으로 올릴 수 없어 보였다.

‘화술처럼 아르바이트를 통해 올릴 수 있는 거 아닐까?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야겠네.’

집도 구해야 하고 림보도 찾아야 하고 지력도 미친 듯이 올려야 했다. 벌써부터 할 일이 산더미라 실비아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근데 200이면 나름 상징적인 수치인데 별다른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200이 됐는데 딱히 새로운 스킬이 떠오르거나 하진 않네? 좀 더 올려야 되는 걸까.’

화술을 올릴 땐 스킬이 떠올랐었는데…. 아니면 지력은 별다른 스킬이 없는 건지도 몰랐다. 실망하기도 잠시 블루가 아까와는 달리 좀 더 고차원적인 말을 내뱉었다.

『실비아, 난 사실 물개가 아니야.』

“아, 정말?”

실비아는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너의 섹시한 모습은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단다. 망할 드래곤 본체도 말이야. 그걸 타다가 내가 성층권에서 죽는 미친 경험을 했지.’

생각하다 보니 잠시 화가 난 실비아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블루는 그녀를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눈을 반짝였다.

『너한테 내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그 말을 하며 블루가 앞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하는 짓을 보니 물속으로 들어오라는 걸로 보였다.

‘한 번은 속아도, 두 번은 안 속지.’

실비아가 웃으며 고개를 젓자 블루가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시무룩한 블루의 모습에 잠시 가슴이 아려 왔지만, 미남의 모습이 아니라서 그런지 당장 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은 들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당장 공략될 게 아니라면 계속 물개로 있어라. 이 모습이면 현혹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걸.’

무덤덤한 실비아의 반응에 ‘휴우’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릴 낸 블루가 벽에 바짝 붙어 왔다.

『왜 안으로 들어오질 않는 거야? 난 네가 맘에 들어. 물에 들어와 같이 놀자! 다른 인간들과 달리 넌 빛이 나.』

“보는 눈이 있구나.”

보는 눈은 있는데 자꾸 개소릴 하는 건 맘에 들지 않았다. 왜 물에 안 들어오냐고 묻다니. 난 인간이고 넌 지금 물개야. 바다도 아니고 멀쩡한 인간이 수조에 들어가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걸 꼭 물어야 아는 걸까?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루가 계속 말을 해 왔다.

『난 인간세계에 처음 내려왔어. 바다에 있다가 한 인간을 따라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고 와 보니 네가 있었어. 이건 운명이야.』

확실히 지력을 올리고 나니 블루와 대화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살짝 제 할 말만 하는 것 같긴 했지만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언제까지고 있을 순 없었다. 세비스도 밖에서 기다릴 테고 조련사도 조금 있으면 돌아올 터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제일 궁금한 걸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계속 이 아쿠아리움에 있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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