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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41화 (141/372)

141화

에로 뽕빨 게임답게 촉수 괴물에게 므흣하게 응징당하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설마 그럴까 싶긴 했지만, 다른 게임이 아니라 19금 게임이기에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수위가 29금을 넘어가는데, 설마?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그녀는 루카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인 뒤 넝쿨 식물과 최대한 거리를 유지한 채 스킬을 썼다. 다행히 불에 취약한 식물 속성의 몬스터들이라서 거리를 유지하며 공격하니 쪽을 쓰지 못했다. 한 마리씩 몬스터들이 쓰러지며 승기가 거의 실비아네로 기울어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멀리서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비아가 시선을 돌리니 넝쿨 식물 한 마리가 뭔가를 들고 뛰어오는 게 보였다.

“저게 뭐지?”

“뭐야! 기가 막히네요. 머리를 쓸 줄 아나 봐요.”

달려온 넝쿨 식물은 물 양동이를 들고 있었는데, 불붙은 동료 몬스터들에게 물을 끼얹어 화재를 진압하는 게 아닌가. 치익- 소리를 내며 불이 꺼지자 그들은 또다시 넝쿨을 이용해 실비아네를 공격했다.

그것들은 실비아의 다리를 휘감아 성가시게 하거나 어디 뒷세계에서나 사용할 듯한 결박플을 선보였다. 특정 부위만 빼고 휘감는 고급 기술을 보아하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야릇하게 몸을 조이는 넝쿨에 실비아가 당황해서 버둥거렸다.

“이, 이상해. 이러지 마! 미친놈들 아냐?”

“실비아!”

당황한 루카가 얼굴을 붉히며 넝쿨들을 성급히 떼어 냈다. 한참을 시달린 끝에 파렴치한 결박플을 겨우 빠져나온 실비아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어우, 완전 변태들이 따로 없네요.”

“음,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어.”

“어머! 미쳤나 봐.”

뺨이 발그레해진 루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잠시 좋아했다. 넓은 어깨를 툭- 치며 핀잔을 준 실비아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엉킨 실타래처럼 굴러다니는 넝쿨들을 바라보았다.

“아, 이걸 어쩐다. 저것들이 생각보다 머리가 좋네요.”

“어쩔 수 없지. 계속 공격하는 수밖에. 다행히 자체적으로 물을 뿜어내진 못하는 것 같으니까.”

물 양동이를 들고 와서 불을 끈다면 왔다 갔다 할 시간도 없게 불태워 없애면 될 일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둘은 계속 넝쿨들을 불태웠다.

“불이 꺼지면 다시 붙이면 될 일이지!”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둘은 결박플을 피하며 몬스터들이 물 양동이를 들고 올 틈도 없이 빠르게 공격했다. 한참을 해치우고 나니 몬스터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게임 심의 준수>의 효과고 뭐고 다 불타서 재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잠을 자는 척하는 몬스터도 없었다.

‘얘네들도 보스 몬스터가 있으려나?’

거의 끝난 전투에 헉헉대며 숨을 고르던 둘은 쿵쿵- 소리를 내며 지면을 울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사람 키 두 배만 한 거대한 넝쿨 식물이 그들의 머리 위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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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 찰지게 휘두르는 넝쿨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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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스 몬스터는 아까와는 달리 몬스터들의 사체가 합쳐져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이놈은 잔챙이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가죽 채찍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휘두르는 소리가 남달랐다.

보스 몬스터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 나무들이 추풍낙엽처럼 바스러졌다. 한 대 맞으면 가루가 될 것 같은 무서운 채찍질에 실비아는 루카의 팔을 잡고 뒷걸음질 쳐 보스 몬스터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한 대 맞으면 바로 천국 가겠는데요?”

“그러게. 쉽지 않아 보이네. 아무래도 이걸 써야겠어.”

루카는 시계에서 오묘하게 빛나는 돌을 하나 꺼냈다. 마름모꼴로 생긴 돌 주위를 노란 금속이 뒤덮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생김새였다.

‘이거, 이거. 스타크래프X에서 봤던 거랑 비슷하게 생겼네. 하여튼 베껴 오기는 수준급이라니깐.’

“이건 마력 확장석이야. 저 덩치를 해치우려면 더 강한 마법이 필요할 테니.”

보스 몬스터는 둘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계속 성큼성큼 다가와 공격을 시도했다. 실비아를 끌어안고 뒤로 물러난 루카는 그녀에게 제 뒤에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그는 품에서 꺼낸 마력 확장석을 바스러트릴 것처럼 강하게 쥐었다.

‘어? 루카 혼자서 죽이면 안 되는데.’

파티원처럼 경험치를 나눠 받긴 하지만 막타는 실비아 본인이 쳐야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딱히 경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그동안의 경험상 확실했다. 실비아는 앞을 막고 있는 루카의 어깨를 두드리곤 속삭였다.

“저도 도울게요. 그리고 마지막 일격은 제가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마지막은 왜?”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신탁의 내용이 그래요.”

루카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었지만 잠시 후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주문을 외면서 마력 확장석을 강하게 쥐자 루카의 몸 위로 마치 어디서 본 것 같은 붉은 마나가 흘러나오더니 점점 그 색이 진해졌다.

‘멋지다, 멋져!’

드래곤X 같은 화려한 이펙트에 실비아는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주문을 조그맣게 중얼거리던 루카가 허공에 동전을 불러내서 보스 몬스터를 향해 튕겼다. 동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화려한 불길이 치솟았다. 동전의 궤적은 <채찍 찰지게 휘두르는 넝쿨 식물>을 한 바퀴 휘감은 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곧 불꽃 쇼처럼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라 보스 몬스터의 주위를 감쌌다.

“와, 엄청나네요.”

“공격이 먹히는 것 같아. 지금 딱 두 개밖에 안 가지고 있어서 언제 써야 하나 싶었는데, 저놈한테 쓰길 잘했네.”

딱 보기에도 엄청나게 화려한 마법이었는데, 공격력도 굉장했다. 불기둥에 휩싸인 보스 몬스터가 비명을 마구 지르며 비틀거렸다. 무척 잔인한 광경이었지만 실비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다짐하곤 망치를 들고 다가가 몬스터를 조심스럽게 몇 번 두들겼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 막타를 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몬스터가 쓰러지더니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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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 찰지게 휘두르는 넝쿨 식물>을 처치하여 <흙 묻은 칡>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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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해치웠다!”

<흙 묻은 칡>은 ‘잘 씻어서 먹으면 지력이 10 상승한다.’라는 아이템 설명이 있었다.

‘애걔? 겨우 10? 그래, 뭐 안 주는 것보단 낫지.’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한 실비아는 양손을 들고 환호하다가 늘 그렇듯 보스 몬스터 근처에 떨어져 있는 구슬도 자연스럽게 챙겼다. 보스 몬스터가 한 던전에 두 놈이나 있다니, 개이득이었다.

‘이번 공략이 끝나면 능력치가 꽤 오르겠네. 능력이 올라가는 아이템도 많이 얻었고 아직 얻어야 할 <보상 상자>도 남아 있으니까!’

설레하던 실비아는 무심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쳤다. 어쩐지 점점 찜질방에 온 것처럼 주변이 뜨겁다 싶더니 주변 나무들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사이 정체 모를 불꽃들이 여기저기 튀었다.

“오, 예쁘다. 불꽃 축제 같네요.”

실비아는 마치 불꽃 쇼를 지켜보는 관중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하다가 뒤늦게 불꽃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보스 몬스터의 잔해에서 나온 꼬마 몬스터들이 몸에 불을 붙인 채 달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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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 찰지게 휘두르는 꼬마 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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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몬스터만큼 위협적이진 않았으나 실비아의 무릎까지 오는 꼬마 넝쿨이 불이 붙은 채찍을 찰지게 휘둘러 그녀의 등을 두들겨 팼다. 그러자 제대로 채찍질 당한 실비아의 입에서 이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흣! 뭐야, 이거. 그만, 읏!”

루카도 불 채찍으로 두들겨 맞자 저도 모르게 이상한 신음을 내면서 당황했다.

“얘들이 휘두르는, 읏! 채찍이 좀, 흐읏! 많이 그렇다….”

다행히 꼬마 몬스터들의 채찍질은 공격력이 높지 않아 살짝 이상하고 야릇한 기분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실비아는 이것들을 망치로 때려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놈들이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넝쿨을 움직여 피하는 게 아닌가. 그때 눈앞에 ‘잔여 몬스터들을 다 쫓아내자.’란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시지를 보니 성가시기만 하고 죽여서 아이템을 얻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거듭되는 찰진 채찍질에 화가 난 실비아는 꼬마 넝쿨의 채찍을 재빨리 뺏어 휙 던져 버린 뒤 꿀밤을 제대로 먹였다. 어쩐지 개구쟁이들을 혼내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꿀밤을 맞은 꼬마 넝쿨은 울먹거리더니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실비아는 다른 꼬마 넝쿨들한테도 열심히 채찍을 빼앗아 꿀밤을 먹였다. 루카도 옆에서 보더니 그녀를 따라 했다. 곧 꼬마 몬스터들이 어딘가로 다 도망가 버리면서 보스 몬스터 토벌은 완전히 끝났다. 멀어져 가는 콩나물 같은 꼬마 넝쿨들을 보면서 실비아가 손을 털고 콧방귀를 뀌었다.

“자식들이 말이야! 채찍은 어른이 된 후에 좋은 장소에서만 휘두르라고!”

꼬마 넝쿨들이 멀리 달아나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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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 등짝을 보자. 인외 존재에게 채찍 맞기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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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메시지만 보면 내가 엄청난 일이라도 당한 것 같잖아? 뭐라도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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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하고 짜릿한 기분을 잠시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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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은 안 주고 쓸모없는 메시지만 떴다가 사라졌다. 뭐 주지도 않을 거면서 거창한 메시지만 뜨다니, 그녀는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곤 투덜댔다.

‘채찍을 맞을 거면 미남한테 맞고 싶지, 딱히 넝쿨 따위한테 안 맞고 싶었는데. 아니면 반대로 채찍을 미남에게 휘두르거나 말이야.’

그녀는 초창기에 망치를 선택할 때 봤던 채찍과 회초리를 떠올렸다. 망치가 아닌 다른 무기를 선택했다면 <채찍 전사>나 <회초리 전사>가 됐을까. 그럼 혹시 저 채찍 든 넝쿨들을 만났을 때 수하로 거느릴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상상만 해 볼 뿐이었다.

잔여 몬스터들을 다 쫓아낸 실비아는 레벨을 확인하였다. 아까의 <코코넛 라떼>들이 나타났던 필드처럼 넓지 않아서인지 고작 1레벨이 올라 있었다. 이로써 실비아의 레벨은 이제 44레벨. 상태 창 확인을 마친 실비아는 루카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톡 쳤다.

“이제 다 끝났으니 가 볼까요?”

“아, 실비아. 근데… 숲이 좀 심각한 거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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