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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31화 (131/372)

131화

루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실비아의 연속 후두려 패기 공격은 계속됐다. 찹찹-! 얍얍-! 보스 몬스터와 실비아의 덩치 차이가 너무 커 흡사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한참을 공격했을까, 실비아의 온몸은 보스 몬스터에게서 튄 썩은 나무 액으로 뒤범벅이 됐다. 필사적인 사투 끝에 커다란 덩어리가 쿵- 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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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기한이 1년 지난 우유로 만든 코코넛 라떼>를 공략하는 데 성공! 보상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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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성공 메시지와 함께 레벨이 1 올라갔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와! 쓰러졌다!”

“오, 실비아. 넌 뭐든지 잘하는구나.”

“그럼요. 전 뭐든 잘한다구요!”

루카의 감탄에 잠시 뿌듯해하던 실비아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보스 몬스터가 떨군 아이템을 주웠다. 우선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만 나오는 큰 구슬이었다.

‘루카는 돈이 많으니까 구슬에 별 관심이 없을 거야. 봐, 거들떠보지도 않네.’

슬쩍 루카의 눈치를 본 실비아는 그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걸 확인하곤 얼른 큰 구슬을 챙겼다. 그다음은 그녀가 고대하던 아이템을 확인할 차례. 보스 몬스터가 떨구는 ‘능력치 향상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바로 저장이 되기 때문에 그녀는 태연한 척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으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이건 게임일 뿐인데, 마치 몰래 아이템을 빼돌린 것처럼 느껴져서 죄책감이 살짝 들었다.

썩은 음식이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인벤토리 안엔 <갖은 약재를 넣고 만든 새우 코코넛 커리>라는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아이템을 터치해 보니 ‘맛 좋은 커리. 밥도둑이 따로 없다. 체력 20, 지력 20 상승’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냄새가 고약한 거치곤 생각보다 능력치를 많이 안 주네. 뭐, 이미 다른 걸 많이 얻긴 했지만…. 아쉬워라.’

던전에서 잡아이템을 많이 주운 건 좋았는데 정작 보스 몬스터가 주는 보상 아이템이 별로 크지 않았다. 그래도 던전 하나에서 레벨을 3이나 올린 건 큰 수확이었다. 실비아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만족하기로 했다. 그때 루카가 그녀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실비아, 수고했어!”

“아, 잠시! 오지 마세요.”

실비아는 뒤늦게 제 몸이 보스 몬스터의 체액으로 뒤덮여 있단 걸 인식하곤 급하게 뒷걸음질 쳤다. 보스 몬스터랑 싸우고 나니 썩은 덩어리 조각과 끈적한 몬스터의 체액이 온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루카가 가까이 온다고 생각하니 살짝 부끄러웠다.

“왜 그래?”

“이 꼴을 봐요. 엉망이잖아요. 으. 씻어야 하는데….”

실비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씻을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루카는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그런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리곤 몸을 숙여 뺨을 맞대곤 비비적거렸다.

“왜, 좋기만 한데?”

“아이참….”

“정 신경 쓰이면 같이 씻을까.”

루카는 실비아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두 번째 창고 근처에 계곡이 있다고 했다. 얼마 걷지 않아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는데, 어쩐지 더운 기운이 훅 끼쳐 왔다.

“계곡이 여기저기 있어서 다행이네요. 근데 왠지 아까보다 더 더워진 거 같아요.”

“후, 그러게. 왜 이렇게 덥지?”

둘은 계곡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김이 폴폴 나는 계곡 온천이 그들을 반겼다. 루카는 조심스럽게 손을 담가 온천의 온도를 쟀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는 온천은 다행히 몸을 담글 수 있는 적당한 온도였다.

“원래 온천이 아니었는데, 오염된 기운 때문에 변한 것 같아.”

“이 섬에 화산이 있나요?”

“내가 알기론 없어. 던전화가 되면서 생긴 것 같은데.”

실비아는 불안한 눈으로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산봉우리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불길한 상상이 저절로 떠올랐다. 설마 화산이….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재수 없는 상상은 그만두기로 했다.

둘은 옷을 벗고 조심스럽게 온천으로 들어갔다.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려니 노곤하고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순간 메시지가 떴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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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싹 달아난다. 피로도가 0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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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효과도 있다니. 이럴 땐 게임 세계에 빙의한 게 참 행복하다니까.’

바위에 기댄 실비아는 화롯불에 올려 둔 떡처럼 몸을 늘어트렸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대로 몇 시간이고 안에 있고 싶었지만 할 일이 많았기에 적당히 몸을 지지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찰박-. 물소리를 내며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루카가 뒤에서 껴안으며 유혹했다. 그러나 할 일이 바빴기에 실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두 번째 창고의 공략을 완수해야 했다.

“우린 할 일이 많다구요.”

“하아….”

“두 번째 창고가 이 근처라고 했죠?”

낙심한 표정의 루카와 얼굴이 반질반질해진 실비아는 옷을 입고 두 번째 창고를 향해 걸어갔다. 실비아는 걸어가면서 잠시 까먹었던 악력기를 손에 들고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1천 회를 오늘 안에 다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맞다, 그놈의 벼락치기 어쩌구도 읽어야지.’

실비아는 악력기를 쥐는 틈틈이 다른 손에 책을 들고 읽으며 걸어갔다. 게임에 빙의한 지 어언 37일 차, 잉여킹이었던 실비아는 걸어가는 시간조차 활용하는 자기 개발의 끝판왕이 되어 있었다.

옆에서 같이 걷던 루카는 실비아가 앞을 못 보고 넘어질까 봐 사이사이 그녀를 보조해 주었다.

“실비아 너, 정말 열심히 산다.”

“크흠, 시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는답니다.”

실비아는 어디서 주워들은 멘트를 멋들어지게 말하며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악력기를 든 손을 들어, 있지도 않은 투명 안경을 손등으로 치켜 올리는 포즈를 취했다. 어쩐지 이런 자신이 멋있는 것 같아 비장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멋있어.’

루카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원래도 매력적인 그녀를 좋아했었지만, 섹스를 하고 난 이후로는 그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져서 눈빛을 숨기기가 힘들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가끔 귀여운 데다가 능력까지 엄청난 그녀를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마을로 돌아가서 백화점을 같이 가는 날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눈엣가시인 집사는 넉넉하게 퇴직금을 줘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녀와 성대하게 결혼식을 하겠다는 단꿈에 젖어 들었다. 루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실비아는 열심히 자기 개발을 했다.

울창한 숲을 지나 앞이 탁 트인 공간에 이르자 루카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두 번째 창고에 도착했네.”

“아아, 여기군요.”

문제집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든 실비아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감탄했다. 미색 대리석길이 반듯하게 일자로 입구까지 이어졌고, 그 양옆은 동물이나 수인을 새긴 조각상들이 장식하고 있었다. 대리석길 끝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해 있을 것 같은 피라미드처럼 생긴 하얀 건축물이 찬란하게 빛났다. 창고라고 하길래 나무로 된 투박한 건물을 예상했건만 이런 휘황찬란한 건물이 떡하니 있을 줄이야.

‘모양이 좀 다르긴 하지만 인도의 타지마할이 떠오르네. 뭔가 유적지 발견한 것 같고 설레는걸.’

실비아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인디아나 존X가 된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와, 왠지 안에 들어가면 미라나 수정 해골을 만날 것 같아요.”

“미라? 수정 해골은 또 뭐야.”

“아니에요. 그만큼 두근거리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단 거죠. 빨리 들어가 봐요.”

“그래, 음. 혹시 모르니 주변을 살피면서 가야겠어. 여기에도 몬스터가 있을 수 있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실비아는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악력기와 문제집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그를 따라나섰다.

대리석 길을 걸으며 조각상을 구경한 실비아는 조그맣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각상들의 눈부터 반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가 달린 부분마다 보석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가격이 엄청나겠는걸. 지천에 널린 게 보석 달린 조각상이네. 이렇게 방치해 둔 거 보니 하나 정돈 슬쩍 빼 가도 아무도 모르겠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물욕이 그득한 눈으로 조각상을 훑었다. 게임이니 플레이어가 하나 슬쩍한다고 뭐 어떠랴. 그녀는 예전에 했던 게임을 떠올렸다. 집집마다 무단 침입해서 서랍과 상자를 뒤져 아이템을 강탈했던 짜릿한 경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몽둥이로 옆 차선 운전자를 패거나 발길질을 해서 넘어트리는 게임도 재밌었는데!’

사람 패는 거에 비하면 도둑질은 게임에서 별것 아니었다. 거, 플레이어가 물건 좀 슬쩍할 수도 있지! 거기다가 이끼가 살짝 낀 걸 보니 이 집 사람들은 조각상에 아무 관심도 없어 보이고….

실비아는 최대한 무심한 표정으로 관심 없는 척 말을 꺼냈다.

“이건 뭐죠? 마치 보석 같기도 한 게. 붉은 돌이 풍화되면 이렇게 번쩍번쩍 빛나나…?”

“하하, 순진하긴. 조각상에 박힌 거 다 진짜 보석이야.”

“그래요? 어머, 나쁜 사람들이 뽑아 가면 어쩌려고.”

실비아가 놀란 척을 하자 루카가 못 말리겠다는 듯 미소 지었다.

“걱정 마. 우리 집안사람이 아닌 자가 보석을 빼내려고 하면 공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애먼 생각을 한 도굴꾼이 있다면 바로 가루가 되어 버릴걸?”

“그… 그렇구나.”

사르륵, 눈 녹듯이 물욕이 사라졌다.

‘휴, 하마터면 가루가 될 뻔했구나. 아니지.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지옥에 가려고 그래? 정신 차려!’

잠시 게임 플레이어 특유의 나쁜 충동이 들었던 그녀는 다시 건조해진 눈으로 앞만 보며 꼿꼿하게 걸었다.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 두 번째 창고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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