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이 섬에서 루카 형 귀신을 볼 줄이야! 귀신은 물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설마 루카의 몸에 원혼처럼 달라붙어 있는 건가?
실비아는 현생에서 들었던 귀신 속설들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게임 속에 귀신이 있을 줄이야. 거기다가 시스템 메시지도 하나도 뜨지 않아서 더욱 불길했다.
잠시 몸을 떨던 실비아는 겨우 진정한 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지옥으로 잡아갈 작정이었다면 당장 잡아갔지, 도망치는 걸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그녀의 굳어진 얼굴에 루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실비아의 여린 어깨를 감싸 안고 물었다.
“뭘 봤길래 그래?”
“아, 아니에요. 그냥 물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몸이 떨리네요.”
“그래? 그럼 이렇게 껴안고 있어야겠네.”
루카는 조그만 몸을 으스러질 듯이 강하게 껴안고 비비적거렸다. 포근하고 너른 가슴에 안겨 있다 보니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던 불안감도 점차 사라졌다.
‘그래, 뭐. 어차피 게임의 일부겠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신경 쓰지 말자.’
자신을 토닥이는 손에 기분이 좋아진 실비아는 루카와 장난을 치며 잠시 놀았다.
루카가 타월로 감싼 채 한참을 비비적거린 덕에 뽀송뽀송해진 실비아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바위 뒤에 숨었다. 옷을 입기 위해서였다.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라 앞에서 옷을 갈아입어도 되긴 하지만 기록 창과 획득한 아이템을 몰래 볼 생각이었다.
우선 인벤토리를 열자 붉은색 루비처럼 반짝이는 씨앗을 볼 수 있었다. 루카를 공략하고 얻은 씨앗이었다. 잠시 바위 뒤에서 실비아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 루카의 동향을 살펴보니 그는 한창 팔 굽혀 펴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씨앗을 봐도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왠지 당사자한테 보여 주긴 껄끄럽단 말이야.’
안심한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씨앗을 꺼내 그 영롱한 모습을 감상했다. 붉은 루비처럼 반짝이는 씨앗은 얼핏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착시 효과도 있었다. 역시 루카의 그… 원료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서 그런지 그의 외모만큼 화려하게 반짝였다.
감상을 마친 실비아는 다시 씨앗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총 몇 개를 획득했나 확인했다. 동굴에서 확인한 대로 두 번의 정사로 5개, 세 번째 정사에선 그냥 1개로 실비아는 총 6개의 씨앗을 획득했다. 인벤토리에 상자로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우선은 기록 창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레벨 업과 함께 새로운 스킬을 얻었단 걸 알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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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공략 성공! 레벨이 3 업! 공략 성공의 보상으로 ‘불속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스킬 창을 봐 주세요.]
[축하합니다! 레벨 40을 달성하여 <레벨 40 달성 기념 보물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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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3계단이나 바로 오르다니, 반가운 일이었다. 안 그래도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 업 속도가 느려져 걱정이었다. 거기다 딱 알맞게 보상 상자까지 주다니, 실비아는 루카를 복어남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재평가했다. 안 그래도 섹스해서 좋은데, 아이템도 주고 씨앗도 주고 스킬도 주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가 따로 없었다.
그녀는 입을 귀에 걸고는 한참을 소리 없이 웃다가 겨우 진정했다. 너무 오래 바위 뒤에 있으면 루카가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빨리 나머질 확인해야 했다. 그녀는 얼른 상태 창을 켜 새로 획득한 스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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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레벨 40
망치 전사
가진 돈 : 7만G(림보 것 : 5만 골드)
체력 : 230 힘 : 170 지력 : 85 민첩 : 150
화술 : 300(+50)
업보 : 20
신앙심 : 5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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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도 : 100
세간의 평가 : <측은한 우리 마을 떠돌이>
전투스킬 : <뚝배기 깨기>, <1+1>, <정화의 망치>,<*손은 눈보다 빠르다> new!<불망치>
생활 스킬 : <헛소리를 진지하게>,<*손은 눈보다 빠르다>
패시브 스킬 :<만독불침>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30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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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랑 너무 뒹굴었더니 피로도가 쌓인 모양이야.’
상태 창을 보고 피로도가 꽤 쌓여 있는 걸 확인한 실비아는 포션을 한 병 꺼내 들이켰다. 한 개론 반밖에 안 까이길래 한 병 더 들이켜니 피로도가 0이 되면서 몸이 가뿐해졌다. 스크롤을 내려 보니 새로운 스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으음, <불망치>라니. 스킬 명이 정말 구리구나. 그래도 효과는 좋겠지.’
옆에 ‘new!’가 떠 있는 <불망치>를 누르자 스킬의 상세설명이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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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망치
- 망치가 불타오른다! 활활 타오르는 망치로 몬스터들을 혼내주자! 얼음 속성 몬스터, 식물 속성 몬스터 등 불에 취약한 속성을 가진 적들을 물리칠 때 사용하기 좋은 스킬이다. <불망치>로 몬스터를 때릴 때 일정한 확률로 ‘잘 구운 아이템’이 나온다. 아쉽게도 전투용 스킬이라 삼겹살을 올려둔다 해도 구워 먹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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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잘 구운 아이템>이라니. 나쁘지 않네. 지금까지 상대했던 몬스터들은 잡템으로 가끔 식재료나 요리를 뱉어 냈으니까, 식재료가 구워진 상태로 나온다면 좋을 것 같아. 삼겹살을 못 구워 먹는 건 조금 아쉽지만 말이야.’
당연하게도 생활 스킬이 아니었기에 고기를 구울 순 없었다. 던전 공략을 자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불망치>가 고기 불판 같은 역할도 했다면 딱 좋았을 텐데 아쉬운 일이었다.
상세설명을 끈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벤토리를 다시 켠 실비아는 <레벨 40 달성 기념 보물 상자>를 꺼냈다.
<잊혀진 던전>에서 봤던 것보다 좀 더 화려하게 빛나는 상자가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딸깍- 상자를 열어젖히자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찬란한 빛과 함께 안에 든 아이템의 내용물을 알려 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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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40 달성 기념 보물 상자
포인트 30
악력기
벼락치기, 나도 할 수 있다
여행자 꾸러미
마력 포션 5개
행운의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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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30이라니, 그럼 이제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는 총 60이 되었다.
‘이건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우선 계속 모아 봐야겠어.’
그다음 <악력기>와 <벼락치기 나도 할 수 있다>. 뭔가 싶어서 상세설명을 보니 직접 사용하면 힘과 지력이 오르는 아이템이었다. 피곤하다, 참. 그냥 먹으면 바로 오르는 아이템을 줄 것이지.
한숨을 푹푹 내쉰 그녀는 우선 손에 악력기를 들고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떠올랐는데, 악력기 1천 회 달성 시 힘이 30 오른다는 설명이 있었다.
‘힘 30이면 엄청난 수친데? 그래, 이 정도 고생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벼락치기, 나도 할 수 있다>는 문제집이었는데 잠시 펼쳐서 뒤적거려 보니 상세설명이 떠올랐다. 끝까지 읽으면 지력이 30 올라가는 아이템이었다. 심지어 책 맨 뒤편에 형광펜도 사은품으로 붙어 있었다. 줄 쳐 가며 읽으란 거였다.
‘끝까지 읽으라니, 가지가지 하네. 그래, 알겠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거지. 진짜 공짜는 없네.’
책은 나중에 짬 날 때마다 볼 요량으로 인벤토리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녀는 악력기를 계속 쥐었다 폈다 하며 <여행자 꾸러미>를 인벤토리에서 터치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눈앞에 꾸러미가 나타나더니 안에서 속옷 세트와 가벼운 옷이 몇 벌 나왔다.
안 그래도 여분의 옷을 안 가져와서 후회하고 있었는데 잘된 일이었다가 아니라 원래 그녀는 멀쩡한 옷이 몇 벌 없다…. 거렁뱅이 옷은 다 걸레나 커튼으로 탈바꿈했고 있는 건 노엘이 사준 옷 네 벌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옷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크라켄과 함께 오두막집으로 돌아간 세비스가 떠올랐다. 그녀는 어두운 낯빛으로 걱정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세비스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오두막집이 무너졌는데 괜찮을지. 걔 성격이면 알아서 크라켄도 수산 시장에 내다 팔고 무너진 잔해에서 살림살이도 주워서 잘 모아놨겠지만…. 맞다, 전서구! 전서구 참둘기는 우리 집이 무너졌는데 어쩌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니다…. 드디어 감금에서 풀려났다고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을지도.’
실비아는 참둘기를 떠올리며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시작은 감금과 협박이었지만 검지와 참새 발을 맞대고 산 지가 거의 한 달이 넘었는데 이 정도면 가족이 아닌가 싶었다. 도망쳐 버렸다면 좀 섭섭할 거 같았다. 뭐, 다시 잡아 오면 되는 거지만 말이다.
한번 눈에 든 이상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지….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천만에. 넌 이미 내 것이거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사악하게 미소 지으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곤 본인이 한 생각에 뒤늦게 놀라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정신 나간 납치범 역할에 심취했다.
제정신을 차린 실비아는 꾸러미를 옆에 놔둔 채 새로 획득한 마력 포션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템 <행운의 동전>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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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동전
- 마을 광장의 분수대에서 사용 시 좋은 일이 일어나는 동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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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데. 까먹지 말고 돌아가서 꼭 사용해야겠다.’
그녀는 흐뭇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껐다. 그리고는 기록 창을 켜 아직 보지 않은 메시지가 있나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어?”
초록색 눈이 조금만 더 크게 뜨면 툭- 하고 굴러떨어질 정도로 커졌다. 메시지의 내용이 다소 특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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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와 <안개로 싸인 보물섬>의 첫 번째 창고에 있는 제단에서 네 번 섹스를 하면 업보 1천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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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람? 이건 저주야, 경고야? 근데 그런 거치곤 너무 디테일한데? 제단 위에서 네 번이나 할 일이 뭐가 있다고…. 숨겨진 의미가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