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여유롭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루카가 허리를 개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을 뒤덮은 커다란 손등에 핏줄이 불거지고 두 남녀의 몸에서 흘러내린 땀이 비닐 천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탄력 있는 엉덩이와 루카의 아래가 맞닿을 때마다 탁- 탁- 거리는, 젖은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단한 손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강하게 당겨 빈틈없이 아래를 맞붙였다.
금색 눈을 한껏 찌푸린 루카가 털 듯이 제 것을 박아 넣으며 마지막 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곧 목 안에서 끌어올린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루카가 제 것을 실비아의 안에 깊숙이 삽입했다. 그가 절정을 맞는 것과 거의 동시에 실비아의 허리도 한껏 휘어졌다. 절정을 느낀 내벽이 물처럼 묽은 애액을 쏟아 냈다.
“아, 흐읏!”
“윽…!”
크게 부풀어 올랐던 성기가 선단에서 폭발하듯 사정 액을 분출했다. 세 번째인데도 여전히 많은 양의 사출 액이 그녀의 내벽을 가득 채웠다. 사정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놔주지 않던 루카는 한참 뒤 모든 게 끝나고 천천히 제 것을 빼냈다.
온통 희멀건 체액으로 엉망이 된 성기가 엉덩이 사이로 빠져나오자 덩어리진 체액들이 하얀 허벅지를 적시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루카는 시선을 내려 방금 전까지 제 성기가 드나들었던 구멍을 황홀하게 바라봤다. 안을 빠듯하게 드나들던 루카의 것이 사라지자 붉은 질구가 아쉬운 듯 뻐끔거리며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체액을 토해 냈다. 뽀얀 엉덩이를 양손 가득 쥐고 주무르자 그 자극에 질구에서 남은 체액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실비아는 온몸에 진이 다 빠져 버렸는지 몸을 추스를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무너지듯이 엎드려 누웠다. 갈색 머리가 흘러내려 옆으로 쏟아졌다. 유려한 선을 가진 가녀린 등과 둥글게 솟아오른 뽀얗고 탄력 있는 엉덩이에 루카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봐도 봐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아름다운 몸이었다.
그녀의 뒤태를 넋을 놓고 감상하던 루카는 실비아가 몸을 비틀며 일어나려 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일어나려는 그녀를 잽싸게 바디 타월로 감쌌다. 그리곤 실비아의 몸을 멍석말이하듯 돌돌 만 뒤 번쩍 들어 올렸다. 공주님 안기 자세로 매트리스를 내려와 성큼성큼 걷자 실비아가 나른한 눈으로 그를 올려봤다. 말없이 묻는 눈빛에 루카가 앙증맞은 입술에 쪽- 하고 가볍게 입맞춤을 하더니 속삭였다.
“하아, 너무 좋아. 실비아, 너무 귀여워. 사랑스럽고 그리고 섹시하고 또…!”
루카는 그녀에게 푹 빠져 버린 듯 연신 입맞춤을 쪽쪽- 해 대면서 찬사를 늘어놓았다.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은 실비아는 그저 갑자기 이동하는 상황이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어딜 가는 거예요?”
그녀가 여전히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묻자 루카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어가며 대답했다.
“씻겨줄게. 이제 아침이야. 하아, 어쩌다 보니…. 던전을 못 살펴봤네. 미안해.”
“아뇨. 미안할 게 뭐 있어요. 손이 아팠잖아요.”
실비아가 정신을 차리곤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자 루카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장난 수준의 어설픈 계략이었지만 어쨌든 욕망에 눈이 뒤집혀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한 건 맞았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대로 실컷 해 버렸다. 루카는 침음을 흘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실비아를 한 손에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려던 루카는 ‘아, 맞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디 타월도 챙기고 아래도 천으로 가리며 태연하게 동굴을 돌아다녔다. 이 모든 게 그녀를 한 손에 안은 채 한 일이었다. 새삼 엄청난 힘에 실비아는 깜짝 놀랐다.
‘힘이 엄청나네. 날 한 손으로 안은 채 이것저것 다 챙길 여유도 있고! 아, 그래. 힘이 엄청나긴 했지. 후후.’
정말 엄청나긴 했다. 처음엔 울먹이는 모습과 동정 특유의 망설이는 듯한 행동에 순진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라 그녀를 붙잡고 거칠게 허리 짓을 할 땐 순진한 게 뭐야, 거친 짐승이 따로 없었다.
‘진짜, 정말 최고였어. 어우, 진작 했으면 더 좋았을걸!’
실비아가 속으로 키득대는 걸 모르는 채 루카는 필요한 걸 모두 챙긴 뒤 그녀를 들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짹짹-.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가 나무 위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아침이 완전히 밝았다. 열대우림의 후덥지근한 기후 덕에 거의 발가벗고 나왔지만 춥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걷다 보니 끈적한 몸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려 줘요.”
“안 돼. 내가 계곡까지 직접 안고 갈 거야.”
내려 달라고 하는 실비아의 말에도 루카는 꿋꿋이 그녀를 계곡까지 안고 갔다.
곧 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계곡에 도착하자 찝찝함에 불편해하던 실비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루카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았다.
실비아는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다가 붕대가 감겨 있는 손을 아무렇지 않게 물에 담그는 루카를 보고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아무렇지 않게 손을 쓰던데, 아픈데도 무리해서 쓰다가 덧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제 괜찮은 거예요? 어제 많이 아팠잖아요.”
“어? 어어. 이제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누구 덕분에.”
걱정 어린 목소리에 루카의 금빛 눈이 마구 흔들렸으나 실비아는 그의 등 뒤에 있었기에 알아채지 못했다.
붕대를 다 풀어 바위에 펼친 루카는 아래를 가리던 천을 벗고 물에 들어왔다. 그리곤 정성껏 그녀의 뽀얀 몸을 씻겨 주었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몸을 만지자 실비아는 다시 야한 생각이 들었지만, 동굴에서 할 만큼 했으니 오늘은 이만 참기로 했다.
‘여긴 정글이잖아. 색다른 장소 천지니까 다음엔 장소 활용을 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 봐야지. 그래야 씨앗도 많이 얻을 수 있을 테고 말이야.’
그녀의 눈이 음란함을 가득 담고 수상하게 반짝였다. 루카는 제 장난 같은 계략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실비아의 야한 생각을 눈치채지 못하고 건전하게 그녀의 몸을 마저 씻겨 주었다.
“실비아, 이제 섬을 둘러봐야지.”
“잠시만요. 저쪽에 있는 바위만 한 번 더 찍고 올게요!”
씻고 나서는 던전 공략이 뭐냐, 잠시 다 잊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루카는 이미 물가에 나가 있었지만 노는 데 정신이 팔린 실비아는 제 수영 실력을 자랑하려고 계곡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몇 번 접영을 보여 주다가 물속으로 깊이 잠수해 들어가니 수압 때문에 루카의 밝은 웃음소리가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맑은 물속에서 잠시 눈을 뜬 그녀는 조그만 물고기들을 쫓아다니다가 목표한 바위로 다시 몸을 움직였다.
바위를 손으로 터치한 실비아가 수면 위로 숨을 내뱉으며 올라왔다.
“푸합! …어?”
눈을 덮고 있던 푹 젖은 갈색 머리를 치워 보니 사방이 안개로 자욱했다. 계곡을 온통 뒤덮은 안개로 인해 한 치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실비아는 당황한 얼굴로 물속에서 첨벙이며 루카를 찾아 헤맸다.
“루카 님? 갑자기 웬 안개가 꼈네요. 어딨어요, 루카 님!”
그녀가 연거푸 루카를 불러 댔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그녀는 다시 헤엄을 칠까 하다가 바위에 가슴을 붙이고 기다리기로 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함부로 헤엄을 쳤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큰일이네. 놀러 온 게 아닌데 너무 방심했어.’
발을 움직이던 그녀는 바위 밑 디딤돌을 발견했다.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그녀는 디딤돌을 딛고 서서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뒤에서 첨벙- 소리가 나더니 뒷목이 갑자기 서늘해졌다. 차갑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을 쓰다듬은 것이다. 흠칫해서 뒤돌아보니 짙은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빨간 머리가 보였다. 그에 실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난 또. 루카 님. 놀랬잖아요. 말이 없어서 몬스터인 줄….”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커다란 손이 젖은 갈색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곤 얼굴로 머리카락을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오자 실비아는 이상함을 느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서 빨간 머리만 보고 루카인 줄 알았는데, 눈앞의 남자는 루카랑 닮았지만 묘하게 뭔가가 달랐다.
상체를 헐벗은 남자는 루카와 체격이 무척 비슷했다. 그렇지만 근육이 좀 더 거칠게 발달 됐다고 해야 하나. 보통 사람은 모를 만큼 미묘한 차이였으나 루카의 몸을 뚫어져라 관찰했던 그녀였기에 차이점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근육의 발달 도를 파악하는 건 둘째 치고 남자의 몸은 루카와 애초부터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흉터는커녕 잡티도 없이 새하얀 루카랑 달리 남자는 어깨부터 두툼한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복잡한 표식의 문신을 몸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판박이를 붙였을 리는 없고. 현실이었다면 문신 스티커를 붙였냐고 묻겠지만 말이야.’
그녀는 시선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제 와 보니 머리색은 루카와 똑같았지만 머리 모양이나 길이는 달랐다. 루카는 숏 컷 정도의 길이이지만, 남자는 물속에 잠길 정도로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또 루카는 외꺼풀의 커다란 눈에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고양이 같은 상인 데 반해, 루카랑 미묘하게 닮은 남자의 눈매는 무척 부드러웠다.
대충 보면 둘 다 붉은 머리에 황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서 헷갈릴 수도 있는 외모였다. 아니, 정확히는 헷갈린다기보다는 닮았다고 해야 하나. 마치 형제처럼….
실비아는 순간 자신이 한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떨었다.
‘형제라니, 설마 루카의 형? 이건 꿈인가? 아냐, 꿈이라기엔 생생한데, 루카의 형은 죽었잖아…. 이 남자는 루카를 닮은 몬스터일 수도 있어.’
<잊혀진 던전>에서 이족 보행을 하는 <사막여우>를 만난 적 있지 않았던가. 던전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상위 몬스터를 내보내니, 충분히 사람과 닮은 몬스터가 나타날 수 있었다. 혹은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몬스터라거나.
그녀는 경계하는 낯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훑었다. 그리곤 주먹을 슬쩍 내밀어 툭- 하고 두툼한 가슴을 치고 빠졌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