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한숨 소리가 생각보다 컸던지 실비아가 깨 버렸다. 그녀는 루카를 돌아보곤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루카는 뭐라고 말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계속 누워서 덜 나은 척하기로 했다.
“어…. 아까보단 좀 낫네. 손은 아직 쓰라려.”
“아까는 정신을 못 차리는 거 같았는데. 평소에 운동을 하셔서 체력이 좋나 봐요.”
알아서 결론짓는 실비아의 말에 루카는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힘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붕대를 감지 않은 손으로 곁에 있던 실비아의 손을 들어 올려 제 가슴에 얹었다. 아까 실비아가 가슴을 좋아한 걸 기억하고 있던 루카가 용기를 쥐어 짜내서 부린 개수작이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루카는 실비아의 눈을 조심스레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직 몸이 이상해. 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거 느껴지지?”
“…네. 빠르게 뛰네요.”
루카의 두툼한 가슴에 손이 닿자 실비아의 맑은 초록색 눈이 흐려졌다. 침이 저절로 꼴깍 넘어갔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져 보니 역시 엄청난 가슴이구나. 양손 가득 움켜쥐고 싶다.’
환자 앞에서 사라졌던 그녀 안의 변태 끼가 다시 바깥으로 튀어나와 활개 치려고 했다. 가까스로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루카의 입이 다시 벌어졌다.
“다행히 열은 이제 없는 것 같아.”
“후…. 그런 것 같네요.”
“…확인해 볼래?”
루카가 실비아의 손에 깍지를 끼곤 부드럽게 당겼다. 그 손길에 그를 들여다보기 위해 숙이고 있던 실비아의 몸이 풀썩, 그의 몸 위로 엎어졌다. 순간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하는데, 깍지를 푼 루카가 얼굴을 붉히며 실비아의 가녀린 뒷목에 멀쩡한 손을 얹었다.
“입으로 확인해 봐.”
“…열이 있는 거면 저도 몸살 걸리잖아요.”
실비아는 기대하고 있으면서 맘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루카가 그녀의 얼굴을 바짝 끌어당겼다. 입술이 금방이라도 닿을 거리라 숨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럼 책임질게.”
그 말을 끝으로 둘의 입술이 겹쳐졌다. 루카가 실비아의 뒷목을 제 쪽으로 확 끌어당기자 빈틈없이 입술이 맞물렸다. 그의 뜨거운 혀가 조그만 입안을 정신없이 탐색했다. 실비아의 고개가 숙어지자 갈색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 옆으로 쏟아져 매트리스 위로 흘러내렸다.
루카는 혀로 말랑한 실비아의 입안을 거칠게 헤집다가 부드럽게 두드리고 또 매만졌다. 그와 동시에 뒷목을 야릇하게 어루만졌다.
실비아는 루카의 몸 위에 앉은 자세로 그와 키스를 이어 나갔다. 지지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이기도 했고 만지고 싶기도 했기에 그녀의 양손이 자연스럽게 그의 가슴 위에 얹어졌다.
서로의 혀가 섞이고 부드럽게 코가 부딪히는 입맞춤이 계속 이어졌다. 잠시 입술을 뗄 때마다 질척이는 물소리가 접합부에서 났다.
루카의 손이 마른 등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뒷목으로 올라갔다 하며 제 위치를 못 잡고 있었다. 정글에선 저도 모르게 여기저길 만졌었는데 막상 침대 위에서 본격적으로 하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였다.
애가 타고 무언가를 더 원하는데 해 본 적이 없으니 쉽게 그다음 진도를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실비아가 원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 말이다.
그 와중에 루카의 중심은 아까부터 일어나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혀가 얽힐 때마다, 가슴에 닿은 조그만 손이 움찔거릴 때마다 그의 것이 꺼덕거리며 천 밖으로 뛰쳐나오고 싶어 했다.
한참을 이어지던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입을 떼자 투명한 실이 따라오다가 끊어졌다. 루카가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른한 눈으로 실비아를 올려다봤다.
“하아…. 열 없잖아. 맞지?”
“…그렇네요.”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피스의 밑단을 살짝 걷어 올렸다. 그리곤 들고 있던 엉덩이를 내렸다. 근육이 꽉 찬 단단한 복근 위에 조그만 엉덩이가 살포시 얹어지자 루카의 숨이 더 거칠어졌다.
실비아는 미끄러지듯이 엉덩이를 뒤로 물려 바짝 서 있는 그의 하체에 가져다 댔다. 속옷만 입은 아래를 천천히 비비자 천끼리 부딪치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루카의 것은 마치 별개의 생물인 양 아래가 맞닿을 때마다 꿈틀거리며 제 존재를 과시했다.
“아, 읏.”
“으응….”
실비아는 루카를 더 자극하려고 일부러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야한 행동에 루카가 미간을 찌푸리며 헐떡였다. 그의 하반신에 걸터앉은 실비아는 복근에 손을 얹곤 속옷 가운데의 움푹 파인 곳을 단단하게 일어선 루카의 아래에 문질렀다. 몇 번 지그시 누르고 엉덩이를 돌리자 루카가 고개를 젖히며 신음을 냈다.
“흐읏, 아. 실비아.”
“좋아요?”
“너무…. 너무 좋아.”
루카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신음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상체를 일으키려고 하자 실비아가 복근을 짚은 손을 꾸욱 누르면서 그가 일어나는 걸 간단하게 저지했다.
“손 다쳤잖아요. 가만히 있어요.”
“못 참겠어….”
“착하지?”
새침하게 눈웃음을 치며 입꼬리를 올리는 실비아를 보며 루카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녀는 욕망으로 일렁거리는 금빛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그리곤 엉덩이를 들고 바지 안으로 손을 미끄러트렸다. 깔고 앉아있던 단단한 기둥을 천천히 문지르자 루카의 허리가 애타게 들썩거렸다.
“흐윽.”
뜨겁고 단단한 기둥이 그녀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세차게 고개를 들었다. 속옷을 빠져나오고 싶어 꿈틀거리는 기둥을 나긋한 손이 여러 차례 쓰다듬자 루카가 손등으로 입을 막은 채 계속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았다. 실비아는 입꼬리를 매혹적으로 올리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여기서 멈출까? 어때요?”
“읏, 아니. 더…. 더 해 줘.”
혹시나 실비아가 관둘까 봐 루카가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어느새 금빛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실비아는 시선을 천천히 내리며 제 아래에 깔린 루카의 모습을 감상했다.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과 신음을 참느라 찌푸려진 미간, 격하게 숨을 쉬느라 빠르게 오르내리는 완벽한 비율의 아름다운 가슴과 제대로 나뉘어 있어 그늘이 진 착시까지 일으키는 복근까지. 어느 곳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루카의 중심까지 내려간 실비아의 눈동자에 희열이 차올랐다. 제 손이 지나갈 때마다 거세게 일어나는 단단한 살덩이에 아무 애무도 받지 않았는데도 속옷이 젖어 들었다.
‘하기도 전에 가버릴 것 같아. 이렇게 짜릿할 수가!’
처음 만났을 때 건방지고 차갑던 루카가 제 손길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하다니. 거기다가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얌전하게 말을 듣는 게 너무 귀여웠다.
루카의 속옷 위로 딱딱해진 살덩이를 쓰다듬던 그녀는 원하는 것을 찾아 더듬거렸다. 곧 기둥의 선단을 찾아내 엄지로 빠르게 쓰다듬자 그가 헐떡이며 급하게 입을 열었다.
“잠깐! 그만….”
“왜요?”
“그게, 읏. 잠깐 하지 말아 봐.”
루카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더 붉히며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여기까지 와서 그만하잔 소린가? 실비아는 영문을 몰라 잠시 멍하게 있다가 곧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손에 닿은 그의 속옷이 축축했다. 느낌상 아예 사정한 건 아닌 듯했으나 곧 쌀 거 같아서 그만하라고 한 것 같았다.
‘더 애타게 해 주려고 했는데.’
실비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루카의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얼싸 당해 죽었던 피라미드 행사장 때도 몇 번 손으로 훑기만 했는데 싸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타인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 그의 아래는 참을성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뭐,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많이 하면 되지, 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뗀 실비아는 루카의 골반 양옆에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아래에서 손을 아예 치워 버리자 루카가 아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서 오늘의 스킨십은 끝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 난 오늘 널 따먹을 거야.’
실비아는 곧 울음을 터트릴 거 같은 촉촉한 금안을 바라보며 천천히 원피스의 밑단을 들어 올렸다. 살짝 타이트한 원피스를 배까지 끌어 올리자 루카의 눈에 속옷만 입은 그녀의 다리 사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헉- 하고 숨을 들이켜는 루카의 모습에 실비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루카는 살짝 젖어 있는 그녀의 속옷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실비아는 살짝 뒤로 물러나 루카의 속옷에 다시 손을 댔다. 그러자 루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제 손으로 속옷을 내리려고 했다.
커다란 손을 막은 실비아가 직접 드로어즈를 끌어내리자 흥분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커다란 기둥이 꺼덕거리며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보기 좋은 색을 가진 기둥의 매끈한 선단은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로 번들거렸다. 그녀가 가만히 내려다보자 저절로 움직이는 귀두에서 말간 액이 계속 흘러나왔다.
제 속옷을 끌어내리는 실비아를 기대하면서 바라보던 루카는 그녀가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쳐다만 보자 실망한 얼굴을 했다. 이젠 심지어 검지로 귀두 부분을 살짝 치며 가지고 노는 실비아의 행동에 미칠 것 같은지 결국 울먹이며 애원했다.
“실비아…. 제발, 어떻게 좀 해 줘.”
“아깐 그만 하라면서?”
“아니, 아니야. 흑.”
실비아가 괜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루카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눈만 몇 번 깜빡여도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한숨을 연거푸 내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제발…. 다시 해 줘.”
그의 물기 어린 목소리에 실비아가 눈꼬리를 야하게 휘었다. 그리곤 손을 들어 음부를 가리고 있던 앙증맞은 속옷을 벗어 내렸다. 허벅지까지 내려온 속옷의 가운데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다리를 들어 속옷을 마저 벗는 실비아의 모습을 루카의 눈이 홀린 듯이 바라봤다.
금빛 눈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몸을 마음껏 만지고 입으로 느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움직였다가 기분이 상한 실비아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을까 싶어 루카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충동을 참았다.
속옷을 침대 구석에 던져 버린 실비아는 질척하게 젖어 있는 커다란 기둥을 한 손으로 그러쥐었다. 따뜻한 손이 표면에 닿자마자 루카의 성기가 곧 사정할 것처럼 더 격하게 떨렸다.
실비아는 배꼽을 쳐댈 듯 한계까지 일어선 살덩이를 잡아 제 아래에 맞닿게 했다. 그리고는 살짝 엉덩이를 내리자 젖어 있는 살 틈새를 파고든 기둥이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에 비벼졌다.
“으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