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오일이 원래 이렇게 바르는 거였나? 실비아의 손길이 어쩐지 황홀하게 느껴져 루카가 더운 입김을 내뱉었다.
단단한 팔뚝을 잡은 실비아가 부드럽고 조그만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듯이 오일을 도포했다. 살결에 손바닥을 스치다가 은근하게 둥글리기도 하고 손가락을 이용해 꾸욱 누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엄지손가락 밑의 도톰한 살로 간지럽히듯이 팔목 안쪽을 쓰다듬었다.
나긋나긋한 손길이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팔만 만지고 있는데 여차하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루카는 황급히 팔을 털어 그녀를 떼어 냈다.
‘오, 맙소사. 팔을 만져 주는 걸로 가 버렸다간 자괴감이 들 것 같아.’
그의 행동에 실비아는 순진무구한 척 눈을 깜빡였다.
“왜요?”
“하아, 아냐. 난 됐어.”
루카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바위에 몸을 웅크렸다. 펄떡거리는 아래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괴롭고 또 괴롭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루카는 괴로워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실비아는 그 모습을 보며 말없이 키득거리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후- 하고 루카가 숨을 내뱉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된 거 같다 안심하자마자 실비아가 팔을 내밀었다.
“그래요? 그럼 제 팔에다 발라 주세요.”
“그래….”
루카는 팔꿈치로 바닥을 짚고 반쯤 일어선 자세로 실비아의 팔에 오일을 발랐다. 그녀의 나긋나긋한 팔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루카의 팔 삼 분의 일 정도 굵기밖에 안 돼서 힘을 주면 쉽게 부러질 것 같았다.
‘이 가느다란 팔로 어떻게 미친 듯이 저글링을 하고 기계처럼 노를 저은 걸까. 정말 미스터리야.’
팔에 오일을 다 바른 손이 어깨까지 올라왔다. 실비아는 간지러우니 겨드랑이는 넘어가라고 말했다. 그녀의 쇄골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진정되던 아래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타월 밖으로 보이는 부분을 다 바르고,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루카가 침만 꼴딱 삼키고 있으려니 실비아가 그의 손을 끌어 타월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곤 수줍은 척 배시시 웃었다.
“여기도…. 발라보고 싶지 않아요?”
“!”
’발라보고 싶지 않아요?’라니. 금색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물론 아래도…. 그녀의 앙큼한 말에 루카의 아래가 제대로 풀 발기했다.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침이 금방이라도 질질 새어 나와 턱까지 흐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손에 힘을 빼고 있자 실비아가 그의 손을 제 가슴 사이로 천천히 가져갔다. 워낙 손이 큰지라 내려간 곳은 가슴골이지만 양쪽의 풍만한 질감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아서 더 꼴린다고 해야 하나. 실비아는 이 상황에서도 루카의 손을 잡지 않은 자유로운 한 손으로 타월을 붙잡아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대놓고 보이는 것보다 은근하게 보이는 게 더 꼴리는 법. 은꼴의 미학을 아는 고수 실비아가 초보자 루카를 들었다 놨다 했다.
“아, 이건….”
“괜찮아요. 안 보이잖아요. 그리고…. 아무도 안 보고 있구.”
그녀의 은근한 말에 루카의 목울대가 거칠게 꿀렁였다. 실비아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루카는 옷을 갈아입히느라 이미 그녀의 가슴을 봤단 것. 이미 본 적 있는 그 가슴을 허락하에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루카는 용기를 얻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 덜 말라서 촉촉한 머리카락에서 바디 워시 향기와 함께 실비아 특유의 체향이 느껴졌다. 한껏 숨을 들이켜자 달콤한 살 냄새가 코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잠시 머리카락에 정신이 팔려있자 실비아가 좀 더 과감하게 행동했다. 가슴골에 얹어져 있던 그의 손을 잡아 제 한쪽 가슴에다 옮긴 것이다. 말랑한 촉감과 함께, 흥분으로 꼿꼿하게 일어서 있는 가슴 위 정점이 루카의 손바닥에 뭉개졌다. 눈이 확 돌아 버린 루카가 그녀를 애타게 바라봤다.
“실비아….”
“여길… 발라 주세요.”
이쯤 되면 가만히 있으면 멍청이였다. 루카는 실비아가 손을 가슴 위로 가져다 대자마자 거칠게 숨을 들이쉬곤 손안에 말랑하게 만져지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어제 불가피하게 봤을 때부터 만지고 싶었지만 양심상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손안에 가득 차는 가슴을 움켜쥐고 몇 번 주무르자 실비아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응….”
“하아, 미치겠다.”
어느새 반쯤 몸을 일으킨 루카는 다시 고개를 내려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 말랑해 보이는 귀여운 귀를 입안에 넣고 입술로만 여러 차례 깨물었다. 혀를 내어 살살 핥으니 실비아의 몸이 움칠 떨렸다.
손안에 들어온 가슴을 부드럽게 둥글리다가 마음껏 주무른 그는 손가락으로 흥분해 있는 가슴 위의 정점을 꾸욱 눌렀다. 어느새 타월은 내려가서 뽀얗고 탐스러운 가슴이 바깥으로 완전히 노출됐다.
열대우림의 후덥지근한 날씨와 후끈한 상황에 조금 전 계곡에서 씻었음에도 가슴 위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루카의 붉은 머리카락도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다.
그는 잠시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이는 실비아의 가슴을 황홀한 눈으로 감상하다가 그녀의 입술로 시선을 옮겼다. 도톰하고 앙증맞은 입술을 홀린 듯이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돌려 실비아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가져갔다. 서로의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루카가 일렁이는 금안을 나른하게 뜨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키스해도 돼?”
실비아가 말없이 손을 들어 너른 등을 감싸자 루카가 입술을 겹쳐왔다. 루카의 입에선 민트 향기가 났다. 실비아는 그를 처음 만나 입술부터 비볐다가 최초의 데드엔딩을 맞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날 이후로 오매불망 이렇게 아무 제약 없이 키스하는 날을 꿈꿔 왔는데 드디어 소원이 이뤄졌다. 군침만 흘리며 지낸 게 꼬박 한 달이 넘었다. 그림의 떡이던 루카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자 입술만 닿았는데도 아랫배가 저절로 뜨거워졌다.
실비아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핥고 있는 루카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그녀가 조그만 이로 자근자근 입술을 부드럽게 깨물자 루카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가볍게 쪽- 소리를 내며 말캉한 입술을 빨다가 혀를 내어 또 한 번 입술을 핥자 루카의 혀가 수줍은 듯이 입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실비아는 단단한 등을 더 꽉 끌어안았다. 손에 닿은 등을 부드럽게 어르자 도톰한 입술이 벌어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혀를 집어넣었다. 헤엄치듯 들어간 혀는 말랑한 입천장을 간질이고 고른 치열을 훑다가 굳어 있는 입안의 혀를 두드렸다.
그러자 루카의 가슴이 크게 들썩이더니, 곧 혀가 함께 얽혀들었다. 어설프면서 풋풋한 혀 놀림에 실비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무래도 루카는 답지 않게 순진함을 기본 장착하고 있는지라 요령 있게 스킨십을 이끌진 못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잘생겼으니 서툴러도 된다.
‘순진해서 더 짜릿해!’
“으응….”
“아….”
이 순진하고 잘생긴 남자를 1부터 10까지 몸소 가르친다고 생각하자 그녀의 몸에 엔도르핀이 팍팍 돌았다. 고개를 돌려가며 혀를 섞다 보니 어느새 누워 있는 실비아의 몸 위에 루카가 올라탄 자세가 됐다.
입걸레 동정남이라는 희귀 키워드를 가진 루카는 멀티 플레이가 안 되는지 정신없이 키스를 하는 중에는 가슴을 만지지 않고 가만히 손만 얹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을 보며 입을 맞추니 별거 안 해도 절정에 이를 것 같았기에 실비아는 군소리하지 않고 이 순간을 즐겼다.
그의 조각 같은 코가 실비아의 귀여운 코를 몇 번 스쳐 가며, 점점 농도 짙어지는 키스에 맞닿은 입에서 질척이는 물소리가 났다. 실비아가 리드하는 키스에 정신을 못 차리며 겨우 따라가던 루카는 그래도 학습능력이 있는지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씩 서툴지만 귀엽게 실비아의 입안을 탐색했다.
‘키스가 이런 거였구나.’
온몸이 저릿해지는 감각에 루카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살면서 키스가 어떤 걸까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거였다니. 다른 사람이 아닌 실비아랑 첫 키스를 하게 돼서 더 좋은 것 같았다.
앞으로도 다른 여자랑은 하고 싶지 않았다. 실비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루카는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넋이 나간 채 실비아의 입술을 탐했다.
그가 조금씩 배워가며, 둘의 입맞춤은 점점 더 진해졌다. 그들은 정신없이 고개를 돌려가며 서로의 타액을 나눴다. 실제로는 아니지만 루카의 기억 속에선 지금이 첫 키스였기에, 그는 처음 맛보는 황홀함에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실비아가 입을 떼려고 하면 루카가 다시 입을 겹쳤고, 잠시 쉬고 싶어서 가슴을 밀쳐 내면 다시 덮쳐 왔다.
‘숨 좀 쉬자!’
“음, 으응!”
“아…. 알았어.”
실비아가 퍽퍽- 가슴을 쳐대자 루카가 아쉬워하며 잠시 틈을 내줬다. ‘키스를 하다가 산소 부족으로 사망’ 엔딩을 겪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녀가 조금이나마 숨을 돌린 것 같자 루카가 또 다시 입술을 겹쳤다.
“음….”
“하아….”
한참 동안 키스가 이어지던 중 실비아가 항복 선언을 하듯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곤 입을 빈틈없이 꾹 다물었다. 드디어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입맞춤이 끝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입을 뗀 루카의 눈에 아쉬운 기색이 돌았다. 투명한 실이 두 입술 사이로 이어지다가 끊어졌다. 젖어 있는 실비아의 붉은 입술을 아쉽게 바라보던 루카가 다시 키스를 이어 나가려 했지만 실비아가 손을 들어 그의 입술을 막았다.
루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실비아는 타월로 가슴을 가린 채 몸을 일으켰다. 진도를 나가는 건 좋지만 던전 안이라서 몬스터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좀 불안했다. 아니, 좀 불안한 게 아니라 실제로 아까부터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선 세이브를 하면 안 되니 조심해야 해. 만약 능력이 부족하거나 무언가 잘못돼서 데드엔딩을 맞았을 때 마지막 세이브지점이 던전이라면 모자란 아이템이나 능력치를 채울 수가 없으니까.’
실비아는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타월을 든 손을 고쳐 잡았다.
“루카 님, 방금 이상한 소리 못 들었어요?”
“어…? 그런 거 못 들었는데, 실비아, 이리 와….”
루카는 여전히 눈깔이 맛이 간 상태로 그녀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바짝 붙은 바람에 발기한 루카의 아래가 적나라하게 뒤에서 느껴졌다. 처음 보는 루카의 적극적인 행동에 실비아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진도 좀 나갔다고 아주 대놓고 비벼대는구나. 무척 훌륭한 태도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