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대답하는 루카의 목소리는 한껏 쉬어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말없이 끄덕이자 루카가 제 목을 문지르며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에다가 오일을 덜고는 조심스럽게 엉덩이 부근에 도포했다.
다행히 눈치가 없는 루카는 상등신은 아니었나 보다. 답답한 실비아가 대놓고 엉덩이까지 손을 이끄니 그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순종적으로 시킨 일을 열심히 했다.
둘이 아무런 말없이 있으니 타월과 루카의 손이 스치는 소리와 질척한 오일이 엉덩이에 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타월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루카의 손은 조그만 엉덩이를 한꺼번에 가릴 정도로 컸다.
돌아다니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몇 번 쓰다듬으면 끝날 정도로 앙증맞은 엉덩이에 루카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아래는 실비아의 몸에 손이 닿을 때부터 서 있었다. 그 때문에 점점 허리를 숙여, 이젠 아예 주저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무릎을 굽히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와, 미쳐 버리겠네.’
루카는 저도 모르게 손안에 들어온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가 놀라서 움찔했다. 그러나 말랑하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커다란 손이 거침없이 만지작거리는데도 그녀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한숨을 내쉬면서 그를 더 자극했다. 이쯤 되면 입만 걸레지 몸은 순결한 눈새 루카라도 눈치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었다.
“으음….”
“실비아, 괜찮아?”
“응….”
루카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실비아가 눈웃음을 진하게 치며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묘하게 유혹하는 것 같은 눈빛에 루카의 아래가 더욱 단단해졌다.
‘설마, 유혹하는 건가?’
눈빛도 묘한 데다가 엉덩이를 만지라고 손을 끌어 넣어주다니. 루카의 생각에 이건 대놓고 몸을 만져도 된다고 허락한 것 같았다. 진도를 더 나가도 되는 건지, 아니면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 건지 그의 머릿속이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
그러다 반대편 엉덩이로 넘어갈 때 손가락에 스친 엉덩이 골에 저절로 거친 숨을 내쉬는데, 실비아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다 발랐어요?”
“응? 어…. 위에는 다 바른 거 같은데. 하아, 어디를 더 발라 줄까?”
루카가 거칠게 숨을 내쉬는 걸 귀신같이 캐치한 실비아는 속으로 킥킥대며 웃었다. 이제 독도 없어졌겠다 호감도도 풀이겠다, 거리낄 게 없었다. 고급 스킬을 마구 발휘해서 루카를 맛있게 요리할 일만 남았다. 실비아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종아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여기.”
그녀가 다리를 든 채 발목을 까딱거렸다. 그녀의 몸짓에 엉덩이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던 수건이 묘한 위치까지 흘러내리자 루카는 곧 죽을 사람처럼 숨을 헐떡였다.
‘음, 더한 것도 곧 할 텐데 벌써 힘들어하면 어떡해.’
“다리를 해 달란, 후우…. 해 달란 거지?”
“네. 꼼꼼하게 발라 주세요.”
“후, 어떻게…. 한쪽씩 발라야… 하나?”
상체를 바를 때는 한쪽에 앉아서 바르면 됐는데, 다리는 어떻게 발라야 할지 루카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냥 이대로 밑으로 내려가서 바르면 되는 건가.’ 루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자, 실비아가 조그맣게 웃은 뒤 다리를 살짝 벌렸다.
“이 사이에 앉아서 바르면 편하지 않을까요?”
“헉…. 다리, 사이에?”
“네. 뭐 잘못된 거 있어요?”
실비아가 손으로 턱을 괸 채 태연한 표정으로 루카를 돌아보았다. 그가 빠르게 고개를 내젓자 입꼬리를 올린 실비아는 뽀얗고 나긋한 다리를 루카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더 넓게 벌렸다. 그리고는 아쉽지만 타월을 허리 부근까지 끌어올리고 다시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잘못된 거 없죠?”
“응….”
실비아가 다시 묻자 루카가 고개를 젓곤 어정쩡하게 기어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순종적으로 구니까 더 꼴리네. 아무리 근처에 사람이 없다 해도 계곡에서 첫 섹스를 하는 건 좀 아니지만… 적당히 진도를 나가는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났다. 따뜻하게 바위를 덥히던 햇볕은 이제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두 남녀의 몸은 이미 찜질방에 들어온 것처럼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지만 말이다.
던전의 동향을 살펴 공략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중요한 일이 있긴 하지만 그 전에 가능하다면 루카랑 진도를 좀 나가고 싶은 게 실비아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괴물고기 말고는 위험이 될 만한 존재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실비아의 다리 사이에 앉은 루카는 양손에 흠뻑 오일을 묻힌 뒤 잠시 망설이다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양다리를 한꺼번에 발라야 하나?”
“그렇게 해 주면 좋죠.”
“그래….”
한껏 쉬어 버린 목소리로 루카가 곧은 종아리에 손을 뻗었다. 부드러우면서 근육이 적당히 잡혀 있어 탄력 있는 종아리는 커다란 손안에서 한 줌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만져 보니까 몸이 무척 작네. 발목도 가늘고, 나랑 달리 보송보송한 솜털밖에 없어.’
루카는 저도 모르게 실비아의 다리를 감상하면서 오일을 골고루 펴 발랐다. 매끄럽고 새하얀 종아리를 보니 저절로 침이 넘어갔다. 워낙 가느다란지라 종아리 도포는 금방 끝나고 오금을 지나 타월로 가려져 있는 부위 근처까지 손이 닿았다. 타월을 올려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는데, 실비아가 입을 열었다.
“허벅지는 덜 발렸잖아요. 골고루 발라 줘요.”
“알았… 어.”
그가 떨리는 손으로 타월을 위로 젖혔다. 엉덩이 부근까지 타월을 치우고 나니 루카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격하게 뛰었다.
‘고개를 내리면 다리 사이가 다 보일 거 같은…. 아니지, 이 미친놈. 무슨 더러운 상상을 하는 거야!’
루카는 자기가 한 상상에 소스라치게 놀라 손으로 양 뺨을 짝- 하고 쳤다. 그 바람에 오일이 얼굴에 다 묻었다. 그는 애써 진정하고 오일을 손에 뿌려 다시 다리에 펴 발랐다.
탄력 있고 적당히 통통한 허벅지가 양손 가득 잡혔다. 뽀얀 우유 같은 허벅지는 잡으면 잡는 대로 손에 착 달라붙었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굴면 은밀한 부위를 만지게 허락해 주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는 걸까. 루카의 머릿속은 온갖 야한 상상으로 엉망이 됐다.
황금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는 아슬아슬하게 타월로 가려져 있는 엉덩이 사이에 고정됐다. 타월에 가려진 부위를 상상하다 보니 루카는 얼굴은 물론이요, 목까지 다 시뻘게졌는데, 이대로면 손도 대지 않고 싸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속으로 엘리셔스 제국 건국 기념가를 부르며 입술에서 피가 나도록 깨물며 욕구를 참고 있는데, 갑자기 실비아가 타월을 잡은 채 몸을 옆으로 돌렸다.
“왜, 왜?”
설마 뚫어져라 허벅지 사이를 바라본 걸 알아챘나 싶어 루카가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실비아는 옆으로 몸을 돌린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으로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본인이 생각해도 이제 와서 순진한 척하는 제 얼굴이 참 가증스러웠지만 때로는 알고도 속아줘야 할 때가 있는 법. 입은 걸레인 주제에 성적으로는 순진하고 눈치 없는 루카 정도면 정말 속을지도 몰랐다. 그럼 정말 땡큐고.
‘순진한 척 유혹하는 게 난 정말 재밌더라.’
그녀는 타월을 정성스럽게 펴서 몸을 다시 가렸다. 그리고는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루카를 불렀다.
“루카 님.”
“어…?”
“뒤는 이 정도면 다 바른 것 같아요.”
“아, 다 발랐지….”
루카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스쳤다. 그 얼굴을 보자 실비아의 아랫배가 저절로 뜨거워졌다. 그녀는 손으로 옆자리를 치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 와서 앞에도 마저 발라 주시면 안 될까요?”
“아, 그래. 앞에…. 뭐?!”
루카는 실망한 얼굴로 대답하다가 뒤늦게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펄쩍 뛰었다. 앞을 발라 달라니, 어디까지 바르란 거지? 루카가 생각하기에 실비아의 앞은 온통 건드리면 안 될 곳 천지였다.
“왜 그렇게 놀라요. 팔도 발라 주고 뭐- 여기저기? 루카 님이 발라 주니까 편하고 좋은데…. 안 돼요?”
“아, 팔이랑 여기저기…. 후, 그래. 발라 줄게. 편하지? 배도 구해다 줬고 고생 많았으니까, 하아, 이 정도야 뭐.”
얼굴을 붉힌 루카가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실비아의 부탁 아닌 부탁에 루카의 아래가 환호성을 질렀다. 힘껏 만세를 부르는 아래를 입술을 깨물며 가라앉힌 루카가 어정쩡한 자세로 걸어가 실비아의 옆에 앉았다.
그는 ‘그래, 해 준 게 많으니 까짓거 이 정돈 들어준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앞을 골고루 만져 달라는데 미치지 않은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루카의 무릎을 실비아가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왜?”
“불편하지 않아요?”
“뭐… 뭐가?”
설마 아래가 발기해서 불편하냐고 물어보는 건가 싶어 루카가 눈을 굴리는데, 실비아가 제 머리 옆을 손가락으로 콕 집었다. 그리곤 눈꼬리를 예쁘게 휘었다.
“피곤할 텐데 같이 누워요. 누워서 발라 주면 되잖아요.”
“어…. 그래도 되나?”
“안 될 건 뭐가 있어요.”
실비아가 누운 채 손만 올려 루카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는 못 이긴 척 어정쩡하게 옆으로 누웠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걸 예감했는지 그의 아래가 이제 아릴 정도로 일어서 있었다. 제 몸과 별개의 생물인 양 계속 움직이는 그 살덩이는 이제 금방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올 것 같았다.
루카는 실비아가 눈치채지 못하게 손으로 아래를 누르며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 상황에서 흥분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하긴 하지만 어쩐지 순수해 보이는 실비아 앞에서 들키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것이 섰단 걸 호흡만으로 알아차린 실비아의 노련함을 전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루카가 수줍은 얼굴로 옆에 눕자 실비아는 그가 곁에 가져온 오일 병을 들어 손에 부었다. 그리고는 반팔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루카의 팔을 잡고 부드럽게 펴 발랐다. 그녀가 손을 움직이자 탐스러운 가슴을 가리고 있던 타월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위험하게 흔들렸다.
“받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저도 발라 드릴게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