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실비아가 먹먹한 눈으로 올려다보자 그가 맞잡은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검지에 낀 반지를 매만졌다.
“실비아 님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거나 제가 꼭 필요한 일이 생기면 이 만능 레이저 반지의 안쪽 버튼을 세게 누르세요. 비상시 연락수단이라, 전서구보다 훨씬 빨리 저한테 연락하실 수 있을 거예요.”
“노엘 님, 고마워요.”
“시간은 금방 지나갈 겁니다. 수도에 있는 동안 실비아 님을 매일 생각하고 있을게요.”
실비아가 말없이 탄탄한 가슴에 머리를 기대자 따뜻하고 커다란 손이 포근하게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밤, 실비아는 림보를 부르지 않고 노엘과 함께 그의 외제마를 타고 마을로 갔다. 그녀가 마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데려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노엘의 저택 앞에 도착한 둘은 말에서 내린 뒤로도 한참을 말없이 껴안고 있었다.
실비아는 울적한 기분으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덤불 속에서 했지만 그건 너무 순식간이었어.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걸.’
“저…”
“실비아 님…”
동시에 말을 꺼낸 둘은 눈빛으로도 텔레파시가 통했단 걸 알았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저택의 입구로 향해갔다.
대문과 고풍스러운 정원을 지나 저택의 입구에 도착한 그들을 저번에 봤던 노집사가 반겼다.
“노엘 도련님, 어서 오세요. 아! 실비아 님, 오랜만에 뵙네요.”
“안녕하세요.”
집사는 어디서 뒹굴었는지 알 수 없는 그들의 몰골에도 별말 없이 인자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사용인들에게 은밀하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고개를 끄덕인 사용인들이 사라지고 난 뒤 노집사는 노엘과 실비아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잠시 후 하녀가 따뜻한 밀크티와 수제 쿠키를 그들 앞에 놓고 갔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목욕물을 준비해 두라 일러 놨습니다.”
‘목욕물? 아, 그러고 보니 우리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 근데 이 세계는 목욕물을 데워서 쓰는 구조가 아니라 수도만 틀어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데, 뭘 준비한단 거지.’
따뜻한 밀크티와 함께 부드러운 버터 쿠키를 씹으며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다시 나타난 사용인이 둘을 안내했다. 영문을 모르고 따라간 실비아는 장미꽃이 둥둥 띄워진 로맨틱한 욕탕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택 안에 이런 커다란 욕실이 있다니, 백작가의 스케일은 남달랐다. 카펫이 깔린 건식 욕실에는 곳곳에 은은한 조명이 놓여 있는 게, 마치 신혼여행 온 새신랑 새신부를 위한 곳 같았다.
‘아까 은밀하게 지시하던 게 이거구나! 저 집사님이 노엘 님이랑 내가 그렇고 그런 관계란 걸 눈치채신 건가? 맙소사!’
잠시 경악했던 그녀는 이내 상황을 납득했다. 현실에서는 두 남녀의 관계를 누군가가 알아채고 욕실에 장미꽃을 뿌려 준비해 주는 건 다소 음흉하고 무례한 일이지만 여긴 게임 속이다. 거기다가 노엘은 백작가의 영식이 아니던가. 그러니 사용인들이 제 주인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살뜰히 보살피는 건 이 세계에선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그러나 납득했다 해도 민망함은 여전했다.
둘을 안내한 사용인은 ‘필요한 일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라고 말하고는 뒷걸음질 쳐 나갔다. 실비아는 사용인의 말에 손으로 입을 막고 또 한 번 경악했다.
‘세상에나. 저 말은 부르면 언제든지 올 수 있단 거잖아? …문 밖에 대기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실비아는 불안하게 눈을 굴리다가 문에 귀를 댔다. 온 정신을 집중하자 집사가 사용인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다니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설마가 아마도 맞는 듯했다.
‘심지어 집사님도 밖에 있어. 미친!’
실비아는 현대인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변태였기에 누군가가 자신이 섹스하는 곳 앞에 떡 버티고 서있다는 게 너무 민망했다. 이건 완전, 열심히 섹스하라고 판을 깔아 주고 나간 상황이 아닌가. 룸카페에서 건넛방 소리를 들으면서 하긴 했지만 그건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스릴 있는 상황이었기에 즐길 수 있었던 것이지,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부끄러워.’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문에 기대 서 있는데, 액세서리를 벗어 협탁에 내려놓던 노엘이 그녀를 돌아봤다.
“실비아 님, 왜 그러고 계세요?”
“네? 아…, 그게….”
“이리 와요.”
실비아가 쭈뼛거리자 노엘이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 미소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망설이던 그녀가 손을 잡자 노엘이 그대로 끌어당겨 너른 품속에 가뒀다. 그리고는 거친 숨을 내쉬며 실비아를 빈틈없이 껴안고는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실비아 님을 씻겨 드리고 싶어요.”
“아….”
노엘은 실비아의 손을 잡고 거울이 걸려있는 협탁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가 거울을 볼 수 있도록 돌려세우고 뒤에서 껴안았다. 거울 너머로 실비아에게 화사하게 눈웃음친 노엘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훑어 내리며 팔찌와 반지를 빼 협탁에 올려놨다.
그 야릇한 손길에 실비아가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엘은 섬세한 손가락으로 덤불에서 정신없이 그 짓거리를 하느라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을 빗겨 주었다. 그리고는 머리카락을 손에 쥔 채 고개를 숙여 가느다란 목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원피스의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쪽- 하고 촉촉한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실비아는 간지러움과 묘한 느낌에 움찔거렸다. 거울을 바라보니 목을 애무하는 노엘의 얼굴이 더 없이 야했다.
지퍼를 내린 그는 옷 안으로 손을 넣어 실비아의 가슴을 속옷 위로 움켜쥐었다. 커다란 손이 탐스러운 가슴을 양손 가득 쥐고 야릇하게 주물렀다.
실비아의 허리께에 노엘의 커다랗게 부푼 아래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쿡쿡 등을 찌르던 그것은 이제 노골적으로 그녀의 뒤에 비벼졌다.
실비아의 다리 사이가 이미 알고 있는 쾌락을 기대하며 끈적하게 젖어 들었다.
“하아, 실비아 님….”
거칠게 한숨을 내쉰 노엘의 손이 속옷 밑으로 파고들더니 흥분으로 솟아있는 정점을 꼬집듯이 비틀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비비다가 은근하게 누르길 반복했다.
실비아가 흥분에 젖은 눈으로 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을 바라봤다. 들썩거리는 원피스의 가슴께를 보고 있으려니, 옷 속으로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고 있는 손이 상상돼서 미칠 것 같았다.
집요하게 이어지는 자극에 실비아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애가 타는 느낌에 옷 위로 노엘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그 행동에 조그맣게 소리 내어 웃은 그는 실비아의 조그만 귀를 살짝 깨물고 혀를 내어 야릇하게 귓바퀴를 핥았다. 그는 그만하라는 건지 더 하라는 건지 알 수 없게 죄어 오는 조그만 손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꼿꼿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입으로 여린 살결을 계속 애무했다.
“아, 응…. 앗.”
“하아….”
어느새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던 원피스가 그녀의 몸을 타고 내려가고, 뽀얗고 탐스러운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속옷을 벗겨버린 노엘은 자신의 옷도 다 벗어 협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고 욕탕 옆으로 데려갔다.
따뜻한 물에는 사용인들이 뿌려놓은 장미꽃과 향기로운 입욕제가 풀어져 있었다. 손가락을 걸어 순식간에 그녀의 아래를 가리고 있던 속옷도 벗겨 버린 노엘은 우선 샤워기로 그녀를 씻겨 주려 물을 틀었다. 그러나 한창 뒹굴다 와서 여기저기 체액이 묻어 있어 더러웠기 때문에, 실비아는 노엘이 몸을 씻겨 주는 게 부끄러웠다.
“아, 아니…. 씻는 건 제가 할게요.”
“제가 해주고 싶어요. 실비아 님 몸이 온통 제 걸로 더러워져 있으니 제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괜찮은데…”
실비아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노엘이 씻겨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샤워를 마치고 욕조에 들어가 있을 때였고, 지금은 달랐다.
그녀가 뒤로 물러나자 노엘이 부드럽게 미소짓더니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리곤 거품을 낸 샤워 망으로 품 안의 몸을 살살 문질렀다. 움찔하며 잠시 몸을 떤 그녀는 기분 좋은 느낌에 단단한 팔을 붙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민망하지만 노엘 님 손길이 기분 좋아.’
실비아를 씻겨준 그는 자신도 몸을 씻었다. 샤워기의 따뜻한 물 밑에서 순식간에 둘의 몸이 깨끗해졌다. 노엘은 흠뻑 젖어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실비아의 갈색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옆으로 넘겨 줬다.
“앗!”
발그레한 뺨에다 입맞춤을 한 노엘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따뜻한 욕탕의 층계에 조심히 앉혔다. 그리고는 자신도 실비아의 뒤에 앉아 기다린 다리를 뻗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욕탕의 계단은 둘이 앉아도 넉넉하게 공간이 남을 만큼 넓었다.
실비아는 무심결에 뒤로 기댔다가 뜨겁고 굵은 것이 자신의 등을 찌르자 얼굴을 붉혔다. 이제 몸도 씻었겠다, 거리낄 것이 없어진 그녀는 고개를 뒤로 틀어 노엘의 가슴에 기대면서 엉덩이로 그의 아래를 꾸욱 눌렀다.
꺼덕거리며 등을 치는 그의 것을 은근하게 자극하니 그가 거친 숨을 쉬면서 실비아의 뒷목을 받치고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리고는 입을 맞췄다. 자유로운 나머지 손으로는 실비아의 봉긋한 가슴을 마구 주물렀다.
평소의 그와 다르게 무척 거친 손길이었다. 자그마한 입안을 잡아먹을 것처럼 휘저은 혀는 고르게 난 치열과 말랑한 입천장을 급하게 훑더니 조그만 혀를 옭아매고 뱀처럼 휘감았다.
그녀가 몸을 옆으로 돌려 노엘의 목을 그러쥐자 그가 흥분한 듯 숨을 거칠게 내쉬더니 그녀의 턱을 단단히 잡고 키스를 이어 나갔다. 삽입하듯이 다시 들어온 물컹한 혀는 마치 섹스를 하는 것처럼 격하게 입안을 치받았다.
격정적인 키스가 이어지는 와중에 뽀얀 가슴 위에 솟은 앙증맞은 정점을 끈질기게 문지르던 손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말랑하고 판판한 배를 사랑스러운 듯 쓰다듬은 손은 곧 찰랑이는 물속으로 들어가 은밀한 수풀을 찾았다.
도톰한 살덩이를 양옆으로 가른 기다란 중지가 부드러운 살 틈새를 급하게 더듬었다. 섬세한 가운뎃손가락은 금방 목표로 하던 것을 찾아냈다. 볼록하게 솟아 있는 정점에 닿은 손가락이 살점을 부드럽게 둥글리더니 조금씩 속도를 높이며 위아래로 붉은 속살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참지 못하고 입을 뗀 실비아는 헐떡이는 신음을 뱉어 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모았다.
“아, 흐응…! 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