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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93화 (93/372)

93화

안내방송을 들은 실비아는 노점을 걷다가 충동적으로 노엘의 선물도 하나 샀다. 그동안 노엘에게 신세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 조그만 보답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점 가판대를 구경하다가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나는 조그만 풍경이 달린 열쇠고리를 보고 그의 외제마 열쇠에 달면 딱 좋을 것 같아 구입했다.

사고 나서도 가판대 앞을 떠나지 않고 망설이던 그녀는 쑥스러운 얼굴로 상인에게 비슷한 색의 열쇠고리를 하나 더 달라고 했다.

‘커플아이템 같네. 노엘 님이 좋아하시려나.’

노점을 구경하고 나서 바닷가를 가볍게 산책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시간이 가까워졌다. 림보는 공연에 관심이 없어 보였기에 나중에 부를 테니 산책이나 하고 있으라고 했다.

바닷가 끝에 설치한 무대로 가 보니 이미 관람객들이 바글바글했다. 제일 끝자리에 앉을 뻔했던 실비아는 공연을 준비하던 신관 중 한 명이 그녀를 알아본 덕에 무대가 잘 보이는 VIP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폐막식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과 함께 사회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성년의 날을 맞아 성인이 된 모든 청년을 축하합니다. 축제 마지막 행사인 폐막식 공연도 재밌게 보고 가시길 바라요. 저희 엘리셔스 제국을 찾아와 주신 외국인 관광객분들, 감사합니다.”

사회자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내려가자 잠시 후 불이 꺼지더니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며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첫 번째 공연이 시작됐다.

실비아는 첫 번째 공연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점에서 만난 주근깨와 털보 사장이 나온 것이다. 그들은 듀엣으로 오카리나 연주 공연을 선보였다. 털보는 시작 전에 ‘시원한 맥주를 먹으러 우리 주점에 오라.’며 주점 홍보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삐- 삐삐리- 삐삐.

‘주민 참여형 공연이군.’

프로처럼 멋진 공연은 아니었지만 정성껏 준비한 게 보이는 연주를 모두 순수한 마음으로 즐겁게 감상했다.

그다음 공연은 가면을 쓴 자들의 차력쇼였는데, 그녀는 낯설지 않은 그들의 외양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더라?

“따이! 따이 따이 따이!”

“헛, 허헛!”

둘이서 껴안으며 벽돌을 부수고, 둘 중 체격이 좋은 남자가 마른 남자의 몸 위에 송판을 올려놓고 격파하더니, 마지막엔 입에서 술을 뿜으며 불 쇼까지 벌였다. 그 눈물겨운 똥꼬쇼에 관람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 저 바짝 마른 몸이랑 퉁퉁X 같은 뒷모습! 멸치와 문신뚱땡이구나. 저지른 짓이 있어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가면을 쓰고 나왔군.’

“아이고,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엄지 한번 척! 들어 주시고! 후원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 챙이 큰 모자를 관람객들에게 한 바퀴 돌려 많은 수익을 챙겨 나갔다. 온몸이 흠뻑 땀에 젖은 안쓰러운 모습…. 처음 보았을 때 정신개조가 필요해 보였던, 지름길 통행세를 걷던 양아치 같은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나쁜 놈들이긴 하지만 피라미드에 잘못 걸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을, 실비아는 더 이상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됐다.

‘옥장판 행사장 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았다면 내가 저 꼴이 낫겠지. …짠해.’

공연은 계속 이어졌다. 실비아가 제국민1이 되자마자 인사를 했던 마을 주민의 색소폰 솔로 연주와 길거리에서 그녀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던 할머니의 브레이크댄스 공연 등, 다채로운 무대가 행사를 채웠다. 땀 흘리며 열성적으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을 주민들이 이 축제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주민들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이제 마지막 차례인 엘베우스 신관들의 합창 순서가 왔다. 하얗고 정갈한 사제복을 단체로 걸친 이들이 줄을 맞춰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행렬의 마지막엔 그녀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노엘이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살인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

눈이 부신 건 실비아뿐만이 아니었는지 몇몇 관람객들이 ‘아이고, 내 눈!’을 외치며 쓰러지는 바람에 의료지원팀에 의해 실려 나가는 사태가 소소하게 발생했다. 평소에 노엘을 여러 번 봐서 눈이 익숙해진 덕에 참사를 피한 것이지, 잘못했으면 그녀도 안구 건강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노엘 님, 오늘도 역시 잘생겼구나.’

노엘의 은혜로운 얼굴은 공연을 구경하는 일부 노약자와 심신미약자들을 위해 뒤늦게나마 베일로 가려졌고, 곧 신관들의 합창이 시작됐다.

경건하게 노래를 부를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전투 신관들이라 그런지 활발한 행진곡에 맞춰서 공연을 선보였다. 거기다가 합창 중반부엔 갑자기 웃통을 까며 군무를 추는 화끈한 퍼포먼스도 보여 줘서 실비아를 비롯 마을 여인들의 가슴을 후끈하게 만들었다.

19금 게임 속임을 잠시 잊을 뻔했을 정도의 건전한 전연령 공연이 이어져 아쉬웠는데, 폐막식 막바지에 저거라도 봐서 다행이었다.

그 와중에 노엘은 이미 주민들이 단체로 들것에 실려 나간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기에 상체를 까지 않았고, 그 덕에 실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엘 님의 상체 탈의는 나만 볼 수 있어서 다행이군.’

평소에 밤낮으로 신의 뜻을 섬기며 단련했는지 신관들의 신체는 강인했다. 감동적인 울끈불끈한 근육들의 향연을 끝으로 ‘성년의 날’ 축제는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간 실비아는 무대 밑에서 반투명한 하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서 있는 노엘을 만날 수 있었다.

“실비아 님! 공연 재밌게 보셨나요?”

“네, 정말… 하나하나 다 감동적이었어요.”

“재밌게 보신 거 같아 다행입니다. …잠시 같이 걸을까요?”

둘은 관광객들이 많이 빠져나가 한적해진 해안가를 손을 잡고 걸었다. 멀리서 상인들이 철수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기다랗고 섬세한 노엘의 손가락이 깍지 낀 실비아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실비아는 별이 촘촘하게 떠 있는 맑은 밤하늘을 멍하니 감상하며 걸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옆을 봤는데, 노엘이 베일을 살짝 들더니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지었다.

따뜻하게 바라보는 초록색 눈동자에 잠시 멍해지는 순간 노엘이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깍지를 풀고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곤 고개를 내려 입을 맞췄다.

“음….”

잔잔한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두 사람은 달콤한 입맞춤을 했다. 실비아의 입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온 혀가 치열을 가볍게 훑더니 조그만 혀를 격정적으로 휘감았다. 고개를 돌리면서 스쳐 지나간 코가 간지럽게 느껴져 그녀는 잠시 움찔했다.

입맞춤이 점점 길어지면서 너른 등 위에 올라간 작은 손이 새하얀 사제복을 꽉 움켜잡았다. 그러자 노엘이 그녀의 몸을 숨이 막히도록 강하게 껴안았다. 가볍게 시작됐던 입맞춤이 진득하게 이어지다가 끈적하게 끝나고, 실비아는 제 몸에 닿는 뜨거운 노엘의 것을 느꼈다.

“하아….”

“응…. 노엘 님.”

원래 진도에는 직진은 있지만 후진은 없는 법. 급하게 주위를 둘러본 노엘은 ‘저기, 저기로 산책하러 갈까요?’라고 인적 없는 한적한 소나무 숲 산책길을 가리켰고, 급한 두 남녀는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잡고 뛰었다.

달빛만이 둘을 비추는 밤의 소나무 숲은 역사를 쌓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커다란 바위 사이에 숨겨져 있는 덤불로 기어들어 간 둘은 한참 후 머리가 까치집이 되어서 나왔다. 노엘의 얼굴을 덮고 있던 베일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사라졌고 새하얗던 사제복은 흙과 갈고리 식물이 잔뜩 묻어 엉망이 됐다. 실비아의 옷도 마찬가지로 정체 모를 식물들의 잔해가 달라붙어 있었다.

엉망이 된 머리와 옷을 서로 털어 주고 있는데, 실비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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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독도 이겨 낸 섹스! 덤불 뒤에 숨어서 하시다니, 굉장합니다. 풀숲에서 최초의 야외플 한 번으로 x2, 야외플하며 후배위! 마치 짐승의 교미와 같은 짜릿한 섹스 한 번으로 x2, <노엘의 씨앗 조각>이 총 4개가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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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4개가 추가됐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분위기를 망쳐 버리기 싫었던 실비아는 바로 메시지를 끄고 노엘의 단단한 팔뚝에 기대어 배시시 웃었다. 둘은 주위를 살피며 숲을 조심히 빠져나왔다.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는지, 바닷가는 한적해져 있었고 몇몇 인부들만이 축제 뒷정리를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둘이서 손을 잡고 백사장을 가로질러 입구로 걸어가는데,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얼굴의 노엘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실비아 님, 사실 할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요?”

어쩐지 안 좋은 예감에 머뭇대던 실비아가 되묻자, 그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그게…. 저, 한동안 수도의 전투 신관 협회로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아요.”

“한동안이면 얼마나요?”

“길게 가는 건 아니에요. 이번에 <잊혀진 신전> 공략을 협회에 보고했더니 경험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국경 근처의 오염된 기운 때문에 폐쇄된 마을들을 정화하는 걸 한 달 동안 도와 달라고 하셔서요.”

“아….”

실비아는 그의 말에 작게 탄식했다. 곁에 두고 자주 만날 생각이었는데 노엘이 수도로 떠난다니, 영영 헤어지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살짝 슬퍼졌다. 그녀의 낯이 어두워지자 노엘이 조그만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 주세요. 즉시 달려갈게요. 실비아 님은 저한테 제일 소중한 존재니까요.”

“노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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