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63화 (63/372)

63화

그는 성장촉진제를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실비아에게 그녀가 누구에게 쓰고 싶은지 안다고 말했었다. 어쩌면 퀘스트를 통해 체력 포션을 얻을 수 있단 것도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이런 씨…. 헛돈 썼네. 왠지 이번 던전에서 체력 포션을 많이 줄 거 같은데.’

그녀가 헛돈을 쓴 걸 분해하고 있으려니 다시 인간화를 한 세비스가 곁으로 다가왔다.

“헐벗고 있는 걸 보니 고위 몬스터는 아닌 것 같네요. 그냥 때려잡으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해안 동굴이랑 갯벌이랑 달리 몬스터들이 무리 지어 있는 걸 보니 떼를 지어서 공격할 수도 있겠어. 조심해야겠다.”

“조심해요, 실비아 님…. 세비스 님도요.”

그들은 전투태세를 갖췄다.

인벤토리에서 망치를 불러온 실비아, 양손을 모은 채 곧 저승으로 떠날 몬스터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하는 노엘, 붉은 눈을 빛내며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꺼낸 세비스, 그리고 푸르릉거리며 선인장의 가시를 뽑아 씹고 뜯고 맛보고 있는 림보.

“가자!”

깡 깡 깡! 퍽 퍽 퍽! 쉭 쉭 쉬익! 아그작 아그작 꿀꺽. 네 명, 아니 세 사람과 한 마리는 각자의 몫을 열심히 했다. 오아시스에서 떼로 모여 쉬고 있던 오크들은 그들이 뛰어오자 깜짝 놀라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실비아는 망치 전사의 기본 스킬인 <뚝배기 깨기>로 공격했고, 노엘은 전투 신관답게 팔찌를 풀어 손에 쥔 뒤 주먹으로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공중 날라차기도 하는 게, 무도가가 따로 없었다.

세비스는 부분 수인화를 해 날카로워진 발톱과 송곳니로 몬스터를 작살 냈다.

림보 또한 열심히 선인장의 가시를 제거하며 뜯어먹다가 한 마리씩 다가오는 몬스터들에게 가시를 툭툭 뱉어 성가시게 했다.

“팻, 팻!”

림보가 가시를 뱉어 몬스터들의 얼굴에 던지자 비명이 난무했다.

“크아악!”

‘림보도 나름 제 몫을 하고 있구나. 데려오길 잘했어.’

림보가 뱉은 가시를 맞아 눈을 가린 채 비명을 지르는 몬스터들은 실비아가 뚝배기를 깨서 영면에 들게 했다.

<게임 심의 준수> 아이템은 몬스터를 해치우면 잠이 든 것처럼 보이기에 살육 현장에는 편안한 표정으로 두 손을 포갠 채 바닥에 엎드린 자세의 오크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실비아는 노엘에게 <게임 심의 준수>의 아이템 효과를 설명하는 걸 미처 까먹었었는데, 노엘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곤히 잠든 것처럼 보이는 오크 한 마리를 흔들어 깨우려고 시도했다.

“왜 갑자기 잠을 자는 걸까요?”

흔들.

“허억!”

그녀의 등 뒤에서 노엘이 답지 않게 큰 비명을 질렀다. 실비아는 굳이 잔인한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비명 소리를 무시하며 계속 몬스터들의 뚝배기를 깼다.

깡 깡 깡!

마지막 몬스터의 뚝배기를 깨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짜잔!

———————————————

[오염된 초록오크 50마리 처치 성공! 보상으로 체력 포션 3개를 획득합니다.]

———————————————

메시지가 뜨고 난 뒤 오아시스엔 잠이 든 것처럼 보이는 오크들만 남았다. 그들이 뱉어낸 꽤 많은 수의 구슬들을 세비스는 까먹지 않고 알뜰하게 다 챙겨 피크닉 가방에 넣었다.

실비아는 몸이 축 난 것 같은 일행들에게 포션을 하나씩 나눠 주고 자신도 하나 마셨다. 림보는 멀쩡해 보였기에 피크닉 가방에서 꺼낸 유기농 당근 하나를 입에 물려주었다.

“체력 포션이네요. 잘 먹을게요.”

“하,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체력 포션을 드링킹한 실비아는 몬스터들 몇몇의 머리 위에 터번이 둘려 있음을 발견했다.

“터번을 두르고 있네요?”

“먼 대륙의 이교도들이 터번을 두르죠. 이교도라니, 신전 주변이 사막화가 된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글쎄요…. 근데 터번을 두르고 있단 건, 말이 통했을 수도 있단 걸까요?”

그녀의 말에 옆에 가만히 있던 세비스가 손을 들어 다음 말을 막았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진 말도록 해요. 이미 다… 이렇게 됐고.”

“그래….”

대화가 통한다 해도 어차피 공략해야 했으니 깊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터번도 써야겠다, 초록 크림 바른 거로는 위장이 부족하겠는걸.”

실비아는 몬스터의 머리통에 얹혀 있던 터번을 뺏어 머리통에 두르곤 나머지 둘에게도 나눠 줬다.

“림보도 하나 씌워 주자.”

세 명 다 터번을 두르고 하나 더 뺏어서 림보의 머리통에도 씌워 주자 그들의 변장이 완료됐다.

‘레벨이 더 오른 것 같은데.’

망치를 한창 휘두를 때 시스템이 효과음을 울리는 걸 들었었다. 레벨이 오르지 않았을까?

상태 창을 살펴보니 역시 레벨이 1 업 되어 있었다.

‘기왕지사 분배 포인트를 모은 김에 30을 채우면 좋겠는데.’

실비아의 바람을 시스템이 들어주려는 것일까? 퀘스트 창이 또 떠올랐다.

———————————————

[던전 오아시스 2, 3을 공략하라.

- 근처에 있는 던전 오아시스 2, 3에 있는 초록오크들을 100마리 처치하라.

성공보상 : 체력 포션 10개

실패 시 : 데드엔딩]

———————————————

“세비스, 근처에 몬스터 무리가 더 있나 찾아봐.”

“알겠어요, 실비아 님. 킁킁…. 저쪽 100미터 근방에서 우회전, 그리고 바위 앞에서 유턴합니다. 그리고 저쪽, 150미터 근방에서 좌회전하고 직진입니다.”

네비게이션이 따로 없는 세비스의 개코로 오아시스 2, 3의 위치를 알아낸 일행은 흉흉한 표정으로 던전으로 이동했다. 초록색 위장크림을 바르고 터번까지 두르니 누가 몬스터고 누가 사람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큭!”

“크아악”

그래도 비밀상점에서 산 포션이 아예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었는지 던전 공략 사이사이 축 난 체력은 포션을 마셔가며 보충할 수 있었다. 마지막 몬스터까지 해치우고 나니 뾰로롱! 찬란한 효과음이 울리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

[축하합니다! 레벨 30을 달성하였습니다. 분배 포인트 이제 좀 제발 분배해 주시겠어요?]

[새로운 스킬 <1+1>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 30 달성 기념 선물이 지급됩니다.]

———————————————

실비아는 레벨이 10 오를 동안 분배 포인트를 분배하지 않고 참았다. 아무 의미 없는 짓이었으나 분배 포인트가 50이나 모이자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와, 가만…. 그러고 보니 능력치를 더 올리지 않고도 던전을 공략했단 거잖아? 물론 노엘 님이 끼어있긴 했지만… 쩐다.’

그녀는 스킬 창을 켜 새로운 스킬의 상세설명을 봤다.

———————————————

[1+1

- 망치 전사의 스킬 중 하나. 망치질 한 번에 몬스터 대가리 2개 박살 가능.]

———————————————

아주 직관적인 설명이었다.

‘그럼 나중에는 망치질 한 번에 몬스터 100마리의 대가릴 깰 수도 있는 걸까.’

레벨 30 달성기념 선물은 뭘까. 그녀는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인벤토리 창을 열었다. 폭죽이 터지는 효과가 그려져 있는 보물상자가 인벤토리 내에 있었다. 그녀가 ‘상세설명’을 속으로 외치자 상자 안에 든 내용물들이 메시지로 나타났다.

———————————————

[레벨 30 달성기념 보물상자

체력 포션 30개

마나포션 30개

부메랑 망치

자양강장제 1개

총명탕 1개]

———————————————

놀랍게도 보물상자엔 여러 가지 유용한 아이템들이 잔뜩 있었다.

‘포션들과 총명탕, 자양강장제가 있네. 동서양의 화합도 아니고 이 게임 참, 아이템명은 좀 통일 해 주지…. 아니다, 노점 겜에서 뭘 바라냐 내가….’

자양강장제는 먹으면 체력과 힘, 민첩이 자그마치 50씩 오르고, 총명탕은 지력이 50 오르는 엄청난 꿀템들이었다.

몬스터를 잡고 다들 지쳐서 오아시스의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때에 실비아는 좀 떨어진 커다란 바위 뒤로 몰래 넘어가 자양강장제와 총명탕을 섭취했다.

꿀꺽.

쓴 한약재 맛이 나는 액체들을 섭취하고 나자 힘이 솟아나며 머리가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차, 까먹을 뻔했네. 부메랑 망치는 뭘까?’

실비아는 황급히 <부메랑 망치>의 상세설명을 확인했다.

———————————————

[부메랑 망치

- 그동안 망치를 직접 손에 들고 몬스터들 대가리를 깨부수느라 힘드셨죠?

‘망치는 돌아오는 거야!’

멀리 있는 몬스터에게 부메랑처럼 망치를 던져보세요. 대가리를 깨고 돌아올 겁니다.]

———————————————

‘와, 이제 망치가 원거리 공격도 되는 거야?’

엄청난 무기였다. 이제 망치로 근거리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게 됐다.

어쩐지 영화 속 어떤 인물의 무기가 잠시 떠올랐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상태 창.’

이제 분배 포인트를 분배할 때였다. 그녀는 분배 포인트 50을 분배하기 위해 상태 창을 열었다.

———————————————

[실비아]

레벨 30

망치 전사

가진 돈 : 17300골드

체력 : 230 힘 : 170 지력 : 85 민첩 : 80

화술 : 300(+50)

업보 : 80

신앙심 : 500(+100)

.

.

피로도 : 80

전투 스킬 : 뚝배기 깨기, 1+1, 정화의 망치

생활 스킬 : 헛소리를 진지하게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50 있습니다. 분배하세요.

———————————————

방금 섭취한 자양강장제와 총명탕의 효과로 체력, 힘, 지력, 민첩이 50씩 올라있었다. 분배 포인트 50을 어디다 분배할지 실비아는 잠시 고민했다.

그때 사라진 실비아를 찾던 노엘이 바위 뒤편으로 와 그녀를 발견했다. 옆에 털썩 주저앉은 노엘이 잠시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실비아의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댔다.

“실비아 님, 왜 혼자 계세요?”

“글쎄요…. 음, 노엘 님은 체력, 힘, 민첩성 중에 어떤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세요?”

그녀는 지력 빼고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노엘에게 물어보았다. 지력은 보통 전투 게임의 특성상 마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망치 전사인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체력, 힘, 민첩성 중에 골라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지력은 신중하게 올릴 필요가 있어. 자칫하면… 망캐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야.’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