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하하…. 당연히 오해 안 하죠. 우린 얘기하러 온 거니까 얘기나 할까요?”
‘어제 룸카페보다 더 심한 장소인 기도실에서 실컷 해 놓고 부끄러워하다니. 아직 순진한 구석이 남아있었나…. 귀여워 죽겠어. 깨물어 버리고 싶네.’
노엘의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 실비아가 풋- 하고 조그맣게 웃었다. 어제 실컷 하고 아침부터 하고 싶어서 신전 앞에서 기다려 놓고 이제 와서 쑥스러워하다니.
‘섹스 할 때는 그렇게 정신없이 박아 놓고는….’
집무실에서만 해도 다급하게 속옷도 벗기지 않은 채 삽입하지 않았던가. 아침의 정사를 생각하자 실비아의 입에 군침이 싹 돌았다. 이미 아는 맛이 원래 더 먹고 싶은 법.
노엘은 낮져밤이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는데 낮의 쑥스러움 많은 모습이 관계 때의 그 짐승 같은 허리 놀림과 대비가 되면서 더욱 여자의 음심을 자극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잠자리에서 그를 무릎 꿇린 채 제대로 괴롭혀 눈물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단 충동이 고개를 내밀었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 도네…. 신관인 그를 괴롭히면서 신이 아닌 나를 찾게 만드는 거지…. 앗, 안 돼. 아직은 일러…. 후… 진정하자. 여기 온 목적은 우선 퀘스트 수행이야. 떡은 던전 입장권을 무사히 얻고 난 후에 맘껏 칠 수 있으니까.’
실비아는 입가에 흐르는 침을 노엘이 알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훔친 뒤 태연한 표정으로 음료를 한 모금 쪽- 빨았다.
“노엘 님, 할 얘기가 뭔가요?”
“그게,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신을 모시는 사람이라서 신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바라보자 노엘은 스스로 서게 하는 분, 이런 얘기는 빼고 신탁 얘기를 꺼냈다. 한참 노엘의 설명이 이어졌다. 던전과 몬스터, 오염된 기운 등 보통 사람이면 알아듣지 못할 얘기도 바로 이해하는 실비아의 반응을 본 노엘은 그녀가 영웅일 거란 생각이 더 확실하게 들었다.
‘일반 제국민들은 알아듣지 못할 얘긴데…. 역시 영웅이 맞는 걸까.’
어제 밤새 고민하던 그는 신이 저를 시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실비아가 영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도 자기 자신의 외모가 뛰어나단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이성의 대시와 남성들의 질투를 받았었으니까. 그러나 아름다운 영애들의 유혹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던 저였는데 실비아의 유혹에는 곧잘 아래가… 서곤 했다.
‘날 스스로 서게 하는 분…. 그래. 이제 인정하자. 내 아래를 세운 실비아 님이 영웅일 것이다.’
노엘은 잠시 제 다리 사이를 힐끗 바라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신탁의 내용이 ‘아래를 발기시키는 자’를 뜻함을 받아들인 것이다.
스스로 서는 자 얘기는 빼고, 신탁 내용으로 봐서 실비아 님이 혹시 영웅이 아닌가 생각했다는 노엘의 말에 그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노엘 님이 먼저 말씀하셨으니 저도 입을 열기가 편하겠네요. 저는 신의 부름을 받아 세계를 구원할 사명을 띤… 크흠…. 사람입니다.”
어쩐지 말하다 보니 엄청 비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오글거리는 기분에 입이 간질거리는 실비아였다.
그러나 노엘의 진지한 낯빛을 보자 오글거려 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 그녀는 동정 미남을 먹어야 레벨 업이 된단 말은 빼고 오염된 기운을 정화하라는 신의 말을 들었으며, 아이템을 무한대로 저장할 수 있는 신이 준 능력이 있고, 던전을 공략할수록 힘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노엘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저번에 같이 옷을 사 주셨던 세비스도 사실 저를 돕기 위해 신탁을 받고 옆에 있는 거랍니다.”
“아! 그렇군요. 어쩐지… 왜 같이 사나 궁금했는데 이제 모든 게 명확해지는 것 같네요.”
“네. 그런데 노엘 님, 저에게 이 말씀을 하신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이제 메인 던전의 입장권을 받을 차례였다. 그는 진지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다시 열었다.
“예, 사실 제가 신성력을 깨닫게 된 계기는 엘베우스 신을 모시면서가 아닙니다. 어릴 때 몸이 약했던 저는 시골의 별장에서 요양을 했었죠. 별장 뒤편에는 조그만 산이 있었는데, 계곡 사이 틈을 지나가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신전이 있었습니다….”
노엘의 말에 따르면 그가 자신의 신성력을 깨닫게 된 때는 뒷산의 아무도 찾지 않는 잊혀진 신전에서 잠들었다 깨어난 후였다는 것이다. 신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모시고 있는 엘베우스 신은 아니었다는 것.
그가 자주 놀러 가던 그 신전은 찾는 이가 없어 늘 황폐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그는 가끔 신전을 청소하며 정체 모를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곳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문득 신성력을 깨닫게 되어 사제 교육을 받으러 수도로 가게 되었고, 한참 후 오랜만에 가 본 신전은 오염된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한지라 다가갈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잠깐. 근데 엘베우스 신이 아니라 다른 분을 통해 신성력을 깨달았는데, 왜 지금 이 신전에 계신 거죠?”
“어차피 신성력은 통합이라 상관이 없습니다. 그 신전의 신이 어떤 신인지 알 수 없었기에 부모님과 상의 끝에 엘베우스 신을 모시기로 한 것이지요.”
‘통합 신성력이라니…. 무슨 통합 멤버십 포인트도 아니고….’
실비아의 생각을 모른 채 노엘이 진지한 눈빛으로 본론을 꺼냈다.
“실비아 님. 실비아 님이 다 말해 주셨으니 얘기가 빠르겠군요. 아무래도 신탁을 내린 분이 그 신전에서 모시던 신인 듯합니다. 어린 저한테 깨달음을 주셨으니 그분의 말을 따라야겠지요. 잊혀진 신전을 다시 정화해 주세요. 실비아 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의 말에 실비아가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당연히 정화하러 가야죠.”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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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전의 입장권>을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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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입장권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녀는 노엘이 눈치채지 않게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인벤토리를 열어 상세설명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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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전의 입장권
- 노엘이 신성력을 각성했던 계곡 안의 신전. 무슨 신의 신전인지는 노엘도 모른다고 한다.
신관과 신도들에게 버림받은 그곳은 지금 오염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노엘의 기억대로라면 신전 안에만 몬스터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또한 그도 잘 모른다고 한다.
입장 가능 조건: 레벨 20 이상. 노엘과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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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게임 15일 차…. 드디어 첫 번째 메인 던전의 입장권을 얻었다. 세비스에게서 얻은 늑대 왕국의 입장권은 레벨 80이 넘어야 갈 수 있었으니 잊혀진 신전이 첫 번째 메인 던전인 셈이었다.
“다음 주엔 이 마을에서 주최되는 성년의 날 축제를 앞두고 신전이 휴관을 합니다. 제국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라서 말이죠. 그래서 말인데, 다음 주에 같이 그 신전으로 가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음.”
노엘이 말을 잠시 끊곤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실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눈을 옆으로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세비스… 그 아이를 제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 아이는 놔두고 둘이서 갔으면 좋겠어요. 설마 데려가실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죠?”
“아….”
실비아가 대답을 안 하고 망설이자 노엘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정말 그 애를 데려갈 생각을 했던 건가.’
노엘은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 걸 느꼈다. 표면적으로는 신전의 오염된 기운을 정화하러 가는 거지만, 간 김에 실비아랑 많은 몸의 대화… 아니, 대화를 하고 좀 더 가까운 관계가 되고픈 맘도 있었기에 다른 방해꾼이 끼는 건 원치 않았다.
‘세비스가 있으면 실비아 님이랑 이것저것 할 수가 없으니까…. 아니지, 이런 성스러운 일에 내가 무슨 불순한 생각을…. 그래도! 간 김에… 간 김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신탁에서는 저를 스스로 서게 하는 자가 영웅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러니 실비아가 영웅인지 아닌지 재차 확인하면서 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노엘은 되지도 않는 자기 합리화를 했다.
한편 실비아는 당연히 세비스를 데려갈 생각을 했던지라 살짝 당황했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해 보니 그를 데려가면 노엘과 아주 건전하게 열심히 던전만 공략하게 될 텐데, 그건 또 아닌 듯했다.
‘틈날 때마다 하면서 씨앗을 모아야 하잖아. 어쩌지? 노엘 님도 원하지 않으니…. 나를 도와주려고 옆에 있는 세비스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고,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그래요. 다음 주에 노엘 님과 둘이서만 가는 걸로 해요.”
실비아의 말에 노엘의 낯빛이 밝아지더니 곧 꿀이 떨어질 듯 감미로운 미소가 돌아왔다.
“찬성하시니 다행이군요. 신전으로 가기 전에 저희 집안의 별장에 들러서 필요한 건 챙겨 가면 될 테니 짐은 많이 필요 없을 겁니다.”
“별장이라뇨?”
“아, 제가 말 안 했던가요? 저는 평민이 아닙니다. 셀버튼 백작가의 차남이죠. 그러니 집안의 별장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백작 집안의 영식이었다니, 어쩐지 얼굴에서 성스럽고 귀한 태가 난다 했더니 노엘은 귀족이었다. 고위신관인 데다가 백작가의 차남이라니. 그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 빛나 보여 실비아는 눈부심에 시린 눈을 비볐다.
‘신은 역시 불공평해. 저렇게 잘생겼는데 집도 잘 살고 신성력도 넘쳐나다니. 그런 불공평한 남자를 난 실컷 먹었… 지.’
실비아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노엘을 바라보자 그가 잠시 이유를 몰라 가만히 마주 보고 웃었다.
던전 얘기가 끝났으니 다음은 실비아가 상담을 할 차례였다. 그녀가 낯빛을 어둡게 한 채 깊은 한숨을 쉬며 얘기를 꺼냈다.
“휴우, 저도 할 얘기가 있어요. 노엘 님, 림보…. 림보를 어쩌면 좋죠? 받을 때는 기뻐서 생각을 못 했는데, 림보 유지비가 생각보다 많이 드네요. 조만간 파산할 지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