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루카는 많은 여자를 유혹했지만, 한 번도 그녀들과 육체적 관계를 시도한 적은 없다. 그는 제 처음은 첫사랑에게 주겠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여자들의 자발적 지갑 오픈으로 재물만 받았을 뿐 그의 몸은 순결 그 자체였다.
루카는 실비아의 손등을 쓰다듬었던 손을 가만히 문질렀다.
‘손등만 쓰다듬었는데도 기분이 좋다니 이상한 일이야. 마치 다른 것도 한 사이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워워….”
신전으로 들어간 실비아는 마구간 앞에서 림보를 멈춰 세웠다. 실비아가 제 몸에서 내려가자마자 림보가 후다닥 마구간 기둥에 말머리를 기대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부비부비를 했다.
‘저렇게 좋아하다니.’
실비아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마구간 내부를 천천히 둘러봤다. 마구간은 더운 날씨에 알맞게 냉각장치를 가동하고 있었다. 냉각장치는 현실에서의 에어컨 같은 장치였다. 거기다가 말들의 여물통 앞에는 열대과일과 수박으로 만들어진 화채가 동동 띄워져 있었다. 그것뿐인가. 심지어 각각의 칸에는 더위를 탈 말들을 위한 쿨매트와 쿨 베개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발레파킹 도와드리겠습니다.”
입구에 있는 명품 양복을 입은 마부가 실비아의 열쇠를 받아 들곤 림보의 발레파킹을 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급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마구간은 말썽부리는 선풍기를 가끔 때려가며 버텼던 실비아의 비루한 집과 비교하면 호텔과 움막집만큼의 빈부격차가 있었다.
‘차라리 내가 여기서 살고 싶다. 림보를 우리 집에 놔두는 게 과연 할 짓인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뭔가 씁쓸하네.’
림보가 있는 하루 동안 가계부 지출이 상당했다. 유기농 당근을 사고 고급재스민차 티백도 구입했다. 거기다가 냉장고에 있었던 세비스가 아껴먹으려 놔둔 티라미수 케이크까지 림보가 먹는 바람에 케이크도 새로 사야 될 터였다.
림보의 고급 취향을 맞춰 주려면 앞으로도 유지비가 장난이 아닐 듯했다. 그러나 타고 다닐 때마다 뿌듯했기에 림보가 까다롭기는 해도 좋았던 실비아는 입맛이 썼다.
이대론 홀스푸어 신세를 못 벗어날 텐데. 씁쓸한 표정으로 마구간을 나오자 신전 문 앞에 웬일로 노엘이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실비아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노엘 님! 아침부터 왜 나와 계세요?”
“아… 실비아 님. 좋은 아침입니다.”
노엘이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웃었다. 아침부터 섹시하고 퇴폐미까지 가진 루카를 만난 데 이어, 전쟁터에 데려가도 백만 대군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노엘의 살인미소까지 보자 실비아의 코가 쓰라려 왔다.
‘이러다가 쌍코피가 터지겠는걸.’
노엘이 볼을 발그레하게 붉힌 채 제 앞머리를 길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그는 밤새도록 자아 성찰과 고민을 하곤,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실비아를 꼭두새벽부터 신전 앞에서 기다린 것이다. 노엘은 실비아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르고 호흡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꼈다. 머릴 싸매고 고민했던 게 다 소용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곤 그녀를 바라봤다.
“실비아 님을 보려고 기다렸어요.”
“이 아침부터요?”
“네… 저….”
“저…?”
망설이며 손을 꼼지락거리던 노엘은 곧 결심한 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엘베우스 신께서 거짓말은 죄악이라고 하셨거든요…. 다른 게 아니라 실비아 님이 설 때마다 찾아오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밤새도록 가라앉질 않아서요….”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신을 섬기는 이답게 솔직하게, 노골적으로 제 할 말을 다 했다. 실비아는 원래 웬만한 일론 놀라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노골적인 언사에 얼굴이 시뻘게져 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꼭두새벽부터….’
아침을 알리는 참새의 짹짹 소리가 나뭇가지 위에서 들려왔다. 발기 찬 아침이었다. 밤새도록 세우고 있었다니, 역시 절륜남 키워드는 어딜 가질 않았다. 노엘을 위아래로 훑어보니 어쩐지 평소 복장이랑 다르게 품이 넓은 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아래가 제대로 섰으니, 사제복을 입기 힘들었겠구나…. 밤새도록 세우고 있었다니, 어제 많이 하지 않았나? 크흠…. 저런 말을 들으니 나도 흥분되긴 한다만.’
망설임도 잠시, 실비아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노엘이 환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꽉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노엘의 여전히 성스럽고 은혜로운 얼굴을 힐끗 쳐다봤다.
‘오늘도 역시 노엘 님의 얼굴은 무사 안녕하구나.’
노엘의 하체는 이미 타락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성스러운 빛을 띠고 있어 그거 하나는 다행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좀 특수한 상황, 색다른 체위. 이런 걸 하면 씨앗이 더 많이 나온다고 했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급한 건 아니니 그가 하는 대로 놔둬도 괜찮을 듯했다. 처음엔 여유롭게 걷던 그는 어느새 초조한 듯 뛰듯이 걸어 집무실로 도착했다. 쾅- 소리가 나도록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힌 노엘은 뜨겁게 숨을 들이쉬더니 다급한 기색으로 실비아를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곤 문을 잠그고 또 쾅- 하고 벽으로 거칠게 실비아를 몰아붙였다.
‘악! 내 등짝! 박력 봐!’
실비아는 벽으로 갑작스럽게 밀쳐진 등짝이 고통을 호소하자 악- 소릴 낼 뻔했지만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가까스로 혀를 깨물며 참았다. 노엘은 그녀를 두 팔 사이에 가둔 채 내려다보았다. 초록색 눈에서 감출 수 없는 욕망이 새어 나왔다. 그는 혀를 내어 그녀의 가녀린 목을 핥더니 입술로 쪽쪽, 새가 부리로 쪼듯이 쇄골까지 애무했다.
“하…. 자국을 남기고 싶지만 티가 나면 실비아 님이 곤란할 테니까 참을게요.”
흥분한 와중에도 기본적으로 장착한 매너까지. 정말 완벽한 남자였다. 노엘을 이렇게 성적으로 개발시킨 사람이 자신이란 사실이 그녀의 아래를 더 뜨겁게 했다.
‘그리고 이런 야한 모습은 나만이 알고 있지, 앞으로도 나만 알고 싶고… 말이야.’
이곳은 게임 세계이니 실비아가 알고 있는 한 노엘은 자신에게만 몸을 바칠 것이다. 처음은 물론 아마도 마지막까지, 이 얼마나 꼴리는 설정인지. 현실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 같지 않은 외모의 노엘이 사실 여기저기 돌려먹은 걸레라고 해도 팬티를 벗으며 달려들 판인데, 동정이라니.
실비아는 속으로 감격하며 노엘의 입맞춤을 즐겼다. 그는 그녀에게 처음을 바쳤고 어젠 총 다섯 번의 질싸를 해 주었다.
‘아, 생각하니까 너무 자극 된다….’
노엘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생각하자 실비아는 아직 본격적인 애무도 안 했는데 벌써 아래가 젖어오는 걸 느꼈다. 실비아가 그의 너른 등을 감싸 안자 노엘의 길고 섬세한 손이 몸을 더듬어 올라오더니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옷 위로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귓가를 입술로 아기 같이 물며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노엘의 급한 손길 자체도 실비아에겐 더 없는 자극제였다. 가슴을 움켜쥐지 않은 나머지 한 손이 아래로 급하게 내려갔다. 원피스를 걷어 올린 손은 음부를 가리고 있던 레이스 속옷 위로 안착했다. 은근하게 젖어 있는 실비아의 아래로 섬세한 손을 내려, 속옷 위를 몇 번 쓰다듬던 그가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올려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줬다. 그리곤 나른하게 미소지었다. 그는 질척하게 젖어있는 속옷의 옴폭 팬 부위를 꾸욱 누르면서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리고 말했다.
“실비아 님도 기대하고 계셨던 건가요?”
“아, 응… 글쎄요.”
“이렇게 젖어 있으니 그대로 해도 아무 무리가 없겠어요.”
“아, 노엘 님…. 그런 말씀은….”
실비아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입을 가리자 노엘이 눈을 가늘게 뜨곤 그녀의 속옷을 옆으로 젖혔다. 그리고는 체액으로 젖어 있는 음부 사이의 붉은 속살을 검지와 중지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 제가 너무 갔나요?”
“아니요. 너무 좋아서…. 흐응!”
실비아가 신음을 흘리자 그의 손길이 더 빨라졌다. 노엘은 뜨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하… 저도 너무 좋은데…. 이대로 해도 될까요.”
“괜찮아요…. 묻지 말고, 노엘 님 원하는 대로 하세요….”
진심이었다. 실비아는 노엘이라면 몽둥이로 패면서 한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 줄 용의가 있었다. 물론 하란다고 정말로 그러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뭐가 됐든, 그만큼 좋다는 거였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