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업보 제거 기능이 레벨 업이 되면 하루 종일 노엘과 그 짓거릴 하면서 놀아도 된다는 거였다. 물론 나태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계속 팽팽 놀 순 없었지만, 정말 힘들 때 한 번쯤은 그래도 될 듯했다.
‘노엘 님… 시작을 기도실에서 했으니 어지간한 건 다 받아 주시겠지.’
물론 실비아는 야한 걸 좋아하긴 해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나 씨앗을 얻기 위해선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 했다.
‘뭐, 노엘 님 얼굴만 보면서 해도 충분히 좋지만 말이야…. 자극적인 플레이도 좋지.’
그녀는 흐뭇한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모두 닫곤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한편 노엘은 실비아를 보낸 뒤 뒤늦게 찾아온 순결을 잃은 후유증으로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 그냥 잃은 것도 아니었다. 무려 평소에 열심히 기도를 하던 기도실 안에서 세 번 하고, 그중 한 번은 무려 경비대장을 문 너머에 두고 기도하면서 했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집무실 욕실 안에서 씻겨 준다는 개수작까지 부려 홀딱 벗고 본격적으로 두 번 더! 심지어 다섯 번 다… 안에 쌌다.
‘하아….’
그의 우울은 실비아도,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잘못된 일을 한 뒤에 찾아오는 절망감과 우울감. 특히 그는 평소에 차기 교황 후보로서 순결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우울했다.
우울감에 비실대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한 방울씩 비가 떨어지더니 곧 쏴아아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그는 인적이 없는 길거리에서 혼자 절망하여 무릎을 꿇고 속으로 신에게 외쳤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실비아가 얼굴을 붉히며 아래에서 그를 바라보던 모습이 뇌리를 스치자 본능적으로 성기가 제대로 풀 발기했다.
‘이 와중에도 하고 싶다니 망할…!’
“으아아! 신이시여! 어찌하여 또 세우시나이까!”
절망한 노엘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감싸 쥐고 비를 맞고 있자 들개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쯧쯧 혀를 차면서 지나갔다. 마치 ‘못난 놈….’이라고 질책하는 듯했다. 개들의 쯧쯧거림을 들은 노엘은 머쓱해하며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몸을 일으켰다.
‘아차, 신관인 내가 이런 곳에서 추태를 부리다니. 누가 보면 어쩌려고.’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 그는 다행히 들개들 말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흑흑대면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비에 맞은 생쥐 꼴로 집에 돌아온 그는 또 샤워기 밑에서 얼굴을 부여잡고는 신을 외쳤으나, 절실하게 부르짖으면 잘 응답하던 신이 오늘만큼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신께서 날 버리시는 건가. 여인과 동침을 했다고 해서 신성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건만!’
신께서 응답하시지 않는다면 마음껏 하리라. 실컷 안에다 싸겠다! 화가 나서 속으로 외쳐봤지만 역시나 신은 묵묵부답이었다.
‘으, 머리야….’
그의 머릿속은 부모님과 대사제님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화, 그리고 실비아와의 섹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지끈거렸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도 말똥말똥 눈을 뜬 채로 침대에 누워있던 그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또 후배위로 실비아의 입을 막은 채 제대로 박았던 게 떠올라서 풀 발기했다. 밤새도록 가라앉지 않는 앞섶때문에 고생하던 그는 실비아의 말을 떠올리며 아래에 손을 대는 걸 꿋꿋하게 참았다.
‘실비아 님이… 설 때마다 찾으라고 하셨어…. 잠깐. 오, 신이시여. 내가 무슨 생각을….’
고개를 저어봤지만 야한 생각은 멈춰지지가 않았다. 발기 한 채로 그는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다. 잠도 못 자고 내리 고민을 하던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밤새 고민해 봤지만 결론은… 하고 싶단 거다. 그냥…, 하고 싶다.’
* * *
아침이 되자 실비아는 새벽 시장에서 급하게 구해 온 유기농 당근과 적절한 온도의 재스민차를 림보에게 대접하였다. 그리고 세비스가 준 간단한 토스트를 먹고는 집을 나섰다.
‘아이고, 삭신아….’
뼈 사이사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것처럼 몸이 쑤셨다. 어제 무려 노엘과 다섯 번을 했지만 마지막에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아 정신만 피곤한 상태였다. 그러니 몸이 쑤시는 이유는 아무래도 찬 바닥에서 잔 것 말곤 없었다.
‘세비스는 늘 돌바닥에서 자서 익숙하다고 했었지…. 하, 노엘 님에게 림보에 대해 상담을 좀 받아야겠어. 간 김에 좀… 하고.’
일찍 나왔기에 림보와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듯이 신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동안 안 들리던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거렁뱅이가 출세했네? 외제마도 타고, 옷을 보니 제국민도 됐고 말이야!”
꿀밤 맛을 제대로 보여준 이후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문신뚱땡이였다. 옆에는 형님이라던 멸치까지 함께였다.
‘뭐야, 둘이 세트로 꼴값을 떨고 앉았네. 꿀밤 맛을 아직 덜 봤나?’
실비아는 픽-하고 비웃음을 날리곤 림보의 위에서 턱을 추켜올린 채 둘을 거만하게 내려다봤다. 림보는 똑똑한 말이었기에 그녀를 따라 같이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추켜올렸다.
“누구시더라? 보다시피 난 갈 길이 바빠서 말이야. 좀 비켜줬으면 좋겠는걸! 아니면 또 꿀밤 맛을 보고 싶은 건가?”
실비아가 주먹을 들고 입김을 호- 불어넣는 모션을 취하자 두 명의 양아치는 주춤하더니 이내 화가 난 표정으로 실비아에게 삿대질을 했다.
“이… 이, 너 때문에 우리가 보스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 네 소문을 보스도 이미 듣고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딱! 딱 기다려. 지금 대장이 네 버릇 없는 꿀밤 짓을 다신 못 하게 하려고 오고 계시는 중이다! 원래는 이런 일로 오지 않는 아주 귀한 분이라고!”
두 양아치가 주절주절 대는 모습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던 실비아는 풉- 하고 비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기다리라면 내가 기다릴까? 뭔 되지도 않는 소릴 하고 있어. 림보, 신전으로 가자!”
“히이잉!”
림보가 앞다릴 들어 위협적으로 말발굽 질을 하자 두 명이 어어, 하며 볼품없이 뒤로 물러나더니 이내 나동그라졌다.
“아이코!”
“확! 누구 앞이라고 까불고 있어….”
눈앞의 양아치 둘을 이미 혼내 주고 난 뒤라 그런지 실비아의 입에선 거침없이 험한 말이 흘러나왔다.
휘이잉.
림보를 토닥여 자율주행을 다시 시키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어오더니 그들의 머리칼을 정신없이 휘저었다.
‘뭐지?’
실비아가 정신없이 휘날리는 머리칼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미국도 아닌데 허리케인이? 실비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꽃을 동반한 돌풍이 어지럽게 길거리를 초토화 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바람에 림보의 이에도 꽃잎이 몇 잎 껴버렸다.
그 모습에 어쩐지, 여긴 게임 속임에도 현실과 같기에 배경음이 깔릴 리도 없건만 봄만 되면 흔히 듣던 벚꽃 연금 노래가 비지엠으로 깔리는 듯했다.
‘봄도 아니고 초여름 날씨건만 이 향긋한 꽃바람들은 다 뭐지?’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와! 요새 우리 조직원들을 혼내 준 게 너였구나?”
‘어? 이 존나 꼴리는 목소린… 루카!’
꽃바람이 분다 싶더니 역시 꽃미남인 루카가 나타났다. 피라미드 교육장 후로 처음이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본 듯한 느낌이었다. 루카는 아름다운 장미엔 가시가 있다는 명언에 알맞게 독이 있음에도, 오늘도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노엘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과 달리 잠자리에선 아주 절륜해서 맛이 좋지만, 루카는 루카대로 평소엔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어도 의외로 성적으로 순수해서 색다른 맛이 있지….’
실비아는 오늘도 환상적으로 반짝이는 루카의 금안을 바라보며 티 나지 않게 입맛을 다셨다.
아직 루카랑은 제대로 끝까지 한 적이 없지만 먹다 말면 더 먹고 싶고 당기는 법이었다.
거기다가 인간의 미식의 세계란 끝이 없어서 독이 있으면 포기하면 될 것을 복어의 배를 갈라 독을 없애고, 독버섯인 걸 알면서도 먹다가 죽고, 절벽 위에 약초가 있으면 꼭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캐고 싶어 하지 않던가.
위험하지만 맛좋게 생긴 루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루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시원하게 입매를 벌리며 웃었다.
“응? 왜 그렇게 멍하니 쳐다봐? 날 보니까 가슴이 두근거려서 그래? 흠, 내가 좀 잘 생기긴 했다만.”
‘지가 잘생긴 걸 잘 아는군. 하긴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얼굴이긴 하다.’
실비아가 가만히 가슴을 부여잡고 있자 루카가 제 턱을 쓸며 살며시 윙크를 했다. 그 모습에 실비아는 쌍코피가 날 뻔한 걸 가까스로 참고 헉하고 숨을 삼켰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맛있어 보여서 설레는 거랑 좋아서 설레는 감정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니까.
실비아가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멍하니 루카의 얼굴을 바라만 보자 그가 설렁설렁 걸어오더니 림보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오, 이 말은 또 어디서 난 거야? 내 주마장에 있는 열 대의 외제마랑 비슷한 급인 거 같네. 실비아, 내 옆에 있으면 이런 말로 이뤄진 사두마차를 타고 다니게 해 줄게.”
“아니, 대장! 저 꿀밤쟁이를 혼내 주러 오신 거 아닙니까? 지금 돌아가는 판이 이상한데요?”
“맞습니다. 저희한테 꿀밤을 먹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고 오신 거잖아요. 혼내 주신단 뜻 아니었어요?”
문신뚱땡이와 멸치가 억울한 표정으로 루카를 초조하게 바라봤다. 루카가 그 둘을 흘겨보더니 팔짱을 끼곤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