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똑똑.
“저기, 기도실에 누구 계세요? 누구신가요?”
“…노엘… 노엘입니다.”
“아! 신관님. 아니 이렇게 신실하셔서야. 기도를 아직도 하고 계십니까?”
신전의 경비를 맡는 경비대장이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기도실이 밀폐된 공간이라서 꿉꿉한 정사의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실비아는 심장이 졸아붙을 거 같은데, 노엘은 뒤에 있기에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로 보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읏??’
그때, 실비아는 안을 강하게 치받는 노엘의 것에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노엘이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결국엔 실비아의 입을 틀어막은 채 은근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기도를 시작한 것이다. 밖의 경비대장은 모르겠지만 가까이 붙어있는 실비아의 귀엔 노엘의 거친 숨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기도실이 적절하게 방음이 되는 공간이라는 게 어찌나 천만다행이었는지, 안 그랬다면 찌걱거리는 음란한 소리와 거친 숨소리 때문에 당장 의심을 샀을 터였다.
노엘이 그녀의 안으로 성기를 깊게 삽입할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에 음낭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밖으로 곤란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일부러 기도를 크게 했다.
“아! 신이시여! …후…. 가엾은 어린 양을 굽어살피사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 니다…. 하.”
신음과 적절히 섞인 그의 기도는 바깥에 서 있는 경비대장에겐 무척 절실하고 신실한 기도 소리로 들렸다.
‘역시 노엘 님! 고위신관은 다르구나. 기도를 저렇게 절실하고 열정적으로 하다니!’
그도 평신도 중엔 부지런히 기도를 하는 편에 속했으나 저런 식으로 기도를 한 적은 없었다. 역시 고위신관은 뭐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노엘 님…. 역시 소문대로 신실한 분….’
저렇게 부르짖듯… 듣는 이의 가슴이 들끓을 정도로 절실한 목소리로 신을 찾다니! 매일 하는 기도가 가끔 지겨워 무성의한 목소리로 기도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부끄러움이 그를 찾아왔다. 경비대장은 등불을 손에 든 채 감동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상에, 어쩜 이리 신실하실까요! 노엘 님의 기도에 저절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근데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기도 적당히 하시고 집에 가서 저녁도 드셔야….”
경비대장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쾅 하고 책상을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노엘이 크게 외쳤다.
“아! 신이시여! …아! 감사합니다. 이렇게, 흣…. 맛있고 풍부한 양식을 주셔서… 후…. 잘 먹겠습니… 다!”
안의 상황을 모르는 경비대장의 귀에 노엘의 목소리는 흡사 절절하게 신을 부르짖는 것으로 들렸다.
“식사 기도를 미리 하시는 건가요? 세상에, 노엘 님, 존경합니다. 저도 노엘 님을 발끝이라도 따라가도록 열심히!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 볼게요!”
경비대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저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데 계속 눈치 없이 방해해서야 안 될 일이지 않은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경비대장을 기도실 안의 노엘이 급하게 불러 세웠다.
“저… 열쇠는! 두고 가주세요! 제가… 후…. 제가 문단속을 하겠… 습니다.”
“네? 에이, 그래도 문단속은 제가 할 일인데 신관님에게 맡겨서야 되겠습….”
“열쇠! 놔두고… 가세요. 기도가 언제, 후….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요. 신을! 엘베우스 님을 계속 찾고 싶습니다…. 어서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여기 바닥에 열쇠 놔두고 갑니다! 노엘 님, 정말 존경합니다!”
경비대장은 기도실에서 열성적으로 신을 찾으며 땀을 흘리는 노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감동한 눈빛으로 급하게 신전 열쇠를 문 앞에 내려두곤 입구로 뛰어갔다.
육중한 입구의 철문을 열자 어느새 깜깜해진 밤하늘의 달빛이 신전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뒷짐을 지곤 마치 신전을 향해 방긋 웃고 있는 것 같은 보름달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신께서 노엘 님의 기도에 감동하신 걸까! 우리 신전의 앞날이 저 달빛처럼 밝구나!’
한편,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바깥이 고요해지고, 질구를 느릿하게 드나들던 노엘의 것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비아는 노엘의 뻔뻔스러움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엄청난 분이었어…. 기도를 하면서 계속 박다니… 상상도 못 했네.’
노엘의 행동을 감탄하던 실비아는 갑작스럽게 안을 찔러 누르는 그의 성기에 신음을 토해냈다.
“으흣!”
“하… 실비아 님, 무슨 생각해요?”
노엘은 실비아가 생각에 빠질 틈을 길게 주지 않고 계속 거세게 기둥을 안으로 치받았다. 계속되는 강한 자극에 실비아가 가늘게 신음하며 가까스로 말을 이어갔다.
“아응, 앗, 흐응…. 잠까안….”
“집중하셔야죠.”
빠르게 드나들던 성기가 내벽의 한 곳을 연속으로 박자 실비아의 고개가 위로 젖혀졌다. 그는 관계 세 번째 만에 실비아가 더욱 느끼는 지점까지 찾아 버렸다.
“앗, 으응!”
“하아….”
둘의 절정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 이 남자 굉장하다.’
실비아가 만족한 듯 신음하자 노엘도 곧 안쪽 깊숙이 자신의 것을 박곤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그의 성기가 아래를 빠져나가자 실비아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연달아 세 번을 해버리고 방금은 들킬까 봐 긴장한 탓에 온몸의 힘이 쭉 빠져 버린 것이다.
뒤처리를 하고 난 뒤 둘은 머리가 까치집이 된 채 기도실을 빠져나왔다. 집무실에 가서 실비아가 씻는 사이에 노엘은 청소도구를 들고 가 기도실을 싹 치우고 왔다. 고위신관의 집무실이어서 그런가, 안에는 침실과 드레스룸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욕실과 화장실까지 있었다. 여기서 살아도 될 듯했다. 실비아가 바디워시로 거품을 내곤 샤워기를 틀어 몸을 씻고 있는데 노엘이 문을 두드렸다.
“실비아 님, 다 씻으셨어요?”
“아뇨?”
“그럼, 제가 좀 씻겨 드리고 싶은데요.”
‘아니, 쑥스러워하면서 가만히 있을 땐 언제고 왜 저렇게 적극적으로 변했담. 나야 좋지만.’
실비아는 혼잣말로 ‘어우, 몰라, 몰라.’ 하며 애꿎은 욕실 벽을 콩콩 쳤다. 그녀가 ‘네.’라고 대답하자 노엘이 쑥스러워하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제대로 정복을 갖춰 입고 있는 노엘의 모습을 보며 실비아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뭐야, 괜히 기대했어….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들어온 걸 보니 더 할 생각이 없나 보네.’
실망하기도 잠시. 부드럽게 씻겨주던 손길은 점점 야릇하게 변하더니, 그녀의 다리 사이에 노엘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닿은 순간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옷을 정신없이 벗어 던진 노엘이 실비아를 밀어붙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번을 더 한 후였다.
결국 실비아가 먼저 몸이 너무 축나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했고, 그는 귀한 신성력을 이용해서 실비아의 바닥난 기력을 보충해 주는 섬세함도 보였다.
‘총 다섯 번을 해 버렸어. 몸에 힘이 없네.’
노엘과 함께 신전을 나온 실비아는 근처에 있는 사저에서 자고 가라는 그의 끈적한 권유를 거절하곤 잠시 잊고 있던 림보를 찾으러 마구간으로 갔다. 마구간에 도착하자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노엘이 아쉬운 얼굴로 재차 권유했다.
“자고 가시면 좋을 텐데요.”
“아니… 아니에요. 오늘은 더 이상 몸이 따라 주지가 않아서요….”
노엘이랑 하는 건 정말 좋았지만, 집에 따라갔다간 밤새도록 몇 번을 더 할지 몰랐다. 게임 세계에 익숙해졌음에도 실비아의 정신력은 여전히 욜로족의 그것이었다.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아서 축난 몸도 멀쩡해졌지만 정신이 피곤했다. 실비아가 고개를 젓자 노엘이 아쉬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더 이상 안 할게요.”
“아니에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집에서 세비스가 기다리고 있으니깐. 걱정할 거 같아서요.”
“세비스요…? 아… 그 아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노엘은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번 권유했건만 실비아는 자신이랑 함께 있는 것보다 집에 있는 집사를 걱정시키지 않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그 늑대 수인이 성체가 아니라 해도 엄연히 이성이 아닌가. 유치하게 ‘누가 더 좋아?’라고 묻고 싶은 맘이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졌다.
‘휴, 유치하게 굴지 말자.’
그는 하고 싶은 말을 꾹 누르고 표정 관리를 했다.
노엘의 복잡한 심경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실비아는 그의 물음에 당황했다. 세비스가 중요하냐니? 그동안 세비스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노엘답지 않은 이상한 물음이었다.
실비아는 그런 의문을 느끼면서도 별생각 없이 대꾸했다.
“같이 사는 식구니까요. 그리고 데려다주시지 않아도 돼요. 세비스가 혹시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