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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15화 (15/372)

15화

실비아는 그를 따라 개방형 복도를 지나갔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바깥에서 훅 불어왔다. 게임 세계의 날씨는 현실 세계의 싸늘했던 가을 날씨와 달리 초여름을 맞은 듯 가끔 선선하다가도 더웠다. 오늘은 더운 편에 속했다.

‘아열대 기후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기왕지사 봄부터 시작하면 좋았을 텐데.’

앞서가던 노엘이 주발을 걷자 첫날 노엘과 마주쳤던 조그만 정원이 나타났다. 그의 말대로 우물은 정원 구석의 그늘 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두레박에서 길어 올린 물은 무척 차가워서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것 같았다. 실비아가 조심스레 쭈그려 앉은 채 손을 가져다 대자 노엘이 그 위로 우물물을 부어 주었다.

“와, 시원하네요.”

실비아가 감탄사를 내뱉자 노엘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뒷산을 가리켰다.

“저 뒷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지하수라 그런지 한여름에도 차갑답니다.”

“신관님, 앉으세요. 저도 부어 드릴게요.”

시원한 우물물 덕에 한결 살 것 같아진 그녀는 노엘에게 자리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노엘이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실비아는 그가 했던 것처럼 두레박으로 물을 퍼 노엘의 손에 끼얹으려고 했다.

“어엇?”

쏴아아.

올라간 힘 스탯에 아직 적응이 안 된 실비아는 노엘의 손에 물을 붓는다는 게 그만 몸 전체에 제대로 끼얹고 말았다. 때아닌 물벼락에 노엘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 어떡해, 정말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어쩌지.”

“괜찮습니다. 시원하고 좋은데요, 뭘.”

새하얀 신관 복이 흠뻑 젖은 노엘은 촉촉이 젖은 레몬 빛 금발을 넘기며 소탈하게 웃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역시 평생 신을 모신 대인배 신관답게 노엘은 웃어넘길 뿐이었다.

실비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자신의 손을 자책했다.

‘망할 놈의 손. 왜 힘 조절을 못 하니.’

실비아는 어두워진 낯빛으로 자신의 손을 찰싹찰싹 쳐댔다.

그 모습을 본 노엘이 싱긋 웃더니 우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곤 두레박에서 물을 더 퍼서 자신의 몸에 끼얹어 버렸다.

“엇, 신관님!”

갑작스러운 노엘의 돌발행동에 실비아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자 그가 천연덕스럽게 웃어 보였다.

“정말 괜찮아요. 시원한걸요.”

“아….”

실비아는 노엘의 생각을 바로 알아차렸다. 자신이 미안해하며 걱정하니까 신경 쓰지 말란 뜻으로 온몸에 물을 끼얹어 버린 듯했다.

‘천사가 따로 없네. 어쩜 얼굴도 천사, 마음도 천사….’

성자 같은 그 모습에 실비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훈훈한 표정으로 노엘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실비아의 가슴은, 아니 온몸은. 점점 따뜻해지다 못해 후끈해졌다. 제대로 촉촉이 젖은 노엘의 모습은 너무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망할 놈의 손이 아니라 고마운 손이었네.’

하얀 사제복이 몸에 착 달라붙어 탄탄한 근육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다가 위에 걸친 사제복과 달리 하얀 바지는 물에 젖으면 비치는 소재인지 안이 언뜻 보이는 듯도 했다.

노엘이 허리 부근이 트인 젖은 사제복을 손에 쥐고 쥐어짜자 감춰져 있던 허벅지가 드러났다. 푹 젖은 하얀 바지는 튼실한 허벅지 근육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그녀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세상에, 저 갈라진 허벅지 근육 좀 봐. 초원을 달리는 말이 따로 없네. 저 말을 내가 탄다면 소원이 없겠는걸.’

실비아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아닌 척하며 노엘의 몸을 샅샅이 관찰했다. 노엘은 젖은 바지가 거슬렸는지 무릎 아래까지 바지를 걷어 올렸다.

“푸훕!”

그 모습에, 목이 타는 느낌에 우물물을 길어 한 모금 마시던 실비아는 그대로 뿜어버렸다. 그의 몸에 너무 집중한 탓이었다. 입가에 흐르는 물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를 닦으며 그녀는 엉거주춤 우물가에 기대섰다.

눈은 노엘의 몸을 아닌 척 계속 관찰하는 중이었다. 무슨 운동을 한 건지 탄탄한 장딴지가 여심을 자극했다. 축구선수 같은 근육이었다.

‘어디서 공 좀 차보셨나 본데….’

실비아가 그를 빤히 바라보자 노엘이 시선을 눈치채곤 고개를 들었다. 노엘이 고개를 들자마자 실비아는 음흉한 시선을 들킬세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미안해하는 것이라 오해한 노엘이 상큼하게 미소지으며 앞머릴 넘겼다.

“정말 괜찮아요. 물에 젖은 건 말리면 되는 거니까요.”

신체 온도가 너무 높아져 있어서인지 노엘의 말이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멍하게 들려왔다. 실비아는 빨개진 얼굴을 부채질하며 태연하려고 노력했다.

“아… 그… 그… 렇죠?”

“실비아 님? 괜찮으세요?”

“으… 좀… 덥네요….”

우물물을 끼얹어서 시원해진 것도 잠시, 실비아의 입에서 더운 입김이 새어 나왔다. 환상적인 바디를 봐서 그런지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도 들었다.

“네. 오늘 날씨가 덥긴 하죠.”

태연한 노엘의 표정에 실비아는 저만 후끈해진 것 같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 남자는 시각에 약한 법. 물론 나도 약하지만.’

신앙심이 낮아 아직 공략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장난은 칠 수 있지 않을까.

판단을 마친 실비아는 ‘아이 더워라.’라고 중얼거리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두레박에 물을 펐다. 그리곤 노엘이 말릴 틈도 없이 머리 위로 두레박을 들어 물을 싹 다 부어 버렸다.

“너무… 후… 너무 더워서 저도 안 되겠어요.”

“아니… 그… 실비아 님!”

노엘이 당황한 표정으로 실비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제 모습을 내려다본 실비아는 아직 덜 젖었음을 깨닫고 한 번 더 물을 퍼 끼얹었다.

‘이제야 제대로 젖었다. 거랭뱅이 기본 옷이 하얘서 다행이야.’

후줄근한 하얀 거랭뱅이 원피스는 역시 싸구려 재질답게 훤히 비치는 소재여서 물을 끼얹자마자 더없이 야한 효과를 내었다. 실비아는 일부러 눈을 가늘게 뜨곤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그리고 젖은 머리카락을 치명적으로 휘두르며 물을 털었다.

그리곤 입술을 약하게 깨물곤 손을 올려 천천히 턱에서 목, 가슴까지 쓸어내렸다. 그대로 태연하게 노엘을 쳐다보자 빨개진 그의 얼굴이 보였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실비아의 귀에까지 들렸다.

‘후후, 성공한 듯하군.’

“하아… 이제 좀… 후… 시원하네요.”

“실비아 님, 그… 옷이….”

“옷이요?”

실비아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노엘을 바라보았다. 이를 살짝 깨문 채 얼굴을 붉힌 노엘이 사선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노엘이 시선을 피하자 실비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였다.

‘기껏 적셔 놨더니 빤히 바라봐도 모자랄 판에 얼굴을 돌리고 있으면 섭섭하지.’

노엘은 촘촘한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실비아 님, 그 옷이… 너무 젖은 것…. 후…. 같아요.”

“물을 좀 짜야겠네요. 읏차, 읏….”

일부러 힘을 줘 옷을 짜는 시늉을 하던 실비아는 곧 한숨을 푹 내쉬곤 노엘을 바라봤다. 손을 살짝 파르르 떠는 명연기도 추가했다.

“아… 서고 정리를 너무 열심히 했더니, 손목을 삐끗했나 봐요. 손에 힘이 안 들어가요.”

“…예?”

“옷 좀 같이 짜 주실래요?”

노엘이 망설이며 가만히 있자 실비아는 덥석 노엘의 손을 잡아 옷자락으로 가져갔다. 그리곤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눈을 울멍울멍 뜨고 그를 바라봤다.

“네? 좀 도와주세요. 신관님. 이렇게 젖은 채로는 건물에 들어가기가 좀….”

순진한 척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자 노엘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떨리는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갑자기 다가온 자극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순진한 신관의 모습에 실비아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순진하니까 더 꼴리네.’

“그럼….”

상기 된 표정으로 실비아를 바라본 그는 원피스를 쥔 손을 핏줄이 불거지도록 세게 움켜쥐었다. 실비아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수한 얼굴로 미소지으며 노엘의 손을 바라봤다. 꽉 쥔 주먹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그 떨림을 실비아는 귀신같이 알아챘다.

‘여자의 몸을 적나라하게 본 적이 없을 테니, 지금 무척 떨리겠지?’

고개를 들자 예상대로 노엘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져 있었다. 풍성하게 내려온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며 초록 눈에 그늘을 만들어 내었다.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그녀의 부탁에 유혹하는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도 있었을 텐데 노엘은 신전에서 평생 자라온지라 눈치채지 못했다. 단지 눈앞의 신도를 진심으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뿐.

실비아의 하얀 옷은 흠뻑 젖어 안의 속옷이 다 비치고 있었고, 딱 달라붙은 천은 여체의 윤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노엘의 몸이 조금씩 반응하고 있었다.

‘굿. 액설런트.’

실비아는 물을 끼얹은 자신을 칭찬 해 주고 싶어졌다. 젖은 몸은 옷을 안 입은 것보다 어찌 보면 더 야하게 보였다.

“…신관님?”

노엘은 실비아의 부름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옷을 잡은 채 우두커니 선 노엘의 모습에 실비아는 이 가여운 신관이 지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실비아가 짐짓 모르는 척 질척하게 젖은 원피스의 가슴 부분을 손으로 훑자 노엘의 목울대가 거칠게 움직였다.

‘섰을까…. 섰네.’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척 고개를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 보니 물에 젖은 노엘의 바지 위로 불룩해진 앞섶이 도드라져 보였다. 신관도 남자니까 고자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실비아는 이 상황이 무척 짜릿하고 흥분됐다.

‘히힛…. 너무 재밌잖아?’

실비아는 흥분한 노엘을 좀 더 놀려 주기로 결심했다.

노엘은 발기한 성기를 가라앉히려 거친 숨을 내쉬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곤란한 표정으로 거칠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젖어서 착 달라붙은 옷 때문에 팽팽해진 앞섶을 숨기는 건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결국 제 뜻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아래에 노엘은 마른세수를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본능과 싸움 중인 노엘을 완전히 패배시켜야겠다 결심한 실비아는 우물가에 있는 돌의자에 예고 없이 걸터앉았다.

“다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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