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첫날밤을 수집합니다-2화 (2/372)

2화

“그냥 돕고는 싶지만 안 그래도 오염이 퍼진 상태에서 아무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 내 힘이 많이 약해진 상태거든.”

“아,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게임을 시작하면 너를 도와줄 캐릭터를 만나게 될 거야. 게임 초반엔 그의 조언과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 중요해.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인 캐릭터를 만나게 되고 던전 공략을 할 수 있게 될 거야. 그건 그렇고… 그대를 허락 없이 데려온 건 맞으니 선택의 기회를 줄게. 게임을 공략해 천국으로 가는 걸 도전해 볼 것인지, 바로 나태지옥으로 갈 것인지 말이야.”

남신의 말을 들은 실비아가 픽- 하고 웃었다.

선택의 여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바로 지옥에 가고 싶을 리가 있나. 노력만 한다면 천국으로 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했다.

실비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투지를 불태웠다.

‘최선을 다해서 동정 미남들을 먹고 레벨 업을 해야겠구나….’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게임 클리어를 하겠다고 외쳤다. 남신은 그녀의 말에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표정을 보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군. 너라면 꼭 성공할 거란 예감이 드는걸.”

“마지막 기회니까…. 열심히 해 볼게요.”

“그래, 그대가 지옥에 떨어지는 걸 나도 원치 않아…. 잠깐… 게임의 잠금 기능으로 더 이상의 설명은 무리겠어…. 게임 중에 날 다시 볼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럼 이만….”

뾰로롱, 효과음과 함께 남신은 사라졌다. 남신이 모습을 감추자마자 눈앞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게임의 시작지였던 오두막집의 풍경이 실비아의 눈앞에 펼쳐졌다.

‘모니터로 봤던 그 오두막집이네.’

집안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다가 화장대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니 갈색 머리에 초록색 눈을 한 순진한 얼굴의 여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전날 시작화면에서 본 플레이어의 외형이었다.

‘이게 게임 속의 내 얼굴이라 이거지.’

자신이 웃으니 거울 속 여자도 따라 웃었다. 풍성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갈색 머리가 가슴 부근까지 내려와 있었다. 빼곡하게 긴 속눈썹이 실핏줄 하나 없는 싱그러운 초록빛 눈에 그늘을 만들어 냈고, 눈 사이엔 오뚝하고 폭이 좁은 귀여운 코가 있었다.

백옥 같은 얼굴의 양 뺨은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도톰한 입술은 그녀를 더욱 생기 있어 보이게 했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자 거울 속의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모든 남자의 첫사랑’ 같은, 은근히 귀여우면서도 청순한 얼굴이었다. 여러 동정 미남들을 꼬실 건데 그런 것 치곤 아무것도 모를 거 같은 순진해 보이는 얼굴을, 그녀는 가만히 만져 보았다.

이 얼굴로 수많은 동정 미남들을 공략해야 하는 거군….

“응?”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치는 제 모습을 가늘게 눈을 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얼굴은 귀엽고 예쁜데 패션이 맘에 들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무슨 길거리 부랑자 같은 패션이었다.

‘거지인가. 뭐 가지고 있는 건 없나?’

의문을 가진 채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자 그녀의 눈앞에 아이템 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창엔 몇 가지 기본 아이템들이 있었다. 첫 번째 아이템은 <씨앗 상자>. 여기다가 동정 미남들에게서 획득한 씨앗을 모으라는 건가.

아이템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상세정보가 떠올랐다.

———————————————

[씨앗 상자

- 동정 미남들을 먹고 나면 생기는 씨앗들을 모아두는 상자. 5개의 칸이 있다. 게임 속이니 임신할 걱정은 없다. 마음껏… 하자. 씨앗을 열심히 모아서 세계수를 심어야 한다. 세계수는 <??>에 있는 비밀의 정원에서 심을 수 있다.]

———————————————

임신할 걱정이 없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씨앗 상자의 칸이 5개란 건 곧 메인 캐릭터가 5명이란 소리. 자그마치 5명이랑 실컷… 해야 하는데, 임신을 해버리면 공략에 애로사항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는 뭘까? 게임을 하다 보면 힌트를 얻게 되겠지. 당장 씨앗 상자로 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다.

다른 아이템은 <비루한 낚싯대>.

———————————————

[비루한 낚싯대

- 바닷가로 가서 사용 가능. 말 그대로 비루한지라 잔챙이 말곤 낚이는 게 없다. 물고기를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최고급 낚싯대>를 얻는다면 가끔 원하는 것을 낚게 될지도?]

———————————————

바닷가로도 갈 수 있나 보다. 나중에 낚시를 해 봐야겠어. <최고급 낚싯대>를 얻으면 더 중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그 외에 몇 가지 자잘한 아이템들이 보였지만 지금 당장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기에 상세정보를 보지 않았다. 아이템 창을 넘기자 빈칸이 가득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공략 창 같은데.’

아마 보통의 미연시 게임들처럼, 공략 캐릭터들을 만나거나 이벤트가 발생하면 일러스트가 채워지는 칸이 분명했다. 이 칸을 가득 채우고 나면 천국으로 올라갈 수 있겠지.

창을 한 번 더 넘기자 실비아의 능력치와 스킬들이 나타났다.

———————————————

[실비아]

레벨 1

가진 돈 : 200G

체력 : 50 힘 : 10 지력 : 10 민첩 : 10

화술 : 0

*업보 : 0

신앙심 : 0

.

.

피로도 : 0

세간의 평가 : 동네 거렁뱅이. 현재 상태에서 꼬실 수 있는 건 할머니도 안 먹을 걸레들뿐이다.

상태 이상 : 없음

<스킬창>

현재 획득한 스킬이 없습니다.

———————————————

여러 가지 주요 능력치와 함께 자잘한 능력치들이 나타났다.

이 능력들을 우선 올려야 하는 걸까? 뭐 여타 다른 게임들처럼 지력이 마력일 거고, 민첩은 빨라지는 걸 테고… 힘은 공격력이지 뭐.

그보다도 업보? 업보에 왜 별표가…. 뭐, 이건 차차 알게 되겠지.

능력치를 읽어 나가던 그녀의 눈이 세간의 평가에서 찌푸려졌다. 거렁뱅이가 뭐야…. 지금으로선 할머니도 안 먹을 걸레들만 먹을 수 있다니, 절망적이었다.

능력치가 여러 개 있는 걸 보니 이 게임은 단순한 미연시 게임은 아닌 듯했다. 이건 아마도 미연시가 아니라…. RPG 게임 같았다. 공략 캐릭터는 여러 가지 아이템을 주는 보스 몬스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실비아는 머리를 휘휘 저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닥치는 대로 공략하고 오염을 정화한다. 적이든, 공략 캐릭터든. 그러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데 거렁뱅이 평가는 어떻게 바꿀 수 있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었다. 단어 뉘앙스로 봐서 돈을 좀 벌어야 하지 않을까, 짐작할 뿐.

상태 창을 끈 뒤 방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딱히 뭐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우선 밖으로 나가볼까?

문을 열고 밖을 나가려 하는데 옥구슬 굴러가는 거 같은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일어나셨어요?”

밝고 명랑한 미성의 목소리의 주인은 머리통에 귀가 달린 귀여운 인상의 남자였다. 검은 머리카락이 귀밑까지 내려 와있었고 붉은 눈은 커다랗게 깜빡였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간단한 차림새였다.

머리통에 달린 귀를 보니 고양이 수인 아니면, 개 수인 같았다. 그녀는 동그랗고 귀여운 남자의 눈을 보고 개 수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응? 내가… 주인님?”

이게 웬 떡이지. 시작부터 집에 귀여운 남자가 있다니, 바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걸까.

실비아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어보자, 남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귀엽게 웃었다. 머리통에 달려 있는 보송보송한 검은색 귀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네, 집사인 세비스라고 합니다. 실비아 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집사라니, 육성게임의 단골 등장인물 아닌가. 설마 이 게임, 집사도 공략할 수 있는 걸까?

옛날에 해 봤던 어떤 육성게임은 집사는 물론이요, 아빠조차 공략할 수 있었다. 물론 요즘 시대에 아빠 공략이 게임에 있다면 판매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 음 그래, 세비스라고 했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갑자기 눈앞에 [최초의 선택지]가 떴다.

———————————————

1. 너 동정이니?

2. 너 여자랑 해본 적 있니?

3. 너의 매직 스틱을 써본 적 있니?

———————————————

선택지를 보자마자 등 뒤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뭐지? 이 시작부터 이상한 선택지는?

잠시 동공이 흔들린 그녀가 침묵하자 세비스는 귀엽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주인님? 하고 불렀다.

저 귀여운 얼굴에 대고 이런 말을 내뱉어야 한다니. 무슨 말을 해도 똑같을 듯해 다른 말을 해보려 입을 뻐끔거려 봤지만 목구멍에 풀이라도 붙여 놓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에라. 몰라, 어차피 다 같은 말이다.

대충 아무거나 선택하자 입이 열리며 자동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너, 너의 매직 스틱을 써본 적 있니?”

그 말에 세비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헉, 기분이 상한 건가. 아니 애초부터 선택지가 이런 걸 어떡해….

그는 잠시 도톰한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매직 스틱이 무슨 말인가요 주인님?”

아무래도 이 귀여운 집사는 당연한 거지만 매직 스틱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쉰 실비아는 여러 가지 게임 공략법들을 물어봤지만 ‘글쎄요, 그게 무슨 말이죠?’란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집사인데 귀엽기만 하고 정작 필요한 건 몰랐다.

‘남신의 말대로 도와줄 이가 얘인 거 같은데 아는 게 없어…. 혹시 몸으로 도와준단 건가?’

실비아는 혹시나 해서 세비스의 몸을 터치해 봤지만 고개만 갸웃하거나 ‘하지 마세요.’라고 잠시 약하게 거부할 뿐 어떤 상호작용 선택지도 뜨지 않았다.

먹지도 못 하네. 그냥 NPC인 건가.

‘그러고 보니, 좀 앳되게 생겼네.’

19금 게임 특성상 미성년자는 당연히 공략 불가일 것이다. 마치 소년 같은 세비스의 얼굴을 보자니 몸집은 저만 하지만 혹시 미성년자가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든 그녀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너 혹시 미성년자는 아니지?”

“실비아 님. 전 인간 나이론 이미 어른이랍니다! 미성년자가 집사 일을 할 순 없죠. 물론 아직 삐- 때문에 성체가 되지 못했지만….”

“응? 뭐라고?”

“삐- 때문에…."

게임 내 자체필터 기능으로 뭐라는 건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 어찌 됐든 나이는 어른이니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단 소리. 안도의 한숨을 쉰 그녀는 다시 세비스를 만지기 시작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