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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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이상 : 체액에 의한 치명적인 독 50% 중독, 데드엔딩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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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심한 사이에…. 어차피 죽을 거, 한번 빨아나 보고 죽자.’
실비아는 가슴을 애무하는 루카의 얼굴을 급히 떼어 내고는 아래로 얼굴을 내렸다. 한껏 발기한 기둥이 단단한 복근을 쳐대고 있었다. 그녀는 흥분하여 쿠퍼 액을 질질 흘려대는 기둥을 손으로 붙잡고는 거침없이 훑어 내렸다.
“…앗, 읏! 이렇게 거침없이…. 너, 엄청난 여자구나.”
카운트다운은 이제 5초도 남지 않았다. 실비아는 급한 마음에 한두 번 더 루카의 것을 흔들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하아….”
뜨거운 신음이 루카의 붉은 입술에서 새어 나왔다. 그의 성기를 입에 넣어 보려고 실비아가 고개를 내린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앗… 흣.”
“앗, 뭐야!”
그의 아래에서 뿜어져 나온 정액이 실비아의 얼굴을 온통 적셨다. 여자의 손길을 처음 느낀 성기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조금 훑기만 했는데 사정해 버린 것이다.
“아, 미안. 도저히 못 참겠어서….”
루카가 황급히 사과했다. 실비아는 울컥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화를 냈다.
“이런, 씨….”
“그렇다고 욕할 것까진 없잖아…. 나 다시 하면 잘할 수 있는데….”
실비아의 욕설에 루카가 마음이 상했는지 울먹거렸다. 루카의 금색 눈동자가 서러운 듯 그렁그렁 눈물을 머금었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이고 뭐고 실비아에게 지금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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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이상 : 치명적인 독에 100% 중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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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악!”
메시지의 알림음과 함께 실비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녀는 각혈했다. 하얀 정액과 피가 섞인 액체가 입가를 적시자 격렬한 고통 속에서도 현타가 왔다.
<동정 미남 먹고 레벨 업> 게임에 빙의한 지 12일 차, 실비아는 동정 미남을 제대로 따먹기는커녕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더라?’
그녀는 이 게임에 빙의 된 첫날을 떠올렸다. 술에 취해 노점 게임을 산 일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 * *
“언제까지 잘 거야?”
‘으,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헛소리가 들려,’
그녀는 머리가 아파 눈을 감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다시 한 번 미지의 목소리가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듣기 좋은 감미로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짜증이 한 스푼 섞여 있는 듯했다.
“플레이어 실비아, 이제 일어날 때야.”
‘누가 날 계속 깨우는 거야….’
그녀가 찡그린 눈을 서서히 뜨며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눈부시게 밝게 빛나는 존재가 있었다. 점점 맑아져 가는 정신으로 눈을 또렷하게 뜨자 근육질의 다부진 상반신을 노출한 조각상 같은 몸을 가진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하반신에는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 것 같은 펄럭이는 바지를 입은 채였다.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남자의 상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부시게 하얀 피부가 근육질의 몸을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흐뭇한 모습이었다.
눈을 더 위로 올리자 깎아 만든 것 같은 날카로운 턱선과 탐스러운 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아쉽게도 빛 때문에 전체적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욕구불만이 심해서 그런가, 좋은 꿈이구나.’
“가슴 좀 만져 봐도 되나….”
“실비아. 여긴 꿈이 아니야.”
“실비아? 꿈이 아니라고?”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던지자 남자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잠깐… 실비아?
실비아란 단어를 듣자마자 그녀는 어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세 번째 남자친구가 문어 다리를 걸친 걸 알게 돼서 이별하고,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했다. 친구들은 낙담한 그녀를 위로해 주며 한마디씩 조언을 던졌다.
‘잘생긴 놈들은 다 얼굴값을 해.’
‘얼굴 따지지 말고 인성만 봐.’
그들의 조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하는 척했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달랐다.
인성만 보라니. 그럼 못생겼는데 꼴값 떠는 애들은 어쩔 것인가…. 잘생긴 남자가 배신하면 슬프고 말겠지만 못생긴 남자가 그런다면 저걸 왜 사귀어가지고 눈도 괴롭고 기분도 더럽냐며 자괴감에 몸부림칠 것이 아닌가….
‘잘생기고 순수한 남자는 없는 걸까.’
물론 그녀는 친구들 앞에선 티 내지 않고 조용히 고개만 주억거렸다.
3차까지 실컷 마시고 난 후 친구들과 헤어진 길. 그녀는 비틀거리며 정처 없이 걷다가 골목 한구석에서 노점상이 파는 게임시디를 남은 돈을 다 털어 바가지를 쓰고 샀다.
그것도 장장 10만 원에.
술을 너무 마셔 판단력이 흐려진 탓이었다.
집에 와서 보니 그 게임의 이름은 <동정 미남 먹고 레벨 업>이었다. 뭔 놈의 게임 제목이 이런가 싶어 헛웃음치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들고 게임 시디를 바라봤다.
‘요새도 게임을 시디로 파나?’
시디 집을 열어 안을 살펴보니 소책자가 보였다. 읽어 보니 노점에 널려 있던 게임답게 어디서 나온 듯한 설정들이 다 합쳐져 있는, 저작권을 무시하는 게임이었다.
‘뭐야, 어디서 본 게임은 다 들어 있네.’
원래라면 앱스토어만 훑어도 할 게임이 천지인 시대에 굳이 게임 시디를 실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갑 속에 있는 돈을 다 털어 샀기도 했고, 제작비를 일러에 몰빵한 듯 시디 표지에 있는 남자들이 혼을 쏙 빼놓을 것처럼 잘생겼기에 비웃으면서도 호기심이 일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맥주를 홀짝이며 본체 안에 게임시디를 집어넣으려 해 봤지만 만취한 상태였기에 몇 번 헛손질을 하다가 겨우 집어넣을 수 있었다.
시작화면에는 소책자 안에 있던 잘생긴 남자들과 플레이어로 보이는 여자 캐릭터가 다 같이 얼싸안고 있었다.
‘이런 잘생긴 남자들이 다 동정남이라니, 게임은 게임이네.’
맥주까지 꺼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핑핑 도는 와중에도 화려한 일러가 그녀를 설레게 했다.
마우스를 잡고 시작 버튼을 누르자 플레이어 이름 선택 화면이 나왔다. 그녀는 떠오른 대로 실비아라고 치고 첫 화면인 오두막집까지 겨우 진행했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렸다. 맥주까지 깠더니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더 이상 게임을 할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그녀는 실제로 이런 세계의 주인공이 된다면 참 좋겠다고 중얼거리곤 기절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지금이었다.
아직 꿈속인 걸까. 눈앞의 남자는 온몸이 밝게 빛나는 게,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듯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게임 오프닝 영상에 있던 남신과도 비슷한 것이….
“혹시… 아직 꿈속인가, 아니면 술이 덜 깬 건가….”
“술이 덜 깬 것도 아니고 꿈도 아니야. 난 <동정 미남 먹고 레벨 업> 게임 속의 남신이란다. 실비아! 넌 이 게임을 최초로 플레이하였기에 나의 선택을 받은 거야.”
꿈이 아니라고? 실감 나는 감각에 실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꿈을 깨려면 어떻게 하더라. 그녀는 손을 들어 뺨을 세게 내려쳤다.
“아야!”
얼얼한데도 깨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이것이 현실….
“그래봤자 네 뺨만 아플 거야. 여긴 정말 게임 속이 맞으니까.”
“세상에…. 정말? 정말로 여기가 <동정 미남 먹고 레벨 업> 속이라고?”
남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예스!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소설 빙의, 게임 빙의. 말로만 들어 봤지 드디어 자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심지어 동정 미남을 공략하는 게임! 그녀의 심장이 흥분으로 요동쳤다.
활짝 미소 짓던 그녀는 한 가지 걱정이 불현듯 들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니, 근데… 난 이 게임을 제대로 해 보지 않았거든…. 동정 미남…. 그래, 좋다 이거야. 근데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 하는 거면 좀 곤란해. 서툰 건 질색인데.”
어두워진 여자의 낯빛에 남신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실비아. 이 게임 속 공략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절륜남 키워드를 가지고 있어. 간혹 유저의 취향을 위해 서툰 캐릭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천재들로 구성되어 있지.”
“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말을 마치고 그녀, 실비아는 눈앞의 남신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눈부신 빛 때문에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입술과 전체적인 외형만 봐도 상당히 준수한 이목구비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이 됐다.
‘<동정 미남 먹고 레벨 업> 속의 남신이라면 이 자도 동정이 아닐까?’
실비아는 궁금증을 바로 해소하기로 했다,
“근데… 그렇다면 당신도 동정?”
“하하…. 그걸 물어볼 줄이야. 보통은 현실부정을 하거나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말이야. 그래. 동정이야. 게임 속의 신인데 내가 동정이 아니면 이치에 맞지 않겠지.”
자그마치 남신도 동정….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다시 열었다. 남신이 반말을 하길래 얼떨결에 같이 반말을 했던 그녀였지만 이젠 정중하게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게임 적응 패키지…, 뭐 초보를 위한 스타트 패키지 같은 건 없나요? 가령 남신 님이 좀 이것저것 몸소 가르쳐 주신다거나….”
입맛을 다시며 그의 가슴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말에 남신의 몸이 살짝 굳었다. 입 근처가 살짝 실룩거리는 걸 보니 기가 찬 모양이었다.
“하…. 넌 날 계속 놀라게 하는군…. 난 이 게임 세계의 신. 지금 갓 게임을 시작한 그대가 날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 혹시 모르지. 게임 속 최강자가 된다면 날 공략하는 루트가 있을지도.”
“그 말은 지금은….”
“지금은 안 돼.”
말을 끊고 들어 온 남신의 단호한 말에 그녀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단호한 거절의 제스처로 남신은 팔짱을 낀 채 실비아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잠시 어색해졌던 분위기 속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적극적인 성격 하나는 맘에 들어. 날 가질 순 없지만 게임에선 수많은 동정 미남들을 공략할 수 있으니 걱정 마. 실비아, 그대는 플레이어로서 메인 캐릭터들을 모두 공략하여 레벨 업하고 씨앗을 모아야 해. 획득한 씨앗을 모두 모아 땅에 심으면 세계수가 자라날 건데, 그걸 타고 오르면 천국으로 올 수 있을 거야. 그때 내가 천국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너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천국? 웬 천국? 집으로 가야죠? 게임 빙의 끝나면 집 가는 게 기본 법칙 아닌가요?”
실비아의 말에 남신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어렸다.
“아…. 기억이 나지 않는 건가? 넌… 이미 술독으로 사망했어.”
“뭐어?!”
그녀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떠지자 남신이 안타까운 듯 혀를 살짝 찼다.
“평소에 술을 너무 자주 마셨잖아. 벌써 너의 장례식이 지구에서 끝났어.”
“그런??”
“흠…. 천리안을 통해 보니 육신이 화장터에서 활활 불타고 있네. 실비아, 너는 생전에 너무 나태하게 살아서 나태지옥에 갈 예정이었지. 다행히 죽기 전에 이 게임을 했기에 지옥으로 가려던 영혼을 남아 있는 나의 권능으로 잡아 올 수 있었어.”
“뭐? 나태지옥? 좀 대충 사는 게 뭐가 어때서요!”
“나한테 따져 봐야 소용없어.”
딱히 생에 미련이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진 않았지만, 아니 너무 대충 살아서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긴 했지만 나태지옥에 떨어질 정도인 줄은 몰랐다. 자신 같은 욜로족이 한두 명도 아니고 말이다.
부모님은 이미 그녀가 20살이 되자마자 다 돌아가셨고 일가친척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 미련이 있는 건 슬프거나 기쁠 때 함께 있어 주던 친구들이었다.
잠시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서 슬퍼진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애도였다.
그녀의 뺨에 눈물이 흐르자 남신은 움찔하고 놀라더니 입을 꾹 닫았다. 당장이라도 정신 차리라고 윽박지를 줄 알았지만 실비아가 진정할 때까지 그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지옥에 떨어질 뻔한 자신을 구해 준 남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녀가 다시 진정하자 남신이 안도의 한숨을 쉬곤 다시 입을 열었다.
“크흠…. 맘을 추스르는 와중에 이런 말을 해서 애석하게 됐지만…. 지금 이 세계는 알 수 없는 오염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어. 그러니 오염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던전들을 다 공략하고, 최종적으로 메인 캐릭터들의 씨앗을 모아 정화의 원천인 세계수를 심어야 오염을 제거할 수 있어. 그래야 내 힘이 완전히 회복되어서 네가 천국에 갈 수 있게 도울 수 있기 때문이지.”
“하….”
“그러나, 만약 그대가 게임공략에 실패한다면 다시 나태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