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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충동-8화 (8/25)

8화

그녀가 긍정한 순간 방안의 분위기가 변했다. 이현은 바닥에서 일어나 바지에 감긴 허리띠를 풀었다.

“뒤로 돌아.”

어둡고 음습하며 고압적인 명령어. 머뭇거리는 선아에게 또 한 번의 명령이 내려졌다.

“뒤로, 돌아. 내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저는 선아 씨의 예쁜 엉덩이에 손자국을 내기 싫으니까.”

“네.”

“돌아. 돌아서 앞으로 걸어요.”

그의 목소리가 창 측에서 들려왔다. 두 눈을 가려 사위분간이 되지 않음에도 선아는 그의 말대로 천천히 전진했다.

“멈춰요. 오른쪽으로 돌아서 다섯 걸음.”

모가 짧은 카펫 안으로 그녀의 발소리가 파묻혔다. 그녀는 제가 선 곳이 호텔 방 입구라는 걸 무의식중 깨달았다. 가만히 멈춘 그녀가 돌아섰다. 마치 어둠 속을 부유하는 느낌이다. 온몸의 신경을 예민하게 곤두세워 이현의 지시를 기다렸다.

“거기서부터 나를 찾아요. 무릎은 땅에, 양손도 땅에. 내 향기와 소리를 기억해요.”

“….”

“대답.”

“네, 주인님.”

“잘했어요, 선아 씨.”

선아는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를 찾아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카펫의 감촉이 이렇게 따가웠던가? 호텔 방이 이렇게 넓었나? 이현이 이토록 향이 없던 사람이었던가?

찌르는듯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선아는 본능적으로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기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피부의 솜털이 바싹 곤두선다.

그녀의 뺨에 이현의 바짓단이 닿았다.

갑작스러운 쾌감에 그녀가 고개를 들자, 커다란 손이 내려와 그녀의 머릴 쓰다듬는다. 몹시도 다정하게, 아주 잘했다는 듯 그녀의 머릴 쓰다듬고 뺨을 감쌌다.

이유 모를 울컥함에 눈가가 젖는다.

“주인님….”

“잘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서 앞에 있는 의자 등받이를 잡아요. 눈이 안 보여도 내가 도와줄 테니 겁먹지 말고요.”

“네, 주인님.”

그녀의 입에서 주인님이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팽창했다. 그녀가 의자 등받이를 모아쥐자마자, 들고 있던 벨트를 그녀의 손목에 감았다. 가뜩이나 하얀 손가락 마디마디에 하얗게 힘이 들어간다. 키스를 부르는 달콤하고 붉은 입술을 달싹이지만, 선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묘한 만족감과 희미한 분노가 동시에 치민다. 그는 실소했다. 사랑이 뒤섞인 관계는 절대 순수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껏 수많은 섭과 관계하며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질투라는 감정. 순수하게 쾌락만을 탐하며 이루어졌던 관계와는 근본부터가 다른 감정이다.

참아내기 힘든 소유욕이 용암처럼 들끓어 벨트를 매듭지는 손아귀가 과격해졌다.

“아!”

“마음껏 느껴요. 하지만, 절대 다리를 모아서도 안 되고 손을 놓아서도 안 됩니다. 나를 만지고 싶어도 참아요. 울어도 좋고 비명을 질러도 좋아.”

“…네.”

“다시.”

“네, 주인님.”

그녀의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가 빛을 내며 흔들렸다. 그녀의 긴 머릴 한쪽으로 모아 넘기고 솜털이 곤두선 피부에 천천히 입 맞췄다.

얼마나 이 순간을 갈망했는지 모른다. 꿈에서만 허락되었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몸에 입 맞출수록 호흡이 달뜨는 게 느껴졌다. 그는 진주목걸이와 하이힐만 남긴 채 그녀의 속옷을 모두 벗겼다.

탐스럽게 출렁이는 젖가슴을 쥐어짜듯 주무르고 지퍼를 내려 위협적으로 발기한 성기를 꺼냈다.

“아!”

“하아….”

그는 일련의 애무 없이 축축하게 젖은 내부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그리곤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애무는 삽입한 후에 시작되었다. 분홍빛 속살이 벌어진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가 조갯살처럼 벌어진 살점을 어루만지며 음핵을 찾아 원을 그리듯 비볐다.

젖은 살점이 마찰하며 내는 외설적인 소리에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듯한 감각을 맛보았다. 그녀의 가는 허리가 자꾸만 들썩이고 골반넓이로 벌어진 다리는 자꾸만 모이려 했다.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뜨거움이 매끄럽게 번져 그의 성기를 휘감았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둔덕을 빠르게 문지르는 그로 인해 선아의 입에선 비명 같은 교성이 터져 나왔다.

“흐읏!”

허리를 뒤틀고 고개를 젖히며 발끝을 든다.

짝!

순간 불같은 통증이 엉덩이에 퍼졌다. 그녀의 눈을 가린 천이 풀려 스르륵 떨어지고, 갑작스러운 빛은 그녀의 시야를 혼몽하게 만든다.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친 그가 지나치게 뜨거워 차갑게 느껴지는 눈빛으로 둔부에 새겨난 붉은 자국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멋대로 갈 수 없습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선아 씨…. 선아 씨에 대해 알려줘요. 클럽 키에라는 곳을 들어본 적 있어요?”

키에라는 단어는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현은 갑작스럽게 죄어드는 내부를 느끼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조붓한 어깨를 들썩인다. 아마 조금 전 엉덩이를 맞은 상황을 곱씹고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아는 무엇도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대답.”

짝, 소리와 함께 한 번 더 퍼져나간 둔부의 통증.

입술을 벌린 그녀가 엉덩이를 쥔 그를 돌아보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그녀의 내벽이 요동쳤다. 이현은 대답 없는 선아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세이프 워드를 외치면 이대로 그만둬 줄 수도 있는데…. 멈추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외쳐요.”

그녀의 갈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현은 선아의 등에 입 맞추며 송골송골 솟아오른 식은땀을 핥았다.

그는 번드레하게 젖은 성기를 빼낸 뒤 그녀의 긴 머릴 가볍게 휘어잡았다. 활처럼 허리를 휜 그녀가 신음을 삼키며 의자를 놓치자 그는 풍성하게 흘러내린 뒷머릴 당겨 푹신한 침대에 던지듯 뉘었다.

“세이프 워드가 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읏!”

“아니면 이게 좋은 거예요?”

최이현은 여전히 다정했지만, 어쩐지 화가 난 듯 느껴졌다. 양손이 묶여 자유롭지 않은 그녀가 엉거주춤 물러나며 침대 위로 올라오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감히 주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건 어디서 배웠을까?”

선아의 두 눈에 축축한 습기가 일렁거렸다. 마치 거대한 그림자처럼 최이현의 존재감은 위압적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넥타이를 손에 감은 그가 싱긋 웃으며 살집이 느껴지지 않는 발등에 입 맞췄다.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그럼, 말 안 듣는 아이는 혼이 나야겠죠.”

그는 그녀의 다리를 벌려 복부와 가슴을 천천히 맞대어 눌러왔다.

“어떻게 혼내줄까. 아까처럼 바닥을 기게 할까? 아니면 예쁜 목줄을 달아줄까…. 그것도 아니면 꼬리를 박아도 괜찮고, 하얀색으로. 아, 지금은 무린가?”

그가 손에 쥔 넥타이로 그녀의 눈을 가볍게 가렸다.

“주인님이라고 불러봐요.”

“….”

“어서.”

“…주인님.”

“잘했어요. 만약 이번에도 함부로 가리개를 벗는다면, 여기에 새하얀 여우 꼬릴 박아버릴 거야.”

그녀의 항문주름에 그의 손가락이 닿았다. 허겁지겁 고개를 젓는 그녀의 손을 머리 위로 잡아 올려 침대 헤드를 쥐게 한 그는 뜨거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말간 액이 엉덩이골을 타고 흐른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충분히 느끼고 있음에도 무언가 그녀의 본성을 억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서브미시브로서의 본성을 알면서도, 선아는 지배당하는 걸 두려워한다.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졌음에도, 그녀는 반항과 복종 대신 포기를 택한 듯 보였다. 돔과 섭의 관계. 아니, 선아는 서브미시브의 규칙을 아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순종하는 듯 순종적이지 않았고, 지배당하는 듯 지배당하지 않았다. 대체 뭘까? 이런 여자가 서경준과 계약이란 걸 했었다고? 키에에 드나들 만큼, 성욕에 못 이기는 사람이라고? 이선아라는 여자가? 무언가 잘못된 거 아닐까?

이현은 재킷을 벗고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었다. 그리곤 그녀의 양다리를 벌려 다시금 제 것을 밀어 넣었다. 단단해진 성기가 탄력 있는 내부를 가르고 그는 붉게 변한 음핵을 부드럽게 덧그렸다. 그녀의 흰 피부가 점점 붉어진다.

이현은 몇 번이고 자극했으며, 그녀의 절정 직전 행위를 멈췄다. 벌어진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 힘을 잃고 떨어졌다. 흥분으로 바싹 곤두선 유두를 깨물고 핥고 빨아들이며 제 것을 품은 여성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힘겹게 밀어 넣었다.

“흐응, 뭐하시는…!”

거대한 압박이 느껴지는 듯 그녀가 신음했다.

“선아 씨, 야하네요. 고통스럽게 들썩이면서, 아래로는 이렇게 질질 흘려 대고 말이야. 얼마나 예쁜 색인지 모르죠? 본 적 있나? 마치 선아 씨 숍에 있는 분홍색 장미 같아요.”

그는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 넣어 질 안의 도톰한 살점을 손끝으로 긁었다. 음란하고 음탕한 소리가 난다. 찌걱찌걱, 뜨거운 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이현은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다. 입술을 깨물어 생채기를 내면서도 침대 헤드를 놓지 않는 손,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그의 것을 오물오물 빨아들이는 행위, 그리고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녹아내릴 듯한 신음까지.

몇 번의 절정을 통제당한 그녀가 침대 위에 축 늘어진 채 타액으로 번드레한 입술을 달싹였다.

“그만…, 너무 힘들어요.”

“그럼 스스로 가요.”

손을 뻗은 그가 헤드를 쥔 선아의 손목을 잡아 끌어내렸다. 그녀의 양 뺨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붉어졌다.

“오늘은 처음이니 버릇없이 굴어도 용서해줄게요. 그러니…. 이제 마음껏 가도 좋아요.”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허리를 뒤틀었다. 지금껏 참아야만 했던 쾌락을 갈구하듯 도톰한 음핵이 자극받아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야한 신음을 쏟아내며 빠르게 문질렀다.

거칠게 치고 들어오기 시작한 성기가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보송보송했던 시트가 땀과 체액으로 흠뻑 젖고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는 흥분했다.

쾌감의 중추를 건드린 것일까? 비명 같은 교성을 내지르며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셔츠를 말아쥐었다. 이현은 그녀의 손바닥에 제 손바닥을 깍지껴 누르며 잡아 강하게 치댔다.

맞닿은 손바닥 안에서 뜨거운 습기가 배어난다.

이현은 문득 사진 속의 선아를 떠올렸다. 누구보다 아름답게 치장되어 묶여있던 그녀를. 무릎 꿇은 여자를, 누군가의 서브미시브로서 완벽한 듯 보였던 아내를.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속박의 절정을 모른다.

그가 눈을 가린 넥타이를 이로 물어 들어 올렸다.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속눈썹에 입 맞추고 자잘한 키스를 건네며 사랑스러운 입술을 삼켰다.

흐느낌을 참아내는 선아를 와락 끌어안은 그가 급격하게 차오른 성애의 절정에 항복하고 무너졌다. 유백색 정액이 분출해 그녀의 내부를 뜨겁게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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