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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충동-2화 (2/25)

2화

은은한 파우더향 속에 진한 야생화 향기가 뒤섞이고 온종일 꽃과 함께한 그녀에게선 꾸미지 않은 본연의 흙냄새가 풍겼다.

마치 둘만의 신호처럼 이현은 온몸에 힘을 풀고 의자 팔걸이에 손을 올렸다.

가슬가슬하게 수염이 올라온 턱 끝에 키스한 그녀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가 양쪽 무릎을 다소곳이 꿇었다. 벨트를 푸는 손가락이 유난히 하얗고 가늘다. 아침엔 보지 못한 밴드가 그녀의 검지에 감겨있었다.

또 다친 건가?

이현은 벨트와 지퍼를 푸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아챘다.

“얼마나 다쳤어요?”

마뜩잖은 그의 질문에 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긁혔을 뿐이에요.”

“피는?”

“금방 멎었어요.”

“이번에도 장미?”

“네.”

“취급 품목에서 없애야겠네요. 장미 종류 모두를.”

그녀의 손가락에 입 맞춘 그가 쓰게 웃으며 손을 놓아주었다. 선아는 저를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이현의 눈빛이 짙어졌다.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자, 드로어즈 안의 남성이 해방을 원하듯 불룩 솟아올랐다. 그녀는 드로어즈 틈새 사이로 그의 성기를 빼내어 선단부터 천천히 머금어 들어갔다.

그녀의 입속은 몹시도 축축하고 뜨거웠다. 이현은 고개를 젖혀 숍의 내부를 찬찬히 눈에 담았다.

한쪽 벽을 차지한 리본 뭉치와 각종 카드. 데스크 오른편엔 포장을 위한 재료들이 박스째 쌓여있었고 꽃 가위에 잘려나간 줄기들은 쓰레기통을 가득 채웠다. 천장 빼곡히 매달린 말린 꽃 중, 그가 이름을 아는 것은 장미 하나뿐.

그것은 당연했다. 오로지 이선아뿐이다. 그녀 말고는 무엇도 관심이 없다. 그녀가 사랑하는 꽃이란 것이 얼마나 많은 이름을 가졌는지도 그는 궁금해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조금씩 빠르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예민한 곳을 핥자, 그의 숨이 살짝 차올랐다. 팔걸이를 쥔 이현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리고 쾌감이 차오를수록 눈앞이 흐릿해졌다. 흥분에 의한 혈류는 몹시도 빠르게 온몸을 헤집었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묵직하고 느리게 반응했다.

부드러운 혀가 예민한 곳을 건드릴 때마다 명치 안쪽이 뜨거워진다. 그의 성기를 뱉어낸 그녀가 자그마한 손으로 질척해진 것을 쥐었다.

순간 이현의 위압적인 음성이 그녀의 행동을 통제했다.

“손.”

흠칫 놀란 그녀가 행위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천장을 향해 있던 그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 열에 달뜬 눈동자는 어딘지 모르게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다.

선아는 그의 성기를 놓은 채 다시금 다소곳이 손을 모았다. 입가에 흐른 타액을 닦을 수도, 다음 행위를 이어갈 수도 없었다. 그가 혼이 난 아이처럼 어찌할 줄 모르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해요. 손보다는 선아 씨 입안이 더 좋아서. 더 빨아요.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이현의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쓸고 살포시 벌어진 입속으로 들어왔다. 흰 치아를 누르고 말캉한 혀를 어루만진 그는 그녀의 턱을 당겨 여전히 흥분해있는 성기로 가져왔다.

선아는 혼란스러운 시선을 숨기듯 눈을 감았다.

턱이 아플 만큼 그의 것을 물고 빨고, 핥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섹스에 집중하기 어렵다. 정해진 쾌락과 절정은 찾아왔지만, 그조차도 진짜 희열이었는지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본능처럼 허리를 들썩이던 그가 순간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읊조렸다.

“de Rosa.”

모든 행동이 멎었다. 선아는 입을 닦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현 씨….”

“뜻이 뭔지 궁금해져서. 이제 올라와요.”

두 번째 명령이었다. 선아는 고개를 젖힌 채 의자에 앉은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다. 하얀 속옷을 테이블 위에 올린 그녀가 의자 위로 올라와 그의 허벅지 위에 자리 잡았다.

말간 물을 뚝뚝 흘리는 성기를 잡아 여성의 입구에 맞추고 서서히 허리를 내린다. 그녀는 작게 헐떡였지만, 그를 보는 시선엔 기이한 불안이 가득했다.

치밀하고 울퉁불퉁한 내벽이 그의 것을 빠듯하게 휘어 감는다. 아랫배를 가득 채운 남성이 버거운 듯,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그녀가 천천히 움직였다. 찰떡처럼 흰 엉덩이 사이로 번드레한 성기가 드나드는 모습이 사방에 설치된 거울과 유리, 유기질로 된 모든 것에 외설적으로 반사됐다.

“하아,”

끼익 끼익-.

가죽 의자의 끈적한 소음에 질척한 신음이 뒤섞였다. 이현은 그녀의 셔츠와 브래지어를 한 번에 들어 올려 풍만한 젖가슴을 손아귀에 쥐어 비틀었다. 연분홍색 동그란 유두가 흥분으로 바싹 곤두서고, 그를 품은 내부에선 애액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그는 열매처럼 동그란 유두를 입에 넣고 거칠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퉁겨져 오른다. 이현은 들썩이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누르며 거칠게 신음했다. 새하얀 젖가슴에 그의 잇자국이 상처처럼 새겨졌다.

극도의 흥분상태에 접어들기 전, 그는 선아의 입술을 찾아 키스를 퍼부었다. 소리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있었는지, 그녀의 입안으로 오돌토돌한 생채기가 느껴진다. 속도를 올릴수록 넘어오는 타액의 양이 늘어나고 그녀의 내부는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끝 발끝이 한계까지 곱아 든다. 그는 절정의 순간 그녀의 아랫입술을 끈적하게 깨물었다. 유리알처럼 맑은 눈동자에 외설적인 핑크빛이 툭 떨어져 잉크처럼 번져갔다.

***

모두 잠든 새벽, 선아는 저를 꼭 끌어안은 이현의 품에서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얇은 슬리브리스 차림의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사락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물컵을 손에 든 그녀는 식탁 모서리에 가만히 기대어 허공을 응시했다. 찬물이 가득 담긴 물컵 표면으로 송골송골 맺힌 습기가 어느덧 물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발등에 떨어진 차가운 감촉에 그녀의 초점이 돌아왔다.

컵을 내려놓은 그녀가 슬쩍 슬리브리스를 들어 올려 잇자국 선명한 젖가슴을 쥐었다. 비스듬히 열린 방문 너머 뒤척이는 이현이 보였다.

선아는 괜스레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핏줄이 선명한 손목을 꾹꾹 주물렀다.

〈손.〉

처음 듣는 낮고도 위압적인 어조.

〈de Rosa.〉

본능처럼 반응해버린 단어였다. 어째서 그 순간 그는 그 단어를 내뱉은 걸까? 그의 말대로 뜻이 궁금했던 걸까? 아니? 그가 Rosa라는 단어에서 장미를 유추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문득 피부 위로 솟아오른 소름을 발견했다.

그의 음성을 떠올림과 동시에 하복부에 고인 열기가 흘러내리며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선아는 소리 없이 욕실에 들어가 손을 닦고 속옷을 벗었다. 축축하다.

장마가 찾아오기 직전의 7월. 에어컨을 틀지 않은 집안은 습도가 높았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가 에어컨을 켜자 가벼운 기계음과 함께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리에 눕자 기다렸다는 듯 그가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습관처럼 슬리브리스 안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주무르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충분하다.

정결하고 쾌적한 지금이….

‘아니겠지…. 설마.’

***

다음날 오전, 이량 모직 총괄사업부.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이현이 곧장 집무실로 들어가 재킷을 벗고 업무를 시작했다. 밤새워 뒤척이다 결국 새벽잠에 들었고 그것은 지각으로 이어졌다. 높은 층에서 내려다보는 도심의 건물 끄트머리가 서서히 빛을 받아 반짝였다.

어제는 뭐였을까? 대체….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문이 열리며 비서실 박 실장이 여직원 한 명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좋은 아침입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박 실장님.”

“어제 말씀드린, 직원입니다. 사빈 씨? 인사드리세요.”

박 실장은 이현의 앞에 인사기록철을 내려놓고 물러났다.

“안녕하세요. 김사빈이라고 합니다.”

김사빈.

인사기록부에 붙은 사진을 본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

까맣고 긴 머리에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 시종일관 단정한 미소를 띤 그녀가 묘한 시선으로 이현을 응시했다.

“오늘부터 외부미팅을 비롯, 모든 활동은 사빈 씨를 통해 해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무님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 조만간 식사자리를 마련하실 거라고,”

“알겠으니 나가보세요. 김사빈 씨도. 저 오늘 좀 늦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이 회의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입니다. 짧게, 그리고 굵게.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박 실장은 말허리를 잘린 게 못내 못마땅한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이현은 곧장 회의를 준비했다. 그는 상석에 앉아 펜대만 굴리다 끝나는 아무개들과는 달랐다. 최이현과의 회의가 잡힌 날이면, 총괄팀 전체에 긴장이 맴돌 만큼 그의 방식은 엄격했다.

박 실장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운 커피를 가져온 사빈이 그의 앞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회의준비 돕겠습니다.”

이현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지금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호출할 때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네, 본부장님.”

사빈은 싱긋 웃으며 토 달지 않고 물러났다. 그녀까지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이현은 길게 한숨 쉬며 다리를 꼬아 앉았다. 날카로운 그의 시선이 굳게 닫힌 문에 닿는다.

김사빈…. 낯설지 않은 이름인데 누구더라…?

컴퓨터를 켠 이현은 바탕화면 한쪽에 자리 잡은 두 개의 파일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어제 받은 메일은 저를 싫어하는 누군가의 모함, 혹은 저급한 합성일 가능성이 크다. 선아의 이름이 쓰여 있을 뿐, 진짜 그녀가 누군가의 서브미시브였다는 증거는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아내를 믿어보는 수밖에.

이현은 파일을 버리기 위해 마우스를 쥐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기시감에 계약서 파일을 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정독하던 그가, 서명란 아래 기묘한 매듭문양을 발견하곤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똑똑,

[본부장님.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팔에 걸었다.

-출근 잘하셨어요? 저도 오픈했어요. 어제 보니 열이 좀 나는 것 같던데…. 오늘은 일찍 들어오셔서 쉬세요.

그의 눈빛이 변했다. 어둡고 질척하며, 어딘지 탁하게.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그가 문을 열고 나오자, 대기 중이던 사빈이 그의 뒤를 따랐다. 대체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이현은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여자는 그저 생긋 웃으며 걸음을 옮길 뿐, 그 어떤 변명도 너스레도 떨지 않았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느낌. 이현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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