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264화 (264/276)

〈264화〉눈꽃은 검게 물든다.

최고였다.

이 교복을 다시 꺼내 입은 건 정말이지 이번 주에 내가 한 선택 중에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최재혁은 살벌한 선생님 같은 표정으로 나를 유린했으며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쾌감에 몇 번이고 몸을 떨었는지 모를 상태였다.

야한 말...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히로인들처럼 착한 아이가 되겠다며 아양을 떨었는데 최재혁은 대뜸 내 몸 안에서 그의 물건을 뽑아냈다.

방금 전까지 안을 꽈악 채워주는 뜨거운 물건이 있다 없어지니 아쉬움이 몰려왔지만 그래도 그에게 계획이 있겠거니 싶어 나는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넌 나랑 이걸 해줘야겠다.”

자신의 가방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최재혁.

사실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집으로 놀러오라고 말했으니 짐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는 어째서인지 학교에 들고 다니는 백팩을 메고 왔었다.

설마 성인용품이려나...?

나를 위해 준비한 바이브레이터라던지...!

성인용품에 대한 묘사만 많이 읽어봤지 실제로는 오프라인 매장 한 번 가본 적 없었던 나는 숨을 흡 들이삼켰다.

뭐가 나오려나. 수갑? 아니면 채찍?

지금 좀 화나 보이는 것 같은데 고문기구 비스무리한 걸 가져온 거라면....

겁이 나면서도 흥분된다고 생각한 그때였다.

“...네?”

콘돔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커 보이는 상자사이즈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스페이드 문양에 나는 바보같이 눈을 깜빡였다.

"이거 하자고.”

종이 상자를 개봉하자 최재혁의 손에 쥐어진 것은 한 뭉치의 트럼프 카드.

그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한 나는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았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에 저런 소품이 등장했던가?

적어도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러면 최재혁이 개인적으로 따로 준비했다는 건데 어떤 용도로 저걸...

방금 전까지 해왔던 행위에 저걸 어떻게 이어 붙어야 아다리가 맞는 걸까.

여전히 발기된 상태 그대로 최재혁은 침대에 앉아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기괴한 장면이었다.

"저... 선생님..."

아직 얼굴은 살벌한 표정 그대로였기 때문에 평소의 그로 돌아간 것 같지는 않은데...

"...블랙잭 할줄 알아?"

"블랙잭이요?"

이름만 알고 있던 카드게임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 규칙 알고 있냐고.”

"알긴 아는데 해본 적은 없어요."

슬슬이 존댓말을 유지해야하나 싶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얘 진짜로 섹스는 그만하고 카드게임 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도대체 이 좋은 타이밍에 왜 저걸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그의 커다란 물건에 얼른 박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5판 이기면 박아줄게."

하 진짜 어이가 없네.

"야. 최재혁, 카드 게임은 무슨. 빨리!"

나는 말을 쭉 이어나갈 수 없었다.

반말을 한 것에 대한 응징이 바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한 쪽 가슴을 꽈악 움켜쥔 최재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한나연. 착한 아이가 되겠다는 건 거짓말이었니?"

"아뇨. 그건 아닌데...”

그의 언행에 바로 주제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수그렸지만 혼란스러움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진짜로 나보고 여기서 카드 게임 하라는 거야?

“박아주기를 원한다며, 그럼 이기면 그만 아니야?"

그가 두 장의 카드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한장 열어."

할 말이 많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본 나는 일단은 하는 수 없이 카드를 뒤집어 깠다.

10.

최대한 주어진 카드들로 21 에 가까운 숫자를 맞추는 이가 승자인 게임인 블랙잭.

나는 나머지 카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카드를 더 받을지 말지 결정해야만 했다.

만약 지금 내 앞에 뒷면인 카드가 높은 숫자라면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우세일 것이고 낮은 숫자라면 하나를 더 받는 편이 나올 수도 있었다.

반면 최재혁이 처음으로 뒤집은 숫자는 6.

그는 말없이 한장을 카드 뭉치에서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어때. 너도 한장 더 줘?"

아. 진짜 이게 뭐라고 내가 이런 복장으로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빠르게 이기고 얼른 박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세요.”

뒷면인 카드를 내 앞에 놓아주는 최재혁.

“이제 결과를 확인해볼까?"

한 장씩 카드를 뒤집기 시작해본다.

기존에 들고 있었던 10. 그리고 아직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카드 두 장은 2와 4였다.

도합 16.

그렇게 높은 숫자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내 패를 확인한 최재혁이 씨익 웃음을 짓는다.

6 10 3

도합 19.

나의 패배였다.

"...졌구나."

최재혁이 비릿한 미소를 짓자 내 안에서는 확 짜증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섹스를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냥 나는 패배자고 최재혁이 승자라는 듯한 저 태도가 짜증이 났다.

"...먼저 5판 이기는 거라면서요."

"다음판은 뭐 이길 수 있겠니?"

하 진짜 무슨자신감이지?

내가 그를 윗사람으로 대하는 건 섹스 할 때 뿐이었다.

너 두고 보자.

지금부터 내리 5판을 이겨서 하루종일 섹스밖에 생각 못하는 변태로 만들어주마.

온종일 내 엉덩이랑 보지밖에 생각 안나서 우리 집을 밀실처럼 이용하는 남자로 그를 개조해버릴 생각이었는데...

"...나연 학생. 이러다가 자지는 못 받겠는 걸?”

“아. 닥쳐 봐요. 좀.”

1승 4패.

아니. 어떻게 세상에 이럴 수가 있지?

블랙잭이라는 게임은 사실 실력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대놓고 카드를 빼돌리는 수법을 쓰지 않고서야 순전히 온에 기반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숫자들을 조합해 21 만들기에 무슨 실력이 필요하단 말인가.

벼랑 끝에 내몰린 마지막 6라운드

미러 열어볼 수 있는 한 장이 열리자 나는 환호성을 내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1도 될 수 있고 11도 될 수 있는 A.

그래. 이제 슬슬 내가 이길 때도 된 거잖아.

A가 수중에 들어왔다는 것은 조금 더 유연하게 카드를 가져가도 된다는 점.

나는 안전하게 카드를 더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저는 안 받을게요.”

“그래? 그럼 나도 안 받올게.”

무슨 깡따구로 저런담.

진짜 몇 번 이겼다고 저렇게 해도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가?

최재혁이 공개한 자신의 카드는 7.

여기서 내가 조금만 높은 숫자가 떠준다면 최재혁은 무조건 패배하는 판이었다.

"그럼 열어볼까?"

"가시죠."

A4

79

A가 11이니까 나는 도합 15인 거고, 최재혁은...

"이 시발!"

화를 참지 못한 내가 카드들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아니! 말이 되냐고요! 이게! 어?"

너무 열이 받아서 그에게 빼액 소리를 지르자 최재혁은 당황했는지 평소 모습으로 돌아가서 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아니, 나연 학생. 그렇다고 카드를 그렇게...”

"야! 최재혁! 너 카드 갖고 사기 쳤지!"

"어어? 아니야... 너도 봤잖아. 나 섞는 거...”

"아니?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오겠냐고! 어? 너 딱 말해, 무슨 꼼수 부렸어.”

나는 거의 야생 동물 마냥 그의 가슴팍을 향해 돌진했고 최재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더니 나를 그대로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후우..."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얹자 따스한 온도가 느껴졌다.

그냥 이렇게 스무스하게 기분 좋게 섹스나 했으면 좀 좋아.

뭔 카드 게임을 한다고 사람을 속을 뒤집어 놓는단 말인가.

"나... 나연아?"

엉거주춤하게 나를 안아든 최재혁이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괜히 심술이 난 나는 뱀파이어처럼 그의 목을 앙 깨물었다.

“그... 그렇게 계속 빨았다가는."

"몰라. 너 입 다물고 있어.”

나는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그의 목을 쭈왑쭈왑 빨아댔다.

짭쪼름한 땀냄새와 살냄새가 뒤섞여서 오묘한 향을 냈다.

"이제 그만!"

그가 나를 살짝 힘으로 밀쳐내자 나는 흡족한 얼굴로 입가에 침을 닦아냈다.

"어머, 선생님, 귀여운 자국이 생겼네요.”

시퍼런 멍자국이 그의 목덜미에 아로새겨졌다.

"그... 그래도 섹스는 네가 블랙잭 졌으니까 없어."

이미 위엄을 잃어버린 최재혁은 내게는 그저 초식 동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재혁

아....”

가슴을 모아 그의 상체에 비빈다.

“정말로 나랑 하는 게 싫어?"

최대한 간드러지는 톤으로 내가 그에게 속삭였다.

"나 좋아한다면서... 나랑 이러고 있는 건 싫다는 거구나.”

일부러 가슴을 위아래로 살살 비비자 최재혁은 나랑 눈을 맞추기 힘들었는지 천장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이건 네가...”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보시겠다?

그럼 나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가슴에서부터 배를 타고 내려간 손가락이 그의 물건을 붙잡는다.

"다시 해주시면 안되나요. 선생님?"

어디 한번 끝까지 버텨봐.

너도 남자잖아.

그냥 남자도 아니었다.

최재혁 안쪽에 잠재되어 있는 수컷의 면모를 알고 있는 나는 그를 믿고 있었다.

"나연이 게임 지기는 했어도 선생님이랑 하고 싶은데...”

슬며시 눈웃음을 지어본다.

“어떻게 안 될까요?”

말대신 우뚝 솟아오른 최재혁의 자지가 답변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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