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화 〉 눈꽃은 검게 물든다.
* * *
시... 싫다고 하면 어쩌지...?
정말 아까 전과 같은 긴급상황에 내뱉을 말을 정해주고자 했던 나는 자그마한 욕심을 부려보았다.
듣고 싶었다.
나연이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내가 몇 번이고 그렸는데...
물론 이런 형태로 듣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걸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다.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연이.
그녀는 나를 잠시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그럼 언제부터... 다시 해...?”
내가 말하면서도 나는 지금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음... 일단 나 네 거 빨아야 되는데 지금은 피 묻어 있기는 해서...”
확실히 아직 샤워를 하기 전.
내 성기에는 이런저런 분비물들이 잔뜩 묻어있었다.
이진성이었다면 그냥 냅다 그것도 다 빨아먹으라고 시켰겠지만 더는 무조건적으로 이진성처럼 굴 이유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연기는 박살난 지 오래.
나연이도 이제는 당연히 알아차렸을 것이었다.
“그럼 나 금방 씻고 올게.”
그녀의 대답도 다 듣지 않은 나는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꼼꼼하게 구석구석 아랫도리를 닦는다.
바디워시를 손에 가득 짜낸 나는 내 하반신을 다시 깨끗이 하고는 밖에 나설 준비를 했다.
뭔가 나연이한테 ‘이제 해도 되는 거야?’ 이런 거 물어보면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바로 연기에 돌입했다.
이진성 연기도 하다보니까 익숙해지는 것 같달까.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심장 막 뛰었다면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많이 편해진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역시 표정과 눈빛.
세상 모든 것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는 나연이 앞으로 다가갔다.
“한나연.”
“...네.”
그녀도 우리의 약속 이행이 시작됐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바로 존댓말로 답해주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음은 없을 줄 알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내 허벅지 쪽으로 당겼다.
맥없이 무너지는 그녀의 상체.
그녀의 두 팔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내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를 붙잡았다.
“아파...? 아프다고 했지? 너?”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자지를 목젖이 닿을 때까지 욱여넣는다.
“네가 좆을 똑바로 안 빠니까 그런 거 아니야.”
대답 따위는 필요 없었다.
나는 그저 이 말캉한 혀의 감촉과 따듯한 침의 온도감만을 즐기면 그만일 뿐이었다.
“네 보지구멍에 들어갈 거니까 제대로 빨라고. 한나연.”
제법 크게 벌어진 입 사이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 바닥에 쏟아져 내린다.
나연이는 숨을 쉬기 어려웠는지 자꾸 기침이 올라오는 듯 했지만 나는 무자비하게 그녀의 입 안쪽을 유린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올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웁... 웁... 우으으읍...!”
내 허벅지에 고정되어있던 나연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슬슬 한 번 쉬는 타임을 가졌어야 함을 직감했기에 나는 나연이의 입에서 자지를 뽑아냈다.
자지는 번들거리다 못해 침으로 범벅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켈록 켈록
인상을 찌푸리고 괴로운 듯 기침을 하는 나연이었지만 나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한나연.”
“하아... 하아... 네...”
조금씩 호흡이 돌아오자 내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보지 젖었어?”
“네...?”
“보지 젖었냐고.”
“아뇨... 아직...”
짜악
내가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손으로 때렸다.
물론 힘을 잔뜩 준 것은 아니었기에 아픔을 주기보다는 수치심을 각인시키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그럼 내가 너한테 또 보지 적실 시간을 따로 줘야한다는 거잖아. 귀찮게.”
“죄송해요...”
부조리하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애무를 해주지 않았고, 그녀에게 스스로를 위로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진성은 불합리로 구성된 남자.
상식을 유린하는 남자였기에 그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지금부터 딱 1분 줄게.”
나는 침으로 번들거리는 내 물건을 움켜쥐고는 그녀의 코 앞으로 들이밀었다.
“냄새 맡으면서 보지 적셔. 혀 움직이기만 해봐.”
조교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나오는 패턴이기는 했으나 뭐 어떤가.
나연이는 이미 나와 같은 정답지를 알고 있는 사람인데.
침을 꿀꺽 삼킨 나연이는 내 지시에 따로 코를 내 고환에 밑에 가져다대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뜨거운 콧바람이 민감한 부위에 닿자 나는 몸이 움찔 떨렸다.
“그대로 얼마나 박히고 싶은지 설명해볼래?”
괜히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티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녀에게 지시 사항을 추가했다.
“네...”
찔그덕 찌그덕.
나연이는 자신의 보지를 쑤시면서 내 자지 아래에서 음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는 한 번 삽입한 것 만으로도 질질 짜버린 허접 같은 암캐라 죄송해요오...”
“보지가 아직 길이 덜 들어서 불편을 겪게 해드린 점 사죄드릴게요...”
“이번에는 자지도 보지도 축축히 해둘 테니까 마음껏 나연이의 보지 푸슉푸슉 찔러... 히익!”
내가 못 참을 것 같았다.
나연이가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주인공에게 매료되었듯이 나 또한 소설 속 히로인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말들에 성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눕혀버린 나는 잊지 않고 사이코 같은 웃음을 지었다.
“벌려. 개보지년아.”
나연이가 느릿하게 가랑이를 벌리자 나는 귀두 끝을 그녀의 보지 입구에 가져다 댔다.
삽입을 하기 직전, 이진성은 언제나 그녀들에게 감사의 말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는?”
내가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묻자 나연이는 정말 순정 만화에 나올 법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따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무원의 서비스 멘트와 같은 대사를 끝으로 나는 그대로 그녀의 안에.
나의 커다란 물건을 집어넣었다.
“흐으으응!”
확실히 침과 애액이 적당히 섞여서 그런 걸까, 그게 아니면 이미 그녀가 처녀가 아니라 그런 걸까.
자지는 조금 전보다는 쉽사리 그녀의 안쪽에 침투할 수 있었다.
“웃어. 암캐년아.”
아직도 고통스러웠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그녀에게 내가 차갑게 명령했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사실 이렇게 어떻게든 하고는 있었으나 내가 잘 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상상 이상으로 나연이의 안쪽은 기분 좋았으며 내 자지는 처음 느껴보는 아찔한 쾌락에 빠르게 정액을 모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시시할 정도로 너무 빨리 싸면 안 되는데...
마인드 컨트롤도 해야 하고 신체의 페이스도 조절해야되고...
섹스란 것은 이렇게 어려운 것이란 말인가.
적어도 나연이와의 섹스는 지독하게 어려우면서도 남성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아흐으응... 흐앙아... 살살... 좀만 살살요... 흐으...”
“명령하지 마. 보지 주제에.”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붙잡은 내가 한층 더 몰아붙인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보게 되면 정말 여러 타입의 히로인들이 등장하는데 나연이와 가장 닮은 히로인이라고 한다면 역시...
“아으... 나 진짜 죽어요... 나 죽어... 진짜 안돼... 나 진짜.. 흐아앙...”
빼박 남가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가연은 이진성이 고의적으로 개발시킨 것이 아니었음에도 관계 중 말이 많은 편이었다.
엉덩이를 맞으면서도 시키지도 않은 음어를 마구 뱉어댔으며 섹스 중에는 신음소리 내랴 본인 속마음 브리핑하랴 무척 바쁜 타입.
지금 나연이가 딱 그러고 있었다.
“자지 너무 커... 자지 너무 커... 하아... 근데... 좋아.. 좋아요... 더 해줘... 흐으응... 하아...”
보통의 변태 같은 남성 주인공이었다면 ‘좋지 이년아.’ 같은 반응일 수도 있겠으나 이진성은 그래서는 안됐다.
그저 그런 그녀를 향해 광대를 보듯 비웃는 것이 핵심이었다.
쾌락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몸짓은 그에게 있어 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슬슬 한 체위로만 하는 것도 좀 아닌 건가 싶었던 나는 자지를 뽑아냈다.
“엎드려.”
긴 말도 필요 없었다.
나연이는 가쁜 숨을 뱉어내면서도 내 명령에 따라 몸을 일으켜 엉덩이를 높이 치켜올렸다.
야하다...
진짜 야하다...
나연이가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자세가 되자 나는 잠시 표정을 풀고는 그 장면을 넋놓고 지켜보았다.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엉덩이만 위로 들이밀고 고추를 박아달라고 하는 장면은 그냥 그 사실만으로도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하아... 씨발련.”
딱 한 마디 한 나는 그대로 다시 한 번 나연이의 보지구멍을 쑤셔댔다.
“응하아아앗....!”
나연이의 자그마한 두 손이 침대보를 꽈악 붙잡는다.
“너무 세... 너무... 세요... 하아... 자극이... 나 진짜...”
피스톤질을 하기 무섭게 나연이는 정신줄을 놓고는 말을 쏟아냈다.
“시끄러워.”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짓누른 나는 실제로 짐승이나 할 법한 자세로 그녀를 범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복과 지배.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의 인기 비결이 이거였구나.
이런 행위를 실제로 하기 어려우니까 대리 만족을 위해 그걸 본 거구나.
한층 더 빠르고 강하게 나연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사랑해... 하아... 재혁아... 사랑해... 이제 제발 그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