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눈꽃은 검게 물든다.
[Holy shit! Fuck me! Yeah〜 Uhmm〜]
...쓰으읍.
아. 이건 좀.
경민이와 술을 먹은 그 다음 날.
나는 진심으로 나연이의 취향에 맞는 남자가 되고자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를 마저 읽고 있었다.
현재 읽고 있는 파트는 嬖번째 히로인인 외국인 에이미의 조교 씬.
야설이라는 것 장르 자체를 처음 접하는 나였지 만 암만 봐도 이 거는 좀...
[Yes Master! Oh yeah!]
무슨 의도로 써본 건지도 알겠고, 캐릭터들의 다양성을 살리고 싶어서 작
가가 시도해본 것 같기는 한데 ...
뭔 가 이 전의 캐 릭 터들과는 달리 별로 성 적으로 흥분이 되는 것 같지도 않
았고 오히 려 웃음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 이 었다.
언어의 장벽이 라는 것은 역시 활자로 접했을 때 그 높이 가 상당히 높아지
는 듯한 느낌 이 었다.
얘 파트는 좀 빼고 읽을까 싶다가도 저녁을 모두 라면을 대체했다는 사실
이 떠오른 나는 아까워서라도 봐야겠다 싶었다.
“후아...”
도무지 몰입이 안 됐던 나는 슥슥슥 빠르게 넘겼고, 그 다음 히로인인 주민
지로 넘어갈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읽었는데도 아직 반밖에 못왔네.”
히로인이 총 10명 이 라고 했는데, 나는 이제 야 여섯 번째 캐 릭 터 도입부에
도달할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지 야설을 300화 넘게 내리 쓸수 있단말인가.
야한 것을 보고 싶다는 기분에 취해서 쓰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수백화를 이렇게 썼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밥도 먹어야 하는데…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도 그럴 돈이 없었다.
결국 오늘도 눈물겨운 라면행.
냄비에 물을 받은 물이 끓기 시작하자 스프를 투척했다.
“…해내고야 만다.”
멋진 소년 만화의 주인공 같은 대사였지만 내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
다.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는 형편없게 차였으며, 충동적으로 야설을 결제하느
라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 만 그럼에 도 나는 도전하리 라고 굳게 마음을 먹 었다.
“…나는 이진성이 될거야.”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최면이라도 거는 듯 내 스스로 내 말
을되새김질했다.
:k * *
“이 암돼지 년아.”
현관문 바로 앞에 설치된 전신 거울 앞에서 나는 이진성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해 보았다.
“엎드리라고. 내말 안들려?”
싸늘하게. 더 싸늘하게.
세상 모든 냉기를 담은 것 같은 말투로 그가 이야기했다고 적혀 있기는 한
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지는확신이 서지 않는 나였다.
“자.다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애시 당초 나는 누군가에 게 명령조로 이 야기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
니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는 ‘을’이었고,그에 걸맞은화법을 이용해왔다.
친절과 존중.
사람 됨됨 이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아득
히 내 려놔야만 하는 요소들이 었다.
여태 살아온 내 모습들을 부정하는 느낌이었다.
“이 개보지년아.”
나연이의 얼굴을 떠올린다.
울고 있는 나연이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그녀를 엉망으로 만드
는 장면을 나는 몇 번이고 떠올려 보았다.
성적으로 흥분이 되기는 하는데…
만약 내가 다이 어리의 내용을 잘못 이해했다거나 이 방향이 아닐 경우에
대해서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만 했다.
적어도 머리채 정도는 잡아볼 생각이었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에는 정말 여러 하드한 요소들도 많이 나오는데,
머리채 잡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연이가 이 소설에 과몰입해서 끝까지 읽어봤다면 그녀도 아마 비슷하게
진단할 것이었다.
[최재혁이 한나연의 머리채를 잡고는위협했다.]
과에 이렇게 소문이 난다면 나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앞으로 나연이가 나오는 자리에는 대부분 참여하지
못할 거라는 점.
아마 지금 내가 어울리는 애들과는 결별을 고해 야할지도 몰랐다.
그것보다도 정도가 심해진다면 휴학까지도...
휴학한 이후로도 조용히 지 내 야만 하리 라.
“ 아냐아냐.”
이런 거를하나하나고민하는게 이진성이 할 짓이겠냐고.
이 런 모습 때문에 나연이 가 나를 안 좋아하는 거 라고.
눈치 보고. 걱정하고. 벌벌 떨고.
나는 적어도 그녀 앞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버려야만 했다.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떠본다.
“나는이진성이다.”
적어도 지금 거울 속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충분히 차가워보였다.
그 상태 그대로 나는 준비해둔 옷들을 하나씩 챙 겨입었다.
기존에는 ‘남친룩’이라는 컨셉으로 풋풋한 새내기를 연상시 키는 옷들을
입 어왔다면 오늘은 아니 었다.
흰색 셔츠와 검정색 슬랙스.
학생보다는 신입사원 에 가까워 보이는 룩이 었지만 분위 기는 이쪽이 압도
적으로 이진성에 가까웠다.
앞머리도 평소에는 내리고 다녔다면 오늘은 확 까서 시원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뭔가 짧게 정돈된 소위 ‘아이비리그컷’이라고 하는 머리를 해볼까 싶기도
했으나 지금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당장 미용실 갈 돈도 없을뿐더 러 그래도 10만원 정도 주고 한 파마인
데 바로 기분으로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이 날이 라고 생 각한 이 유는 단 하나.
교양 영어 수업이 있는 날이 었기 때문이 었다.
살면서 내가최씨임에 감사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만큼은 아
주 조상님들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았다.
아마 나연이와 계속 회화를 하게 될 것 같은데, 나는 수업이 끝난 이후 그
녀를 따로 불러낼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내 외관을 확인한 나는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아직 아무것도시작도안했는데 왜 이렇게 떨리냐.
나연이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는데 학교까지 이동하는 내내 나는 심장이
떨렸다.
길거리에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 유일
한 이정표인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복습하면서 정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오.최재혁 하이?”
동수의 인사에 나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화답해 주었다.
“동수. 안녕?”
“야.근데 너오늘뭔 날이냐?”
“왜?,,
동수가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야. 너 소개팅나감?”
“아이.무슨소리야.소개팅 안나가.”
“아니.근데 어째 오늘 약간패션이 좀평소랑많이 다른 것 같은데...”
상의 는 그날그날 다르기 는 했지 만 내 가 청 바지 에 스니 커즈를 애 용한 건
사실이었다.
“그냥 이런 옷도 입어볼까 싶어서.”
“머 리도 세 운 거 보니 까 100퍼 여잔데 , 이 건. 그러고서 야 말이 안 되 는 수
준인데... 쓰으읍...”
집 요한 동기놈이 었다.
하지 만 여 자를 노린다는 말은 틀린 소리 가 아니 기는 했다.
“자.출석 부르겠습니다.”
교수님 은 차례 차례 출석을 부르셨고 내 가 대 답을 하자 그 직후 나연이 의
이름이 호명되 었다.
“한나연.”
“네.,,
나연이 가 앉아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민트색 블라우스와 딱 달라붙는 청바지.
신발은 책상에 가려서 제대로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지난 시간에 정해줬던 짝이랑좀 같이 앉도록 할게요. 앞으로는 제
가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아도수업 전에 미리 같이 앉아주세요.”
앞으로도 한 학기 동안 나연이 옆자리를 지키라는 교수님의 말에 나는 가
방을 챙겨 나연이 옆으로 이동했다.
“안녕.”
여태까지 내가 그녀에게 한 인사들 중 단언컨대 가장 건조한 인사였으리
라.
“ • •• 안녕.”
나연이는 다소 달라진 나의 모습에 나를 위 아래로 슥 스캔하는 듯 했으나
그 이후의 반응은 알 수 없었다.
최 대 한 눈치 를 보지 않는 듯한 연출을 하기 위 해 서는 정 면만 보는 것이 맞
다고 생각해서였다.
“So today we are going to discuss about how these animals figure
out what they..."
교수님 이 영상을 띄 워 주시고 영 어로 막 뭐 라고 하시 기 는 했지 만 내 머 릿
속에는 오로지 이진성이 유소연을 따먹는 장면만이 가득했다.
“어후. 오늘은 제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지금 10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짝이랑 오늘 주제에 관해서 영어로 짧게 이 야기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 다.”
원래대로였더 라면 내 가 먼저 말도 걸어보고 했겠지 만 오늘은 아니 었다.
...최재혁:
결국 나연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짧게만 이야기하자.”
“어.”
“So what I think about this topic..."
교수님이 이미 설명해주신 보편적인 생각의 반복이었다.
나연이의 의 견을 잠자코 들은 나는 그저 그런 대답으로 응수해주었고, 그
렇게 수업은 막을 내렸다.
“...한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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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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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싸고 있던 그녀 가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얘기 좀하자.”
“뭔데?”
“강의실에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고 한 10분 정도만 시간괜찮아?”
나연이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아마 그녀는 내 가 또다시 고백 비스무리 한 것을 하리라 생 각하고 있는 듯
싶었다.
“여기서 하면 안되는거야?”
기 어코 거부하려는 나연이.
그러나 이 정도 시나리오도 내 예상 범주 안쪽이었다.
“그럼 잠깐 귀 좀 빌려줄 수 있어?”
나연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
였다.
“그만 깝치고 따라 나오라고. 이 암돼지 년아.”
-히끅!
대 답 대신 흘러나온 건 뽀짝한 딸꾹질 소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