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42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세호는 세화가 진심으로 짜증내는 얼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두 사람은 쌍둥이.
태어난 순간부터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지켜봐온존재.
세화가 지훈이와 그냥 평범한 대화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을 눈치 챈 세호가
고개를 돌린 순간이 었다.
세화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지훈.
그리고 그걸 극도로 거부하는 세화.
세호는 자신의 생각이 예상이 아닌 확신으로 변한 순간 그대로 자리를 박
차고 튀어나갔다.
쾀퍽
손바닥을 펼쳐 냅다 지훈의 머리를 후려갈긴 세호가 성난 얼굴로 소리쳤
다.
“놓으라잖아! 이 새끼야!”
심한 말이라고 엄마가 절대 다른 애들 앞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세호
는 금기를 어기고는 지훈에게 달려들었다.
“이씨...!”
안그래도 심신미약상태였던 지훈은 세호한테 머리를 한대 얻어맞자 더
이 상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 원망의 대상이 종인이었더라면 지금은 자신의 머리를 때린 세호가
너무나도 미워보였다.
“네가뭔데 내 머리를 때려!”
지훈은공부를 성실히 하기는 했지만축구가취미인 아이.
재빨리 상체를 일으킨 지훈이 냅다 세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 아!”
정 강이 에 느껴 지 는 통증에 비 명을 내 지른 세 호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세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이세화』
“어...?”
“너 저기 가있어봐.”
혹시나 치고받는 도중 세화가 다칠까 걱정됐던 세호는 세화를 뒤로 밀치
고는 그대로 지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넌 죽었다! 최지훈.”
“너 전부터 진짜 마음에 안들었어! 이세호!”
아주 그냥 오늘 너 죽고 나 죽자는 마인드로 팔을 마구 휘두르는 두 소년.
두 사람의 공방은 아이들의 제보를 받고 뛰 어나온 담임선생님 이 오시고
나서야끝났다.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께 연행된 같은 시각.
정문 앞에서 애들을 픽업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민호는 휴대폰을 확인했
다.
“왜 안 오냐.”
분명 다른 학생들은 우르르 다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제 집 아이들만
코빼기도보이지 않았다.
위이이이잉
울리는 진동.
아내였다.
[어. 여보세요?]
[오빠. 학교 앞이죠?]
[어. 나 애들 기다리고 있는데?]
[오빠. 빨리 학교 안에 주차하고 교무실로 좀 가줄 수 있어요?]
무척이나 다급해 보이는 아내의 목소리.
[왜.뭔일 있어?]
[애들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세호가 싸우다 다쳤다고 해서요.]
[뭐?]
민호는 아내의 말에 재빨리 시동을 걸었다.
[아니. 오늘 시험 끝난 날아니야?]
기 억하기로는 저번에 놀러왔던 수진이 라는 친구도 집에 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몰라요. 자세한건 나도 못들어서.]
[일단 내가 가볼게. 조금 있다 전화 줄게!]
다소 학교에 모습을 비추기 에는 후줄근한 복장이 었지 만 아들이 다쳤다
는 말에 민호는 얼른 학교 안으로 들어 갔다.
1층 계단을 지나 도착한 교무실.
아들을 찾아 두리번거리 던 민호는 울상을 짓고 있는 세화를 발견하고는
앞으로 달려갔다.
“세화야!”
“아빠...!”
맞은 건 세 호라고 들었는데 왜 세 화가 울상이 란 말인 가.
“세호 어딨어?”
딸아이 가 팔을 뻗 어 가리 킨 그곳에는...
“오...”
한쪽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른 아들이 입술을 삐쭉 내밀고의자위에 앉아
있었다.
보아하니 바로 옆에 앉아있는 아이가같이 싸운 애인 것 같았는데 걔는 아
들보다도 상태 가 안 좋았다.
눈가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는 양쪽눈이 짝짝이인 것처럼 보였다.
그니까 이제 저게 우리 세호 작품이라는 거지?
아찔하구만. 아찔해.
“세 호야.”
“ 아빠...”
세호는 자신도 한 짓이 있어서인지 교무실에 들어선 아빠를 보고 흠칫 놀
랐다.
“안녕하세요. 세호 아버님 되세요?”
담임으로 추정되는 교사가 의자에서 일어나 민호를 맞아주었다.
“아. 네. 세호 세화 아빠 되는 사람입니 다.”
“보시다시피 세호가 오늘 친구랑 좀 과격한 다툼이 있었어서요.”
자초지종을 들은 민호는 호흡을 가다듬고 마른세수를 한 번 했다.
“그러니까 우리 세호가 지훈이라는 친구에게 먼저 손을 댔단 소리 맞으
시죠?”
“네. 세화가 곤란해 해서 도와주려고 했다고는 하는데...”
사건의 전말을 세화에게 전해들은 담임은 맥락을 어느 정도 이해는 했으
나 그렇다고 먼저 때린 아이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친구보호자분도오고 계신가요?”
“아.네.지금 어머님이 연락받으셔서 데리러 오시고계셔요.”
“후우... 알겠습니다...”
“아빠. 세호는 잘못 없어요.”
세화가 아빠의 손을 꼬옥 붙잡고는 강하게 호소했다.
“내가 너무 무서워서 세호한테 도와달라고했어요.”
“그런 적 없잖아! 이세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지훈이 벌떡 일어나 항의했다.
“네가 언제 그랬어!
머리 그대로내려친 거.”
그런 적 없잖아! 너랑 나랑얘기하다가 이세호가 내
“무서워...”
세화가 거부감을 보이며 몸을 틀어버리자 또다시 진압에 들어간 것은 세
호였다.
“이 자식이 또 맞아야정신 차리지.”
세호가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자, 그걸 저지한 것은 민호였다.
“이세호. 그만.”
“아빠! 쟤가세화막만지려고했다니까요?”
뭔가어감이 미묘하기는 했지만틀린 말은 아니기는 했다.
민호는 세호의 말에 인상을 팍 찌푸렸지만 그럼에도 교무실에서 아들이
또 말썽을 부리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집 가서 이야기해.”
그렇게 嬖분 정도 지 났을까, 교무실 에 는 요란한 구두 소리 가 울려 퍼 지 기
시작했다.
“어머! 지훈아!”
지훈을 발견한 지훈 엄 마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험을 다 맞은 거 같다며 기뻐하며 학교에 갔던 아들이 얼굴에 커다란 멍
이 생긴 채 눈도 제대로뜨지 못하다니.
전후사정을 아직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지훈 엄마의 분노의 화살은 당
연히 가해자인 세호를 향했다.
“세상에...! 아니 ! 애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남의 집 아들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놔요!”
쓰으읍...
선빵을 친 것은 세호가 맞기는 했지만 사실 세호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가
한 것은 아니 었기에 민호는 할 말이 있었다.
아들놈의 붓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을 직접 들어서 지훈 엄마 앞에 보여주
는 민호.
“귀 댁 아드님 도 주먹질 좀 하는 것을 보아하니 한 체 벌하시 나 봅니 다.”
“뭐라고요? 선생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가운데에 낀 담임은 식은땀을 흘리며 민호에게 했던 설명을 고스
란히 지훈 엄마에게 다시 해야만했다.
:k * *
수업은 분명 씁시쯤 끝났지만 아이들은 딙시 반이 다 되 어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정적이 감도는차 안.
민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호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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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치킨 먹을까?”
분명 대차게 혼날 줄 알았던 세호는 아빠의 말에 의 아함을 감출 수 없었
다.
“…진짜?”
“응. 오늘은 세호랑 세화가 먹고 싶은 거 한 마리씩 사서 가자.”
“그럼 나는 간장!”
붓기 가 다 빠지 지 도 않은 얼굴로 웃는 세 호.
“세화는?”
“…진짜치킨 먹어요?”
보나마나 집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엄청 꾸중을 들을 것을 예측하고 있었
던 세화였다.
아마 이번에는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 소재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
는데...
“응. 밥은 먹어야지. 너희도 배고플 것 아니야.”
“그럼... 나는 양념이요...”
집 근처 치킨집 앞에 차를 댄 민호는 안에 들어가서 치킨을 두 마리 포장해
갖고 나왔다.
달달한 간장 소스 향기 에 군침 이 도는 세 호.
낮에 주먹질한 기억은 홀랑 잊어버렸는지 세호의 머릿속에는 얼른 저녁을
먹을 생각뿐이 었다.
“너희 먼저 들어가. 아빠 주차하고 갈게.”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은은 빠른
걸음으로 아이들을 맞아주었다.
“세호야!”
무릎을 꿇고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나은.
나은은 아들의 얼굴을 보자 속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 붓기 좀 봐. 얼굴 말고 또 다른 데 다친 데는 없어?”
“여기?”
세호가 바지를 걷어 올리자 지훈이 발로 차서 생긴 멍자국이 나은의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온 거니.”
민호의 짧은 설명에 의하면 지훈이라는 애도 상당히 몸에 생채기가 많이
났다던데.
“아니. 그게... 엄마...”
세화가 열심히 세호의 편을 들어주고자 한 그 타이밍이 었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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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에 도착한 민호가 나은을 불렀다.
“왜요.”
“밥 먹자.”
대뜸 치킨 봉투를 나은 앞에 내미는 민호.
“오빠. 지금 밥 먹을 때가 아니라...”
“나은아.”
나은의 말을 잘라먹은 민호가 강단 있게 이 야기했다.
“밥 먹고 이야기하자.”
사뭇 진지해 보이는 남편의 판단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은은
마지못해 치킨을 받아들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嬖시반.
평 소보다 조금은 이 른 저 녁 식 사 시 간이 었지 만 나은을 제 외 한 세 사람은
정신없이 치킨을 뜯어먹었다.
“맛있어?”
쓴웃음을 지은 민호가 아들에 게 물었다.
“응! 맛있어요!”
“그래. 그러면 됐다.”
잘한 일은 아니 었다.
남의 집 애를 곤죽을 내 버렸는데 그걸 무슨 말로 칭찬할까.
하지만 민호는 세호의 행동은 분명히 용기 있고 남자다운 행동이라고 생
각했다.
“맛있게 먹고 기운 내라.세호야.”
“응!,,
“뭔 기운을 내라고 그래요. 오빠.”
자신은 이거 먹고 훈육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잘했다는 식으로 띄
워주면 어쩌자는 건가 싶은 나은이었다.
“엥.뭔 소리야.”
민호가 뼈 만 남은 닭다리를 내 려놓으며 대 꾸했다.
“이제부터 엄마한테 혼날 거니까힘내라는 건데.”
세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