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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41화 (241/276)

땘 241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오늘은 무려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에가기 전, 담임선생님은 채점이 완료된 시험지를

다시 나눠주고 있었다.

무척 긴장된 얼굴로 세호는 자신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지원.”

“하태성.”

“박민균.”

차례차례 부름에 따라 시험지를 받아가는 아이들.

돌아오는 아이들마다 표정 각기 달랐다.

의외로 높은 점수에 기뻐하는 이들이 있는가 했으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침울해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세호.”

선생님이 부름에 세호는 호다다뛰어서 교단 앞으로 달려 나갔다.

“세호야. 교실에서 뛰면 안되지.”

선생님이 핀잔을 주었지만 세호는 얼른 시험지를 받고 싶은 마음 뿐이 었

다.

“감사합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위에 붉은색연필로 적힌 글씨부터 확인하는 세호.

[수학: 96]

[국어: 82]

[영어: 78]

“이이이이익...!”

세 호는 자신의 책 상으로 돌아와 뭔 가 알 수 없는 짐승의 울음소리 와도 같

은소리를 냈다.

“왜 그래? 세호야?”

“아. 하나만 더 맞았으면!”

솔직히 아빠가 내건 전과목 다 90점 이상 받을 시 선물은 현실적으로 어려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그냥 시험 보는 당일날 문제를 풀면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 만 엄 마가 내 건 80점 밑으로 점수가 내 려 갈 시 게 임 기 압수는 너무나

도 가혹한 처사였다.

그리고 심지어 한 문제 차이였기 때문에 세호의 분노는 두 배로 증폭되 었

다.

“이세화.”

선생님의 세화의 이름을 호명하자 세화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세화 이번에 시험 잘봤네〜”

활짝 웃으며 선생님이 칭찬해주시자 세화는 기분이 좋아졌다.

제 자리로 돌아와서 시험지를 확인하는 세화.

[수학: 93]

[국어: 96]

[영어: 10이

“ 아...”

아깝다는 마음에 탄성 이 흘러 나오는 세화.

수학 마지 막 문제 야 처음부터 잘못 생 각했으니 그렇다고 쳤지 만 다른 걸

두 개나틀렸다는 사실은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세호와 세화는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었음에도 완벽히 다른 잣대로 서로

의 성적을 평가하고 있었다.

“박종인.

99

세화의 다음 타자로 호명된 것은 종인.

종인이 반듯한 걸음걸이로 교단을 향해 다가가자.

담임선생님은 반 전체를 불렀다.

“여러분! 종인이가 이번에 시험을 다 맞으니까 잘 했다는 의미로 박수 한

번 쳐줄까요?”

선생님의 말에 꿓반은 다시 수군수군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와! 짱이다!”

“근데 종인이는 원래 공부 잘했어.”

“아. 나 점수 좀 나눠주지.”

“자. 열심히 한종인이한테 박수!”

짝짝짝짝짝

아이 들이 부러움 섞 인 눈으로 박수를 치고 있을 동안 지 훈은 무척 이 나 오

만한 자세로 느긋하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도 받게 될 박수였다.

지금 호들갑 떠는 아이들도 자신을 똑같은 눈빛으로 바라봐 주리라.

이후 두 명쯤 아이들이 호명되고 나서야 지훈은 자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최지훈.”

위 풍당당한 걸음걸 이로 앞으로 나아가는 지훈.

곧 박수를 받을 생각에 지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개해 있었다.

“자.지훈아.”

시험지를 건네는 선생님.

지훈은 시험지를 받았음에도 다시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잠시 동안 그 앞

에 서있었다.

“지훈이 혹시 선생님한테 할 말 있니 ?”

종인과는 다른 반응.

설마 선생 님도 세 화처 럼 나한테 만 쌀쌀맞게 구는 것인가 싶어 의 아한 생

각이 들려던 찰나였다.

자신의 시험지를 휘릭휘릭 뒤로 넘긴 지훈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00점이 아니야?

본래 도합 300점이어야만 했을 지훈의 시험지에는 다른 숫자들이 적혀 있

었다.

심지어 100이 하나도 없는 건 소년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지훈아?”

교단 앞에 서있던 아이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자 담임은 다시 한번 아이

의 이름을 불렀다.

“아... 아니에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지훈.

지훈은 앉자마자 고개를 돌려 세화의 자리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를쳐다보지 않는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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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각각의 시험점수를 보면서 눈살을 한껏 찌푸렸다.

[수학: 96]

[국어: 96]

[영어: 92]

당연히 못 본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어정쩡하게 하거나, 못하는 애들은 보고 박수를 칠 점수였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 공부를 해온 지훈의 눈에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점수였다.

영어.

쉽다고 틀릴 것 하나고 없다고 했던 영어는 심지어 왜 두 문제나틀렸단 말

인가.

지훈은 시 험지를 들척 여 선생 님 이 동그라미 가 아닌 사선을 그어놓은 흔적

을 찾아봤다.

지훈이 틀린 것은 문법 문제 하나가 있었고 하나는 답안 표기를 잘못한 것

이 하나 있었다.

다시 눈을 비비고 보니 두 개 모두 맞을 수 있는 문제 였다.

첫 번째 문제는 is가 아니라 are이라고 썼어야했고, 두 번째 문제는 꿓번이

라고 풀어놓고 자신이 체크를 4번에 해놓은 것이었다.

분기충천.

그것이 지훈의 현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사자성어였다.

손에 꽉쥔 연필에는 땀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틀릴 수 있단 말인가.

공부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틀릴 수 있단 말인가.

지훈은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자기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은 진 것이었다.

박종인한테 또 진 것이 었다.

세화한테 영어 쉽다고, 자기 이번에 올백 맞을 것 같다고 말까지 해놨는데

이게 무슨 치욕스러운 상황이란 말인가.

아아...이러면 세화한테...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세화가 앉아있는 쪽으로 눈을 돌린 지훈.

지훈의 귓가에는 자꾸 세화가 말하지도 않은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

다.

[지훈이너 백점아니라면서?]

[너나보다시험 못봤네?]

[미안한데 나종인이랑놀아야해서.]

..해명해야해.

세화가 자신을 거 짓말쟁 이 , 혹은 허풍쟁 이 라고 생 각할 것을 두려워 한 지

훈은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세화의 자리로 달려갔다.

“세...세화야.”

“응?

99

세 화가 필통을 정 리 하다 말고 지 훈을 올려 다보았다.

“시험 점수 잘나왔어?”

“그냥. 뭐.

99

개 인적으로 자랑할 점수는 아니 었기 에 세화는 말을 아꼈다.

“그래?”

저 말은 어 쩌 면 세화는 자신보다 시 험을 못 봤을 수도 있다는 소리 였다.

다행이다. 정말다행이다.

“지훈이 너는? 100점 맞을 것 같다며.”

조금 전 선생님이 박수 치라고 안 한 것을 보면 지훈은 뭔가 틀리기는 한

모양이었다.

“아. 거의 안틀렸어.”

“그래 ? 그럼 100점 몇 개인데 ?”

애석하게도 지훈은 모든 과목을 하나에서 두 개정도 틀린 상황.

300점을 점쳤던 소년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 없기는 한데...”

“세화야!”

집 에 갈 준비 를 모두 마쳤는지 종인은 가방을 메 고는 세 화의 책 상 앞으로

찾아왔다.

시험을 보고난 이후, 어제와 정확히 똑같은구도.

무엇하나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 광경이 었지만 지훈의 마인드는 어제와는

비교할바가되지 않았다.

“어.종인아.”

“정문까지 같이 내려갈래?”

“그래!,,

세화가 올백을 맞은 종인을 향해 웃음을 지어주자 지훈은 점점 더 추잡한

감정에 지배당해갔다.

세화가 가방 정리를 끝내고 의자에서 일어난 순간이었다.

갑자기 덥썩 세화의 손목을 잡는 지훈.

“…지훈아?”

지훈의 성적이 뭐가 어찌 됐든 관심도 없었던 세화가 다소 당황한 듯이 그

의 이름을 불렀다.

얘는 왜 집에 가지도 않고 저를붙잡고 이러고 있단 말인가.

“…나는 몰라서 틀린 게 아니야.”

자그맣게 읊조린 탓에 지훈의 말은 세화에게 똑바로 전해지지 못했다.

“내가공부를못해서 틀린 게 아니라고!”

지금 세화를 그대로 보내주면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은 영 영 100점 하

나못 받는 바보로 기억될 것 같아서 지훈은 절실함을 담아 세화에게 소리쳤

다.

“나 진짜 잘한다니까?”

지훈의 입장에서 자신은 드라마의 나오는 남주인공일지도 모르겠지만 세

화의 눈에 비친 지훈은 좀 무서워보였다.

“알겠으니까 이거 좀놓고...”

“그럼 종인이 말고 나랑 같이 집 에 가.”

공부는 잘했지만 싸움을 말리는 데 요령이 없던 종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지훈이는도대체 왜 저런단 말인가.

세화가 뭐 라도 해보라는 눈빛으로 종인에 게 신호를 줬지 만 당황한 종인

은 최악의 수를 두고 말았다.

“아...그럼 세화야.오늘은 지훈이랑둘이 가!”

그 말을 끝으로 교실 뒷문으로 달려 나가는 종인.

종인이는 그래도 좀 괜찮은 줄 알았는데 …

세화는 진짜 남자애들은 원래 다 저렇게 머저리 같은 건가 싶은 생각에 사

로잡혔다.

“이 거 놔.”

결국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 결해 야 하는 법.

“같이 간다고 약속해주면 놔줄게.”

“아.싫어. 내가너랑왜 같이 가야하는데.”

“그럼 나이거 안놔줄거야.”

경멸스럽다는 세화의 눈빛에 더 초조해져 억지를 부리는 지훈.

“놓으라고!”

세화가 팔을 훅 빼려고 했지만 단순한 악력은 지훈이 위 였기에 소녀는 그

의 팔을 뿌리치지 못했다.

“세화야. 너는... 컥!”

누가들어도 아플 것 같은 타격음에 세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머리통을 제대로 얻어맞은 지훈.

“놓으라잖아! 이 새끼야!”

세호는 아빠가운전할 때 쓰는 가장 나쁜 말을 지훈에게 냅다 갈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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