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40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고등학생들처 럼 적 나라하게 중간고사와 기 말고사로 평 가로 등급을 가르
는 시험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에는 학기말에 단한번.
시 험 이 라고 부를만한 시 험 이 한 번 진행되 었다.
그 일시는 바로 내일.
지훈은 정신없이 문제집에서 틀린 문제들을 복습했다.
“여기서 이거 나올 것 같은데...”
남자아이의 교과서 라고 하기에는 지나치 게 알록달록한 교과서.
형형색색의 형관팬들이 선생님이 집중해서 설명해주신 부분들을 표기해
주고 있었다.
“후우...
5,
조금은 피로해진 눈 탓에 눈을 깜빡이는 지훈.
그래도 내일이 오면 이 모든 고통도 끝이리라.
“지훈아. 이제자야지.”
시험이라며 아이가 잠도 자지 않자 걱정 됐던 지훈의 엄마가 아들의 방문
을 노크하며 들어왔다.
“응. 이제 이것만 보고자려고요.”
“일찍 자야시험 시간에도 안졸리지.”
지훈 엄마는 행여 컨디션 난조로 아들이 시험을 망칠까봐 걱정이 됐다.
성적표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다가 원하는 결과가 나
오지 않았을 경우 아들이 많이 상심할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스탠드를 끄고 의자를 빙그르 돌려 일어난 지훈.
“나는준비 다됐어요.”
“그래. 고생 많았고 이제 얼른 자자.”
엄마가 이불을 들어서 길을 터주자지훈이 침대 위로 점프해 베개 위에 머
리를 얹었다.
“화이팅이야. 아들.”
“네!”
불을 꺼준지훈의 엄마가 방을 떠나자 지훈은 자신의 마음을 앗아간 소녀
의 얼굴을 떠올렸다.
[너. 나 보고 있었지.]
그녀의 목소리가귓가에 아른거린다.
세화가 모처럼 말을 걸어주었음에도 바보 같은 자신은 횡설수설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어서 공부 내용을 질문하다니…
공부를 잘 하는 남자애를 좋아하는 갓 같은 세화에 게 공부를 물어보는 것
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악수였다.
그것도 못 푸는 한심한 아이 낙인을 지워내기 위해서, 지훈은 절치부심으
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박종인
세화가 자신을 대신해 새로이 공부를 물어보게 된 남자아이의 얼굴을 떠
올린 지훈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자리 가 그에 게 걸맞지 않은 자리 임 을 지훈은 내 일 무조건 보여주겠다
고다짐했다.
…
오늘도 어김 없이 소란스러운 꿓학년 꿓반.
시 험 이 끝나자 아이 들은 방학식 이 라도 된 듯 와글와글 떠 들어대고 있었
다.
아직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정신없이 방과후 일정
을 잡기 바빴다.
“야! 세호야! 오늘저녁에 게임하자!”
“응! 오늘은 할수 있을 거야! 엄마도 시험 끝나면 두 시간 해도 된다고 했
어!”
시험 마지막 1주일에는 게임 금지령을 내린 나은 탓에 세호는 상당히 노
는 것에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어제도 엄마가 뒤에서 지켜보는 데서 공부를 했기에 딴짓은 일절 불가능
한세호였다.
“그럼 내일은 우리 집 가서 놀래?”
다른 남자아이 가 묻자 세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 었다.
“아니. 내일은 약속 있어.”
“뭐 야? 누구랑? 나도 같이 놀자!”
“아냐아냐.동네 친구라너는모르는 애라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 리 에 살고 있는 친구라면 그건 동네 가 친구가 맞았다.
아무튼 그런 것이 었다.
시험이 끝나면 제 집에서 한 번 놀자고 수진에게 이야기해둔 세호였기에
세호는 친구의 권유를 매정하게 거절했다.
물론 데리고 놀라면 다 같이 노는 방법도 있겠지만 세호는 수진을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소캐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뭔가수진이 다른 남자아이와 친해진다면 괜히 심술이 날것만 같은 느낌
이었다.
나은의 솔루션 이후 수진과 한층 더 가까워진 세호는 그녀와 함께 집에서
매 지 컬 블래 스트를 볼 생 각에 콧노래 가 절로 나왔다.
같은 시각.
교실 다른 구석에서는 세화가 차분하게 교과서를 펼쳐보고 있었다.
시험 내용 따위 시험지를 제출한 후에 홀라당 잊어버린 세호와 달리 세화
는성적에 예민한 아이였다.
“어딨더라…”
수학 마지 막 문제 가 어려웠던 세화.
분명 교과서 에 서 비슷한 문제를 본 것 같았음에 도 세화는 풀이 가 떠 오르
지 않았다.
국어나 영어는 자신 있었는데 수학은 왜 이렇게 해도 잘 안느는 것 같은
느낌일까.
교과서를 슥슥 넘기고 있자 어느 순간 세화의 책상 위에는 검은색 그림자
가드리워 있었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려 다보자 그곳에 는 지훈이 세화를 어색 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세화야.”
a
응. 안녕.”
“시험 잘봤어?
지훈은 자신 있었다.
단언컨대, 오늘 시험은 자신이 이 교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 거라
는확신이 있었다.
시간이 안남은 과목이 없었으며, 심지어 수학은 두 번이나 검토를 하는데
성공했던 그였다.
“음... 수학을 잘 모르겠어서.”
a
수학?”
수학이라면 지훈의 특기 분야.
지훈은 세화가 잘 모르겠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 었다.
이것은 자신이 멋지게 알려줄 기회가 아니던가!
“몇번 모르는데?”
지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세화는 조금은 짜증이 올라왔다.
자신은지금문제를틀린 것 같아서 기분이 언짢은데,왜 대뜸 튀어나와서
모르겠다는 말에 히죽히죽 웃음을 짓고 있단 말인가.
지훈이 라는 아이 자체 에 대해 딱히 호불호를 생 각해본 적 없는 세화였지
만 지금은 마음의 추가 불호 방향으로 기 울었음이 확 느껴 졌다.
“마지막 문제.”
“아. 그거진짜쉬웠는데.”
이렇게 말하면 자신이 더 대단해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지훈.
지훈은세화가 알려달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자리로 뛰어가더니
연습장을 꺼 내 갖고 왔다.
“자.잘봐봐.”
학원에서 선생님한테 배운 풀이를 그대로 시연해서 알려주는 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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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알기 쉽게 깔끔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세화의 입에서 홀
러나온 것은 그가 상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틀렸네?”
세화의 말에 연습장에서 눈을 뗀 지훈이 소녀의 반응을 살폈다.
시큰둥한 표정.
짜증 섞인 말투.
지훈은 세화의 반응에 흠칫 몸을 떨었다.
“어? 나틀렸어?”
“아니? 내가 틀렸다고.”
지훈의 설명을 듣자 세화는 자신이 완벽하게 접근을 잘못한 것을 이해했
다.
심지어 어제 한번 봤던 건데 틀렸으니 더 가슴이 아팠다.
“하아...”
세화가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자 지훈은 자신의 풀이에 문제가 있었나 싶
어서 세화에게 한번 더 질문했다.
“혹시 이해가 안돼서 그러는 거야?”
“...아니.”
세화는 이쯤 되니까 지훈이 자신에게 자랑질을 하러 온 거라는 생각이 들
기 시작했다.
그냥 자리로 돌아가줬으면 하는데...
“세화야!”
지훈 옆에 또다른 남자아이 가 세화를 찾아왔다.
그의 정체를 확인한 지훈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안녕 종인아.”
“어? 지훈이 안녕!”
건성으로 인사를 받은 종인은 세화에게 지훈이 몇 분 전에 했던 질문을 그
대로건넸다.
“오늘시험어땠어?”
“아. 나 수학 틀린 것 같아서... 아. 나 너무 바보 같아.”
“에 이... 뭘 바보야. 다른 건 다 잘 봤겠지.”
명백하게 보이는 온도차.
지훈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쾌감을 느꼈다.
왜 세화는 문제까지 풀어준 자신에게는 저렇게 나긋하게 말해주지 않는
단말인가?
심지어 자신은 시험을 잘본 것 같다고까지도눈치를줬는데 어째서...
“그것도 잘 모르겠어. 후우...”
세화가 속상하다는듯이 고개를 푹 숙이자종인이 세화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아직 결과 안나왔잖아. 잘봤을 수도 있지.”
쾀 까드득
지훈은 종인의 손을 제 팔로 쳐내고 싶다는 충동이 확 올라왔다.
보나마나 시험도 자신보다못 봤을 것이 뻔한데, 어딜세화의 어깨를만진
단말인가.
“그런가?”
빈 말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세화는그래도종인이 말하는 방식이 싫지 않
았다.
“그럼〜 혹시 알아. 찍은문제들도운좋게 맞았을지.”
“나찍은것 거의 없기는한데.”
세화가 살짝 눈웃음을 짓자 종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뭔 가 화기 애 애 한 기류가 흐르지 만 웃지 못하는 한 소년.
"종인이 너는시험 잘봤어?’,
주먹을 꽉쥔 지훈이 애써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나? 그냥 평소대로 본 것 같은데?’,
"그래? 어려웠던 것은 없고?’,
"음... 영어 좀 헷갈리는 거 있었던 거 같아.’,
하. 오늘 영어는 너무 쉬워서 틀릴 구석이 없었는데.
지훈은 종인의 발언에 코웃음을 쳤다.
"영어오늘 엄청 쉬웠어.’,
"그래? 너 영어 잘하나보다."
종인은 세화도 지훈도 같은 친구로 생각할 뿐 악의는 커녕 질투심도 전혀
품고 있지 않았다.
종인이 지훈을 칭 찬하자 지훈은 어 깨가 으쓱해 졌다.
세화도 자신을 좀 칭찬해줬으면 하는데...
슬쩍 눈동자를 굴려 세화를 바라보았지만 세화는 무척 밥맛이라는 얼굴
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훈아.’,
"응!’,
이제야종인이 아닌 자신에게 말을걸어주는 세화.
지훈은 드디어 세화가 자신을 인정해주는구나 싶었다.
"너는 이번 시험 몇 점 맞을 것 같아?"
"무슨과목?"
"그냥 다.’,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을 참기 힘든 지훈.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집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그였다.
"나 아마... 전부 다 백 점 아닐까?"
"전 과목 다?’,
"응. 전 과목 다."
지훈의 대답에 놀라는 세화와종인.
"그건 진짜대단한데?"
과신은 언제 나 일을 그르치는 법 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