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39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아빠는 잠깐 작업실에 좀 가 있을게. 먼저 들어가 있어.”
무사히 집에 도착한 부자.
민호는 와이프의 말대로 잠시 집을 비워주기로 했다.
“응!”
아무것도 모르고 기운차게 대 답하는 아들.
아들 앞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던 민호는 쓴웃음을 지었
다.
뭐. 나도 많이 혼났으니까.
꼬꼬마였던 어릴 적을 돌아보면 자신도 엄마한테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맞았던 기억이 잔뜩이었다.
글이 나 한 편 쓰면 딱 시 간이 맞겠다 싶었던 민호가 정원을 지 나치 자 세호
는 비밀번호를 눌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왔니.”
조금 전 수진을 대할 때와는 달리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
세호는조금 전 아빠랑 있었던 시간이 몹시 그리워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
다.
“네.,,
“여기 무릎 꿇고 앉아봐.”
소파 위에 앉아있는 엄마는 마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수진이한테 스티커 관련해서 어떻게 설명했는지 엄마한테 하
나도 안 빼놓고 다 얘기해. 이세호.”
교육에 대한 전권이 나은에 게 있으니 만큼 나은은 때로는 강하게 아이들
을 나무랄 필요도 있다고 생 각했다.
사실 공부를 못하는 건 크게 상관없었다.
겨우 10살.중학생 고등학생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 만 올바른 아이 로, 예 의 바른 아이로 키우는 것은 무척 이 나 중요하다
는 것이 나은의 교육관.
“별말 안했는데요?”
“그게 자세한설명이니?”
- 꿀꺽
세호의 목에 침이 넘어갔다.
그렇게까지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기에 세호는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했
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그때 엄마한테 혼나고 나서, 수진이한테 이제 스티커 안 주겠다고, 그건
잘못된 거라고 말했어요.”
“이유는.”
“네?”
“이유는 뭐라고 설명했는데.”
“그거야...”
내가 이유를 수진이한테 말해줬던가?
뭔가 자세히 이야기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세호였다.
“없는것 같은데...”
-쾅!
나은이 소파 앞에 있던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 려쳤다.
“그게 말이나되니!”
눈을 질끈 감는 세호.
“그걸 말을 안해주면 수진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어?”
나은은 아들의 대답에 혈압이 쭉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잘못된 거라고만 말해주면 아이가 뭐 라고 생각을 하겠는가.
스티커로 사람한테 번호를 먹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솔직하게 좋다
고 이야기하라고 시켰거늘 아들은 앞뒤는 홀라당 날려먹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해둔 상태 였다.
“죄송해요...”
아빠가 말한 대로 세호는 바로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다.
“아니.세호야.뭐가잘못된 건지는 알겠어?”
“이유를 말 안한 거요?”
엄마의 말을 반복하는 세호.
“그래 . 그걸 말을 안 하면 수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네 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알겠어?”
“차근차근 다른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줘 야지.”
“엄 마도 오해하고 수진 이도 오해하고 수진이 네 아줌마도 괜히 신경 쓰이
고. 그러면되니. 안되니?”
“안되죠...”
기 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 .
“그리고 수진이가속상해서 우는데 위로를해주는게 먼저지.세호야.”
이 건 잘잘못을 떠 나 매너에 관한 이 야기 였다.
“일단 네가 할수 있는 건 먼저 하고 어른을 찾아. 알겠지.”
“네...”
“수진이는 너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데, 거기서 애를 혼자 두고 나와 버리
면어떡하니.”
하... 정말 이런 것까지 설명 해줘야 아는 것일까.남자애들은.
“너무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서...”
호통을 치는 엄마가 두려웠던 세호는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엄마도 아빠도 너희가 힘든 일 있거나울면 항상 안아주잖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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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럴 때는 그냥 위로도 해주고 안아도 주고, 뭐 가 속상한지 물어보는 거
야. 세호야.”
지금이야 그냥 아이들 장난이었지만 먼 훗날 세호가 연애를 하게 될 때에
도 이 런 습관은 크게 도움이 되리라.
“후우... 내일 스티커 엄마랑 사러 갈 거니까 그렇 게 알고.”
“네...”
“스티커 주면서 수진이한테 뭐 라고 해야 하지 ?”
더는 세호를 믿을 수 없게 된 나은은 마지막까지 점검을 철저히 했다.
“미 안하고... 이 거 스티 커 준다고도 하고... 네 가 제 일 좋아서 준다고 이 야
기 해 야 해 요. 그리 고 내 가 왜 그랬는지 도 설명해 줘 요.”
“일어나.
99
제법 오래 무릎을 꿇고 있어서인지 세호는 다리가 절여오는 것이 느껴졌
다.
“이리와.”
여전히 심란한표정이었지만두 팔을 벌리는 나은.
세호는 쪼르르 나은의 품에 가서 폭 안겼다.
“세 호야.”
세호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나은.
막 혼나다가 엄마가 다시 나긋한 목소리로 이 야기해주니까 세호의 눈에
는 눈물이 핑 돌았다.
“네.,,
“다음부터는 또 그러면 안된다. 알겠지?”
모진 말로 다그치기는했지만 나은의 마음이 결코 좋은것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무릎을 꿇리고 화낸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세호도 분
명 놀랐거나 마음이 다쳤을 것이 었다.
“응...”
그렇게 모자는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 안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k * *
쾀쾅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집에 들어오자 민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내와 아내의 품에 안겨 자고 있
는아들이었다.
“뭐야. 엄청 화낼 것 같이 그러더니 생각보다 사이가 좋아 보이는데 ?”
“뭐래요. 이미 한바탕하고 끝낸 거거든요.”
“일단애는 침대에서 재워야지.”
나은이 살살 세호의 어깨를 흔들자 세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엄마를 을
려다보았다.
“세호야.우리 네 방가서 자자.”
민호가 아들을 번쩍 들어 나은에게서 떼어놓자 세호는 비몽사몽한 상태
그대로 아빠의 손에 이끌려 씁층으로 올라갔다.
“피곤했을텐데 푹자렴.”
아들이 눕는 걸 확인하고 이불을 쭉 올려준 민호.
아직은 남아있는 눈물 자국을 보니 꽤나 매운 맛을 보기는 했나 보구만.
다시 1층으로 내 려 가자 아내는 기운이 다 빠졌는지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다.
“고생했어. 애들 밥하랴. 혼내랴.”
대답 대신 팔을 벌리는 나은.
이번에는 자신이 위로받을 차례였다.
그런 아내가 귀 여워보였던 민호는 조금 전 세호에게 그랬듯이 나은을 번
쩍 들어올렸다.
“안방으로 갈까?”
“그 상태 그대로 갈수 있어요?”
나은은 세호처 럼 자그마한 아이 가 아니 었다.
“아니.뭐 얼마나걸린다고.”
솔직히 좀 무겁 기는 했으나 민호는 나은을 안아들고는 안방 침대 까지 도
착하는데 성공했다.
나란히 침대에 누운 부부.
두 사람모두에게 있어 오늘은 제법 고된 날이었다.
“이야... 육아 빡세네...”
두 눈을 감은 민호가 한숨을 쉬 며 혼잣말을 내뱉 었다.
“이거오빠 때문이에요.”
몸을 틀어 민호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긁는 나은.
“너는만날내 탓하더라.세호가말썽 부리면.”
민호는 조금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아내의 뺨을 어루만졌다.
“나는 어렸을 때 엄청 얌전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걸까.
세화는 정말 갓난아기 때부터 차분하고 잔잔한 면모를 보여줬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나가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나은은 언
제나 아이 가 너무 얌전하다는 말을 자주 전해 듣고는 했다.
“그러게 그 얌전한구석 좀 애들 반씩 나눠주지 그랬어.”
딱둘이 반씩 섞어놓으면 황금밸런스일 것 같은데 말이지.
“그건 오빠 정자 탓.”
“너 그냥 내가 싫은거구나.”
이어지는 남편 탓에 민호는 백기를 들어올렸다.
“아흐... 근데 진짜 이런 상황 한 번 을 때마다 수명이 훅훅 줄어드는 것 같
은 기분 드는 거 있죠.”
“아직 애들 사춘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어떡하냐. 우리.”
사춘기가올무렵인 10대 중반이 올때까지 제법 시간이 남아있기는했지
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나 진짜 세화까지 속 썩 이면 앓아눕는 거 아닐까요.”
세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은이었지 만 세화
까지 엇나간다면 도무지 감당이 안될 것 같은 그녀였다.
“뭐 .우리가 어떻게든 잘 가르쳐 봐야지. 뭘 어쩌겠어.”
“진짜오빠는언제까지 그렇게 강건너 불구경처럼 허허 웃기만할거예요.
남편은 늘 이런 식이었다.
지 나치 게 낙관적 이 라고 해 야 되는지,속이 편한 사람이 라고 해 야 되는지.
“우리가 모든 걸 다 하나하나 알려줄 수는 없는 거잖아.”
실제로 민호 자신도 그러했다.
아무리 어른들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더라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것들이 있었으며, 그냥 나이를 먹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도
굉장히 많았다.
“기본적으로 둘 다 착하니까 분명 잘 자랄 거 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말 또한 아니라
고 나은은 생 각했다.
“진짜 누가 소설 작가 아니 랄까봐, 있어 보이게 말만 하면 다죠? 아주 그
냥.”
“아니. 진짜그렇다니까? 이걸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아몰라요.오빠혼자학부모모임 나가던가.그럼.”
투닥거리다가 결국 피로에 지쳐 서로를 끌어안고 잠든 부부.
그리고 실제로두 사람은 멀지 않은 미래에 학교에 방문해야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