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36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수진은 호
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스르륵
수진의 자그마한 손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주던 비닐 쪼가리를 향한다.
“…없어.”
세호도. 세화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왜 없지...?”
이상한일이었다.
분명히 1도. 2도.
3 옆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할 것 같은데.
-쿵
“수진아. 이제 세화네 방 가자!”
옷장 정리를 끝낸 세호가 자신을 등지고 있는 수진을 향해 소리쳤다.
제법 큰 소리로 불렀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수진.
“수진아...?”
“세 호야.”
조금 전과는 달리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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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을 몰랐던 세호는 점점 더 수진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왜? 거기 뭐 있어?”
아니. 있어서 문제 가 되는 건 없지.
있어야할 것이 없어졌을 뿐.
“아냐... 아무것도.”
수진은 바로 이야기를 꺼낼까 싶었지만 옆에 세화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탓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집어삼켰다.
“이제 가도되는 거야?”
세화가 확인하듯 묻자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얼굴빛이 안 좋아진 것쯤은 눈치를 챘는지 세호는 다시 한 번 물어
봤다.
“별거 없는거 맞지?”
“응.괜찮아.”
쌍둥이 가 세 화의 방으로 우르르 들어 가자 수진은 그들의 뒤 를 따랐다.
“여기가 내방이야.”
전에 세호가 설명해줬듯이 세화의 방은 정말 공주님을 연상시키는 방이
었다.
벽 지와 침 대를 포함한 많은 가구들이 핑크색 이 나 밝은 계 열 톤이 었으며,
흰색 커튼까지도 무척이나 그분위기를 잘살린다고 생각했다.
“내 방은 근데 별로 보여줄 건 없어.”
손님이 온다고해서 무엇을보여줘 야하나 고민을했던 세화였지만암만
생각해봐도 이렇다하게 자랑할 것이 별로 없었다.
“아니야. 방 예쁜것 같은데?”
사실이기는 했다.
나은이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를 위해 고르고또고른 인테리어였다.
아이들의 눈에 안예뻐 보이는것이 오히려 이상할수준이었다.
“맞아. 세화 방은 재미없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세화의 방을 폄하하는 세호.
본인이 별 것 없다고 하기는 했으나 막상 세호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자
짜증이 확 올라오는 세 화였다.
“네 방은애기 방같아서 유치한데?”
“뭐가 애기방 같은데.”
“장난감도 그렇고 벽지도 그렇고, 유치원생 같아.”
“너 지금 말다했어?”
쏘아붙이는 세화와 도발에 이마에 빠직 마크가 생겨버린 세호.
수진은 학교에서는좀처럼 볼수 없는두 사람의 공방에 잠시 스티커에 대
한 생각을 접어두게 되 었다.
“진짜 남자애들은 너 같은 애가뭐가좋다고 그렇게 난리냐.”
“허. 그건 나도 똑같거든?”
괜히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수진이 몸을 움찔 떨었다.
수진도 세호에게 마음을 품은 여자애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가 잘 생기게 낳아주신 거 하나 빼고는 너를 좋아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 각하는데 .”
“ 야!”
“뭐.틀린 말했어? 아님 수진이한테 물어보던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이던가.
애꿎은 화살이 손님에게 돌아갔다.
“수진 아. 솔직히 얘 기해봐. 세호 잘 생 긴 것 빼고 뭐 가 좋아? 얘 성 격도 별
로지. 공부도 못하지. 말버릇도 안 좋지.”
“하... 진짜. 야.수진이는그렇게 생각 안해.”
수진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는 세호.
그의 눈에는 수진을 향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수진아. 얼른세화한테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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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또다시 시험에 들게 된 수진의 얼굴에는 고뇌가 아려있었다.
스티커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더라면 수진은 망설임 없이 세호는 좋은
아이라고 이야기해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세호가 남은 숫자 스티커들을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아이
한테 준 거라고 한다면...
미워.
세호를 지독하게 원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수진의 뇌를 지배했다.
나를 제 일 좋아한다고 말했으면서, 다른 아이 한테 1을 준 거 야?
그런 건 말이 안 되잖아.
거짓말을 해도 그렇지, 그런 걸로 거짓말 하면 안 되는 거잖아.
“...수진아?”
당연히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 믿었던 수진이 입술을 앙 다물고 자신
을 노려보자 세화는 승리의 웃음을 지 었다.
“이것 봐. 이세호. 너 좋다고 여기까지 따라온 수진이도 이렇게 생각하면
얘 기는 끝났다고 봐야지.”
“…세호는좋은 점이 많은 애야.”
침묵을 지키고 있던 수진이 입을 열자 쌍둥이의 얼굴에는 명백한희비가
갈렸다.
“칭찬도 많이 해주고, 챙겨줄 때는 잘 챙겨줘.”
“이세화.들었냐! 이게 나라고〜”
세 호가 양 손을 허 리 춤에 얹고 가슴을 쭉 펴 자 세 화는 기 가 찼다.
“둘다 정신을 못 차리는구만.”
“뭐라는 거야. 수진아. 쟤는 여기 두고 우리는 이제부터 둘이 놀자.”
“너희끼리 놀던지 말든지.”
더는 세호와 세호에게 뿅 가버린 수진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세화였다.
“붸에에에〜”
검 지로 눈을 쭉 내 리 고는 메 롱을 갈긴 세 호는 그대 로 수진의 손목을 붙잡
고는 자기 방으로 데려왔다.
“잘했어. 수진아! 너무 고마워 !”
세호의 손이 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그의 손길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겠지만 소녀의 마음
속 자리 잡은 의 혹은 그녀 에 게 소 웃음을 앗아갔다.
“진짜. 이세화. 꼴이 좋아. 아주 그냥.”
“세 호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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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호의 방 바닥에 앉아있던 수진이 몸을 일으켰다.
터벅터벅 힘없는 걸음걸이로 세호의 책상으로 다가가는 수진.
둘만이 남은 지금이 이 야기하기 적기 라고 판단한 그녀 가 조금 전 확인했
던 비 닐을 꺼 내들었다.
“…어디 갔어?”
“엥.뭐가.”
본인이 스티커 비닐을 쥐고 있으면서 뭐 가 어디갔다는 거지?
주어가 없는 문장에 세호는 멀뚱멀뚱 눈을 깜빡였다.
“이거랑 이거. 어디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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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검지가 3 옆에 있는공란들을 가리킨다.
선명하게 남아있는 숫자 1과 씁의 자국.
사실 수진이한테 마저 주려고 했다면 1과 씁의 부재는 문제가됐겠지만 엄
마의 꾸지람을 들은 이후 세호에게 스티커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는 쓰레기
에 불과했다.
“아. 그거 달라고 해서 줬는데 ?”
“뭐...?”
“그리고 내가 이야기했잖아.그건 잘못된 거라고.”
뭐야. 그게.
달라고 해서 주는 거면 왜 나한테는 안준 건데?
그럴 거면 도대체 왜 나한테는그렇게...
세호의 대답에 수진은목이 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너... 너...!”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자신은오늘 엄마한테 싹싹빌어서 학원까지 빼고 이 자리에 왔는데 세호
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마음을 짓밟았다.
“수...수진아? 왜그래?”
갑자기 스티커를 들고 온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자 세호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얘는 왜 운단 말인가.
별로 못된 말을 하지도 않은 것 같고, 심지 어 과자까지 줬는데 …
“이... 이히잉...”
소녀의 눈에서 또르르눈물이 떨어져내렸다.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서러운 듯 어깨를 들썩 이는 수진.
“네가... 어떻게... 이히이잉...”
뭔가 말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세호는 수진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
어... 어떡하지...
졸지에 손님을 자신의 방에서 울려버린 세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군가에 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옆방에 있는 세화를 찾아갈까 싶었지만 지금 기분으로는 도저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역시 엄마 아빠를 찾아가는 것이 맞기는 한데...
뭔 가 수진이 가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꿀밤을 맞을 것 같던 세
호였다.
“으허어어 엉”
서있기도 힘들었던 걸까.
처음에는 울음을 참아보려고 했던 수진이었지만 그녀는 이제 바닥에 무
릎을 꿇고 주저 앉아 대 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손에는 스티커 비닐을 꽉쥔 채로 눈물을 닦지도 않는 그녀.
이쯤 되 니 꿀밤이 문제가 아니다 싶었던 세호는 수진의 옆으로 다가가 그
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수진아. 조금만 기 다려! 내 가 엄 마 데 려올게!”
그 말을 끝으로 후다닥 방을 뛰 쳐 나가는 세 호.
그 장면을 지켜본 수진은 더 서러워 져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쟤는 왜 위로도 한 마디 없이 뛰 쳐 나간단 말인가.
억울하고 속상하고 미운 감정이 깊은 곳에서부터 들끓었다.
반면 제 방을 나온 세호는 총총총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 안
방으로 향했다.
-탁탁
너무 급해서 노크를 하라고 했던 엄마 아빠의 지시도 잊었던 세호는 문
고리를 내렸지만 굳게 잠겨있는 문은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콩콩콩콩
세 호의 앙증맞은 주먹 이 문을 두드렸다.
“엄마! 엄마아!”
문 앞에 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끼 기 긱 소리 가 들렸지 만 세호가 문을 두드
린 이후로는 아무런 소리가들려오지 않았다.
엄 마가 나오기 를 기 다렸지 만 한 10초 정도가 지 났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세호는 다시 문을 마구마구 두드렸다.
“엄마! 엄마! 엄마!”
자신은지금한 시가급한비상사태인데 엄마는 왜 이렇게 안나온단 말인
가!
-탈칵
“어! 세호야. 무슨 일 있어?”
엄마의 복장이 바뀌었다는 점이 의아했지만 지금은그걸 신경 쓸 때가 아
니었다.
“엄마! 수진이가막울어요!”
나은의 이마에서는 운동해서 난 땀이 아닌 식은땀도 같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