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32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옆에 앉아있던 친구들보다 두 배는 빠르게 급식을 먹은 수진은 얼른 세호
와의 약속장소로올라갔다.
세호를 만나지 못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그를
기다렸단 말인가.
괜히 옷장을 뒤 적 이 며 월 요일 날 무엇을 입 고 갈까 고민한 것이 아니 었다.
“수진아!”
그렇게 한 嬖분정도를손가락만꼼지락거리고 있었던 수진은 세호의 목소
리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세호야...!”
언젠가는 수진도 세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자고 생각했지만
소녀의 눈에 세호는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여자인 자신만큼이나 새하얀 피부.
똑 떨어지는 오똑한코.
앵두 같은 입술.
어린아이 였지만 이미 완성된 얼굴에 수진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콩콩
뛰었다.
검정색 반바지에 하얀 티셔츠만 입고 있는데도 멋지다니...
“오늘일찍 왔네?”
자신도 제 법 빨리 왔다고 생 각했지 만 그것 이 상으로 먼저 도착해 있던 수
진이었다.
“아.응. 어쩌다보니까.”
얼른 만나고 싶어서 밥을 빨리 먹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다.
“수진아. 있잖아. 나주말에 할아버지네 집 갔다왔거든?”
“할아버지네?”
“응. 캐치볼 만날해주는 할아버지가 계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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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수진에게 어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말해주었다.
아빠가 운전 중에 화장실 가고 싶다고휴게소 간이야기.
세화가 시골에서 벌레를 발견해서 너무 놀라서 울어버린 이야기.
할아버지가몰래 용돈을 살짝 전해주신 이야기.
세 호는 재 잘재 잘 시 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진에 게 이 야기 보따리 를 풀어
놓았다.
“에헤헤. 진짜 재밌었나보다.”
“응! 재밌었어. 아. 맞다.그리고 이거 주려고 가져왔어.”
선물...?
세호가 나를 위해 또 선물을 준비해줬단 말인가!
수진은 기 대 감에 찬 눈으로 세호가 뒤 적 이고 있는 호주머니 를 지 켜보았
다.
“자!”
“이게 뭐 야?”
“이거 사탕.”
세 호가 주머 니 에 서 꺼 낸 것은 누룽지 맛 사탕이 었다.
솔직히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수진은 최대한 아쉬운 티를 내지
않고자 노력했다.
“이거나주려고 사온 거야?”
“아니 ? 할아버지 가 몇 개 주셨는데, 먹다 남아서
세호는 사탕이 진짜 맛있어서 수진에게 주려고 한 것이 었지 만 소녀는 씁
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먹다 남은 거 나 주는 거야?”
“근데 진짜 맛있어. 수진아. 얼른 먹어봐.”
세호는 얼른 수진이 누룽지 맛 사탕의 훌륭함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었다.
자신도 처음에 할아버지한테 받았을 때는 맛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뭔가 과일향 사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구수함이 있었으며, 하나를 먹다보
면 하나를 더 까먹게 되는 기묘함이 깃든 사탕이 었다.
세호가 손바닥에 쥐어준 사탕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수진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포장을 뜯어냈다.
자그마한 사탕알을 입에 털어 넣자 세호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다
가왔다.
“어때! 맛있지 ! 맛있지 !”
아직 제대로 맛도 느껴보지 못했는데 소감을 물어보는 세호에게 수진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으응. 맛있네.”
“하나 더 줄까? 집에 또 있어!”
“으응으응.
99
고개를 도리 흔드는 수진.
소녀가 받고 싶었던 선물은 따로 있었다.
“근데 세호야.”
“으 99
O•
“나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야.”
“뭔데?”
뭔가 오늘 할아버지네 댁에 다녀온 탓에 너무 자신의 이야기만 한 걸까 싶
었던 세호는수진의 말에 귀를쫑긋 세웠다.
“지난번에 내가 제일 좋다고 해줬었잖아.”
“그랬지?”
“응. 그래서하는 말이기는 한데...”
우우... 진짜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상은 졸라서 받는 것보다 정말 잘했을 때 받아야 기분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수진이 었다.
“혹시 스티커... 줄수 있어...?”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바닥을 바라보는 척 했지만 눈으로는 힐끔힐끔 세
호의 반응을 살폈다.
뭔가 보채는 것 같이 느껴질까 걱정도 됐지만 그것 이상으로 갖고 싶은 것
도사실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는 세호.
“그건 잘못된 거야. 수진아.”
띵동댕동
참으로도 절묘한 타이 밍 에 종소리는 두 사람을 갈라놓아버 렸다.
…
“지훈아! 우리 축구 한 명 부족한데, 같이 가서 하자!”
“안돼.”
“아. 하자아〜”
아이들이 지훈을 꼬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훈은 축구를 좋아하고 또 그만큼 잘 했기 때문이었다.
주말에 축구 클럽을 따로 다닐만큼 축구에 진심이었던 지훈이 아이들의
제의를 거절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다짐을 했다는 이 야기였다.
그가 점심 시 간임 에도 붙들고 있는 것은 국어 문제 집.
지훈은 뚫어져라 지문을 바라보고는 이후 저 멀리 앉아있는 세화를 흘깃
보았다.
단정한 검은 생머리.
라일락색을 머금은 블라우스와 남색 스커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음에도 지훈은 세화의 모습에 홀딱 반해
있었다.
세화가 시선을 감지하고는 지훈 쪽을 돌아보자 지훈은 바로 얼굴을
문제집을 향해 고정시켰다.
끼이이익.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
세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지훈을 향해 다가왔다.
물을 마시러 가려는 걸까.
화장실을 가는 걸까.
아닌데...? 그렇다면 이쪽이 아니라뒷문 쪽을 봤어야하는데...
연필을 쥐고 생각을 이어가던 지훈은 책상 밑으로 보이는 신발에 더는 사
고를 할수 없었다.
검정색 바탕에 핑크색 로고가붙어있는 운동화.
지훈은 이 신발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지 훈아.”
귓가에 들려오는 음성에 지훈은 망가진 인형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 O 으좥”
-… O •
“너. 나 보고 있었지.”
무척이나 짧은 문장이 었지만 지훈을 긴장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문장이 었다.
“아니...?”
“그래 ? 네가 내 쪽 보고 있다고 생각해서 무슨 일 있나 싶었지.”
얼마만의 세화와의 대화란 말인가.
지난번 숙제를 들고 찾아갔을 때 매몰차게 거절당한 이후로 처음 해보는
대화였다.
“내가 착각했나봐. 미안.”
세화가 싱겁다는 듯이 자신을 그대로 스쳐지나가려고 하자 지훈은 자신
이 바보 같이 기회를 달려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세화야!”
이미 등을 돌려버린 세화를 지훈이 다급하게 붙잡았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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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즘 좀어때?”
“어떻다니? 뭐가?”
일단 아쉬워서 불러 세우기는 했지만 막상 할 말은 떠올리지 못한 지훈.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공부말이야. 공부.”
결국 공통점 이 라고는 학생 이 라는 점 하나 밖에 없었던 지훈은 명 절의 어
른들 마냥 공부라고 대 답을 해 버 렸다.
지훈의 대답을 들은 세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공부?
99
“국어.”
일단 당장 펼쳐져 있는 문제집이 국어라서 지훈은 아무 말이나 해대기
시작했다.
국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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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험이 있거나숙제가있는것이 아니라면 따로국어 공부를하지 않
았던 세화는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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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모르겠어.”
세화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해주자 지훈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 다음 말
을 쥐어짜냈다.
“그래 좥
나 지금 이거 푸는데 좀 잘 모르겠어서 네 가 한 번 봐줄래 ?”
문제를 읽지도 않았지만 세화랑 조금 더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지훈은 자신 문제 집을 앞쪽으로 내 밀었다.
“근데 나도국어는 잘하는편이 아니라...”
“그래도 한 번 봐주면 안될까?”
이쯤 되 니 무슨 문제 이 기 에 저 러 나 궁금증이 생 겼던 세화는 다시 지훈의
책상 앞으로 돌아가 문제집을 자신의 방향 쪽으로 돌려 보았다.
[햇님은 무슨 생 각으로 나그네 에 게 말을 전했을까요?]
질문을 보자마자 세화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 거 나 다 읽어야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
지문은 약두페이지 정도.
세화는 굳이 내 가 이 걸 읽 어 야하나 싶은 생 각이 들었다.
“금방 읽어! 나 1분도 안 걸렸어!”
“…그래 ?”
이걸어떻게 1분 만에 읽나싶었지만세화는딴지를걸기보다는 지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옆에 서서 집중해 책을 보고 있는 세화.
지훈은세화에게서 느껴지는 상큼한과일향 같은 냄새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딱 지문이 100장 정도면 됐으면 얼마나 좋으려나 싶던 찰나.
“세화야. 뭐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등장했다.
“아. 이거 지훈이가잘모르겠다고해서 보고 있었어.”
...박종인. 또 너야? 또 너냐고!
지난번 자신 대신에 세화에게 숙제를보여준종인이었다.
“어? 이거 나풀었던 건데, 내가 알려줄까? 지훈아?”
“아...아니?”
너 말고! 나는 세화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아냐아냐. 이거 진짜 쉽거든? 내가 바로 설명해줄게.”
“아. 그러면 나보다종인이가풀어주는 게 낫겠네!”
뒤 도 안 돌아보고 다시 자기 자리 로 돌아가는 세 화.
지훈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종인을 노려보았다.
나쁜 짓을 한 것은 없었지만 자꾸 종인에게 나쁜 말이 튀 어나올 것만 같았
다.
“그래서 이게 햇님이 말이야...으잉? 지훈아. 너 왜 그래?”
“아니야. 나이제다이해했어.”
“아직 설명 시작도 안했는데?”
“아니야. 진짜로 지금 보니까 풀 수 있을 것 같아.”
지훈은 자신이 왜 이렇게 멍청이 같을까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