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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30화 (230/276)

땘 230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오빠.”

런닝에 반바지 차림으로 거실을 어슬렁거리던 민호는 현재 쓰고 있는 작

품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글을쓴지도 어연 io년차.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패턴이나 전개에 대한 부분들은 이제 베테랑이 니

만큼 익 숙해 졌지 만 자가 복제 라는 단어 가 무척 이 나 신경 쓰이 는 민호였다.

“왜.”

“진짜 세호는 그냥 볼수록 오빠 닮은 거 같아요.”

“그럼 내 아들이 나를 닮지 누구를 닮아.”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 부잣집 사생아 등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허구의

세계 속에서 질리도록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좋다는의미 아니거든요?”

“그럼 지금 나 닮은 게 안좋다는 소리야?”

난데없이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아내에게 민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대

꾸를 했다.

“네. 안 좋아요.”

“뭔데 그러는데.”

나은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기는 한 모양이 라고 생각한 민

호.

“그왜수진이 알죠? 세호가좋다고한애.”

“아. 그 예쁘다는 애?”

“네. 세호가글쎄 걔를데리고...”

나은이 아들의 파란만장한 조교 이야기를 꺼내면 꺼낼수록 민호는 헛음

을 지으며 계속 혀를 차게 되었다.

“그니까. 요약하자면 우리 세호가 동갑인 예쁜 여자애를 가스라이팅 했다

.이거네?”

“그런 거죠.”

“허어... 인재네... 고놈...”

애엄마가 기껏 잘생기게 낳아줬더니 저러고 있다니.

아닌가? 저렇게 잘생기게 낳아줘서 저러고 있는 건가.

민호의 생각에 세호가 한 짓을 못생긴 애가 아니. 하다못해 평범하게 생긴

아이 가 했다면 국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스티 커는 너 나 가지 세요 하고 던져버 렸을 것 같은데.

아무튼 본인은 어 렸을 적 꿈도 꾸지 못할 짓을 하고 다는 아들놈이 민호는

신 기 하게 만 느껴 졌다.

“뭐 가인재에요. 인재는.”

“왜.당신도 진성이 좋아했잖아.”

민호의 소설 속 아내의 최애 캐릭터. 이진성.

지금의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 가상의 인물이기도했으며, 민호의 음습한

자아가 잔뜩 반영된 캐릭터이기도했다.

“그건 판타지잖아요. 이건 현실이고.”

“그러게 누가그렇게 잘생기게 낳으래.”

“아. 오빠 장난하지 말고요. 좀. 나심 각하다니까요.”

나은이 진심을 담아 짜증을 부리자 민호는 지금이 농담할 타이밍이 아님

을 직감했다.

“아니.근데 나은이 네가잘얘기해서 학교보낸 거 아니야?”

“몰라요. 일단수진이한테 가서 정말 네가 제일 좋다고솔직하게 말하라

고 해두기는 했어요.”

“세호는걔가좋기는하대?”

설마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은이 억지로 시켜서 저 말을 하게 된다면 그것

도대참사였다.

“당연하죠. 내가 그것도 확인 안해보고 보냈게요?”

“에이.뭐.그럼 된거지.”

어쩜 남자들은자기 아이 일인데도 이렇게 무심한 걸까.

나은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는듯한 민호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

“오빠는 다음에 나대신 학부모모임 무조건 나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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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때 뭐 바쁜 일 있어?”

“가서 한번 가시방석으로 찜질 당해 봐야해. 당신은.”

나은이 야유하자 민호는 멋쩍은 얼굴로 나은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럼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보는 걸로 하자고.”

“아뇨. 당신 혼자 가. 이건 벌이에요.”

무심한 민호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도 잠시.

나은은 다시 마른세수를 하며 이마를 짚었다.

“그나저 나 애 한테 뭐 라고 설 명해 야 될 지 가 고민 이 에 요.”

아이들의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나은은여간골치가 아픈것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물건으로 다른 사람을 꼬시 려고 하면 안 된 다고 말하기 에는

수진이라는 아이는 분명히 세호에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 번 남자 대 남자로 이야기해줘 ?”

민호가 가슴을 쭈욱 피며 으름장을 놓자 나은이 허벅지를 짝 소리 나게

때렸다.

“오빠를뭘 믿고보내요.”

“야. 나 아빠야! 아빠면 그 정도권한은 있는 거 아니야?”

“그래서. 애한테 여자 다루는 법이랍시고 뭐라고 알려주려고요?”

애석하게도 민호의 유일한 연애 대상자는 나은 한 명뿐.

수없이 많은 인기 히로인들을 생성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호가 꼬시

는데 성공한 현실 속 여자는 나은 한 명 밖에 없었다.

그리고 민호는 그마저도 꼬셨다기보다는 어쩌 다 그리 되 었다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야 당연히 상냥하게 잘대해주고 내가 네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설설

기고.”

“그만. 거기까지만 들어도 벌써 하나도도움 안될 것 같으니까 그만해요.”

언제나 느끼는것이었지만 민호에게는 중간이 없었다.

물아니면 불.

흑아니면백.

중간을 모르는 이 남자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단 말

인가.

남자는 나이를 들어도 철이 안 든다던데 아주 딱 민호한테 어울리는 말이

었다.

최근에는 새벽에 잠이 안와서 일어나봤더니 혼자작업실에서 몰래 게임

을 하다 적발된 적도 있었다.

집 안에 아들이 둘이었다.

아들이 둘.

“왜 . 그냥 나이스 가이로 키우고 싶다는 거 아니 었어 ?”

“그렇다고 세호가 호구가되는 건 나 진짜싫으니까요.”

가장 좋은 것은 그냥 올바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었지만, 그렇다고 아

이를 여 자애들한테 이 리저리 휘둘리 기 만 하는 남자애로 키우고 싶은 생 각

은 전혀 없는 나은이었다.

“그래서 뭐어쩔 생각인건데.”

“하아... 일단 오늘 집에 와서 수진이 라는 애 반응 들어보고 생 각하려고요.

자신과 이야기한 내용 그대로 움직여준다면 화해 자체에는 별 문제 없을

것이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오해도 풀릴 것이 고, 수진 엄 마를 직 접 만나야만 하는

불편한 자리도 없어질 것이었다.

“그런 거 보면 세화는 세호에 비하면 참 얌전해.그치?”

“그것도 모르죠. 세호가 이러고 다니는 거 나 오늘 알았으니까요.”

대 답을 이 렇게 하기는 했지 만 나은도 세호보다는 세화에 게 훨 씬 더 의 지

하고 있었다.

“이따집에 데려올 때 내가 먼저 물어봐야겠다.”

“뭔가 세화한테는 비밀로하고 싶어 하는 눈치인 것 같던데, 집에 오고 나

서 물어보지 그래요.”

“뭐. 애들상태 보고할게.”

나은의 이마에 입술을 쪽 맞춰준 민호가 슬리퍼를 직직 끌고 현관문을 나

서자 나은은 한숨을 푹 내쉬 었다.

“이 야. 아들. 너오늘기분좀 좋아 보인다?”

“맞아요. 으헤헤헿”

세호는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타입.

백미러로 확인한 아들내미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예쁜 여자아이 랑 놀기 라도 했나보지 좥

“아니요.”

말은 아니 라고 하지 만 쌜룩거 리 는 입 꼬리 .

아무래도 아들은 무사히 아리따운 소녀님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한 듯

싶었다.

“세화는 오늘 학교어땠어?”

좋았어요:

세화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민호는 매일같이 이 질문을 하는 것

같았지 만 딸아이는 한 번도 재 미 없거 나 싫다고 한 적 이 없었다.

“공부는 안 어렵고?”

“으음... 과학을 잘 모르겠어요.”

“미 안. 그건 아빠도 잘 모른다.”

조선시대 에 태 어났더라면 민호는 몇 번을 다시 태 어나더라도 문인이 었으

리라.

“야.과학이 뭐가 어렵냐!”

반면 어김없이 세화를 긁는 세호.

“너는 공부를 제대로 안 하니까 어려운 줄도 모르겠지.”

“이씨... 잘했거든?”

실제로 수업 중 또 낙서를 하고 놀았던 세호는 괜히 아빠가 듣고 있어서 더

큰 목소리로 부정했다.

“자자.들어들 가시고.우리 내일 할머니 할어버지 댁 가는건 기억하고 있

지?”

“네!”

“네〜”

나은은 아이들이 돌아오자마자 반갑게 맞아주고는 바로 세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 갔다.

“세호야.”

“응.”

“오늘수진이랑화해 잘했어?”

“응!,,

세호는 역시 엄마는 착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수진은 다시 자신에게 사납게 굴지 않았다.

다음주부터 다시 옷도 제대로 입고 온다고 하고, 점심시간에도 다시 약속

에 나오겠다고 했다.

“정말다행이네. 그건.”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해줄 말을 준비한 나은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리 세호 여기 앉아볼까?”

나은은 세호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세호의 행동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지 적해주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사람한테 번호를 정해주지도 말고, 그걸 빌미로 뭔가

를 요구해서도 안 된다는 거. 알겠지 ?”

“그럼 마음속으로도 등수를 정하면 안되는 거예요?”

똘망똘망한 눈으로 엄 마를 바라보는 아들.

순진한 아이의 질문에 어른인 나은은 힘없이 웃음을 지었다.

“마음속으로는 정할 수 있어도, 그걸 다른 사람들한테는 직접적으로 얘기

하는건 실례란다.”

“흐음 • •• ”

하지 말라고 했으니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은 했지만 세호는 좀처럼

엄마의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단 알겠어요! 수진이한테 이제 스티커는 없다고 해야겠다!”

“그래그래〜 어휴〜우리 세호 착해〜”

잘 생 각했다는 의 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나은.

말썽 은 부려도 세호가 심성 이 삐뚤어 진 아이는 아니 라 다행 이 라고 생 각

했다.

그래도 엄마가 말을 하면 바로바로 수용하는 것이 어디란 말인가.

그렇게 스티커 사건은 일단락되리라 생각한 것은 나은의 크나큰 오산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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