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28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진짜 비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수진의 멘탈은제대로 된 사고가불가능했다.
“아. 수진아〜 제발〜 응? 알려주라! 응? 내가 스티커도 줬잖아〜”
스티커를 줬음에도 머뭇거리는 수진을 향해 이제는 애교 섞인 톤으로 조
르는 세호.
원하는 게 있을 때 세화가 아빠에게 쓰는 방법이었다.
물론 아빠여서 통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세호는 들을 수만 있다면 방법
이 야 뭐 라도 상관없다고 생 각했다.
잠시 아무런 말이 없는 수진.
“세 호야.”
결국 마음을 내 려놓은 수진은 그냥 아무 말이 나 지 껄 이 기로 했다.
“있잖아. 바다거북은 말이야.”
“거북이?”
거북이라는 말에 세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바다에 사는거북이들은.”
수진은 어젯밤 아빠랑 티비로 봤던 다큐에서 생 각나는 내용을 아무거나
전해주었다.
“한번에 알을 100개도 넘게 낳는데.”
이 것도 비 밀이 아니 라고 박박 우긴다면 그때는 진짜 모른다며 소리치 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려 했는데, 어째 세호의 표정이 이상했다.
“거... 거북이가 알을 100개씩 낳는다고?”
아니.어떻게 100개나낳는단말인가.
그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야기 였다.
깜짝 놀란 세호는 과연 수진이 비 밀로 할만한 이 야기 라고 생 각했다.
“응. 육지에 올라와서 낳는다고 하네.”
의외로 세호의 반응이 좋자 수진은 복잡한 심경이 었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말하니 아무런 감흥이 없어보였던 남자애 가 바다거북
이 야기가 나오니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것 아닌가!
더 집요하게 물고늘어지지 않아서 다행인 걸까.
아니면 자신의 말이 무시당한 것에 슬퍼해야 하는 걸까.
“세호야.근데 내가 너 좋아한다고했는데 너는왜 아무런 대답이 없어?”
속상했다.
나는 이렇게 용기를 내어 말을 전했는데 세호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응? 거북이 얘기가진짜 아니야?”
좋아한다는 말은 자신을 떠보기 위한 연막이라고 생각했던 세호는 계속
거북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뱃속에 알을 100개나 넣어서 수영을 한단 말인가.
“그래도 좋아한다는 말도 진짜인 걸?”
이 대화 자체가 구질구질하게 느껴지는 수진이었지 만 이미 말을 꺼내버린
그녀였다.
아. 나도 당연히 너 좋아하지.
똑같이 좋아한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두 아이 였지 만 그 안에 담긴 깊이
는확연히 달랐다.
얼마나?”
소녀는 애정을 갈구했다.
수진은 확인을 넘어선 확신을 원했으며, 세호에게 1번이 되고 싶은 아이였
다.
“음... 얼마나라...”
무엇에 빗대는 것이 좋을까.
애정의 양을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세호는 이내 아주 맛깔난 비유가 떠올랐다.
“포리만큼!”
세호의 입장에서는 귀 여운 강아지를 좋아하는 만큼이라는 의 미 였으나
수진은 그날 밤 베 개 가 축축해 지 도록 눈물을 흘렸다.
:k * *
“다녀왔습니다〜”
“수진이네서 재밌게 놀았니?”
세호가돌아온것은저녁을 먹기 전 閌시 언저리.
나은은 무사히 집에 돌아온 아들을 안아주고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물어봤다.
“수진이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완전 귀여웠어요!”
“아! 수진이네 엄마가 떡볶이도주셔서 그거 간식으로 먹었어요.”
“그리고... 음...”
잠시 머뭇거리는 세호의 태도에 나은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세호가 뭔가를 망설인다는 것은 잘못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엄마한테 숨기는 것 있으면 안된다고 했지. 세호야.”
갈림길에 선 세호.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 가 있었다.
수진이가 정말 비밀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지켜줄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엄마한테 이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 것인가.
“세호야. 어서.”
나은은엄마.
그리고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거역하기 힘든 존재였다.
“이거 진짜 비밀이니까 아무데도 얘기하면 안돼요. 알겠죠?”
도대 체 이 번에 는 또 무슨 이 야기 를 하려고 이 런 단 말인 가.
나은은 크게 심 호흡을 하고는 고개 를 끄덕 였다.
또 여 차하면 얼굴도 모르는 수진 엄마에 게 사과를 해 야할 지도 모르는 상
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 었다.
“엄마. 바다 거북이는요...”
진짜극비 사항이라도 되는듯이 엄마의 귀에다속삭이는 아들.
나은은 아들의 첫 단어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알을 백개나 낳는데요!”
나은이 이 내용을 모를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걸 잊겠는가.
그야 세호가 말해준 내용은 나은이 남편과 연애할 당시 100일 기념 모텔
에서 봤던 내용이 었기 때문이 었다.
[우와. 나은아. 바다거북이는 알을 100개나 낳는다네.]
정조대를 찬 상태로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었단 말인
가.
되돌아보니 그날이 100일이었구나...
지 금 생 각해 도 남편은 여 러모로 대 단한 남자였다
그 비싼 호텔에 데려가서 정조대를 채우고 거북이 다큐를 보다니...
“그게 비밀이야?”
나은이 어 이 가 없어 웃음을 지으며 아들에 게 묻자 세호는 제 발 조용히 하
라는 듯이 검지를 들어올렸다.
“이거 아빠랑 세화한테는 절대로 말하면 안돼요. 알겠죠?”
도대체 거북이가 알을 낳는 것이 왜 비밀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은은 아들
의 놀이에 어울려주었다.
“알았어. 엄마만 알고 있을게.”
“맞아요. 엄마만 알아야 해요.”
“뭐야. 너 언제 왔어?”
1층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세화는 씁층 자기 방에서 거실로 내려왔다.
“나 방금.”
“그래서 결국 수진이네서 만화 보고 온 거 야?”
“아니. 만화는 못 봤는데.”
분명 함께 매지컬블래스트극장판을보기로사전에 합의를했지만세호
는 그걸 보고 오지는 못했다.
“왜.”
“수진이가 갑자기 몸이 안좋다고 해서.”
“그래?”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머.수진이 몸이 안좋은데 놀러간거 아니야?”
“아니에요. 수진이 학교에서는 멀쩡했는데, 집에 와서 좀 머리가 아프다고
그러더라고요.”
세호가 생각했을 때는 떡볶이를 먹고 체한 것이 분명했다.
왜 냐하면 그걸 먹을 당시 에도 표정 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었
다.
“그래. 친구 아프면 쉬어야지. 세호. 그래도 밥은 먹을 거지?”
“네!”
나은이 음식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들어 가자 쫄래 쫄래 따라 들어 가는 세
화와 세호.
“오늘은 뭐 먹어요?”
“김 치찌개 랑 계 란찜. 가서 아빠 주무시고 있나 한 번 보고 올래 ?”
“내가갈게요!”
재빨리 대답한 세화가 안방으로 향했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아빠를 발견한 세화는 엄마는 어떻게 아빠랑 같이 잘
수 있는 건지 신기해했다.
“아빠.”
침대에 무릎을 꿇은 채 아빠의 볼을 쿡쿡 찌르는 세화.
많이 피곤했는지 민호는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빠아큹”
몸을 살살 흔들자 민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살폈다.
“응... 세화야... 왜...”
“엄마가 일어나래요.”
“왜...”
“밥다되 어간다고 오래요.”
아내 님 이 부르시 면 가야지 생 각이 들었던 민호였지 만 그래도 딸애 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세화가 아빠볼에 뽀뽀해주면 내려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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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99
내려오라고 시킨 건 엄만데...
엄 마가 뽀뽀를 해줘 야 하는게 맞다고 생 각한 세 화였지 만 망설 이 는 것도
잠시.
쾀쪽
세화가 민호의 볼에 뽀뽀를 해주자 민호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침대
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휴〜우리 딸착해〜”
딸아이를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를 두 번한 민호는 몸을 일으켰다.
“아빠. 면도해. 수염 따가워요.”
“내일할게. 내일.”
세화와 함께 부엌으로 내려온 민호는 얼큰한 냄새에 잠이 훅 깨는 것 같았
다.
“깼어요?”
“응.”
“가서 앉아요. 밥먹게.”
“아빠!”
아빠를 발견하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아들.
“세호. 잘 놀다 왔어?”
“응! 완전 재밌었어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민호네 가족.
오늘의 주제는 세호의 친구네집 방문기였다.
“그래서 우리 세호.수진이 좋아하는 거야?”
장난스럽게 민호가 묻자 세호는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여운 애완동물 같아서 좋아요!”
“애완동물?”
어딘가 뒤틀려 있는 표현에 부부는 오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수진이네 집에 놀러온 그 다음날 점심시간.
세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진을 만나러 옥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
다.
“으음. • • ”
올라올 때가 됐는데 이상하다...
시간을 확인한 세호는 여기서 더 기다려야하는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못 온다는 이 야기는 없었는데 왜 수진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약 10분 정도를 쪼그려 앉아 대 기하고 있던 세호는 다시 계 단을 타고 교
실로 내려갔다.
목적지는 옆반인 수진이 네 반.
옆반 애 들 중 아무나 붙잡고 수진 이 가 안에 있냐고 물어볼 생 각이 었지 만
문 앞에 선 세호는 그런 걸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수진아?”
자신이 싫다고 했던 바지.
어울리지 않는다고했던 어두운 계열의 티셔츠.
복도 앞에서 눈이 마주치자 수진은 세호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자기 교실
안으로 들어 가 버 렸다.
수업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기에 다시 제 교실로돌아간세호는 턱을 괴고
는 책상을 검지로 탁탁 두드렸다.
아무래도 화가 난 것 같은데...
흐음
■
•••
어디서 화가 난 건지 잘파악하지 못하는 세호.
“설마엄마가수진이네 아줌마한테...!”
거북이의 비밀을 그 사이에 유포했단 말인가!
세호는 집에 가서 엄마한테 따질 준비 만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