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27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내가집 구경시켜줄게!”
수진의 집은 평범한 아파트였다.
방은 총 꿓개.
부모님의 침실 하나. 각종 옷들과 짐들이 들어가 있는 드레스룸. 마지막으
로 수진의 방이 있었다.
“여기가 거실이야.”
“우와! 강아지다!”
거실 자체는 제 집이 더 넓다고 생각한 세호는 강아지를 보자마자 눈을 번
뜩였다.
“맞아. 얘는 우리 집 포리!”
새하얀 말티즈가 쪼르르 수진을 향해 달려오자 세호의 눈이 커다랗게 확
대되었다.
“귀엽지. 헤헤.”
수진이 포리를 안아들자 세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세 호는 강아지 와 고양이 등 동물들을 무척 이 나 좋아하는 아이 였다.
마당이 있지만 민호 부부의 집에 애완동물이 없는 이유는 나은의 부탁
때문이었다.
[이 집에서 키우는 건 사람으로족하다.]
이미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정원 손질까지 하고 있었던 나은은 도무지 애
완동물까지는 키울 여력이 없었다.
세호가 가끔 동물을 키우고 싶다며 투정을 부리고는 했지만 나은은 언제
나 세호가 조금 더 자라고 난 이후라면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마... 만져봐도 돼?”
“응! 자!”
수진이 조심스럽게 포리를 건네자 세호는 감동에 겨운 얼굴을 지었다.
너... 너무귀여워
뭔 가 귀 여운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고 하니까 수진이 두 배는 더 귀 여워 보
이는 세호였다.
“진짜 귀엽다...”
세호가 정신을 못 차리고 포리를 바라보자 수진은 영문 모를 뿌듯함이 느
껴 졌다.
“포리는 딙살이야.”
-왕! 왕!
포리는 외부인의 손길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는지 세호의 품에서 벗
어나고자 했지만 세호는 그마저도 너무 귀여워 보였다.
“나중에 또 보러오고 싶어.”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세호가 유일하게 이렇게 가까이서 강아지를 만져
볼 수 있는 것은 친구 집 에 방문하는 방법 뿐.
“나는 언제든지 좋아.”
세호의 재방문 선언에 수진은 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유가 뭐 가 됐던 세호를 또 따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아닌
가.
“이제 내 방보여줄게!”
포리가 부엌으로 달려가자 수진은 세호의 손목을 붙잡고는 자기 방으로
인도했다.
아직 성별을 가려가며 놀 나잇대는 아니었지만 세호가 세화 이외의 여자
아이의 방에 들어와 보는 것은 처음이 었다.
“뭔가좋은 냄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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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방과는 다른 향그러운 냄새에 세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냄새
의 근원을 찾았다.
“이건가?”
세호가 멈춰선 곳은 수진의 엄마가 딸을 위해 사다둔 디퓨져 앞.
“맞아. 냄새 맡아봐!”
세 호가 코를 가까이 가져 다대 자 꽃향기 비 슷한 향이 훅 치 고 들어 왔다.
“오오〜 짱이다!”
나중에 엄마 선물로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좥
언제나 엄마의 생일만 되면 골치 아팠던 세호는초와 비슷하게 생긴 디퓨
저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본인 집에 없는 것들에 정신이 팔린 세호와 달리 수진은 계속 자기 방 안을
스캔했다.
세호가 온다고 무척이나 열심히 청소한 수진이 었다.
이 상한 물건 이 랄 것도 없었지 만 혹시 나 세 호가 이 상하거 나 지 저 분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싶지 않았다.
“세화방이랑은좀 다르게 생기기는 했다.”
세화의 방은 연분홍색이 가득한소녀의 방 같은 느낌이었다면 수진의 방
은 연보랏빛 라일락색 벽지가주를 이루고 있었다.
“세화방은 어떤데?”
수진은 세호가 궁금했다.
그에 대한 것을 조금 더 알고 싶었고, 그것이 다른 아이들은 모르는 내용
이라면 더 좋았다.
“핑크색이야.”
남자아이 답게 무척 이 나 직관적 인 대 답.
“세화는 핑크색을 좋아해?”
“어렸을 때는 좋아했는데 지금은 몰라?”
수진은 침대에 털썩 걸터앉고는 세호에게 옆에 앉으라는 듯이 침대를 팡
팡두드렸다.
“세호야. 너도 앉아.”
“그래도 괜찮아?”
민호와 나은에게 친구네 집에 놀러가기 전에 잔뜩 예절을 주입받은 세호
였다.
집 에 있는 물건 막 건드리지 않기,안방 문 열고 들어 가지 않기 등등.
워낙 천방지축인 아들이었기에 나은은 처음 방문하는 집이니만큼 20분
은 앉혀놓고 이야기를 해둔 상태였다.
“그럼!”
나란히 침대에 앉은 소년과소녀.
소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세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
그것도 무려 자신의 침대 위에서라니...
꿈만 같은 일이 었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지나치게 바라본 거였을까.
세호는 눈웃음을 지으며 수진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정면에서 직격으로 맞은 수진은 지금이 때임을 직감했
다.
“세호야. 나있잖아...”
이 런 자신의 애 타는 마음을 전하려던 찰나.
똑똑똑
“얘들아〜 간식 먹어라〜”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 수진의 엄마.
수진이 무슨 이 야기를 하려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세호의 관심은 순식
간에 떡볶이로 전환되었다.
“와! 떡볶이다! 감사합니다!”
혹시나 음식을 내어주시 거든 무조건 공손하게 인사하라고 지시받은 세호
•
세호는 아무리 생 각해도 자신은 오늘 엄 마한테 칭 찬 받을 자격 이 있는 남
자라고 생각했다.
“어머〜 착하기도 해라〜 세호 떡볶이 좋아하니?”
수진의 엄마가 세호를 칭 찬하니 당연히 좋은 일이 었지 만 수진의 삐쭉 나
온 입은 들어갈 생각을 안했다.
“수진아. 먹자!”
포크를 내미는 세호.
수진은 절묘한 타이 밍 에 들어와버 린 엄 마가 짜증났다.
아니.조금만늦게 들어오시지.왜 중요한순간에 들어와서...
아이가 감정을 숨기는 것은 어려운 법.
수진의 엄마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딸아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떡 볶이 는 세 호가 좋아하기 도 하지 만 수진 이 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이 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재밌게들놀으렴〜 이따 티비 볼 거면 엄마한테 얘기하고!”
“네〜”
해맑게 대답하는 세호.
“…네.”
토라진 얼굴의 수진.
수진의 엄마가 다녀간 이후로 줄곧 수진의 표정 이 좋지 않자 세호는 슬며
시 눈치를 보며 질문을 건넸다.
“..엄마랑 싸웠어?”
만약 그런 거라면 자신이 전문이었다.
엄마한테 혼난횟수로 치자면 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자신이 있는 세호
였다.
“아니.”
“그럼 혹시 떡볶이 안 좋아해?”
“아니. 나떡볶이 엄청 좋아해.”
“근데 표정이 왜그래?”
“그거야…!”
너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려는 타이밍을 엄마가 망쳐버렸으니까.
하지 만 수진은 차마 그걸 입 밖으로 내 지는 못했다.
“그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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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야.”
비밀... 비밀이라...
어묵을 하나 포크로 쿡 찍어 입에 넣은 세호는 수진의 비밀이 궁금했다.
“그럼 그거 알려주면 이 거 줄게 !”
주머니를 뒤적인 세호가 꺼낸 것은 숫자 딙가 적힌 스티커.
수진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말았다.
“그...그런건치사해!”
“엥.이게 뭐가 치사해.”
“그거 원래 나주려고 가져온 거라며…”
비밀을 하나 알려준다던지 그런 것은 조건에 없었다.
“마음이 바뀌었어.”
대부분의 일들은 감추려고 할수록 궁금한 법이 었다.
별 생각이 없었던 세호였으나, 수진이 이런 식으로 나오자 점점 더 신경 쓰
이는 소년이었다.
“자. 말해. 이걸 받을 건지. 아니면 나한테 그걸 끝까지 감출 건지.”
가만히 떡볶이가 담긴 그릇을 내려다보는 수진.
어쩌면 지금 본인의 얼굴은 새빨간 떡볶이 색깔보다도 더 빨갈 수도 있었
다.
“…말할게.”
“잘 생각했어.”
세호가 손을 뻗어 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마치 자신이 착한 일을 한 포리에게나 할 법한 행동.
하지만 그것마저도 너무 좋았던 수진은 기 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백을
시작했다.
“세호야. 있잖아...”
“응.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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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호는 분명 수진의 말 이면에 엄청나게 대단한 게 있음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뜸을 들일 리 가.
“나말이야... 너를...”
-꿀꺽
침 이 넘 어 가는 소리 가 유독이 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너를 좋아해.”
두 눈을 질끈 감은 수진.
도무지 세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었다.
부끄러워서 자기 침대 안쪽으로 도망쳐버리고 싶은 기분이 었지만, 이곳은
바깥이 아닌 자신의 집 안.
수진에게는 더 이상숨을 쥐구멍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를 눈을 감고 있었을까.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수진은 슬며시 실눈을 뜨고는 세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마주하게 된 것은...
“...세호야?”
너무나도 태 연한 얼굴로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호.
“응. 나 듣고 있어.”
“응? 듣고 있다니?”
“뭐야. 이야기다 끝난 거야?”
세 호는 숨을 죽이고 수진이 이 야기해줄 엄청 난 비 밀을 기 다리고 있었다.
세호에게 있어 수진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이야기가 아
니었다.
당연히 좋아하니 까 집 에도 초대하는 거라고 생 각했고, 세호도 수진을 충
분히 좋아하고 있다고 생 각했다.
그는 그런 거보다 수진이 진짜로 하려고 했던 말이 더 궁금했다.
“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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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진아. 이거 말고 더 굉장한 비밀이 있는 거잖아! 그걸 알려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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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웠다.
아니... 더 굉장한 비밀이라니...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너무 당황해 수진이 어버 버하자 세호는 오히 려 더 이상한 방향으로 확신
을 가졌다.
스티커 비닐을 떼어 내고는 수진의 손등 위에 4라는 숫자를 붙여주는 세
호.
“자. 이제 말해줘. 진짜 비밀을 말이야.”
그런 것 따위 있을 리가 없는 수진은 울상이 되 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