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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22화 (222/276)

땘 222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세화는 세호와 달리 아이임에도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덤벼드는 경향도 없었고, 필요한 것만 딱딱 하는 스

타일.

세화는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매번 새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는 것도 싫었고, 새롭게 공부해야할 과목이

늘어나는 것도 싫었다.

애써 공들여 만든 자신의 환경을 누군가 파괴하는 느낌.

그렇기에 세화는 가족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털털하고 성격 좋은 아빠.

세심하고 잘 챙겨주는 엄마.

말썽꾸러기지만 정이 많은 세호.

그들은 오랜 시 간 동안 한결 같은 태 도로 세 화의 옆을 지 켜주는 버 팀목 같

은 존재들이었으며 마음의 안식처였다.

헌데...

“백수진...”

이 아이 가 세 호의 눈에 들어온 이 후로부터 세호는 자신에 게 숨기는 것이

많아졌다.

세호는 또래 남자아이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아이 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으며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편도 아니 었다.

그렇기에 세화는 온전히 세호를 자신의 우리 안에 둘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범위 안쪽이 라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 각했다.

a

흐으음.

99

연분홍색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린 세화는 낮에 만났던 수진에 대해 떠

올렸다.

언제나 청바지에 무채색 옷들만 입었던 아이였는데...

수진은 화사한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는 자신의 반 앞에서 발을 동동 구

르고 있었다.

세화는 그게 어떤 얼굴인지 알고 있었다.

수많은 남자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역시... 좋아하는건가...”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이불을 꼬옥 쥔 세 화가 두 눈을 감았다.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우리 가족의 평화를 위협하려한다면 절대로 가만

히 두지 않으리라고 세화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수진은 자신이 이렇게 매일매일 점심시간을 기다리게 될 줄은 상상도 하

지 못했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가지각색 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

교실에서 떠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보다 오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

수진은 본래 별 생 각이 없는 아이 였지 만 세호를 만난 이후에는 온종일

점심 시 간만 바라보고 하루를 보내 게 되 었다.

오늘 수진의 복장은 흰색 셔츠와 연분홍색 스커트.

치 마가 좋다고 한 세 호였다.

절대로세호의 취향에 부합하는 복장이라고 생각한수진은 새로운 스티

커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수진아!”

점 심 때 마다 만나기 로 한 비 상계 단 꼭대 기 층.

세 호의 목소리 가 들리 자 수진은 환하게 미 소를 지 었다.

“세호야!”

“뭐 야. 엄청 일찍 왔네 ?”

...네가 보고싶어서.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수진이었지만 수줍은 소녀는 그저 고개

를 끄덕일 뿐이 었다.

수진이 있는 층에 도달한 세호는 위 아래로 수진을 스캔했다.

처음에는 이 시선이 부담스럽고 조금은 꺼려진다고 생각했지만 이 과정

이후 세호에게 받는 칭찬은 너무나도 달콤한 맛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마냥 얌전히 세호의 반응을 기다리는 수진.

이윽고 세호가 입을 열었다.

“이리 좀더가까이 와볼래?”

세 호가 손짓하자 수진이 한 걸음 두 걸음 그에 게 가까워 졌다.

두 팔을 자신의 어깨 위로 뻗는 세호.

뭐 지...? 설마 껴 안으려는 건가...?

너무 가슴이 떨려서 수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가 기대한 일은 현실이 되 지 못했다.

“ 아?”

조금은 이질적 인 부위 에 올라간 손 탓에 수진은 요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뜨고 말았다.

“이게 좋아.”

세호가 붙잡은 것은 수진의 머리 카락.

긴 생머리였던 수진의 머리를 단발머리처럼 만들고자 움켜쥔 세호는 몇

번이고 거듭 고개를 끄덕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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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가 더 예쁠 것 같은데좥 수진아?”

안아주는 것이 아니 라 다소 실망을 해버린 수진이 었지 만 그래도 그녀는

세호의 반응을 귀담아들어야했다.

“단발머리?”

“응! 지금 엄청 예뻐 보여.”

수진은 세호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면 그에게 칭찬을 받을 걸 알고 있었지

만 머리를 자르는 거에 대해서는 굉장한 거부감을 느꼈다.

“근데 나... 살면서 한번도 단발해본 적이 없는 걸?”

어렸을 적부터 줄곧 이 스타일이었다.

현재 머리 스타일이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머리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수진은 지금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 그래?”

스르르.

세 호가 머 리 카락을 내 려놓고는 조금은 재 미 없다는 표정을 지 었다.

“그럼 뭐. 어쩔수 없지.”

세호는 수진이 자신의 말을 거부한다면 순순히 그렇게 내버려둘 생각이

었다.

머리를 억지로 자르게 할수도 없는 거고, 예뻐지는 방법을 알려준 건데 그

걸 거절한다면 수진의 손해 라고 생 각했다.

“머리 자른다고 하면 스티커 주려고 했는데…”

주머니 안에서 세호가 꺼 낸 것은 숫자가 적힌 스티 커 .

수진은 세호의 손바닥 위를 보자마자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걸 줄 거라고? 머리를 자르면...?”

그냥 스티 커 가 아니 었다.

무려 嬖라는 숫자가 적힌 스티커.

이게 무려 몇 계단이란 말인가.

“응.그러려고 했는데?”

사실 처음부터 헤어스타일 교체를 위해 준비한 스티커가 아니기는 했다.

그냥 수진이 좋아서 주려고 했던 것에 조건을 붙인 것일 뿐.

그녀에게 여태 길러온 머리를 자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몰

랐던 세호는 그가지금 그녀를 시험에 들게 했다는것조차의식하지 못했다.

a

아... 우 • •• ”

하나에 100원도하지 않을스티커였다.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 숫자만 적힌 스티커.

하지 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의 미는 지금의 수진에 게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

를지니고 있었다.

“그... 그럼 혹시 딙도 가능해?”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크나큰 결심을 한다는 것.

嬖도 물론 파격 적 인 제 안이 었지 만 딙는 되 어 야 손익 이 맞는다고 생 각한 수

진이었다.

“4라... 으음... 4는 너무 높은 거 같은데...”

망설이는 세호.

사실 4가 높다는 생 각을 하기 보다는 4를 줘 버 리 면 남은 숫자가 꿓밖에 없

지 않는가!

1은 엄마에게 씁는 세화에게 줬으니, 더 이상 스티커를 갖고 세화를 꼬드

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던 세호는 이내 결단을 내렸다.

“5지만마음은4에 가까워졌다고해줄게!”

어차피 친한 여자애야 수진이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 4등이고 嬖등이고 그

것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그럼 4도... 줄 수 있다는 거 야?”

세호에게 네 번째로친한 여자애라니...!

정말로 이 속도라면 씁도 1도 가능할것만같은 기대감에 수진의 눈빛이 빛

났다.

“응! 그 다음에도 내 말을 잘 들어준다면 너는 4를 받을 수 있을 거야. 더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거지 !”

“더 특별한 사람...”

수진은 그 말에 주먹을 꽈악 쥐 었다.

“알았어. 세호야.”

백수진. 10세.

그녀는 세호를 위 해 소중한 것을 내 려놓을 각오가 되 어 있는 소녀 였다.

“약속. 꼭지켜줘야 해.”

“응!,,

세호가 환하게 웃으며 스티커를 손등에 붙여주자 수진은 마음이 채워지

는 것이 느껴졌다.

“흐음... 이번 주는 뭘 좀 해줄까...”

냉 장고를 연 나은은 눈을 위 아래로 굴리 며 안쪽을 스캔했다.

“왜.벌써 먹을 것 다떨어졌어?”

소파에 누워 팔을 괸 채 티비를 보는 민호.

민호에게서는 누가 보더라도 중년 아저씨의 느낌이 나고 있었다.

“아뇨. 있기는 한데 애들 최근에 맛있는 걸 별로 안해준 것 같아서.”

“만날 맛있는 건데 뭘.”

메뉴가 단촐한 날은 있어도, 음식의 맛이 없는 날은 없었다.

연애를 할 당시 에 도 요리를 잘 했었는데,이 제 그녀는 주부 10년차.

민호는 늘 할머니 가 되 거든 식당을 차리자며 나은을 꼬드기고 있었다.

“이따가 돈까스나 해줘 야겠어요. 나 시장 갈 건데, 오빠도 갈래요?”

“어.그러지 뭐.”

런닝 차림에 반바지를 입고 있던 민호가몸을 일으켰다.

“오빠. 진짜 지금 아저씨 같은 것 알아요?”

수염도 민 지 이틀이 지난 현시점.

나은은 암만 남편이라지 만 너무 강력한 아저씨력에 한 소리 했다.

“애가 둘이나 있는데 내가 아저씨지 뭐야. 그럼.”

티 셔츠를 챙 겨 입 고 차키를 챙 긴 민호가 현관을 나서 자 나은도 따라서 차

에 탑승했다.

“요즘 그래도 세호 잠잠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전화는 안 오나보지 ?”

하도 학교에 서 전화가 자주 왔기 에 나은은 이제 엄 마보다 아이 담임의 목

소리를 더 자주 듣는 느낌이었다.

“네 .그 수진이? 세호가 예쁘다고 한 아이 있잖아요.”

“어.”

“걔 랑 놀기 시 작한 이후로 좀 잠잠하더 라고요.”

“그래 좥 역시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된다니 까.”

나은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민호는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민호는

종종 상상하고는 했다.

어쩌면 아마 지금도 결혼을 하지 못했거나, 뭔가 정체를 알수 없는 여자에

게 퐁퐁당해 착취 당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렇게까지 소설을 쓰는 일을 서포트해줄 사람을 만

날확률을 거의 0이라고 민호는 확신할수 있었다.

“하긴 나만한 여자 없기는 하죠.

나은이 기분 좋은 듯 씨익 웃자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세호는 정상적인 와이프 데려왔으면 좋겠기는 한데 말이지.”

“와... 오빠. 지금 나랑 결혼 잘못했다는 소리에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만 뭔 가 며느리 가 너 같은 애 라고 한다면…”

민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는 그냥 눈감아줘야지. 뭐.”

역시 아비는 아들을모르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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