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221화 (221/276)

땘 221화〉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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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자신의 손등 위에 붙여진 스티커를 내려다본 수진은 입꼬리가 씰룩거리

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뭐야? 무슨 스티커야?’,

옆자리에 짝꿍 미연이 묻자 수진은 화들짝 놀라며 다른 손으로 손등

을 가렸다.

"아.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수진과 세호의 관계는 비밀.

수진은 이것을 결코 남에게 밝힐 수 없었다.

"에이〜 그러지 말고 보여.’,

짜악.

미연이 무리하게 스티커를 보고자 수진의 손등을 건드리려 하자 수진

은 본능적으로 손에 힘을 너무 강하게 주어버렸다.

찰진 소리와 함께 맥없이 미연의 손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미안.’,

"아... 아냐...’,

맞은 미연도 당황했지만 때린 수진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수진은 그렇게 예민한 아이가 아니었고, 폭력적인 아이도 아니었기

에단 한 번도 다른 아이에게 손찌검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냥 이거 좀... 비밀 같은 거라서... 미안해…’,

아닌 것은 아닌 것이었다.

"아... 그럼 내가 미안하지.’,

미연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자 조금은 붉어진 그녀의 손등의 수

진의 눈에 들어왔다.

"내가 미안하니까 내일 초콜릿 줄게. 알겠지?’,

"정말?’,

조금은 풀어진 분위기에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수업이 시작되

었다.

평소에는 언제나 수업에 집중하던 수진이었지만 오늘은 자꾸 세호의 생

각에 선생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입은 옷 정말 좋았어!]

[자. 이거 내가 붙여줄게!]

[다음에도 내가 스티커 또 줄게!]

”수진아큹"

”백수진큹"

미연이 손톱으로 팔꿈치를 톡톡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네!’,

"그거 밑에 문장 읽어볼까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수진이 헤매자 미연은 친절하게 어디를 읽어야하는

지 짚어주었다.

"아이들은 하하호호 즐겁게 다시 놀았습...’,

선생님이 지정한 부분을 모두 낭독에 성공한 수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세호가 너무 좋은데…

자꾸 자신이 이상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埌埌埌

세호는 역시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야 엄마 같이 아름다운 미인을 아내로 맞이했지 않는가!

세호도 세화도 엄마 아빠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하

는아이들이었다.

언젠가 아빠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빠! 엄마같이 예쁜사람이랑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음... 일단 착하게 잘 대해줘야지 그 사람도 좋아하겠지 ?]

[그럼 그냥 착하게 만 해주면 나도 엄마 같은 사람이 랑 결혼할 수 있어 ?]

[글쎄... 그걸로는 쪼오끔 부족한 것 같고 아빠 생각에는… 음...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진이는 분명히 스티커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비록 지 난번처 럼 따로 하나를 통째로 준비한 것은 아니 었지 만 뫫라는 숫자

를 받은 것만으로도 수진이는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다음에도 말을 잘 들으면 낗이 적힌 스티 커를 줘 야지 생 각하는 세호.

아빠가 말하는 대로만 하면 분명 수진이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학교가 마치고 민호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지만 나은은 보이지 않았

다.

“아빠! 엄마 없는데요?”

커 다란 목소리로 엄 마를 불렀음에도 대 답이 없자 아이 들이 민호에 게 질

문했다.

“엄 마. 잠깐 나가셨나보지. 놀고들 있어! 아빠가 엄마 데 려올게."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민호는 나은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마당을 빙그르 돌아가 민호가 도착한 곳은 자신의 작업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잠금을 해제하자 자신의 아내가 마우스를 까딱거리

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어? 뭐야? 벌써 왔어요?”

“벌써라니. 시간을 좀 보라고.”

오후 꿓시.

아이 들이 돌아오고도 남을 시 간이 었다.

“세상에 내 정신 좀봐.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애들오는 줄도몰랐네요. 얼

른 가봐야겠다.”

“그림 봐봐.

99

10년이 지나며 그 많은 소설들을 썼음에도 민호의 모든 소설 삽화들은 나

은이 담당해주고 있었다.

보통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작업을 해주고는 했

는데, 아이들이 점점 커감에 따라외주보다는 민호그림만해주고 있는 쪽으

로 노선을 틀었다.

“자요.”

아직은 채색 단계였지만 그럼에도 최종 결과물이 멋지리라는 것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제는 옷 입은 것도 잘 그리네.”

민호가 피식 웃으며 나은의 머리를 헝클어트리자 나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민호를 올려다보았다.

“원래 잘그렸거든요.”

“그래도 신혼 초반에는 야짤만 그리려고 했잖아.”

나은이 야짤을 전문으로 다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은 그녀가 본인이 가장 그리 면서 즐거워 한다는 점과 두 번째

는 그녀는 인체를 야하게 그리는 데 본인이 재주가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민호도 전연령 소설을 쓰고, 아이들 생각도 하니 언제까지고 그것

만 그릴 수는 없는 노릇.

자연스럽게 나은은 옷을 입고 있는 다른 캐릭 터들을 그리는 연습도 많이

하게 되 었고, 지금은 어 디 내놔도 남부럽 지 않은 그림을 그려주는 베테 랑 일

러스트레이터 가 되 었다.

“온 김에 말이나하고 가요.뭐 고치고싶은 거 있어요?”

민호가 현재 쓰고 있는 작품.

[결혼도장은 신중하게.]

이런 로맨스물의 특성상 당연히 여자주인공이자 아내 될 여자의 비쥬얼

이 중요했다.

반듯하게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연분홍색 앞치마와 한손에 쥐고 있는 국자가누가봐도 ‘아내’라는 이미

지에 딱 들어맞았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허허.”

실제로 그림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나은이 모든 작업을 다 무상으로 해줬

기에 민호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그림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술 먹고 사실 그때 말이야〜 가슴 사이즈가〜 이딴 소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 해요.”

“아니. 그때는 진짜 취해서 그랬다니까...”

머쓱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민호.

나은은 훌륭한 그림 작가임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100점짜리 그림

을 그린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당연히 마음속에 자그마한 불만 사항 정도는 품고 있었지 만 그걸 내색

하지는 않았다.

한 번 입을 다물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그래 했어야하는데 , 민호는

과음을 한 날에 취중고백마냥 나은에게 일러스트 아쉬운 점을 토해낸 적이

있었다.

[왜...왜...젖통이 이렇게 작은 거야...? 젖통은크면 클수록좋다고...!]

[솔직히 점 위치는 팔뚝보다는 가슴 위 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 야? 너 꼴잘

알이잖아... 감다 죽었네〜]

[에잉〜 벗겨놓은 건 그렇게 잘그리면서 왜 옷만 입히면 이렇게 밋밋하냐.]

당시 술에 그닥 취하지 않았던 나은은 얼탱이가 없어서 그냥 민호를 재웠

고, 민호는그다음날내내 나은이 밥을차려주지 않아라면만 먹게 되었다.

물론 팔다리 가 닳도록 싹싹 빌기는 했다.

[내가 정신이 잠깐 나갔었다.]

[잠깐외신이 자신에게 빙의했었다.]

[그래도 나는 네 그림 아니 면 앞으로 소설 표지 만들 생 각도 없다.]

말이 되 는 이 야기부터 말이 안 되 는 이 야기 까지 어 떻 게든 쥐 어짜고 나서

야 나은은 간신히 화를 풀었다.

그 당시에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지.

이제는 그냥 일러스트 작가랑불협화음이 나는것이 아니었다.

가정이 흔들리는 일이었다.

“아무튼그래서, 진짜 없어요? 빨리 말해. 나 애들보러 가게.”

“응응. 없어없어. 좋으니까 얼른 가봐.”

“오빠도 같이 가요. 낮에 글 쓴 거 아니에요?”

나은이 손목을 붙잡자 민호는 차마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질질 끌려서

정문으로 돌아갔다.

“얘들아! 엄마 왔다〜”

나은이 슬리퍼를 벗고 안으로 들어오자 세화가 달려와 나은에게 안겼다.

“엄마!”

“응〜 우리 세화〜 학교 잘 다녀왔어?”

“네!”

세화는 엄마가 안아주는 게 좋았다.

평소에 세호랑 같이 들어오면 항상 나은은 한쪽 팔로만 안아주고는 했는

데, 이렇게 온전하게 두 팔로 안기는 것을 더 선호하는 세화였다.

“세호야! 엄마 오셨다!”

민호가 큰 목소리 로 외 치 자 씁층 계 단에 서 부터 우당탕탕 소리 가 났다.

“엄마!”

계단에서는 뛰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절대로 듣지 않는 세호였다.

“응〜 세호〜 이리내려와〜”

“응!,,

마지막 세 칸은 점프가국룰.

세호는 마치 무사라도 된 것처 럼 한쪽 무릎으로 바닥에 착지를 하고는

오도도 엄 마 아빠에 게 달려 갔다.

“세호도 오늘 학교에서 잘 지냈어?”

“응! 오늘도 좋은 일 있었어요!”

“뭔데?”

아들이 기쁜 일은 부모도 당연히 기쁜 법.

하지만 이번에 아들이 하는 이 야기를 들은 부부는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수진이한테 스티커를줬는데 엄청 좋아했어요!”

“또 사다준거니?”

혹여 아이가 자기네들 모르게 여자아이에게 물건을 사다 받치고 있나 싶

었던 나은.

“아뇨! 그때 엄마줬던 거 숫자1 있잖아요.”

아들이 준 건데 버릴 수는 없어서 냉장고 위에 스티커를 붙여둔 나은이었

다.

99

“으으

O 으•

“그거에서 숫자 낗 줬어요!”

“그 숫자가 무슨 의 미 가 있는 거 야?”

가만히 듣고 있던 민호가 세호에게 질문했다.

“음... 그냥 레벨업? 같은 느낌으로 주고 있어요!”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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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수진이가 좋은 일을 할 때마다 내가 하나씩 주기로 했거든요.”

“좋은 일이라는 게 뭔데?”

나은이 질문하자 세호는 눈알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굴렸다.

“그건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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