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21 뫫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옷장 앞에 선 수진은 두 문을 활짝 열 었다.
딸아이 한 명만 기르고 있는 집 이었기에 수진은 그야말로 금지옥엽.
수진의 부모님은 극진한 정성으로 그녀를 키우고 있었다.
서랍장을 연 수진은 일단 자신이 갖고 있는 옷들을 스윽 둘러보았다.
밝은색깔 옷...
평소에 그렇게 밝은 색을 즐겨 입지 않았기에 수진은좀처럼 세호가 알
려준 색상의 옷들을 찾기 힘들었다.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엄마가 애써 잘 접어둔 옷을 파헤치는 수진.
“수진아〜 과일 먹자〜”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를 위해 참외를 깎아온 수진 엄마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머...! 수진아뭐하니?”
수진이 거의 옷장에 있는옷들을모조리 끄집어내 침대 위에 늘어놓자 당
황한수진 엄마는 접시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딸에게 물었다.
“없어...”
“뭐 가없어?”
“노란색 옷이 없어.”
세상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수진.
“나 왜 노란색 옷이 없지 ? 엄마?”
수진에게 노란색 옷이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노란색 자체에 수진이 그렇게 열렬하게 환호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컸
으며, 엄마의 눈에는노란색이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수진이 갑자기 왜 노란색 옷 찾아? 노란색 옷이 갖고 싶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했지만 갑자기 노란색에 꽂힌 것이 의아하
다는 생각이 든 수진 엄마였다.
“응. 나 노란색 옷.”
“왜?,,
“세...”
세호가 노란색 이 예쁘다고 해줬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녀의 머릿속에
세호의 음성이 스쳐지 나갔다.
[대신 이거 내가 줬다는 건 비밀이 야.]
세호와수진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
여기서 약속을 어겨버린다면 수진은 더 이상 세호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
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세?”
엄마가 주춤하는 딸의 말을 반복하자 수진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새 옷이 갖고 싶어!”
어떻게든 급하게 드리프트를 성공해낸 수진.
슬그머 니 엄 마의 눈치를 보자 엄마는 황당하다는 웃음을 지으셨지 만 이
내 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럼 엄마랑 주말에 새 옷 사러 갈까?”
“응... 나노란색 옷 갖고 싶어. 부... 분홍색도!”
“분홍색은 이미 있는데?”
“그래도 더 갖고 싶어! 더 많이 !”
아이가 이렇게까지 옷에 대해 어필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수진 엄마는 긍
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래그래. 아빠랑 엄마랑 이번주 토요일에 같이 수진이 옷 사러가자.
알겠지?”
“응!,,
수진은 이로써 10이 라는 숫자를 탈출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이 생겼다, 그리 생각했다.
:k * *
세호와 세화의 주말 일정은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평일에 학원을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주말까지 공부를 시킬 생
각이 아직 없던 부부는 각자 원하는 것을 배우게끔 지원해주고 있는 상태.
“엄마! 나 오늘도 골 넣고 올 거예요!”
평소에 준비물을 잘 챙 기지도 않던 세호는 어린이 축구 클럽에 나갈 때만
큼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물병과 장비들을 챙겼다.
“세호.오늘은골 몇개 넣을 건데?”
“최대한 많이요!”
아직 출발도 안했음에도 몸을 풀겠다고 집 안을 이리저리 뛰 어다니는 세
호.
“…시끄러워.”
목소리의 주인공은 씁층에서 눈을 부비며 내려오는 세화.
세화는 주말만 되 면 본능에 충실해 지는 자신의 쌍둥이를 짐승 같다고 생
각했다.
“세화. 일찍 일어났네〜”
세호를 태워주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민호가 양치를 하다 말고 아침
인사를 건네자 세화는 쪼르르 계단을 타고 내려가 아빠의 허리를 끌어안았
다.
“아빠. 쟤 시끄러...”
...효과는 굉장했다.
“세호야. 뛰 지 마라. 가기도 전에 다친다.”
조금 전까지 저지할 생각이 하나도 없었지만 딸아이의 한마디에 태도가
급변한 아빠.
하지 만 이 미 자기 세 상에 빠진 세호는 의 자를 상대 편 수비 수라 생 각하면
서 요리조리 발을 멈추지 않았다.
“슈웃〜”
혼자 망상에 빠져 세레머니까지 하는 아들을 보며 부부는 너털웃음을 터
트렸다.
두 사람 다 저런 성격과는 거리가 있었는데 저런 구석은 도대체 누구를 닮
았단 말인가.
나은의 생 각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건 아마 제 외 할아버 지를 닮지 않았을
까 싶었다.
외 할아버 지 는 시 골을 내 려 갈 때마다 세 호와 가벼운 캐 치 볼을 해주시 고
는 했다.
“세화도 이따 미술가야지.”
“응.오늘은 지난번에 사진 찍은우리집 화분그릴 거예요.”
세 화는 나은의 손재주를 그대로 타고 났는지 압도적 인 그림들을 자랑했
다.
오죽하면 미술학원 선생님이 그림 제대로 시켜보실 생각이 없냐고 한 수
준.
나은도 민호도 재주를 높이 사기는 했지만 일단은 아이가 커가며 하고 싶
다고 하는 것을 밀어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거 잘그리면 외할머니 한 장드려도괜찮을까?”
“...예쁘게 잘그리면요.”
시댁에는이미 한장해서 드린 상태.
어머님 이 너무 좋아하시던 걸 떠올리면 자기 엄마한테도 해주고 싶었던
나은이었다.
“세화는 엄마 닮아서 이번에도 잘 그릴거야.”
“아들! 이제 가자!”
아빠가 현관에 서 신발을 신자 세호가 오도도도 달려 가 축구화를 신 었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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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요〜”
나은이 현관에 서 부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빠랑 둘이 차에 타는 것을 세호는 상당히 좋아했다.
“안전벨트 메야지. 세호.”
“응!”
참으로도 별 것 아닌 이유였지만 세호는 앞자리에 타는 것을 좋아했다.
앞도 잘 보이고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평소에 가족 다같이 이동하면 이 자리는 언제나 엄마의 자리였다.
인근축구장까지 걸리는시간은 약20분.
보통 두 시간 정도 수업을 들었기에 민호는 언제나 집에 들렀다 을까 커피
라도 하나 사서 아들 하는 거 구경 이 나 하다을까 고민 이 었다.
“슉.슈쥭.”
축구 연습이라도 하는 건지 정신 사납게 몸일 이리저리 비트는 아들놈.
“세호야. 아빠 운전 중이 다.”
“슉.슈쥭.”
결국 민호가 꿀밤을 쥐 어박고 나서 야 멈추는 세 호였다.
“나갔다올게!”
세호가 무사히 운동장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민호는 그대로 차를 돌
려 커다란 카페 채인점으로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하나요.’,
트렁크에 언제나 노트북을 구비해뒀던 민호는 커피를 챙기고는 주섬주섬
씁층으로 올라가 창가에 자리 를 잡았다.
작가한겨울.
웹소설 경력 10년차.
제법 이름있는 히트작들을 이후에도 흥행시킨 민호는 이미 다른 씁차 창작
물들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상태 .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는 웹툰이 나온것은 물론 애니메이션화까지도 진
행되 었다.
몇몇 차기작들도 엇비슷한 수준의 흥행에 성공한 한겨울에게 있어서 이
제 소설은 취미 생활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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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의 제목은 [결혼 도장은 신중하게.]
"흐으음... 여기서...’,
민호는 본인의 결혼에 대해 후회 한 적은 없었으나 주변 사람들의 결혼 생
활을 지켜본 결과, 아주 괜찮은 소설이 나올 거란 예감이 들었다.
육아물과 로맨스물이라는 큰 틀에서 작성하고 있었지만 안쪽을 살짝만
벗기면 그 안쪽에 닮겨 있는 건 삶의 애환과고달픔.
애들을 재우고 혼자 라면을 끓여먹는 씬을 쓰던 민호는 자신의 가정에 온
도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를해야만했다.
"일단 이 정도 쓰고...’,
한 시간 정도 섰음에도 작성할 수 있는 분량은 여전히 반 편.
글 쓰는 속도는 커리 어와 상관없이 여전했다.
다시 세호를 태워서 집에 가야겠다 싶었던 민호는 주차를 하고 구장 안으
로 들어갔는데...
"헨 ••• !日 헨 ••• !日 헨 ••• !"
日
축구 경 기를 뛰 는 것이 아니 라 축구장 외 곽을 달리 고 있는 두 소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어린이 축구 클럽 인원은 맞는 것 같은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민호는 자동으로 눈살이 찌푸러졌다.
왜냐하면 달리고 있던 애들 중 하나는 세호였기 때문이었다.
-삐이이익!
이윽고 선생님의 휘슬이 울리자 아이들은 경기를 마치고 중앙으로 모여
들었고, 외곽을 달리고 있떤 두 소년도 가쁜 숨을 몰아쉬 며 그쪽을 향해 걸
어나갔다.
"자. 오늘 다들 고생들 많았고, 이제 마무리 스트래칭할게요!’,
마시 다 남은 커피를 관중석 에 기 대 앉아 쭉 빤 민호는 도대 체 아들놈은 또
무슨 짓을 했기 에 축구하라고 보내 놨더 니 저 러고 있나 싶었다.
’’지훈이 랑 세 호! 앞으로 그러 면 또 경 기 안 시 키고 체 력훈련할 거 예요. 알
겠어요?’,
선생님이 두 사람에게 경고조로 말하자두 아이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대답했다.
"네.’,
"...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선생님이 해산을 선포하자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부모를 찾아 고개를 이
리저리 돌렸다.
"세호야!’,
민호가 세호를 향해 손짓하자 아들은 나갈 때와는 상반되 게 기분이 나쁘
다는 얼굴로 민호를 향해 다가왔다.
"왜 그래.오늘무슨 일 있었길래 축구도못하고그랬어.’,
"...지훈이가 잘못했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원했지만 돌아오는 건 남탓.
"세호야. 차근차근이야기해야지. 그렇게 말하면 아빠가못 알아듣잖니.’,
민호가 세호에게 핀잔을 주자 세호는 그제야 제대로된 정보를 민호에게
알려주었다.
"..너 같은 애가세화랑 쌍둥이인게 말이 안된다고 해서 축구하다몸싸움
했어요"
민호는 어쩌 다 이 렇게 리틀 쌈닭같은 아이 가 나왔을까 한숨을 푹 내쉬 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