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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16화 (216/276)

땘 216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흐으음〜”

세호에게 남은 시간은 약 io분 남짓.

문방구 매대 앞에 선 세호는 위 아래로 눈을 굴린 후 최대한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고르고자 노력했다.

“이거주세요!”

세호와세화의 용돈은 1주일에 3000원.

민호 부부는 아이들에게 학년이 오를 때마다 1000원씩 인상해주고 있었

다.

1달을모으면 12000원.

1년을모으면 무려 10만원이 넘는금액.

평소에 학원 쉬는 시간에 삼각 김밥 정도 사먹는 세호에게 민호 부부의 용

돈은 모자람이 없는 금액 이 었다.

그런 세 호가 오늘 큰마음 먹고 구매 한 것은 도합 4000원 어 치 스티 커.

하나는 알록달록한 여자애들이 좋아할 법한 느낌의 스티커였고 다른 하

나는 예쁜 캘리그래피로 숫자가 적혀 있는 검정색의 스티커였다.

“감사합니다!”

무려 1주일 용돈 이상을 투자한 세호는 가방 안쪽에 스티커를 고이 넣어

두고는 학교를 향해 와다다 달려 갔다.

“이세호.”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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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늦지 않게 도착하자 세화는 세호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뭐 샀어? 내려서.”

“준비물.,,

시치미를 떼는 세호.

수진에 게 줄 선물을 샀다고 하면 세화가 놀릴 것은 뻔한 이야기 라고 생각

했다.

“..오늘 준비물 없잖아.”

“아. 샤프 새로 사고 싶어서 샀어.”

대충 떠 오르는 물건을 아무거나 말한 세호였지 만 영 민한 세화는 그럴 리

가 절대 없음을 한 눈에 간파했다.

“봐봐.”

“싫어.”

“왜 싫은데.”

“그냥 싫어.”

보여주고 싶어도 없으니 보여줄 수가 없었던 세호는 제발 수업이 시 작하

기를 기도했다.

이 집요한 쌍둥이 같으니라고.

집에서는 엄마가 자신을 감시했다면 학교에서는 세화가 자신을 감시하는

느낌이었다.

다행이 타이밍 좋게 종소리가 울렸고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자세

화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여 러 분들 좋은 아침 이 에요〜 첫 시 간은 국어 니 까 다들 교과서 페 이 지 39

쪽 펴봐요〜”

쌍둥이는 서로 다른 망상을 하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자 학생들은 차례에 맞춰 우르르

식당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급식에 진심인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뛰지 말라는 경고에도 와다

다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수진아! 교실 안 올라가?”

“아. 응! 먼저 가!”

점심 급식을 다 먹은 수진은 오늘은 일이 있다며 항상 같이 놀던 친구들을

뒤로 하고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진정.

또진정.

심장이 콩닥콩닥뛰는 것이 느껴진다.

어제 학원에서 자신의 어깨를 끌어당기던 세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화는 분명 세호가 못된 아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세호는 자신에게 특별

하다고 말해주었다.

상대 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소극적 이 었던 수진은 그 말의 근거 가 무엇인

지 알수 없었으나그 말자체가너무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그 잘 생 겼다고 소문난 세호가.

성격이 안좋기로유명한 미남이 나에게…? 어째서...?

마치 동화 속 공주님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어린 아이

인 수진은 그러기가 어려웠다.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외모.

신경 쓴다고 입고 온 블라우스이 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예뻐 보이는지

는 모르겠는 그녀 였다.

머 리 카락을 잘 정리 한 수진은 그대로 화장실 문을 열고 체육관 뒤 편으로

향했다.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을 지나 도착한 체육관 건물.

수진은 두리번거리며 세호를 찾았다.

설마 자신을 놀리려고 안 나온다던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찰나.

“수진아!”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세호.

세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수진은 반가움을 참을 수 없었다.

“어... 안녕?”

오른손을 위로 들어 건네는 어색한 인사.

“나와줬구나! 고마워.”

비록 어제 학원에서 세화 때문에 추태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다행 이 수진

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야네가 불렀으니까...”

“아. 싫은데 억지로 나온 건 아니지?”

눈을 동그랗게 뜬 세호가 조심스레 물어보자 수진은 세화의 경고를 잊어

버리고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아냐아냐. 그런건... 아니야…”

“그래? 다행이다.헤헤.”

“그건 뭐야?”

수진은 세호가 손에 쥐고 있는 자그마한 수첩 사이즈의 비닐들을 발견했

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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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응. 내가 너한테 주고 싶어서 오늘문방구에서 사왔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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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호한테 선물을 받은 여자아이 라니

필통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여자애는 봤어도 선물을 받은 여자애 따위는

들어도 보지도 못한 수진이 었다.

“응.보여줄까?”

- 꿀꺽

수진의 목구멍을 타고 넘 어 가는 침 .

세호가손을 들어 올려 수진이 앞에 스티커를 보여주었다.

“우와. • • ”

딱히 스티커를 모으는 취미는 없었지 만 귀 여운 이모티콘들이 옹기종기 모

여 있는 스티커는 소녀의 환심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어때? 마음에들어?”

a

응!”

“ 자.”

세호가 첫 번째 스티커를 수진에게 건네자수진은 가슴이 콩콩 뛰는 것만

같았다.

“진짜나 가져도 되는거야?”

“응. 대신 이거 내가 줬다는 건 비밀이야?”

“왜?,,

엄 마한테도 자랑하고 싶 었고 짝궁에 게 도 자랑이 하고 싶었던 수진 이 었다

“그래 야 우리 사이 가 더 특별해지는 거 니까.”

결코 어 린아이 가 할 법한 말은 아니 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가정교육의 산물.

민호가 무심코 아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세호는 그대로 또래 여자아이

에게 써먹고 있었다.

[세호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엄마 아빠한테는 항상 솔직했으면 좋겠어.

알겠지?]

[비밀은 안좋은거예요?]

[비밀이 안 좋다라... 음... 뭔가를 숨기는 건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아빠

생각에는.]

[그럼 좋은 점도 있어요?]

[비밀이 좋은 점을굳이 하나얘기해주자면...그래.]

[비 밀을 나눈 사람들끼리는 특별한 사이 가 된 다는 거지.]

수진은 세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또다시 ‘특별’이라는 단

어에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다.

a

그럼 비밀로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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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 야. 이걸로 너랑 나는 조금 더 친해진 거야.”

세호는 순순히 자신의 지시를 따른 수진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게임 속 몬스터를 쓰러트린 것과 비슷한 짜릿함.

“수진이 너는 어느 동네 살아?”

“나는 희망아파트.”

“오! 희망아파트에서 그렇게 안 먼데.”

“진짜? 세호 너는 어느 아파트 사는데 ?”

“아〜 나는 아파트는 아니고. 집에 살아!”

세호는 자기 집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아이였다.

다른 친구네 집도 놀러 가 봤지만 민호네처 럼 씁층집은 거의 없었으며 대부

분 마당도 없는 아파트나 빌라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란히 화단 턱에 쪼그려 앉은두 아이는 서로의 집에 대해 옹기종기 대화

를나눴다.

“그래서 봄에는 엄마랑 세화가 예쁜 꽃도 많이 심어둔다? 진짜 예뻐!”

“나도 가보고 싶다.”

“내가나중에 더 친해지면 엄마아빠한테 얘기해볼게!”

세호와대화를 하면 할수록 수진은 세호가왕자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외모만 멋진 것이 아니라친절하기도하고.

게다가 집에는 마당이 있다니 !

“그러면... 너도 나중에 우리집 놀러올래?”

물론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야겠지 만 제의를 받은 이상 돌려줘 야한다는

것이 수진의 생각이었다.

엄마도 분명 세호 같이 멋진 친구가놀러온다면 기뻐하시리라.

“응! 좋아!”

이제 얼마남지 않은 점심시간.

두 사람은 머지 않아 이 짧은 만남의 끝을 봐야만 했다.

“수진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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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한테는 치마가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

어느 정도 수진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세호는 어떻게 하면 수진이 더

예뻐 보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이 야기를 꺼 내기 시 작했다.

“옷 색깔도 흰색이나 검정색보다는 분홍색이나 노란색 같이 밝은 옷들이

잘 어울릴 것 같아.”

a

아.”

세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수진은 점점 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분명... 내가옷을 이상하게 입어서 저렇게 이야기하는 거겠지...?

“다...다시한번만 이야기해줘.”

기억.

기 억해둬 야만 했다.

다음에 세호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으려면 세호가 알려주는 대로 입고

와야만 했다.

“다시 이야기 할게.너는치마가더 잘어울리는것같고,밝은색깔옷들이

얼굴이 랑 잘 맞을 것 같아.”

수진은 몇 번이고 입으로 세호가 한 말을 되뇌 였다.

잊어서는 안됐다.

교실로 돌아가면 꼭 메모를 해서 집 에 가져 가리 라.

“자.그리고이것도 줄게.”

또다른 스티커를 손에 쥐고 있었던 세호는 포장을 뜯어 스티커 두 장을 수

진에게 내밀었다.

숫자 10이 적혀있는스티커 한 장과 검정색 하트가그려져 있는스티커 한

장.

“이거는... 그냥나 가지라고?”

“응! 대신 다음에 만날때 아직 그거 갖고 있다는 것만보여줘.”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숫자 10이 야?”

혹시나 다른 의미가 있나 싶어 물어본 수진은 세호의 대답을 듣지 않는 편

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가 10번째로 친한 여자애니까.”

고점을 찍었던 수진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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