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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13화 (213/276)

땘 21 꿓화 > 그 쌍둥이는 사랑을 한다.

세호와세화는 수요일과금요일에는 같은 영어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제법 규모가 큰 대형 학원이었기에 같은 학년임에도 반이 나눠져 있었는

데 세호는 기초반인 라일락반. 세화는 심화반인 장미 반이 었다.

“자! 오늘 단어 시험 재시험자들선생님이 불러줄게!”

제발...제발...제발요...!

세호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간절히 소리쳤다.

한 번 시험을 볼 때 출제되는 단어는 총 20개 정도.

객 관적으로 엄청 많은 양이 라고 생 각되 지 는 않았지 만 공부를 적 당히 한

세호는 재시험 컷이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백주원”

저 놈은 원래 바보고.

“김지민.”

얘는좀의외인 거 같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 저기서 나만호명 안된다면...!

하지 만 혹시 가 역시라는 법 이 괜히 있는 법 이 아닌 법.

“이세호.”

선생님의 최후통첩이 전해지자세호는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포즈로

비명을 질렀다.

“끼에에에엑!”

이럴수는 없었다.

집에 돌아가면 진호랑 같이 게임하기로 약속까지 해놨는데, 세호는최대

한 비굴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향해 걸어갔다.

“쌤...”

“응.세호야.”

“저 몇 개 틀렸어요?”

“嬖개.”

아까 수진 이를 꼬신 다고 까불지 않았다면 오늘은 살아남을 수 있었으리

라.

재시험 조건은 80점 이하일 경우.

딱 하나만 덜 틀렸더 라면 이 런 비참한 신세는 면할 수 있었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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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미반세화랑 같이 가야해서... 엄마가데리러 오시거든요...?”

10살 꼬맹 이 가 머 리를 굴린 것 치 고는 제 법 이 었지 만 이 미 베 테 랑인 학원

선생님의 눈에는 귀 엽게만 보였다.

“그래서?”

“저 딱 한 개 더 틀렸는데, 혹시 그냥 보내주실 수...

99

“안돼.”

“아. 쌤. 다음에 진짜로 다 맞을 테니깐.”

“그래도 안돼. 여태 다섯 개 틀린 다른 친구들도 다 나머지 공부 하고 갔잖

니. 세호야. 그리고 어머님한테는 이미 문자 갔으니까.”

엄마한테 문자가 갔다는 소리에 세호는 손발이 벌벌 떨렸다.

아. 난죽었다.

“네...”

입에서 혼이 나가는듯한 느낌.

세호는 처량한 얼굴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세화…보나마나 내가재시험인 걸 알면 비웃겠지.

그리고 약 30초가 지난후 아니나 다를까.

콩콩

누군가 유리 문을 두드리 는 소리 에 고개 를 돌린 세 호는 바로 인상을 팍 썼

다.

대놓고 조롱 섞인 웃음을 짓고 있는 이세화.

그리고 그 옆에는...

“어...?”

세화 옆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식별하자마자 세호는 의자에서 바로 일

어나문을 향해 튀 어나갔다.

“백수진?”

“으에? 99

수진은 난데없이 자신을 부르는 세호의 목소리에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

다.

오늘 수업 시간 내내 세호 탓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수진은 세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고장 난로봇처럼 삐거덕거렸다.

“이... 이세호?”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세화가 의외 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자 수진은 또다시 말을 더듬었다.

“아... 어 • •• ”

흥미롭다는 듯이 세호를 바라보는 세화.

“처음 듣는 얘긴데?”

그 물음이 가소롭기라도 하다는 듯이 세호는 수진의 어깨에 손을 얹어 그

녀의 몸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a

아.”

당황해버린 탓에 또다시 감탄사가 흘러나온 수진과 달리 세호의 대처는

무척이 나 자연스러웠다.

“왜. 나도 친한 여자애 있을 수도 있는 거지 뭐.”

“풉.근데 그렇게 멋있는척 하기에는너. 단어 재시험 아니야?”

세호는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재시험 이야기가 나오자 인상을 파 쓸 수밖

에 없었다.

“…사연이 있었어.”

“그 사연이라는게 엄마몰래 게임하다가공부를 끝까지 못해서는 아니겠

지?”

이 이상 세화와 대화를 하는 건 앞으로의 계획에 크나큰 걸림돌이라는 것

이 되리라 판단한세호는 순순히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그건 알아서 생각하시고.수진아! 내일 약속 잊지 말고!”

다시 단어 공부를 하러 들어간 세호.

남겨진 세화는 등을 돌려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진을 바라보았다.

“수진아.”

“...응?

99

“세호가 좋아?”

난데없는 질문에 수진은 잠시 멍한 얼굴을 하더니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

었다.

“아니좥 나오늘 쟤 처음 알았어. 좋... 좋아한다던지 그런 게 있을 리가.”

“흐으음〜 그렇단 말이지?”

세화의 눈은 분명히 웃고 있었지만수진은 어째서인지 그녀의 표정이 조

금은 무섭게 느껴졌다.

“세 호... 나랑 쌍둥이 기 는 하지 만 그렇 게 착한 애 는 아니 니 까 너도 조심 해.

알겠지?”

“ 아...”

아예 완벽한 타인이었더라면 쉽사리 저 말에 호응해 줄 수 있었겠지만 뭔

가 가족 앞에서 그 사람의 험담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수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

“나중에 울어도 난모른다?”

수진은 세화는 그렇게 친한 사이 가 아니 었다.

그저 학원을 같이 다니는 같은 학교 옆반 친구.

학교에서도 같은 반을 한 적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헌데 세화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꿀꺽.

“알겠어.”

“그래그래.나이제 아빠오셔서 가봐야할것 같아.학교에서 보자!”

“응!,,

그 말을 끝으로 책 가방을 멘 세화는 언제나 아빠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

으로 내려갔다.

탈칵.

세화가 차에 올라타자 민호는 보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반갑게 인

사를 건넸다.

“왔어? 세화야?”

“응! 우리 이제 출발해요! 아빠!”

“응? 세호는?”

“엄마가얘기 안해줬어요?세호오늘단어 재시험이라늦게 끝나요.”

민호는 겨우 10살짜리 아들이 학원에 사로잡혀서 집에도 못 돌아온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만 느껴 졌다.

공부야 어차피 고등학교 때 가서 제대로 해도 늦지 않다는 주의였지만

사령관은 한나은 여사님.

민호는 아이들의 교육 전반은 나은이에게 일임하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

다.

“그래서 그거는 언제 끝나는지 혹시 알아?”

“음... 보통 30분? 재시험 봤는데도 또 많이 틀리면 1시간?”

“하아... 잠시만...”

이 걸 기 다렸다가 픽 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세화만 먼저 집에 내려줘 야 하

는지 모르겠던 민호는 휴대폰을 꺼 내들었다.

[어. 여보.]

[왜요?]

[세호오늘 단어 재시험이라는데 이거 뭐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세호 재시험이래요?]

나은도 들은 바가 없었는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나왔다.

[세화가 그러는데?]

[잠시만요.]

휴대폰을 확인한 나은은 세호의 단어 시험 점수와 재시험 안내문을 보고

는 한숨을 푹 내쉬 었다.

그래도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아서 모조리 틀린 것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 하

나 더 틀린 거니까 성적에 대해서 너무 박하게 잔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아... 어쩔수 없죠. 뭐. 잠깐 기다렸다가 와요. 세화 배고프다고 하면 같

이 간식이라도 사먹이고 있던가요.]

[알았어.]

전화를 끊은 민호는 차량의 시동을 끄고는 주머니에 지갑을 챙겼다.

“응? 집에 안가요? 아빠?”

민호가 안전벨트를 풀자 세화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빠에게 물었다.

“응. 우리 세호 기 다렸다가 같이 집 에 가자. 잠깐 요 앞에 가서 핫도그라도

먹고 있을까?”

“우와! 좋아요!”

핫도그는 세화와 세호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들 중 하나였기에 세화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주차장을 빠져 나와 대 로 앞 핫도그 가게 에 들어 간 부녀 .

세화는 메뉴판과 기싸움이라도 하는 듯 전광판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골랐어? 세화야?”

“나 아직 보고 있으니까 말 걸지 말아요. 아빠.”

...이 럴 때 보면 영 락없는 리틀 한나은이 따로 없다는 생 각을 한 민호는 따

님의 분부대로 뒤 편의 의 자에 앉아서 얌전히 그녀 가 고르기까지를 기 다렸

다.

“골랐어요!”

“오.뭔데.”

도대체 무슨 맛을 먹으려고 저렇게 오래 고민하나 싶었던 민호는 세화의

대답에 기 가 쭉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오리지널이요!”

“...빵하고 소시지 밖에 없는데 이거 맞아?”

치즈라던지 칠리맛이라던지 훨씬 토핑이 많이 들어간 메뉴들도 많은데 기

본맛을 고른 세화.

“네 ! 나 오리지널 먹을래요.”

솔직히 딸아이가 아닌 나은이었더라면 어차피 그거 먹을 거면서 뭐 그리

고민을 오래하냐며 핀잔을 줬겠지만, 민호는 아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마음이 약해지는 그였다.

“그래 . 그럼 오리지널 두 개 사서 하나는 세 호 주지. 뭐.”

“...안돼요.”

“응?

99

너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기에 민호는 세화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

다.

“세호는오리지널 안좋아해요.”

“그럼세호는뭐 좋아하는데?”

“치즈맛 좋아해요.”

“그래 좥 우리 세화 세호 뭐 좋아하는 줄도 알고 사이 가 좋네.”

민호의 커다란 손이 세화의 머리를 쓰다듬자 세화의 볼이 살짝 상기되 었

다.

“ • •• 아빠.”

결제를 하고 핫도그를 받아들자 세화가 민호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응? 왜?,,

“세 호한테 는 내 가 치즈맛 추천한 거 비 밀이 에 요.”

“왜 좋은 일 했는데 세호한테 비밀로해.”

민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세화에게 묻자 세화는 발로 툭툭 바닥을 찼

다.

“...세 호는 내 가 좋아하는 핫도그 뭔 지 모르니 까요.”

뭔가자기만세호가무엇을좋아하는지 알고있다는사실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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