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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10화 (210/276)

<210화 >#210. 나의 일러레님 (完)

새 집으로 이사온이후로 이렇게까지 쓰레기가많이 나온 날이 있었나.

아드님과 따님이 입주한 이후로 단출했던 우리의 살림은 어디로 간 건지,

집 안에는 언제나 포장지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이거는 또 뭐야.”

오늘 하루만 해도 온 택배가 약 낗개 정도.

함께 언박싱을 도와주던 나는 가위로 싹둑싹둑 테이프를 뜯어나갔다.

“그거는 애들 장난감.”

“아니. 이미 많이 산 거 아니었어?”

“요즘 그게 제일 아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대요. 약간 인싸템 같은 느

낌?”

...아니. 요즘에는 아가들도 SNS 리뷰 댓글 추천글 남기고 그런 거야?

어떻게 인기가많은지 아는건데.

굳이 따지자면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 아니냐며 테클을 걸고 싶

었지만 하늘같은 아내님의 초이스에 말대꾸를 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잠자코 박스를 차곡차곡 정리해 한 편에 쌓아두었다.

“오빠오빠오빠오빠오빠”

“왜.”

“ 짠.”

고개를 돌리자 나은이는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 포장 안에 담겨져 있던

내용물을 내밀었다.

“완전귀엽죠.”

안에 들어있던 아가들 전용 신발.

진짜 내 손바닥 반 토막도 안 되는 것이 앙증맞아서 나는 피식 웃음이 새

어나왔다.

“줘 봐.”

“자요.”

아가들의 신발을 받아들자 나는 어떻게 사람 발이 이렇게 작을 수 있지라

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 마 아빠도 나를 낳고 이 런 생 각을 하셨으려 나.

아... 진짜 너무 귀엽다...

“우애애애애앵!”

하지 만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

“사모님. 어느 자제분이 부르시는 건지 아시겠나요.”

“아무래도우리 아들내미인 것 같습니다만.”

보통 잠들면 먼저 일어나는 쪽은 세호였다.

상대적으로 잠을 짧게짧게 자는 세호가 울면 언제나 세화가 옆에서 공

명하듯이 함께 울음을 터트리고는 했다.

“오빠. 가서 분유 좀 타고 있어 봐요. 내가 애들 볼게.”

“어.알겠어.”

나은이는 계단을 타고 후다닥 씁층으로 올라갔고 남겨진 나는 부엌으로

들어 가 분유 조제 에 들어 갔다.

내 밥상을 챙겨주는 것도 그렇지만 나은이는 언제나 균형 잡힌 식사에 굉

장히 예민한 아이였다.

지금 당장 우리 집 에서 쓰는 분유도 고르고 골라서 사온 해외 제품.

가격이 좀 있기는 했지만 나도 이런 데 돈 쓰는 것은 아낄 생 각이 전혀 없었

다.

“물을 여기까지 붓고... 그 다음에... 몇 숟갈이더라…”

혼잣말 많이 하면 아저씨 됐다는 건데.

이 제는 애 가 둘이 나 있는 아빠니 까 어 디 가서 아저씨 소리 들어도 반박할

여지가 없는 처지이기는 했다.

설명서를 복습하고 분유를 타서 씁층에 올라가자 우리 공주님 왕자님은 엄

마를 보며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으응〜 그래〜 아르르르르〜 재밌어〜 우리 세호〜”

아들놈은 언제 울음을 터트렸냐는 듯 옹알이를 터트리며 웃고 있었고 세

화는 옆에 누워서 얌전하게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여보. 분유 타왔어.”

“응.거기다 둬요.”

몸을 숙여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자 세화는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우에에에에에엥!”

야! 왜 울어 !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너 왜 우냐니까!

“오빠. 내가애들한테 무서운표정 짓지 말라고했죠.”

젖병을 흔들던 나은이 가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쳐다만 봤다니까?”

“그냥쳐다만봤는데 애가왜 울어요!”

이미 전에 한 번 놀아주겠다고 이상한 표정 지었다가 대참사를 맞이했던

나는 또다시 전과자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나쥰내 억울해.”

“애들 앞에서 비속어 쓸 거예요?”

잘못 씁스택.

나은이의 눈빛에 나는 입을 다물고 스윽 뒤로 물러났다.

“자〜 세호야 맘마 먹자〜”

분유와 모유를 둘 다 먹이는 나은이는 젖병을 들고는 세호를 품에 안았다.

배 가 고팠는지 잘도 쪽쪽 빨아먹는 아들.

앙증맞은 발가락을 꼼지락거 리는 것이 아주 귀 여워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세화도 가서 안아줘요. 오빠.”

“…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우는데?”

“오빠가 이상한 표정 안 하면 안 운다니까요.”

하아... 꼭 보여줘야 믿는건가.

얌전히 누워 있는 세화에 게 다가가 아이를 품에 앉히 자 세화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말똥말똥 올려 다보았다.

“봐요! 얌전하잖아요! 세화 안그런다니까요?”

“…세화야. 이건 얘기가다르지 않니?”

너. 엄마가 옆에서 보고 있다고 나 맥이는 거야? 지금?

내가지 난번에 이상한 표정해서 미안하다고사과도 했잖아.

이건 뭐 애를 탓할수도 없고.

“오빠. 세화분유 먹여볼래요?”

“내가?”

“모유도 아니고 오빠가 못 줄 이유도 없잖아요.”

“잘못할까봐 걱정되는데.”

“걱정하지 마요. 내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까.”

세호를 안아든 나은이는 한 손으로 젖병을 건넸다.

조금은 엉거주춤한 자세.

누가 봐도 초보 아빠인 나는 세화에게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대충 나은이 가 평소에 보여줬던 포즈를 비 슷하게 따라한 내 가 그녀의 눈

치를 슥 보자 나은이는 잘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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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도 배가 고프셨는지 젖병 속 분유가 쭉쭉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음. 오빠. 그만그만. 그쯤이면 됐어요.”

세화의 입에서 젖병을 뽑아내자 뽁 소리가 났다.

“소리 찰지네.”

“배 많이 고팠나보네요.”

이후 우리는 또다시 아이들이 잠들 수 있도록 열심히 놀아주었다.

빙글빙글 돌아가기만 하는 모빌을 아이들은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

조금은 신기한 기분이 드는 나였다.

잘먹고 잘놀고잘자고.

사실 우리 인생의 전성기는 기억이 없을 시절인 신생아 때가 아닐까.

비록 우리 부부의 수면 패턴이 엉망이 되 어가고 피로감은 갈수록 누적되

었지 만 나도 나은이도 초보 엄 마아빠로써 최 선을 다하는 중이 었다.

“휘유... 고생했다…

애들을 다시 재우고소파에 벌렁 드러눕자 나은이는 내 허벅지 위에 그대

로 머리를 얹고 누웠다.

“오빠도 고생했어요.”

그래도 이제 자기 시 작했으니 몇 시 간은 괜찮을 터.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있잖아요.”

요즘 들어 부쩍 장모님과의 통화 시간이 길어진 나은이는 본인의 어릴 적

얘 기를 해주고는 했다.

“응.”

“나는애기 때 거의 안울었대요.”

“효녀네.”

“애기들 오빠 닮은듯.”

애석하게도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던 나는 딱히 반박할 거

리가 없었다.

“그래도 애들 키 크면 그건 내 덕 아닐까.”

“그건 인정이죠.”

“세호 대물되면 그것도내덕.”

“으... 아직 아가인데 그런 소리 꼭 해야 해요?”

살짝 상체를 일으킨 내가 나은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럼 무슨 얘기할까. 우리.”

“오빠신작 얘기.”

실제로 출산도 끝나고 여러 가지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들은 거의 다끝난

지금이었다.

육아야 앞으로도 쭉 바쁘겠지 만 그래도 어느 정도 패턴과 루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까.

나와 나은이의 가사에 있어서의 역할 분담도 착실히 나누어지고 있었다.

“내 신작이라...”

나은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내가 말꼬리를 흐렸다.

달달한 연애물 쓰고 싶다고 이 야기했던 거 같은데 솔직히 결혼한 이후로

너무 정신이 없었던 나는 소설에 대한생각은 일절 안하고 있었다.

“뭐에요. 그새 생각 바뀐 거예요? 설마 이번에도 야설 큰 거 오나?”

뭐 가 그리 재 밌는지 혼자 쿡쿡 웃는 나은이.

“왜. 또야짤 그려주려고?”

“이번에는 다 무료로 해줄게요.”

“오. 그 말 뭔가 야한데?”

“이 일러레는 무료로해줍니다?”

“아서라. 그러면 공공재 같은 느낌이잖아.”

네 가 무슨 야동 사이트냐고. 한나은.

“오빠.와이프한테 공공재라뇨.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장난스럽게 우는 시늉을 하는 나은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 나는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오빠. 그거 이제 온전히 오빠 거 아닌 건 알죠?”

“요즘은 솔직 한 감상으로는 애들한테 너를 압수당한 느낌 인데 ?”

오로지 내 성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존재했던 나은이의 가슴은 이제는

정말로 아이들의 모유를 위해 존재하는 신체 기관이 되 었다.

비단 가슴뿐일까 출산 후 최소 1달은 섹스를 못 하는 탓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섹스리스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에이.그래도 거의 다왔잖아요. 나몸회복도빠른편인 거 같고.”

“그렇다고 안 아쉽 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니까.”

참는 건 참는 거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흐음... 그러면요...”

야릇한 시 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은이 .

“조... 조금만이라면 괜찮으니까...”

수줍은 소녀 같은 말투.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진의는 그냥 영락없는 변태 그 자체.

나은이가 입고 있었던 잠옷 상의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 너머로 보이는 새하얀브레지어.

슬며시 후크를 내리자 새하얀젖가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입?”

그모습이 뭔가웃기기도 하면서 꼴리기도 하는게 나는 그대로 그녀의 가

슴에 얼굴을 묻었다.

“사랑한다! 한나은!”

야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 었다고.

종종 생 각하고는 한다.

-나의 일러레님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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